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자신의 가게를 차리려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이번에는 법무법인을 믿었다가 또 당했다. 절박했고 법률 지식이 없던 피해자는 법무법인의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피해자의 절박함을 이용해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했으며, 이렇게 배정된 변호사는 무성의하게 피해자의 말만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법적인 지식이 없는 한 피해자가 사기를 당한 후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를 선임했다. 전문가를 믿은 피해자는 무성의한 법무법인에 뒷통수를 맞았다. 이후 피해자는 법무법인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환불을 요구했지만, 법무법인 측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동아줄
서울에 거주 중인 자영업자 A씨는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자신의 가게를 차렸다. 그가 직원으로 근무할 당시부터 친분이 있었던 본사 담당자 B씨에게 “내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밝히자 B씨는 서울 종로구에 좋은 자리가 있다며 현재 매장 위치를 소개해줬다.
B씨는 당시 해당 매장에서 월 매출 5000만원이 나오며 이미 해당 프랜차이즈의 직원이었기에 교육비를 면제해 주겠다고 A씨를 꼬셨다. A씨는 해당 매장 위치를 살펴봤을 때도 유동 인구도 많고 건물에 입주해있는 사무실도 많아 매출 걱정은 없겠다는 생각에 B씨에 대한 신뢰로 추천해준 위치에 상가 계약을 맺었다.
이후 프랜차이즈 가맹비와 부동산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B씨에게 18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B씨의 말과는 달리 월 매출은 1000만원가량이었다. 이런 사정에 대해 A씨가 B씨에게 토로하자 “지금 적응 중이라 그런 것” “시식 행사 같은 걸 해서 손님을 모아 보자” 등의 이야기만 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때쯤부터 B씨는 A씨의 연락도 잘 받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A씨는 전 임대인, 다른 지점장들과 연락하며 자신의 의문을 해소했다. 전 임대인에게서는 가게를 운영할 당시 월 매출에 대해 물었고, 점주들에게는 가맹점을 차리면서 가맹비를 제외한 다른 수수료를 본사 담당자 등에게 준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건물주와 직접 임대차계약을 한 것이라 복비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본사 담당자에 속아
약 1억8000만원 손실
A씨는 해당 문제에 대해 B씨에게 말했지만 그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B씨는 “교육비를 면제해주고 좋은 상권에 자리를 얻어주면서 인테리어 지원금도 15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올려주지 않았냐”며 “이런 노력에 대한 수고비 명목을 돈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자 A씨는 B씨를 부당이득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고소인 조사를 마친 A씨는 경찰의 반응이 좋지 않고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 진전이 없자, 인터넷 검색을 통해 광고로 유명한 C 법무법인에 상담을 요청했다.
A씨는 C 법무법인과의 상담 전에 B씨에게 당한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가지고 있는 증거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과 송금증뿐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상담 당일 상담에 참여한 변호사가 증거 유무와는 상관없이 “이런 사건은 사기죄로 고소해서 피의자가 압박감을 느끼고 합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누가 감옥에 가고 싶겠냐. 바로 합의를 해올 것”이라며 사기죄로 고소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법률 지식이 없던 A씨는 전문가인 변호사를 믿고 절박한 심정으로 변호사가 이야기한 수임료 1000만원을 바로 결제하고 C사와 계약했다. A씨는 해당 계약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두 가지 계약 중 하나라고 했다.
거액의 수임료를 냈으며 가맹 거래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변호사를 선임한 A씨는 한숨 돌렸다고 생각했다. 상담 당시 ‘사기죄로 고소해야 한다’는 말을 믿고 변호사가 작성한 고소보충의견서만을 믿었다.
하지만 사건은 이런 노력에도 불송치로 끝났다. A씨는 당시 불송치가 된 이유가 자신이 가진 증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C사와의 동행을 마치고 A씨는 직접 검찰에 이의신청을 하는 등 나홀로 소송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고소인이 피의자의 진술조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1000만원이나 주고 선임한 변호사가 피의자의 진술조서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고소보충의견서를 작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절박함에 변호인 계약
이후 조서도 보지 않아
해당 고소보충의견서에서는 피의자의 진술조서와 제출한 증거를 확인했다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할 필요가 없는 점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C사와 수임 계약서에 명시된 ‘변호사의 과실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근거로 C사에 배상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C사는 해당 사건이 불송치된 이유는 A씨가 증거를 제공하지 않았기에 불송치가 된 것이라며 책임 소재를 A씨에게 떠넘기고 배상하지 않았다.
<일요시사>와 만난 A씨는 “사건 수임 후 변호사는 그저 내 말을 받아쓰기만 했다”며 “1000만원이라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사건을 맡게 된 변호사라는 연락과 고소보충의견서를 작성하고 제출했다는 메일만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소보충의견서 초안도 그저 B씨에게 속은 1800만원에 대해서만 적혀있었다”며 “상담 당시 B씨가 얻은 부당이득이 1800만원이고 가게를 오픈할 때 들었던 1억5000만원에 대한 손해배상도 원한다고 했지만, 고소보충의견서를 제출할 때가 돼서야 ‘제3자 사기로 인정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증거를 제공하지 않아 사건이 불송치됐다고 하지만 사건 수임 전 피의자 조사까지 다 끝난 상황에 피의자가 경찰에 제출한 증거조차 확인해보지 않았고, 심지어 상담 당시 말한 것도 기억하지 못한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C사의 문제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 윤리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고소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변호사회 윤리팀은 해당 진정을 기각했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결만 남은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은 변호사의 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대형 로펌들의 시스템은 상담 변호사와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가 나뉘어져 있다”며 “이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상담팀과 수임팀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하며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는 성실하게 맡은 사건을 다시 되짚어봐야 하는데 C사는 이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도 서울지방변호사회 윤리팀이 징계를 내리지 않고 진정을 기각한 것은 의문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성실 의무 위반
이어 “변호사 수임 단계가 있는데 경찰 조사 단계에서 1000만원의 수임료는 과도하다는 느낌도 있다”며 “직급에 따른 수임료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형사사건의 경찰 조사 단계의 수임료는 300만~500만원 선”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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