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국제연합(UN)이 지정한 파키스탄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라슈카르 에 타이바(LeT)’ 소속 조직원이 국내에 불법으로 잠입해 활동하다가 사법 당국에 처음으로 붙잡혔다.
8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안보수사과는 테러방지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파키스탄 국적의 40대 남성 A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파키스탄 현지에서 LeT에 가입했으며, 조직이 운영하는 캠프에서 기관총과 박격포, 로켓추진유탄(RPG) 등 중화기 사용법과 침투 기술을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정식 대원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사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방문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지난해 9월 비자를 부정하게 발급받았고, 같은 해 12월 한국 땅을 밟은 뒤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국내에 머물러 온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소속된 LeT는 1980년대에 결성돼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비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 무장 단체다. 특히 2008년 인도 뭄바이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를 일으켜 166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배후로 지목됐으며, 2005년 UN에 의해 공식 테러단체로 지정됐다.
경찰은 최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관련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섰으며, 서울 이태원 일대에서 A씨의 신병을 확보해 지난 2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UN이 지정한 테러 단체 소속원이 국내에서 체포돼 구속된 것은 이번이 최초의 사례다. 2016년 제정된 테러방지법을 적용해 실제 형사 처벌로 이어지는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경찰은 국내에 다른 공범이 있는지, 테러 자금을 조성하거나 해외로 보냈는지 등 추가 혐의를 밝히기 위해 국정원과 긴밀한 공조 수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 폭탄 테러도 서슴지 않는 위험한 단체의 조직원이 검거된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며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잠재적 테러 위협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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