서미갤러리 ‘메가톤 세풍’ 내막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31 11: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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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사모님 잡을 ‘그림 스캔들’ 또?

[일요시사=경제1팀] ‘또 서미갤러리야?’ 재벌 비자금 세탁처 단골로 등장하는 서미갤러리가 또 다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에서 검은 돈 흐름이 포착돼 조사기간이 전격 연장됐기 때문. 관심은 예상외로 매서운 고강도 조사가 아니라 재벌가의 비자금이 드러날까 하는 데에 쏠리고 있다. 갤러리와 재벌의 ‘검은 그림 커넥션’. 그 끝은 어디까지 일까.  

최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11월로 예정됐던 서미갤러리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12월 말까지 한 달간 연장했다. 지난 9월 세무조사 착수 후 4개월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세청의 조사기간 연장을 두고 서미갤러리 측이 빼돌린 자금이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불법 상속 과정에 개입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권 교체기 대기업 사정자료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돈세탁’하려면
서미세탁소로?

서미갤러리는 각종 ‘그림 커넥션’에 수차례 등장하면서 여러 차례 그 실체를 드러냈다. 지난 2008년 특검의 삼성그룹 비자금 수사 당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거래하며 자금을 세탁해 줬다는 의혹을 받았고 2007년 5월에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서미갤러리에서 사들인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의 부인에게 인사 청탁 대가로 건넨 것으로 드러나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2010년에는 오리온그룹의 횡령·배임 사건에 연루돼 결국 재판장에 섰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오리온그룹이 비자금 세탁용으로 사들인 루돌프 스팅겔의 ‘무제’ 등 그림 3점을 임의로 대부업체에 담보로 맡기고 208억원의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홍 대표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을 상대로 “2009년 8월 중순부터 2010년 2월 사이에 구입한 미술작품 14점에 대한 대금 781억 8000만원 중 250억원만 지급했다”며 “남은 작품 대금 531억원 중 우선 50억원을 먼저 내놓으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오해가 풀렸다며 11월 돌연 취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쿠닝의 작품 수입 당시 관세청에 신고한 가격 271억 원과 판매가가 약 40억원 이상 차이나는 등 작품 14점의 신고가와 판매가가 280억 원 가까운 차이를 보여 그림 거래의 수상한 흔적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서미갤러리는 지난해 11월 서울 청담동 고급 빌라의 사업 자금 명목으로 23억원을 받아 가로챘다며 가수 최성수씨의 부인 박모씨를 상대로 가수 인순이씨가 지난해 제기한 고소 사건에도 휘말렸다.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연장…수상한 돈 흐름 포착?
탈루·저축은행 사건연루 추적 “대기업 연관설도”

이 빌라 부지는 애초 오리온그룹 소유지로 전략담당 사장 조모씨가 부동산 허위·이중 매매를 통해 40억 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서미갤러리 계좌에 송금해둔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9월부터 지난 5년 여간 서미갤러리가 판매한 작품의 세관 신고 내역과 거래 및 송금 내역, 미술품 중개판매수수료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또 이번 세무조사 연장 과정에서 서미갤러리와 대기업이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흐름을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증빙 서류가 없는 무자료 거래나 세관 신고가와 판매가가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 작품 구입 대금의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 등을 집중적으로 추적하면서 서미갤러리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은 물론 편법 상속, 불법 재산 축적을 도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일 경우 서미갤러리의 탈세액 규모만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저축은행 비리 연루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서미갤러리는 구속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간의 불법 교차 대출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구설에 오른바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이 보관 중이던 박수근 화백의 ‘노상의 여인들’, 김환기 화백의 ‘무제’등 그림 수십점을 담보로 제공하고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285억 원을 대출받고 2010년 솔로몬저축은행 유상증자에 30억 원을 투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서미갤러리에 대해 국세청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선 것은 홍 대표와 대기업의 커넥션 실체가 더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세청이 대기업관련 탈세 등과 관련해 확실한 혐의점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정권 말,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주요 대기업을 파헤치면서 사정자료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느닷없는 칼날에
대기업 ‘벌벌’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정당한 세무조사”라며 일축했지만, 대기업들은 ‘가시방석’에 놓인 분위기다. 그동안 서미갤러리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나 모두 사법처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세무조사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서미갤러리의 세무조사 연장으로 몇몇 대기업들은 대규모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사정당국들이 과거 정권과 달리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고삐를 죄고 있어 ‘사정 태풍’에 휩싸이지 않을까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결과에 따라 연루된 대기업 등 구체적인 실체가 더 드러날 경우 과거보다 판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대기업들은 왜 하필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일까.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미술품’에는 특별한 용도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거액의 뇌물이나 담보물로 쓰이거나 수상한 자금이동, 자금세탁, 재산증여와 탈세에까지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고가 미술품이 국내 일부 재벌들의 비자금 루트로 활용되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그림 거래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의 예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이나 각종 유가증권에는 다양한 세금이 따라 붙고 훗날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기도 까다롭지만 그림은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에 작품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팔렸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추적도 그만큼 어려워져 자금 세탁이나 탈세 또는 뇌물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베일에 싸인 미술시장 바닥
재벌 비자금 사건마다 등장
안주인들 쌈지 창구로 활용

다른 의미로 이는 ‘대가 없는 부의 이전’에도 유용하다는 말이 된다. 특히 거래 고객과 이를 대행해주는 갤러리가 상속ㆍ증여 등 재산이동과 증식이 가능하다. 가격이 정해지지 않는 미술품은 수십억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자녀에게 돈을 주거나 부동산을 물려주면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미술품은 상속이나 증여 사실이 잘 포착되지 않는다.


미술품 거래가 대부분 비밀리에 이뤄지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고객에 대한 비밀 유지가 철저해 비자금 조성이 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특히 고가의 미술품은 더욱 음성적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소유주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함에 있어 현금으로 거래를 하고 회계장부는 만들지 않는다고 치면 검은 돈이 흘러들어온다 해도 자금의 출처와 흐름이 불투명 하게 된다. 결국 활용도만 놓고 보자면 비자금 마련에 그림처럼 편리한 수단이 없는 셈이다.

미술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미술판에서 재벌이 일부 기금을 미술관의 기금으로 쓴 것처럼 꾸며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경우, 구입 자금을 부풀려 차액을 비자금화 한다는 의혹 역시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이라며 “공과 사가 분명하지 못한 미술관 운영행태를 볼 때 서미갤러리처럼 별다른 대중전시 없이 중개만 하여 차액을 남기는 갤러리들이 많고 이들과 같은 전문 중개화랑 중 일부를 통해 비자금을 세탁, 자금을 챙기는 일들이 (전부는 아니지만)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 또한 새삼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어둠 속 그림시장
비자금 창구로

또 다른 관계자는 “1월1일부터 미술품 양도세 시행을 앞두고 미술시장 위축 등 일각에서 반발이 심하게 일고 있지만, 미술품 거래가 좀 더 투명해지는 전화위복 기회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는?

화랑가 주무르는 ‘큰손’

 

‘갤러리 불신’의 정점에 서있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이화여대 체육교육과 출신으로 미국 뉴욕 화랑가에서 미술품 경매를 익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989년 서울 가회동에서 그림 장사를 시작했다. 2003년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인근으로 갤러리를 옮기면서 재벌가 인사들을 대상으로 미술품 중개 활동에 주력해 왔다.

서미갤러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홍 대표의 작품 보는 눈이 상당히 예리하다는 데 있다. 그는 1990년대에 미국과 유럽의 추상미술과 팝아트 등을 소개하는 데 힘쓰며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 월렘 드 쿠닝 등의 작품을 들여왔다.

세계적인 작가들이 뜨지 않았을 때부터 주목, 작품을 미리 확보해 뒀다가 한국에 소개해 왔던 것이 화랑가 내에서 신뢰를 쌓게 된 배경이다. 이때부터 홍 대표는 삼성, 한솔 등 주요 재벌가의 미술 컬렉션 수집 창구 노릇을 도맡아오며 인맥을 넓혀갔다.

지난 2000년에는 갤러리를 다시 가회동으로 옮기고 2004년에는 차남을 통해 분점 성격인 서미앤투스를 청담동에 오픈했다. 서미갤러리는 이후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주로 취급했다. 서미앤투스는 도날드 저드·알렉산더 칼더·프랭크 스테라·데미안 허스트 등의 작품을 자주 선보였다.

홍 대표는 해외에서도 ‘고가 미술계의 큰 손’으로 인정받는 편으로 유망한 작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들여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1990년대 중반 들여온 루이스 부르주아의 조각품 ‘스파이더’는 당시 2억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국제 경매 가격이 1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 대표는 리움미술관에 외국 유명 화가들 작품을 조달하며 홍라희씨와도 친분을 쌓아왔다.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홍 관장이 좋아하는 미니멀리즘 계통의 추상화 명품들을 다수 납품하며 친분을 쌓은 것이다.

이 밖에도 홍씨는 이화여대 출신이라는 인맥을 이용해 여러 재벌가들과도 친분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잇단 구설수로 잡음이 끊이지 않자 한국화랑협회는 지난 7월 협회와 회원의 이미지 실추, 회원 품위유지 위반 등을 이유로 ‘서미갤러리’에 대해 무기한 권리정지 조치를 내렸다.

홍 대표는 1990년대 중반 한국화랑협회와 판화 공동전을 열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들여온 피카소의 복제 작품을 언론에 원본으로 소개해 협회에서 제명됐다가 2006년 준회원 자격을 회복한 바 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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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