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외환죄 규명 불가능 결론 내막

여태 수박 겉만 핥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법 개정으로 3차 연장이 가능해졌으나 핵심인 외환 의혹 규명은 미궁 속이다. 실체가 드러난 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뿐이다. 특검팀이 피의자 대다수에 외환죄가 아닌 이적죄를 적용한 이유로 해석된다.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수사를 이번 주 안에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본래 지난달 기소하려 했지만 혐의 사실 등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노상원 수첩’에 관한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산더미다.

핵심은
빠졌다

박지영 내란 특별검사보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언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외환 의혹과 관련된 대상자들에 대해서 다음 주 중으로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해 한국군이 평양으로 무인기를 침투시킨 작전이 북한을 자극해 12·3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고자 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등이 북한과 사전에 통모한 정황을 찾지 못했고, 핵심 관계자들에게 외환 유치죄가 아닌 군사상 이익을 해하는 등의 수준에서도 성립되는 일반 이적죄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해당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등을 불러 조사해 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내란에 동조했다고 판단한 주요 국무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주춤한 모양새다.


특히 APEC 행사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외환’ 관련 일정을 늦췄다는 게 중론이다. 일반 이적죄는 외환 유치죄와 달리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범죄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드론사에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 등을 지시했고, 무인기가 평양 인근에 추락하면서 작전·전력 등 군사 기밀이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불러 작전 실행 과정과 보고 경로를 파악했다. 조사 과정에서 작전 계획 단계인 지난해 6월, 군 지휘 계통이 아니었던 김 전 장관이 군 핵심 관계자 다수에게 비화폰으로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물어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만 규명 북풍은 빠져
윤 포함 다수 피의자 외환죄 아닌 이적죄 적용

특검팀은 지난 7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당시 특검팀이 압수수색한 곳은 국방부와 드론사, 드론사 예하 백령도 부대, 국가안보실, 합동참모본부, 국군방첩사령부 등 24곳이다.

특검팀 압수수색을 통해 “지난해 10~11월 총 10여회 대북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졌다”는 내부 보고서를 확보했다. 기존에 알려진 2~3회보다 세 배 이상 많다.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 대대 외에도 연천 대대 등이 작전에 관여했다.

합참은 북한의 2022년 12월 무인기 용산 침투, 2023년 5~11월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등 도발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무인기 침투 작전을 세웠다.


한 군 관계자는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직접 작전 계획 등을 보고했고, 국방부에도 관련 내용이 공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도 소환 조사했다. 당시 교도관이 체포영장 발부 사실과 집행 계획을 알리자 윤 전 대통령이 자진 출석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조사에 응한 윤 전 대통령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일부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의 수사 종료일은 이달 14일이지만 특검법 개정으로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해 최대 내달 14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 특검팀은 내부적으로 기간 연장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소환했다. 특검팀은 여 전 방첩사령관을 일반이적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했다. 그가 일반이적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 등 방첩사가 지난해 10~11월 진행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인지하거나 관여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북한 통모
확인 실패

드론사 방첩부대는 지난해 6월4일, 무인기 작전에 대한 동향 보고서에서 ‘상부 지시로 추정되는데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상부 지시가 아니라고 한다. 방첩사령관에게 직접 설명하겠다고 한다’는 내용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령관은 이튿날인 6월5일 여 전 사령관에게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무인기 작전 전후 주요 시기마다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지난해 6월16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김 전 사령관,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 등에게 잇따라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물어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9∼12월 김 전 사령관과 20여차례 통화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무인기 작전 시행일을 비롯해 주요 국면마다 양측 간 연락이 오갔다고 한다. 이른바 ‘V(대통령)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이 작성에 직접 관여했으며, 이를 보고했다는 내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군정보사령부도 평양 작전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검팀은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 관계자로부터 “지난해 여름 정보사에서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드론사에서도 비슷한 문의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국과연 관계자는 “정보사에서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는지 문의해 와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며 “드론사에도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고 진술했다.


정보사와 드론사가 국과연에 문의한 시기는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과 관련해 대통령실 보고용 ‘V(대통령) 보고서’를 기획 단계부터 작성하던 시기와 겹친다.

검증도
못했다

특검팀은 드론사가 지난해 6월 드론을 북한으로 날리기 위한 기획팀을 만들고, 7월에는 V 보고서를 작성한 후 8월 이후엔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판단한다. 국과연은 해당 드론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고, 드론사 내부에 무인기를 개발하는 별도의 부서가 있어 자체적으로 전단통을 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드론 등 무인기에 대해 정보사가 전단통 부착을 문의한 게 이례적이라고 보고 ‘북풍 유도’를 목적으로 드론을 날리기 위해 드론사와 정보사가 정보를 교환하는 등 소통한 게 아닌지 수사했으나 결론을 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국과연은 국방·안보에 사용되는 드론 개발 등을 담당한다. 무인기에 전단통을 부착한 후 일명 ‘대북 삐라’를 넣으면 북한을 자극해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긴장 국면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했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여러 개를 남한에 살포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군 정보기관 연루 의혹도 오리무중
‘노상원 수첩’ 직접 증거 안 되나

노 전 사령관이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건 해당 수첩과 거리가 멀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한 수첩에서 정치인 등 명단이 구체적으로 적힌 점을 근거로 그가 폭동 행위와 별개로 계엄 상황에서 일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살인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검팀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을 기반으로 지난달에 조사가 이뤄지긴 했지만 ‘북풍 공작’에 관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이 압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과 진보 성향 인사 명단과 함께 ‘수거팀 구성’ ‘수거 대상 처리 방안’ 등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수거 대상 처리 방안으로는 ‘GOP(일반전초) 선상에서 피격’ ‘바닷속’ ‘연평도 등 무인도’ ‘민통선 이북’ 등이 적혔다.

특검팀은 대법원의 1997년 5·17 판례를 바탕으로 노 전 사령관에게 이미 기소된 혐의와 별도로 살인예비음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재판부는 ‘폭동’을 국헌 문란의 수단으로 하는 내란죄와 ‘살인’을 수단으로 하는 내란목적살인죄를 구분하면서 특정 대상을 미리 지목하고 살인을 저지르면 내란죄와 별도의 내란목적살인죄가 적용된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특정인 또는 일정한 범위 내의 한정된 집단에 대한 살해 자체가 의도적으로 실행된 경우, 이런 살인 행위는 내란에 흡수될 수 없고 내란목적살인의 별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특검팀은 이 판례를 근거로 노 전 사령관이 체포 명단으로 추정되는 인물 명단을 작성하고 구체적인 살해 계획을 적어뒀다면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앞서 개정특검법안에 따라 수사 대상이 자수·고발·증언할 경우 형을 감면해주는 ‘플리바게닝’을 노 전 사령관에게 제안했지만 노 전 사령관 측은 “이미 충분히 진술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 속 이름을 살해 대상 명단으로 볼 수 있는지 법리 검토를 거쳐 노 전 사령관의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워지는
수첩 명단

박 특검보는 “노 전 사령관 수첩에 (관련 내용이) 기재됐다고 해서 바로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라고 보긴 어렵다”며 “예비음모죄를 판단하려면 예비의 준비 행위라고 볼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인 목적이 있었는지 등 법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후 법적 판단은 (노상원 수첩을 비롯해) 여러 정황 등을 같이 검토해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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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