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롤스로이스 사건과 인플루언서 부부 사건 오버랩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4.28 14:17:54
  • 호수 1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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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증권맨·수사기관 ‘검은 설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신증권 주가조작 사건이 폭력 조직 자금, 증권사 내부 인력, 그리고 유명 인플루언서의 사기 사건을 무마한 수사기관 유착 의혹까지 얽힌 구조적 범죄로 드러났다. 프로포폴에 취한 상태로 행인을 치고 사망케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와 연결된 조직 자금 30억원이 해당 사건에 투입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보에 따르면, 2024년 12월27일 오후 4시경 대신증권 일산WM지점에 여행용 슈트 케이스와 쇼핑백에 담긴 현금 30억원이 등장했다. 자금은 이모씨와 문모씨가 전달했고, ‘차모씨 자금’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증권사 측이 현금 보관이 불가하다고 하자, 주가조작을 기획한 김모씨가 해당 자금을 직접 수령해 이동했다. 이후 이 돈은 여러 명의 차명계좌로 쪼개져 투입될 준비를 마쳤다.

인플루언서
양의 남편

2025년 1월3일, 서울 영등포의 한 금융기관에서 이 돈이 다시 확인된다. 필라테스 인플루언서 양모씨 남편 이모씨 명의로 30억원이 입금됐고, 현금 확인에만 4시간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이미 자금은 실소유자와 명의자가 분리된 상태였다.

이들은 단순히 자금을 넣는 데 그치지 않았다. 4명의 명의자를 내세운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휴대전화 4대를 별도로 전달했고, 텔레그램을 통해 “모든 권한을 특정 인물에게 위임한다”는 위임장까지 공유했다. 실질적인 거래 권한은 특정 인물에게 집중된 구조였다.

같은 해 1월 중순, 이 자금은 본격적으로 주식 매입에 투입된다. 투자자문사를 통해 특정 상장사의 주식 약 150만주와 추가 49만5000주를 확보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금만 수억원 단위로 송금됐다. 이어 같은 달 20일에는 약 18억원이 4개 계좌로 나뉘어 대신증권 계좌에 입금됐다. 실질적인 ‘작전 자금’이 완성된 것이다.

이후 흐름은 전형적인 주가조작 패턴을 따른다. 복수 계좌를 활용한 이른바 ‘배수계좌’ 구조를 통해 물량을 분할하고 반복 매매를 진행했다. 특정 인물의 지시에 따라 수억원 단위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동했고, 일부 자금은 개인 계좌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특히 2025년 1월21일에는 한 계좌에서 양씨 계좌로 3억원이 송금된 사실도 확인됐는데, 반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3억3000만원, 5억6000만원 등 거액이 반복적으로 특정 인물 및 관계자 계좌로 이동했다. 이 모든 거래는 계좌 인증 번호를 공유받아야 가능한 구조였다. 사실상 단일 지휘 아래 움직인 정황이 짙다.

2025년 3월14일, 반대매매가 발생하며 상황이 급변한다. 주가가 무너지면서 작전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30억원의 실소유를 둘러싼 분쟁이 본격화됐다. 차씨는 “30억원은 자신의 자금”이라며 반환을 요구했다. 자금이 자신의 동의 없이 이동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현금 차명계좌 입금·배수계좌 작전까지
경찰 유착 의혹까지 번진 30억 투입 전말

반면 관련자들은 “해당 자금은 차씨 요청에 따라 운용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책임 공방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폭행 사건까지 발생하며 내부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후 계약 해지, 진정서 접수, 손해배상소송까지 이어지며 사건은 민·형사 분쟁으로 확산됐다.

이 사건을 단순 금융범죄에서 이상으로 끌어올린 결정적 요소는 경찰 개입 의혹이다. 특히 이 경찰은 과거 양씨 관련 사건에서 수사를 무마하거나 봐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현직 경찰관이 해당 사건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서울 강남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 사건 등과 관련해 이날 강남서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양씨의 남편 이씨에게 강남서 소속 경찰관이 수사 정보를 유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대가성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당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 중지’ 처분했다. 사실상 불송치 결정이며, 검찰도 수사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수사 중지’ 처분의 배경을 의심했다. 강남서 경감과 이씨가 주가조작 사건 전부터 수사와 관련해 유착 관계를 형성해 온 정황도 검찰이 포착했다.

눈여겨볼 점은 2024년 7월 인플루언서 양씨가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당한 사건을 이 경감이 맡았던 것이다. 당시 이씨는 “내 아내 사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라고 묻고, 경감은 “너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경찰은 양씨 사건을 ‘혐의 없음’ 처리하고, 불송치했다. 배우 겸 필라테스 강사인 양씨는 2025년 1월 사기 혐의를 벗었다고 밝혔다. 양씨 측은 “광고모델 계약을 맺은 필라테스 업체와 관련된 사건에서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해당 사안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전했다.

MZ 조폭
검은돈

이어 “‘최소한의 혐의 정황’도 인정되지 않아, 피의자로 입건된 사실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양씨의 소속사는 “향후 악의적 비방 및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어떠한 선처도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고소와 허위 사실 유포 행위를 근절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다수 피해자의 고소장이 접수돼 양씨와 필라테스 학원 본사 관계자들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양씨가 교육이사이자 홍보모델로 활동한 필라테스 학원 가맹주들이다.

이들은 “본사에서 직접 강사를 고용해 가맹점을 파견하고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겠다는 계약 내용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들은 양씨와 본사가 직접 교육한 강사진을 가맹점에 파견하겠다고 해놓고 구인 구직 사이트에서 모집한 강사를 배정했다. 또 시중에서 2600만원에 판매하는 필라테스 기구를 직접 연구·개발했다고 속여 6200만원에 강제 구매하게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양씨 측은 “본사 관계자가 아니라 홍보 모델이었을 뿐, 본사 운영과는 무관하다”고 적극 해명한 바 있다.

재력가로 알려진 양씨 남편 이씨는 주가조작 과정에서 자금을 대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범인 전씨와 김씨는 지난달 24일 구속 기소됐다.

또 양씨 사건을 덮어달라고 경찰관에게 청탁한 혐의를 받는 이씨는 지난 22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황중연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황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도
한패였나

이들의 범행으로 당시 1000원대 후반이었던 D 가구 회사의 주가는 4000원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약속한 시간과 가격에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나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한 고객 계좌, 차명계좌 동원 등 다양한 수법을 활용해 주가조작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주가조작에 사용한 초기 자금 30억원은 ‘압구정 롤스로이스남’ 신모씨가 속한 조폭 또래 모임 ‘강남 MT5’의 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MT5는 롤스로이스남 사건을 계기로 상습 마약, 도박, 사기 의혹이 불거진 신흥 범죄조직이다. 검찰은 2023년 9월23일 신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긴 뒤, MT5로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신씨는 당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치고 도주해 뇌사 상태에 빠뜨린 혐의를 받는다. 

MT5는 이른바 ‘MZ조폭’으로 분류되며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의 ‘토사장(불법 토토 운영자의 속칭)’으로 활동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핵심 조직원 중에는 2019~2021년 사설 외환 차익거래(FX마진거래)를 빙자한 ‘홀짝 게임식’ 불법 도박사이트들의 잔당들도 포함돼있다. 2021년 경기남부경찰청이 검거했던 도박사이트 FXCT의 운영진 80여명 가운데 처벌이 강하지 않아 금세 풀려난 인물들이 MT5에 흡수됐다고 한다.

MT5는 또 가상화폐 거래소를 개설해 텔레그램을 통한 마약 거래를 주도하고, 해외 선물 리딩방을 차려 거래 수수료를 갈취하는 등 다양한 온라인 범죄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명 MT5는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메타 트레이더(Meta Trader)’에서 따왔다.

이들은 이렇게 얻은 범죄수익을 소위 ‘별풍선깡’으로 세탁했다. 인터넷 방송을 하는 아프리카 여성 BJ 등과 짜고, 한번에 5억원어치 별풍선(후원금)을 송금한 뒤 나중에 나눠갖는 식이다.

위임장, 휴대전화…조직적 준비
반복매매 전형적 시세조종 구조

경기남부청은 2021년 6월 불법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를 운영해 10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박 공간 개설 등)로 도박 사이트 FXCT 운영자 등 2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FXCT 조직원 A씨 등은 2020년 1월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를 개설한 뒤 2021년 2월까지 운영하는 동안 회원 1만1000여명으로부터 1975억원을 입금받아 수수료 명목으로 118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FX마진거래는 두 개의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거래로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취득한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A씨 등은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았다. 회원들에게 5분 이내 단시간의 환율 등락에 돈을 걸도록 하고 맞추면 수수료 13%를 제외한 투자금의 1.87배를 지급하고 틀리면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도박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

적발된 A씨 등 3명은 모두 20대 후반이며 유사 전과가 1건 이상씩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다른 사설 FX마진거래 사이트에서 지점장 등을 맡으며 서로 알게 된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이 사이트 유지비 등 범행을 이어가는 데 사용한 돈을 제외한 나머지 4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부당이득에는 A씨 등이 사들인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수입차와 부동산 등이 포함됐다. 기소 전 몰수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 몰수 대상인 불법 수익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원의 처분이다.

경기남부청은 A씨 등이 운영한 사이트를 포함해 2019년 5월부터 2년 넘게 운영된 불법 FX마진거래 사이트 5곳을 적발했다. 이들 사이트의 범행 규모를 합하면 가입 회원 16만여명, 입금액은 1조3000억원이다. 사이트 운영자 등 적발된 인원은 238명이며 이 가운데 5명이 구속됐고 이들의 범죄수익은 1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이 사건은 두 개의 축이 교차한다. 필라테스 인플루언서가 연루된 주가조작에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의 조직 자금이 수혈됐다는 의혹과 수사 무마 의혹 경찰 라인이다.

실패한 작전
그리고 분쟁

이번 사건의 본질은 명확하다. 범죄조직 자금이 현금 형태로 유입되고, 증권사 내부 인력이 결합해 거래를 설계하며, 차명계좌와 배수계좌로 시세를 조종했다. 여기에 일부 경찰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며 수사 대응마저 관리된 정황이다. 검찰이 자금의 최종 출처와 지휘 구조, 그리고 경찰 유착의 실체까지 규명할 경우, 이번 사건은 국내 자본시장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대형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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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