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빌린 물건은 가능한 한 원래 상태로 돌려주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최근 월세를 미납한 데다 집까지 훼손한 세입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지난 21일, ‘세입자한테 갑질을 당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세입자 퇴거일이 다가와 며칠 전 집을 확인했는데, 짐은 일부 남아 있었지만 사람 사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며 “청소 한 번 하지 않은 듯 썩어있었고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옵션 가전은 버려야 할 지경이었다. 몰래 동물을 키웠는지 지린내도 진동했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세입자는 모텔을 전전하다가 지난 2018년 말 입주했던 모녀였다. 그는 자신의 첫째 아이와 또래인 딸을 보고 동정심이 들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이라는 저렴한 조건으로 입주를 허락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문제가 드러났다. 그는 “별 문제 없이 지내왔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와 세입자의 통화 내용을 통해 사정을 알게 됐다”며 “이미 보증금을 모두 소진하고도 200만원가량의 월세를 미납했으며, 아내에게서 현금 1700만원을 빌린 상태였다. 또 목걸이까지 가져가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세입자는 “딸 학비가 부족해 빌렸다”고 해명했지만, A씨는 “확인해보니 사실과 달랐다.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다가 경찰 단속으로 재산이 압수됐던 것”이라며 “이에 지난 4월 공증사무실을 찾아 2900만원 규모의 채무 서류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월세는 천천히 줘도 되니 집을 일단 비워달라고 요구했지만, 세입자는 ‘내년 2월 딸 대학 갈 때까지 안 된다’고 고집했다”면서 “결국 지난 20일까지로 약속했지만 아직도 나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살지도 않으면서 한부모가정 월세지원금 등을 챙기려고 버틴 것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최근엔 되레 저희에게 큰소리치고,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사실혼 관계인 남자분과도 만나기로 했는데, 막상 당일에 전화하니 받지 않는다”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지혜를 나눠달라”고 호소했다.
사연을 접한 회원들은 “애초에 동정심에 받아줬으면 안 됐다. 방법은 민사뿐인데 과연 받아낼 재산이 있을까?” “복구 비용이 적잖이 들겠다” “현실적으로 답이 없다” “이런 애들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다른 분들이 피해를 입는 것” “아내분 돈 관리 못하게 하라. 착해서 다 퍼주실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한 회원은 “소송해서 하루빨리 내보내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며 “제 경우 소송 기간은 6개월이었고, 비용은 약 500만원 들었다”고 조언했다.
그는 “세입자가 18개월간 원룸 월세를 연체해 ‘보증금 500만원을 돌려줄테니 나가달라’고 제안했으나, 싫다고 버텨 소송까지 갔다”면서 “집행 당시 보증금을 요구했지만 ‘그 돈은 소송비로 다 썼다’는 말과 함께 쫒아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경우, A씨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 조치가 제한적이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여금반환청구 등 민사소송을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변제 능력이 없다면,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세를 연체한 세입자를 법적으로 내보내는 것은 가능하다. 민법 제640조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르면 세입자가 월세를 2기(두 달분) 이상 연체한 경우,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때 미납 사실 등을 명시한 내용증명을 발송했음에도 임차인이 퇴거하지 않는다면, 명도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해야 한다. 다만 명도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실제 퇴거까지는 통상 4~6개월가량이 소요돼, 임대인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해석이다.
지자체에 주거급여 부정수급 의심 신고를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보장 기관(시장·군수·구청장)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필요 시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급여를 편취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환수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A씨가 미납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지자체의 환수 조치는 부정수급된 정부 예산을 회수하는 절차일 뿐, 임대인에게 전달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일요시사>는 23일 A씨에게 ▲세입자와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 ▲현재 대응 상황 등을 묻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kj4579@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