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주택시장 3대 프리미엄

초강력 부동산 대책이 연이어 나오면서 시장을 뒤흔들었지만, 모든 부동산 상품이 동일한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지역, 희소성이 높은 상품, 경쟁력을 키운 단지 등이 새로운 투자처나 거주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수도권 청약시장의 명암이 10·15 대책 발표 후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규제 지역은 공급을 미루거나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반면, 비규제 지역은 청약을 노린 수요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 업계에서는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투자처

한 부동산 전문업체에 따르면 올 11월 전국 분양 물량은 총 51곳, 4만5507가구(임대 포함·오피스텔 제외)로 예상됐다. 이 중 일반분양은 3만815가구다. 권역별 일반분양 물량은 수도권 2만2548가구, 지방 8267가구다. 시·도별 기준 ▲경기 1만7507가구 ▲인천 4455가구 ▲울산 1783가구 ▲충남 1556가구 ▲경남 1501가구 등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청약 수요는 비규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포풍무 호반써밋’이다. 이 단지는 ‘비규제 프리미엄’에 힘입어 최근 진행된 청약에서 평균 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비슷한 시기 분양에 나선 대우건설 ‘풍무역 푸르지오 더 마크’ 역시 평균 17.42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 비규제 지역에 대한 수요 쏠림이 확연히 드러난 대목이다.


매매시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부담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비규제 지역 중심으로 매수세가 확산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상이 단기적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여력이 충분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비규제 지역으로의 쏠림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망 프리미엄’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따라 시세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차이가 나는 사례가 늘면서, 탁월한 조망권은 단순한 주거 만족도를 넘어 중요한 자산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한강, 숲, 호수 등 자연 경관을 품은 단지들은 희소성까지 더해져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본동 한강변에 위치한 ‘래미안 트윈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 9월 2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동작구에 위치하지만 한강 조망이 어려운 ‘e편한세상 상도 노빌리티’의 동일 면적대가 19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조망권 여부가 2억원 이상의 시세 차이를 만든 셈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숲 조망 단지도 비슷한 양상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 9단지’ 전용 84㎡는 단지 바로 앞 구봉산 숲 조망이 가능해 올해 6월 최고가 15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인근에 위치하나 아파트에 둘러싸여 숲 조망이 어려운 ‘현대아파트’의 동일 면적대 최고가는 14억9000만원으로, 고덕주공 9단지와 6000만원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자연 조망권을 갖춘 단지는 청약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9월 1순위 청약을 진행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춘천 레이크시티 2차 아이파크’는 평균 27.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춘천에서 2년 만에 전 타입 마감에 성공했다.


의암호와 공지천 호수 조망에 더해 의암공원과 생태공원까지 누릴 수 있는 입지 조건이 수요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주차 프리미엄’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등록 대수는 사상 최다를 기록하는 등 주차 전쟁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넉넉한 주차 공간을 갖춘 단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규제 프리미엄
조망권 프리미엄
주차장 프리미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는 총 2640만8276대로, 전년 동월(2613만4475대) 대비 약 1% 증가했다. 이는 인구 1.94명당 차량 1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아파트 내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K-apt공동주택관리시스템을 통해 관리비 공개 의무 단지를 살펴본 결과 전국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주차 대수는 1.04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 세대로 범위를 좁혀봐도 1.19대에 그쳤다. 가구당 1대를 겨우 주차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주차 문제는 아파트 입주민의 고질적인 불편 사항으로 꼽힌다.

아파트 생활 지원 플랫폼 ‘아파트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접수된 약 10만여건의 민원 중 ‘주차’ 관련 민원 비중은 33%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소음(20%)’이나 ‘흡연(19%)’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주차난은 단순 불편을 넘어 생활 안전까지 위협한다. 퇴근 후 단지 내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수차례 돌거나, 통로를 막는 이중주차, 불법주차로 잦은 분쟁이 발생한다. 또 긴급차량 진입을 막아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심각한 안전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입주민들에게 넉넉한 주차 공간은 필수 주거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다.

자동차 등록
사상 최다

지난 8월 경기 과천에서 분양한 ‘디에이치 아델스타’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159가구 모집에 8315명이 몰리며 1순위 평균 52.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세대당 1.79대에 달하는 주차 공간을 확보한 것이 청약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앞서 4월 경기 의왕시에 공급된 ‘제일풍경채 의왕고천’ 역시 세대당 1.5대에 달하는 주차 공간이 부각되며, 1순위 청약 당시 평균 21.58대 1의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차난은 생활 불편을 넘어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세대당 1.5대 이상의 주차 공간은 이제 아파트 가치를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가 됐다”며 “앞으로도 주차 인프라가 넉넉한 단지가 청약시장과 실거래 모두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근 뜨는 3대 주택 프리미엄 단지.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1차= BS한양이 경기 김포시 사우동 173-1번지 일원에 건설하는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1차’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9층, 10동 1071가구 규모다. 전용면적 59㎡ 321가구, 84㎡ 750가구로 구성된다. 김포 북변 4구역 재개발에 이어 김포에 또다시 선보이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이번 1차에 이어 향후 2차 분양도 예정돼있다. 2차는 지하 2층~지상 28층, 7동 639가구 규모로, 1차 바로 옆 부지에 들어선다.

전면에 방 3개와 거실을 배치한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설계돼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다. 모든 가구에 드레스룸과 복도 팬트리가 제공돼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일부 평형은 침실 사이에 있는 가벽을 뚫어 공간을 다양하게 바꿀 수도 있다.

날씨와 상관없이 농구와 풋살 등을 즐길 수 있는 다목적 체육관을 포함해 피트니스센터, 실내 골프 연습장, 탁구 연습장, 샤워실, 건식 사우나, 키즈 라운지, 스터디카페, 공유 오피스 등이 들어선다. 지상 1층에는 다양한 테마의 조경시설을 곳곳에 배치해 단지 인근의 근린공원까지 연결되도록 꾸몄다.

10·15 ‘풍선효과’ 본격화
조망 여부로 억대 시세 차이
넉넉한 주차 공간 단지 대세

가장 큰 장점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전용 59㎡ 분양가가 5억원 초반에서 중반까지, 전용 84㎡는 6억원 중반부터 7억원 초반대로 책정됐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규제 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김포는 여기서 제외돼 대출 제한이나 실거주 의무 등의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분양 관계자는 “비규제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합리적 가격과 풍무·사우 듀얼 생활권이라는 입지적 강점을 바탕으로 인근 지역은 물론 서울 수요까지 적극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라비움 한강= 디오로디엔씨가 초고층 주상복합 ‘라비움 한강’을 분양한다. 지하 7층~지상 38층으로 전용면적 40~57㎡ 소형주택 198세대와 전용면적 66~210㎡(펜트 포함) 오피스텔 65실 등 총 263세대로 조성된다. 오피스텔 일부(전용면적 114~210㎡)는 펜트하우스 타입으로, 희소가치를 갖춘 차별화된 주거 공간으로 설계된다. 지하 1층~지상 3층에는 근린생활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최고 38층 초고층으로 조성돼 파노라마 뷰를 갖춘 점이 특징이다. 남동향 세대에서는 서강대교, 마포대교, 밤섬, 여의도를, 남서향 세대에서는 양화대교, 당산철교, 여의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서향에서는 양화대교, 성산대교, 선유도를, 동향에서는 신촌, 남산, 북한산 조망이 가능하다.

분양 관계자는 “라비움 한강은 합정역 도보 1분 거리 초역세권이며 희소성 높은 한강변에 위치해 한강 조망이 가능해 관심이 높다”며 “최상급 인테리어 등 하이엔드 주거시설로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프 한신더휴 수원= 계룡건설과 한신공영 컨소시엄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당수1지구에 들어서는 ‘엘리프 한신더휴 수원’을 공급한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3층, 전용면적 74~120㎡, C3BL 452가구, D3BL 697가구 총 1149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시공은 계룡건설과 한신공영, 신흥건설이 함께 맡는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로 인근 시세 대비 합리적인 분양가가 예상된다.

랜드마크
대표 단지

생활 인프라가 밀집한 호매실지구와 인접해 있으며, 인근 당수1·2지구 및 호매실지구를 중심으로 약 3만3000세대 규모의 신 주거벨트가 조성되고 있다. 4베이 위주 설계에 일부 세대 돌출형 발코니, 현관 창고·드레스룸·펜트리 등 수납 특화 구조를 적용했다.

단지는 전 세대 남향 위주 배치로 일조권을 확보했으며, 특히 세대당 2대 주차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법정 대비 최대 3배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C3BL 약 2.8배, D3BL 약 3배)에는 스카이라운지, 피트니스센터, 키즈룸 등 고급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분양 관계자는 “입지·상품·브랜드의 3박자가 조화를 이룬 서수원 대표 랜드마크 단지로, 당수1지구 내 일반분양 최초의 브랜드 대단지라는 상징성이 크다”며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로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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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