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롤스로이스 사건과 인플루언서 부부 사건 오버랩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4.28 14:17:54
  • 호수 1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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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증권맨·수사기관 ‘검은 설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주가조작 사건이 폭력 조직 자금, 증권사 내부 인력, 그리고 유명 인플루언서의 사기 사건을 무마한 수사기관 유착 의혹까지 얽힌 구조적 범죄로 드러났다. 프로포폴에 취한 상태로 행인을 치고 사망케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와 연결된 조직 자금 30억원이 해당 사건에 투입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보에 따르면, 2024년 12월27일 오후 4시경 대신증권 일산WM지점에 여행용 슈트 케이스와 쇼핑백에 담긴 현금 30억원이 등장했다. 자금은 이모씨와 문모씨가 전달했고, ‘차모씨 자금’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증권사 측이 현금 보관이 불가하다고 하자, 주가조작을 기획한 김모씨가 해당 자금을 직접 수령해 이동했다. 이후 이 돈은 여러 명의 차명계좌로 쪼개져 투입될 준비를 마쳤다.

인플루언서
양의 남편

2025년 1월3일, 서울 영등포의 한 금융기관에서 이 돈이 다시 확인된다. 필라테스 인플루언서 양모씨 남편 이모씨 명의로 30억원이 입금됐고, 현금 확인에만 4시간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이미 자금은 실소유자와 명의자가 분리된 상태였다.

이들은 단순히 자금을 넣는 데 그치지 않았다. 4명의 명의자를 내세운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휴대전화 4대를 별도로 전달했고, 텔레그램을 통해 “모든 권한을 특정 인물에게 위임한다”는 위임장까지 공유했다. 실질적인 거래 권한은 특정 인물에게 집중된 구조였다.

같은 해 1월 중순, 이 자금은 본격적으로 주식 매입에 투입된다. 투자자문사를 통해 특정 상장사의 주식 약 150만주와 추가 49만5000주를 확보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금만 수억원 단위로 송금됐다. 이어 같은 달 20일에는 약 18억원이 4개 계좌로 나뉘어 대신증권 계좌에 입금됐다. 실질적인 ‘작전 자금’이 완성된 것이다.

이후 흐름은 전형적인 주가조작 패턴을 따른다. 복수 계좌를 활용한 이른바 ‘배수계좌’ 구조를 통해 물량을 분할하고 반복 매매를 진행했다. 특정 인물의 지시에 따라 수억원 단위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동했고, 일부 자금은 개인 계좌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특히 2025년 1월21일에는 한 계좌에서 양씨 계좌로 3억원이 송금된 사실도 확인됐는데, 반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3억3000만원, 5억6000만원 등 거액이 반복적으로 특정 인물 및 관계자 계좌로 이동했다. 이 모든 거래는 계좌 인증 번호를 공유받아야 가능한 구조였다. 사실상 단일 지휘 아래 움직인 정황이 짙다.

2025년 3월14일, 반대매매가 발생하며 상황이 급변한다. 주가가 무너지면서 작전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30억원의 실소유를 둘러싼 분쟁이 본격화됐다. 차씨는 “30억원은 자신의 자금”이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자금이 자신의 동의 없이 이동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현금 차명계좌 입금·배수계좌 작전까지
경찰 유착 의혹까지 번진 30억 투입 전말

반면 관련자들은 “해당 자금은 차씨 요청에 따라 운용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폭행 사건까지 발생하며 내부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후 계약 해지, 진정서 접수, 손해배상소송까지 이어지며 사건은 민·형사 분쟁으로 확산됐다.

이 사건을 단순 금융범죄에서 이상으로 끌어올린 결정적 요소는 경찰 개입 의혹이다. 특히 이 경찰은 과거 양씨 관련 사건에서 수사를 무마하거나 봐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현직 경찰관이 해당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서울 강남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 사건 등과 관련해 이날 강남서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양씨의 남편 이씨에게 강남서 소속 경찰관이 수사 정보를 유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대가성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당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 중지’ 처분했다. 사실상 불송치 결정이며, 검찰도 수사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수사 중지’ 처분의 배경을 의심했다. 강남서 경감과 이씨가 주가조작 사건 전부터 수사와 관련해 유착 관계를 형성해 온 정황도 검찰이 포착했다.

눈여겨볼 점은 2024년 7월 인플루언서 양씨가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당한 사건을 이 경감이 맡았던 것이다. 당시 이씨는 “내 아내 사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라고 묻고, 경감은 “너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경찰은 양씨 사건을 ‘혐의 없음’ 처리하고, 불송치했다. 배우 겸 필라테스 강사인 양씨는 2025년 1월 사기 혐의를 벗었다고 밝혔다. 양씨 측은 “광고모델 계약을 맺은 필라테스 업체와 관련된 사건에서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해당 사안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전했다.

MZ 조폭
검은돈

이어 “‘최소한의 혐의 정황’도 인정되지 않아, 피의자로 입건된 사실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양씨의 소속사는 “향후 악의적 비방 및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어떠한 선처도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고소와 허위 사실 유포 행위를 근절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다수 피해자의 고소장이 접수돼 양씨와 필라테스 학원 본사 관계자들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양씨가 교육이사이자 홍보모델로 활동한 필라테스 학원 가맹주들이다.

이들은 “본사에서 직접 강사를 고용해 가맹점을 파견하고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겠다는 계약 내용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들은 양씨와 본사가 직접 교육한 강사진을 가맹점에 파견하겠다고 해놓고 구인 구직 사이트에서 모집한 강사를 배정했다. 또 시중에서 2600만원에 판매하는 필라테스 기구를 직접 연구·개발했다고 속여 6200만원에 강제 구매하게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양씨 측은 “본사 관계자가 아니라 홍보 모델이었을 뿐, 본사 운영과는 무관하다”고 적극 해명한 바 있다.

재력가로 알려진 양씨 남편 이씨는 주가조작 과정에서 자금을 대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범인 전씨와 김씨는 지난달 24일 구속 기소됐다.

또 양씨 사건을 덮어달라고 경찰관에게 청탁한 혐의를 받는 이씨는 지난 22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황중연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황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도
한패였나

이들의 범행으로 당시 1000원대 후반이었던 D 가구 회사의 주가는 4000원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약속한 시간과 가격에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나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한 고객 계좌, 차명계좌 동원 등 다양한 수법을 활용해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주가조작에 사용한 초기 자금 30억원은 ‘압구정 롤스로이스남’ 신모씨가 속한 조폭 또래 모임 ‘강남 MT5’의 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MT5는 롤스로이스남 사건을 계기로 상습 마약, 도박, 사기 의혹이 불거진 신흥 범죄조직이다. 검찰은 2023년 9월23일 신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긴 뒤, MT5로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신씨는 당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치고 도주해 뇌사 상태에 빠뜨린 혐의를 받는다. 

MT5는 이른바 ‘MZ조폭’으로 분류되며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의 ‘토사장(불법 토토 운영자의 속칭)’으로 활동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핵심 조직원 중에는 2019~2021년 사설 외환 차익거래(FX마진거래)를 빙자한 ‘홀짝 게임식’ 불법 도박사이트들의 잔당들도 포함돼있다. 2021년 경기남부경찰청이 검거했던 도박사이트 FXCT의 운영진 80여명 가운데 처벌이 강하지 않아 금세 풀려난 인물들이 MT5에 흡수됐다고 한다.

MT5는 또 가상화폐 거래소를 개설해 텔레그램을 통한 마약 거래를 주도하고, 해외 선물 리딩방을 차려 거래 수수료를 갈취하는 등 다양한 온라인 범죄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명 MT5는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메타 트레이더(Meta Trader)’에서 따왔다.

이들은 이렇게 얻은 범죄수익을 소위 ‘별풍선깡’으로 세탁했다. 인터넷 방송을 하는 아프리카 여성 BJ 등과 짜고, 한번에 5억원어치 별풍선(후원금)을 송금한 뒤 나중에 나눠갖는 식이다.

위임장, 휴대전화…조직적 준비
반복매매 전형적 시세조종 구조

경기남부청은 2021년 6월 불법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를 운영해 1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박 공간 개설 등)로 도박 사이트 FXCT 운영자 등 2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FXCT 조직원 A씨 등은 2020년 1월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를 개설한 뒤 2021년 2월까지 운영하는 동안 회원 1만1000여명으로부터 1975억원을 입금받아 수수료 명목으로 118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FX마진거래는 두 개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거래로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취득한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A씨 등은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았다. 회원들에게 5분 이내 단시간의 환율 등락에 돈을 걸도록 하고 맞추면 수수료 13%를 제외한 투자금의 1.87배를 지급하고 틀리면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도박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

적발된 A씨 등 3명은 모두 20대 후반이며 유사 전과가 1건 이상씩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다른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에서 지점장 등을 맡으며 서로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이 사이트 유지비 등 범행을 이어가는 데 사용한 돈을 제외한 나머지 4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부당이득에는 A씨 등이 사들인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수입차와 부동산 등이 포함됐다. 기소 전 몰수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대상인 불법 수익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원의 처분이다.

경기남부청은 A씨 등이 운영한 사이트를 포함해 2019년 5월부터 2년 넘게 운영된 불법 FX마진거래 사이트 5곳을 적발했다. 이들 사이트의 범행 규모를 합하면 가입 회원 16만여명, 입금액은 1조3000억원이다. 사이트 운영자 등 적발된 인원은 238명이며 이 가운데 5명이 구속됐고 이들의 범죄수익은 1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이 사건은 두 개의 축이 교차한다. 필라테스 인플루언서가 연루된 주가조작에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의 조직 자금이 수혈됐다는 의혹과 수사 무마 의혹 경찰 라인이다.

실패한 작전
그리고 분쟁

이번 사건의 본질은 명확하다. 범죄조직 자금이 현금 형태로 유입되고, 증권사 내부 인력이 결합해 거래를 설계하며, 차명계좌와 배수계좌로 시세를 조종했다. 여기에 일부 경찰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며 수사 대응마저 관리된 정황이다. 검찰이 자금의 최종 출처와 지휘 구조, 그리고 경찰 유착의 실체까지 규명할 경우, 이번 사건은 국내 자본시장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대형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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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5월9일 이후 파장

‘폭풍전야’ 5월9일 이후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면 어김없이 따라붙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SNS에 적었다. 지난 1월 다주택자 관련 글을 쓰면서 한 말이다. 이제 그 말의 결과가 곧 나온다. 부동산 가격은 매매자의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사람의 마음은 다양한 이유로 바뀔 수 있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행동에 쉽게 휩쓸린다. 부동산 시장에 작은 불씨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큰불로 번지는 이유다. 부동산 가격이 요동칠 때마다 전문가는 저마다 원인을 분석하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정권 흔드는 집값 이슈 그럼에도 부동산 문제는 정부가 손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내 집 마련’이라는 DNA를 갖고 태어난 듯 부동산을 꼭 가져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에 집중돼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집값은 집을 가지고만 있으면 언젠가 반드시 오른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이재명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인 믿음에 균열을 내고자 했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는 이른바 ‘머니 무브’를 꾀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 ‘코스피 지수 5000’을 목표로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모두가 허황한 소리라고 말했지만 지금 그 말을 믿지 않는 사람은 없다. 코스피 지수는 이재명정부 들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전쟁 리스크까지 뚫는 기세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6641.02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6712.73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중동발 전쟁 여파로 하락세를 보이던 게 종전 기대감으로 상승장에 진입한 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양새다. ‘주식하면 돈을 번다’는 인식이 투자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촉구하면서 부동산 정책을 함께 내놨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집은 거주 공간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투기 수요를 잡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정책을 펼쳤다. 돈줄을 묶고 공급을 확대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잠재우려 한 것이다. 이정부는 지난해 6월27일 수도권과 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택 매매 전후로 세입자를 구하는 ‘갭 투자’를 막기 위해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주담대를 받을 수 없도록 사실상 금지했다.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 X에 언급→정부, 정책 발표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정책이라는 평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6·27 대책에 대해 공급 없이는 잠깐의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의 열기를 당장은 가라앉힐 수 있어도 장기적인 안정세로 이어가긴 어려우리란 전망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해 9월7일 이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해마다 신규 주택 27만호 착공 등 2030년까지 총 13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집을 여러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정책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여러차례 다주택자 관련 글을 올렸다. 지금까지 다주택자가 받던 세금 유예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다수의 집을 가지고 있는 게 손해라는 인식을 심으려 한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조정대상 지역의 주택을 팔 때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포인트를 가산하는 제도다. 문재인정부에서 이 세율로 시행하다가 윤석열정부가 주택 거래 활성화 취지로 2022년 5월부터 1년씩 유예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X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재연장하는 법 개정을 또 하겠지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다주택자에 관한 보수 언론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께 묻는다. 이들로 인한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 보이느냐”고 일갈했다. 지난 2월12일 다주택자 관련 정부 정책이 발표됐다. 이날 조만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현재 예정된 일몰 기한인 2026년 5월9일 종료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다만 임대차 상황에 따라 양도세 중과 적용과 토지거래허가제상 실거주 의무를 일정 기간 유예한다고 예외를 뒀다. 예정된 기한에 종료하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정책 내놔도 계속 올랐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 발표 이후에도 다주택자 관련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집을 여러 채 가진 공직자도 표적이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주택과 부동산 정책의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다주택자, 비거주 고가 주택 소유자, 부동산 과대 보유자를 배제하도록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이들을 업무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X에 “부동산이나 주택 정책에서 단 0.1%의 결함이나 구멍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 부동산 정책에 관여했던 이력이나 이후 정책 수정 노력 등을 따져 보고 이 과정에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투기적 주택 구입 등을 한 공직자를 찾아내 관련 업무를 할 수 없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의 정책 설계에 참여하면 제도가 왜곡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서류를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라면 다 빼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과정에서 다주택자 공직자를 부동산 정책 설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지시한 내용을 점검하면서 나온 말이다. 이 대통령은 “거기에 이해관계가 절대 침투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기안 용지 복사하는 직원조차도 다주택자는 안 된다”며 “철저히 준비를 잘해주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주택자를 위한 퇴로도 조금 더 열어줬다. 지난달 21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오는 9일까지만 토지거래 허가 신청을 완료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확정됐다. 종료 당일까지 주택 매매계약을 위한 토지거래 허가를 신청하면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세청장도 다주택자에 대해 언급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파는 대신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하는 사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경고했다. 예상 밖의 시장 흐름 그는 지난달 29일 X에 “혹시라도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 증여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주택을 증여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실제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증여는 3075건으로 전년보다 94.4% 증가했다”고 통계를 언급했다. 임 청장은 정당한 증여는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같은 사례들에서 증여세가 제대로 납부되고 있는지 의문을 드러냈다. 다주택자가 10억원에 사들여 10년 동안 보유한 시가 30억원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기준으로 세금을 비교하기도 했다. 임 청장은 “(이 아파트를) 양도하면 차익이 20억원인데 중과 유예 종료(오는 9일) 전에 양도하면 세금이 6억5000만원이다. 반면 증여하면 13억8000만원으로 2배 넘게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정상적으로 증여세를 내면 양도가 증여보다 세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증여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인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증여 과정에서 세금을 다 내고 있는지에 의심을 표한 것이다.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 정부 정책, 국세청장의 경고에 다주택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현 상황에서는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굳이 지금 팔 필요가 있나’라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정권은 영원하지 않다’라고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열흘 정도 앞두고 매물이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종료가 이뤄지면 다주택자들이 내놨던 매물까지 거둬들여 집값이 요동칠 가능성도 나온다. 매물 나오길 기대했지만… 관망세 들어가면서 감소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한 달 새 25개 자치구 모두 감소했다.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매물이 나오리라 기대했던 상황과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2699건으로 한 달 전보다 5.9% 줄었다. 매물은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시작한 2월 이후 늘기 시작해 지난 3월21일 8만건을 넘으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지난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감소 폭은 중랑구(-16.9%), 강북구(-13.3%), 노원구(-13%)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 컸다.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도 각각 8.6%, 4.9% 매물이 감소했다. 매물 감소는 집값 상승의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셋째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 전세 가격은 0.22% 올랐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주인들은 굳이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관망세로 돌아섰고 매수자는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는 생각에 매물을 살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세입자의 고통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세 세입자에게 불똥이 튀었다. 이미 전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는 보증금 상승을 걱정해야 하고, 전세로 살길 원하는 세입자는 씨가 마른 매물 앞에 속수무책 상태다. 전세 세입자 불똥 튀나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덩달아 월세가 폭등하고 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태인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집을 사고자 하는 매수 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은 없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가격은 상승한다. 정부의 정책 의도와 정반대 결과가 나오는 셈이다. 부동산 정책은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파장이 큰 이슈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