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1억 체납자’에 기금 맡긴 서울시 논란

기금도 안 내는 사람한테 금고를?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21억 규모의 지역발전 기금이 장기간 미납됐지만, 수년간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금액은 소멸시효 문제가 지나 회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기금을 납부하지 않은 업체 대표가 주민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기금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장사시설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시설 운영과 관련한 민원과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장사시설 특성상 많은 규모의 방문객과 차량 이동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장례 절차가 집중되는 시간대에는 차량 출입이 늘어나고, 시설 이용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변 도로가 혼잡해진다.

소송으로
버티기?

무엇보다 장사시설이 인근에 위치할 경우 주거 환경 선호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문제다. 장사시설은 흔히 말하는 혐오시설이기 때문이다. 장사시설이 들어서면 인근 집값뿐만 아니라 지역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지역발전기금(수익지원금)’이다.

이 기금은 주로 지역 주민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이나 복지사업 등에 활용된다. 지역 전체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의 지원금인 셈이다. 이 기금은 부대시설의 수익금에서 발생한다.

장사시설 내에는 매점, 식당, 카페 등 부대시설이 함께 운영되는데, 이들 시설은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시설 운영권을 부여받는 대신 일정 금액을 납부하게 되며, 이 금액이 지역발전 기금으로 조성된다.

먼저 기관이 입찰 등을 통해 부대시설 운영 업체를 선정하고, 선정된 업체는 계약 조건에 따라 매년 일정 금액을 납부한다. 즉, 이 기금은 부대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구조다.

따라서 기금 납부 여부와 금액은 부대시설 운영업체와 공공기관 간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 계약 조건에 따라 매년 일정 규모의 금액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장사시설 내 부대시설은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부대시설 운영 규모가 크거나 이용객이 많은 경우, 하루 수천명 단위의 방문이 이뤄지면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부대시설 운영권은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다.

실제로 운영업체는 일정 금액의 지역발전 기금을 납부하는 조건을 감수하더라도, 운영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발전 기금 21억 3년 미납
계약 해지 후에도 영업 지속

문제가 된 장사시설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이다. 이 시설은 서울시가 설치·운영하는 공공 화장시설이다. 다만 시설 운영은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시설공단(이하 공단)이 맡고 있다.

공단은 2018년도 공개입찰을 통해 운영 업체를 모집했고, 이 과정에서 업체들은 부대시설 운영 조건으로 납부할 지역발전 기금 규모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업체는 ‘높빛’이라는 업체로, 매년 7억원 수준의 기금 납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높빛은 2018년 서울시립승화원 부대시설 운영권을 확보한 뒤, 2019년 1차년도 지역발전 기금 7억원을 납부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기금이 미납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업체 측은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기금 납부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기금이 미납되기 시작하자, 공단은 계약 해지 절차에 들어갔다. 공단은 기금 납부 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높빛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업체 측은 계약 해지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계약 해지를 둘러싼 다툼이 이어지게 됐다. 문제는 높빛 측이 계약 해지 통보 이후에도 즉시 시설에서 철수하지 않고, 일정 기간 부대시설을 계속 운영했다는 점이다.

높빛은 소송을 진행하면서 2년이나 운영을 지속해 왔다. 2019년 1차년도 기금 납부 이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기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을 이어왔고, 이로 인해 총 21억원의 미납금이 발생하게 됐다.

회수도
불투명

이 과정에서 업체는 서울시 측에 시설 사용에 따른 임대료는 납부하면서도, 지역발전 기금은 납부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2년 강제집행을 통해 해당 부대시설 영업장이 폐쇄되면서 운영은 종료됐지만, 미납된 기금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됐다.

문제는 이후 대응 과정이다. 공단과 서울시는 2020년부터 기금 미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채권 회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계약상 매년 납부해야 하는 금전 채무가 발생한 경우 통상적으로는 채권 보전 조치가 뒤따라야 하지만, 장기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높빛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총 21억원의 기금을 납부하지 않았음에도, 공단은 해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회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2022년 강제집행을 통해 영업장이 폐쇄될 때까지도 미납금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피해 지역 주민들과 고양동 주민자치회, 직능단체장협의회 등이 서울시와 감사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문제 제기가 이어진 뒤에야 공단과 서울시는 일부 미납금에 대한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다만 소멸시효 만료를 앞둔 시점에서 마지막 년도 미납금 약 7억5000만원 규모에 대해서만 민사소송이 제기됐다. 전체 미납금 21억원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만 뒤늦게 소송이 진행된 것이다. 나머지 미납금은 소멸시효가 이미 경과한 상태여서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간 별다른 채권 보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상당 금액이 사실상 회수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8억을
또 지급?

더 큰 문제는 해당 업체가 이미 법인 해산 상태라는 점이다. 법인이 해산된 경우 채권 회수는 더욱 까다로워지며, 실질적인 변제가 이뤄지기 어렵다. 결국 7억5000만원마저도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납금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사시설 관련 주민협의회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서울시립승화원 부대시설 운영과 관련된 주민협의회는 2012년 서울시와 고양동 일대 주민들이 체결한 ‘부대시설 운영권 부여 합의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 합의서는 고양동 18·19·20통과 원신동 5통 등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부대시설 운영과 관련한 권리를 일부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해, 화장장 부대시설에서 발생하는 돈을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약속이다. 이에 따라 지역발전 기금은 주민들을 위한 재원으로 쓰이게 되고,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기 위해 주민 대표들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필요하게 된다. 이 역할을 맡는 것이 바로 주민협의회다.

하지만 당시 협의회 내부 갈등과 운영 문제 등이 겹치면서 2018년 서울시는 기존 주민협의회를 해산시켰다. 문제는 이후 과정이다. 2020년 2월, 고양시는 ‘주민협의회 재구성 명단’이라는 공문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이 공문은 협의회가 다시 구성됐다는 취지의 자료였지만, 서울시는 이후에도 협의회가 정상적으로 재구성됐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1년 고양시에 공문을 보내 협의회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전달했고, 2024년에도 “재구성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없고 회의록도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의회는 사실상 운영을 이어왔다.

수년 미납금 방치…채권 관리 도마 위
서울시, 소멸시효 앞두고 뒤늦게 소송

이 같은 상황에서 2025년 3월, 높빛 대표였던 B씨가 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B씨는 앞서 21억원의 지역발전 기금을 납부하지 않은 업체의 대표이기도 하다.

주민협의회는 법으로 정해진 공식 행정기구가 아니라, 운영 규정에 따라 구성원이 참여하고 내부 의결로 회장을 선출하는 구조다. 즉, 일정 자격을 갖춘 구성원으로 포함되면 내부 절차를 통해 회장 선출이 가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높빛 대표도 협의회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내부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선출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협의회가 실제로 주민들을 제대로 대표하고 있는지 여부다. 관계자 A씨에 따르면 협의회 구성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일부 구성원이 실제 피해지역 주민이 아니거나,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표가 아닌 인물들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A씨는 “실제 구성원의 10명 중 6명이 피해지역 주민이 아니며, 피해지역 주민 4명도 총회 선출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협의회가 정말 주민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당초 합의서 취지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기금을 관리하는 구조였지만, 실제 운영은 그 취지와 다르게 흘러갔다는 주장이다. 특히 2025년 5월, 서울시가 해당 주민협의회를 사실상 기존 조직의 연속으로 인정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이 결정에 따라 과거 높빛에서 최초 납부했던 기금이 다시 협의회로 지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2026년에도 약 8억원 규모의 지역발전 기금 예산이 편성·통과됐다. 이에 A씨는 “협의회 구성원의 선출 과정도 불분명한데 기존 협의회와 같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요시사>는 서울시 관련 부서에 “현재 주민협의회 회장이 21억원 규모의 기금을 미납한 업체 대표가 맞느냐”고 질의했고, 해당 부서는 “그 사람이 맞다”고 답했다.

믿을 수
없는 상태

채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법원에 채권 확보를 요청한 상태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자는 공단이지만 해당 업체가 법인 파산 상태여서 실제 확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수 조치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그동안 회수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시점과 경위에 대한 추가 질의에는 “자료 확인이 필요하다”며 답변을 유보했고, 이후 별도의 설명은 이어지지 않았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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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