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노림수

잦은 ‘대우맨’ 접촉… 화려한 부활 날개짓?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김 전 회장이 올해 들어 2~3차례 해외 방문길에 오르는가 하면, 행사에 참석해 ‘대우맨’을 만나는 등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경제계에 퍼져있는 ‘대우맨’을 등에 업고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 거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선추징금, 건강문제 등으로 인해 사실상 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가 심상찮다. 김 전 회장과 함께 대우그룹을 이끌며 ‘세계경영’을 외쳤던 ‘대우맨’과의 접촉이 잦아진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김 전 회장이 ‘대우맨’을 융합해 재기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일 오후 7시, 과거 대우그룹 계열이던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우그룹 출범 4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대우그룹이 지난 1999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판정을 받고 해체된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대우그룹 전직 임원 모임인 ‘대우인회’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3월22일 즈음해 격년제로 그룹 출범 행사를 열어왔다. 3월22일은 김 전 회장이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대우그룹의 모태인 대우실업의 창립일이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지금까지 해외 출국,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한 번도 창립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2007년 3월 개최된 40주년 기념식에도 김 전 회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지병 치료를 위한 형집행 정지 상태. 다만 김 전 회장은 측근인 장병주 전 ㈜대우 사장의 입을 통해 인사말만을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앞서 지난 2월12일에도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서관 19층 중식당 휘닉스에서 대우계열사 사장단 50여 명과 만찬을 가졌다. 모임은 김 전 회장의 초청으로 마련됐다.
이날 모임에는 윤영석 전 대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서형석 전 ㈜대우 무역부문 회장,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 윤원석 전 대우중공업 회장, 김성진 전 대우경제연구소 회장, 정주호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장병주 전 ㈜대우 사장, 이경훈 전 대우그룹 중국지역본사 사장 등 옛 ‘대우맨’ 5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김 전 회장의 행보에 대해 대우그룹 전직 임원은 “지인들의 얼굴을 본다는 차원에서 참석했으며 식사 한 끼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10년 만에 만나지 못했던 ‘대우맨’의 안부를 묻는다는 차원에서 만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이 10년 만에 참석한 만큼 모임에서는 김 전 회장의 명예회복을 비롯한 향후 거취문제와 사업재개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김 전 회장의 해외 방문도 잦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과 베트남을 방문하는가 하면 지난 2월에는 베트남을 찾았다. 표면상으로는 신병치료와 요양을 위해서다. 베트남은 김 전 회장에게는 ‘제2의 고국’으로 통하는 곳이다.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입안했고 베트남 국토개발 사업을 자문할 정도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요양을 겸해 새로운 사업 구상을 했고 사업구상이 마무리되자 ‘대우맨’을 만나 이를 구체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대우맨’이 정재계 곳곳에서 현재도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들을 융합할 경우 큰 ‘폭발력’을 가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대우인회’가 있다.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공중분해’되고 10년이 지나면서 ‘대우맨’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대우그룹의 전·현직 임원 모임인 ‘대우인회’를 통해 대우그룹은 망했지만 과거 한솥밥을 먹던 임직원들이 지금도 대우 정신을 일정부분 공유하고 있다.
대우인회는 대우그룹이 해체된 다음해인 지난 2000년 1월 회원간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서울역 부근에 위치한 대우재단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정주호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4기 회장을 맡고 있으며, 김선익 전 대우중공업 부사장, 김세중 전 대우자동차 부사장, 윤병철 전 대우자동차 이사, 한용호 전 대우건설 사장이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자문위원으로는 손태일 전 (주)대우자도차수출부문장, 배순훈 전 대우전자 사장, 장영수 대우건설 회장 등이 등록돼 있다. 이 외에도 전·현직 임원 1500여 명이 대우인회 회원으로 있다.
또 다른 모임인 ‘세계경영포럼’도 김 전 회장을 지지하는 그룹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95년 서울대 운동권 출신들을 ‘대우그룹 기업혁신’이란 명분을 내세워 전격적으로 스카우트했다. 현재 세계경영포럼의 실질적인 대표는 김윤 경영발전연구센터 대표와 정필완 인터넷 쇼핑몰업체인 인터넷 밀리오레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10년 만에 초청만찬·창립식 참석 ‘광폭 행보’
해외 출국 통해 사업구상 끝 실현만 남았다?

세계경영포럼은 전직 대우그룹 출신 임원들이 주축이 돼 정기적 세미나를 개최하며 옛 대우인들과의 친목을 다졌으나 최근 여론을 의식해 당분간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든든한 ‘우군’임에는 틀림없다.
타사 CEO로 변신해 활약하는 ‘대우맨’들도 있다. 건설업체 사장으로 변신한 ‘대우맨’으로는 김현중 한화건설 사장,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 김선구 동아건설 사장, 정태화 TEC건설 사장 등이 있다. 증권계에는 김 전 회장의 직계라인으로 꼽히던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해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김기범 메리츠 증권, 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장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추호석 파라다이스 대표이사, 정성립 대우정보시스템 사장,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강영원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윤영석 두산중공업 부회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최재범 메디슨 대표,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 등도 대우 출신 CEO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박정훈·이재명 전 민주당 의원들도 ‘대우맨’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대우경제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김 전 회장 옆을 오랫동안 지켰던 정통 ‘대우맨’이다. 운동권 출신인 박정훈 전 의원은 지난 1983년 대우그룹 이사로 입사, 1987년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 1992년에는 김 전 회장이 다리를 놓아 김대중 총재의 민주당 전국구로 14대 국회에 진출했다. 당시 전국구 공천헌금도 김 전 회장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경기고 후배인 이재명 전 의원은 미국 유학 중인 지난 1997년 대우실업 과장으로 특채돼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로 출발했다. 이후 대우자동차 부사장, 대우기전 사장, 기조실 사장 등을 지냈다.
1993년 민자당 전국구를 승계 14대 의원이 되면서 대우를 떠났지만 2년 후 김 전 회장이 그룹을 개편하면서 그의 대우 복귀를 제의하자 미련 없이 금배지를 내던져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경기고 인맥도 김 전 회장의 든든한 ‘빽’이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 김원길 전 의원, 고건 전 총리, 장병주 (전) 대우건설 사장, 강영호 전 대우통신 부사장, 이동호 대우자판 사장, 이근현 대우건설 전무, 유춘희 대우엔지니어링 부사장, 김인균 대우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이 경기고 동문이다.
이 외 석진강 변호사도 김 전 회장의 측근 중에 측근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99년 10월 중국 공장 방문차 출국했다가 귀국하지 않고 도피행각을 벌였다. 이후 5년 8개월여 만인 지난 2005년 6월 귀국,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재판 끝에 1심에서 징역 10년에 추징금 21조4484억원을, 항소심에서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지난 2007년 12월 특별 사면됐다. 석진강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법률고문으로서 당시 ‘대우 분식회계·사기대출·외화도피 사건’에 대한 법적 논리를 정립했다.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가족들도 빼 놓을 수 없다. 부인 정희자씨는 (주)필코리아리미티드(구 대우개발, 대표 홍진후) 회장으로, 수백억대의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경기도 포천 소재 아도니스골프장을 운영하는 (주)아도니스(대표 김충곤)의 대주주이며, 경주 힐튼호텔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사업 재개를 거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대우그룹은 지난 1999년 8월 (주)대우 등 12개 계열사가 전격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의 평가다. 이유야 어쨌든 이로 인해 6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정부와 국민들이 떠안아야만 했다.

김 전 회장은 또 지난 2007년 말 사면·복권됐음에도 추징금 부분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는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 형은 확정됐다.
추징금은 법원이 김 전 회장이 영국의 대우그룹 비밀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관리한 자금이 200억 달러(당시 환율로 25조원) 규모로 파악하면서 나온 금액이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해외 유령회사에서 물건을 수입한 뒤 수입대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조성한 26억 달러, 해외 현지법인들의 자동차 판매대금을 국내를 거치지 않고 BFC로 직접 송금한 14억1000만 달러, 해외법인 명의로 현지 금융기관에서 빌린 157억 달러 등이다.
이중 해외공장 인수와 운용에 투입한 자금, 해외차입금, 이자를 제외한 돈이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추징을 지속적으로 집행해왔다.
김 전 회장은 1999년 7월 대우그룹 자구대책을 발표할 당시 전 재산(당시 주식 1조2553억원과 임야 452억원 상당)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탓에 공식적으로는 국내에 재산이 없다. 유일한 재산이던 서울 방배동 자택과 숨진 큰아들이 묻힌 안산농장도 경매에 넘어갔으며 부인 정희자씨 소유의 서울힐튼호텔도 오래전에 처분됐다.
이어 대우경제연구소와 한국경제신문의 김 전 회장 명의 주식을 압수했다. 하지만 이는 추징금에 비하면 미미한 상태. 더욱이 은닉했을 재산에 대한 적발은 전무한 상태다.
이로 인해 17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추징금이 그대로 남아있어 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의 개인 건강문제와 ‘대우맨’으로 일컬어지는 후원자들도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한 ‘노병’이란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과의 애증 관계
김우중과 전직 대통령 각별한 인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누구보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통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폐허상태에 놓였던 옥포조선소를 인수, 박 대통령으로부터 “김우중 그 사람밖에 없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회장과 YS의 첫 인연은 악연으로 시작됐다. 1992년 대선 당시 YS의 심기를 건드렸던 김 회장은 당시 YS의 핵심 참모였던 K 변호사의 도움으로 YS와 관계를 복원했다. 그 이후 YS시절 대우그룹을 국내 4대그룹으로 성장시키는 등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다.
김 회장과 DJ는 좋은 인연과 악연을 모두 경험했다. 김 전 회장은 1997년 당시 대선 과정에서 DJ를 앞장서 지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DJ 정부시절 김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된 것 역시 ‘청와대의 의중’이란 소문이 나돌 정도로 김 회장과 DJ는 막역한 관계를 유지했다.
김 전 회장의 경기고 동창이자 무기 중개상인 조풍언씨는 DJ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조풍언씨는 외환위기 당시 김 전 회장으로부터 대우그룹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월 법원은 대우 구명로비 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어쨌든 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지 김 전 회장과 DJ는 각별한 사이였다. 그러나 DJ정부시절 대우그룹을 해체해야만 했었고, 이로 인해 해외에서 5년8개월을 떠돌아 다녀야만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 전 회장은 1987년 대우조선사건 때 노 대통령이 노동자였던 이석규의 사인 규명 작업을 하다 구속, 변호사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던 악연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이런 악연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지난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대우 사태와 관련해 김 회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11월 대우조선을 직접 방문하는 등 대우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김우중 신화 몰락 일지
중국 준공식 참석 후 잠적…추징금 18조여원

지난 1999년 8월 대우그룹이 외환위기로 워크아웃을 결정한 이후 1999년 10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중국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잠적했다.
2001년 11월, 프랑스 인터폴이 김 전 회장이 프랑스 국적을 취득해 독일서 치료 중이라고 발표한 후 2005년 4월 김 전 회장은 베트남에서 목격됐다. 당시 대법원은 대우그룹 임원 7명에게 23조358억원의 추징금 선고했으며 법원은 “김 전 회장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5년 5월에는 법무부가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관련자 4명 특별복권 조치했고 같은 해 6월 김 전 회장은 귀국했다. 며칠 후 검찰은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으며 같은 해 8월 김 전 회장의 건강악화로 구속집행정지처분이 떨어졌다.
김 전 회장은 신촌세브란스병원 입원했다. 입원 중 법원은 김 전 회장의 첫 공판을 시작해 1심에서 징역 10년, 추징금 21조4484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8년6월, 추징금 17조9253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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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