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6·3 지방선거 디데이가 가까워질수록 ‘여의도 OB’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정치의 한 획을 그었던 만큼 파급력도 만만치 않다. 누군가는 견제를, 또 다른 누군가는 뼈 있는 조언을 건넨다. 한마디씩 보태는 목적이 무엇이든 그들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번 선거 국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야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작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뒤 탈당했지만 여전히 현실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장동혁 지도부를 향해 거침없는 메시지를 내는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을 비판하면서 대구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렬한 존재감
홍 전 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는 SNS를 통해 “김부겸 전 총리와는 당적을 떠나 30년 우정이다. 그의 능력도 잘 알고 있고 대구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할 사람도 김부겸밖에 없다고 판단돼 대구의 미래를 위해 전임 시장으로서 그를 지지한 것”이라며 “내가 못다 한 대구 미래 100년 사업을 김부겸이 완성해 주었으면 한다”고 썼다.
이재명 대통령과도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비공식 막걸리 회동을 가졌으며 이날 홍 전 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 복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이후 홍 전 시장은 “오늘 대통령 오찬 때 엠비(MB)에 대한 전직 대통령 예우 복원을 요청한 것은 1999년 워싱턴 낭인 시절을 같이 겪었던 정리와 의리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MB정권 내내 친이(친 이명박)계의 견제로 MB의 덕을 본 게 하나도 없지만, 요즘처럼 사감과 이욕만 난무하는 정치가 되는 게 안타까워서 (말)한 것”이라고 적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홍 전 시장의 온라인 행보를 단순한 조언으로 보지 않는다. 홍 전 시장을 둘러싼 ‘차기 총리설’이 만연했던 만큼 꾸준히 존재감을 띄우면서 ‘개혁 보수’ 이미지를 굳히는, 이른바 ‘중도 우파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나는 언제든지 현실 정치로 돌아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내는 것”이라며 “‘대권을 향한 나의 꿈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라는 해석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계열에서는 유시민 작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한동안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던 유 작가가 유튜브 등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는 배경에는 지방선거를 통해 세를 확장한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친문(친 문재인)계가 손을 잡고 다시 한번 주류로 발돋움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대구 못 떠난 홍, 부쩍 바빠진 유
좌우 모두 지지층 결집 성공할까
유 작가가 흩어진 친문 세력과 호남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강력한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유 작가의 신간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를 소개하는 등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유 작가의 말 한마디가 민주 진영 커뮤니티를 들었다 놨다 한다. 특히 그의 ‘ABC론’은 민주당을 뒤흔들며 ‘뉴이재명’ 세력과 충돌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유 작가가 현역 정치인도 아니고 민주당원도 아니다. 한 사람의 자유로운 작가 생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셨겠지만, 현재 민주당 여권은 이 대통령이 원체 잘하고 계시지 않나”라며 분열된 진영을 다독였다.
이어 “이 대통령 성공을 위해서 우리가 단결할 때”라며 “분열의 길로 가서는 안 된다. 유 작가 본인도 그런 의도가 없다고 했다고 하면 이 정도 선에서 덮어두는 것이 좋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영향력 있는 보수 OB 투톱으로 꼽힌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현직 의원은 물론 출마를 염두에 둔 후보들까지 앞다퉈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수 진영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빌리기 위한 전략으로 개혁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이 전 대통령은 퇴임 13년 만에 언론과 인터뷰를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여권 상황을 향해 “인정하자. 보수의 참패”라며 강하게 질타했는데, 지방선거 기간과 맞물리면서 보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됐다.
이 전 대통령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보수가 패배한 것을 두고 “단순히 패배한 수준이 아니라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라며 “(그럼에도 내부에서 분열하는 등) 희망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재명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는 이정부가 실용주의를 내세워 탈원전 철회, 자원외교 등 과거 보수 정권의 과제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다행스럽고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 전 대통령은 여주 시민들이 성금을 모금해 조성한 ‘4대강 살리기 사업 기념비’ 제막식서 축사를 하거나 제11회 서해수호의 날과 천안함 피격 16주기를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는 등 공개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보수 참패 인정” 직격탄 날린 MB
싸늘한 TK? 침묵하는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박근혜 키즈’가 속속들이 기지개를 켜면서 ‘깜짝 등장’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때 여의도에서는 “유영하 변호사가 대구시장 후보로 낙점되면 박 전 대통령이 유세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지라시(정보지)가 돌기도 했다.
TK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아직 남았다는 분석도 궤를 같이한다. 다만 ‘박근혜 등판설’과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유 변호사 측에서 뿌린 정보지 같다” “대구 결집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등 등판설을 부인하는 만큼 실제 박 전 대통령이 선거에 관여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때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렸던 만큼 박 전 대통령이 의중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치 최고령인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도 가세했다. 그의 관심사는 개헌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개헌의 적기라고 주장하는 우원식 의장의 힘에 적극 힘을 실어주면서 “여야 각 당 대표는 분권형 권력구조가 포함된 개헌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024년 12·3 비상계엄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60~70%의 국민들이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에 찬성했다”며 “우 의장과 여야 각 당 대표는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39년 만에 모처럼 찾아오는 개헌의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한 달 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를 만났다고 밝히며 “개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했다”고도 전했다. 이처럼 헌정회 회장이 직접 나서 개헌을 언급하면서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 수위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상당한 영향력
한편 지난 3일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6개 정당 소속 의원들과 우 의장 등 총 187명은 국회 의안과에 개헌 발의안을 공동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107명 전원은 개헌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우 의장은 “(국민의힘과 소통한 결과) 내용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하는데 당론으로 묶어 부담스럽다(고 한다)”며 “당론으로 묶어서 투표를 못하게 하는 것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본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원들이 그 판단을 못할 리가 없다. 자유 투표로 가야 된다는 게 국민 대부분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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