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에 오피스텔 재주목

서울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한동안 시들했던 오피스텔이 ‘아파트 대체재’로 다시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기준금리 인하와 전세의 월세화 등이 맞물리면서 오피스텔로 다시 눈을 돌리는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오피스텔 매매거래량(계약일 기준)은 5979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거래량이 4683건이던 것과 비교하면 약 27.7% 증가한 수준이다. 6월 말까지 신고 기한이 남은 만큼 5월 최종 거래량은 6000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월~5월
거래량 ↑

오피스텔 거래량은 집값 급등기인 지난 2020~2022년 연간 1만5000건을 상회했다. 2021년에는 1만9930건까지 치솟았다. 이후 2023년 8984건으로 내려앉았고 지난해에는 1만966건을 기록했다.

당시 아파트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이 추진되면서 아파트와 유사한 구조와 평면을 가진 오피스텔로 수요자들의 발길이 옮겨갔다. 오피스텔은 청약통장, 거주지 제한, 주택 소유 여부 등과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고, 당시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최대 70%까지 가능했다.

오피스텔은 정부 규제가 점차 강화되면서 인기가 사그라졌다. 단기간 기준금리가 급등하고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등이 겹치며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전세 사기 여파가 덮친 것도 한몫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집값 호황기 당시 분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수익형 부동산시장을 좌우하는 금리 수준이 낮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거래가 늘면서 오피스텔 가격도 상승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2019년 1월=100)는 올 1월 123.5에서 5월 123.8로 4개월 연속 올랐다.

아파트 상승세 지속으로 한동안 시들
정부 규제도 점차 강화되면서 인기 뚝

서울 서초구 ‘서초트라팰리스’ 전용 84㎡는 지난 3월 종전 최고가 대비 4억원 오른 11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 ‘도곡푸르지오’ 전용 113㎡는 4월 17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 5월 중구 ‘힐스테이트청계센트럴’ 전용 34㎡는 4억4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양천구 ‘목동파라곤’ 전용 82㎡ 역시 같은 달 14억6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월세화가 속도를 내면서 임대 수익을 꾀하기에도 유리해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은 4.8%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수도권에 국한해서 보면 오피스텔은 아파트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로 인식된다”며 “서울 아파트 값이 워낙 비싸서 이제 사기 힘들어지다 보니 오피스텔, 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수요가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점차 방 2개 이상 갖춘 서울 역세권 중심의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로 신혼부부 등 젊은 수요층이 몰리면서 시장이 어느 정도 살아나지 않을까 전망된다”며 “정부가 지난 6월28일부터 6억원 이상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대형 평형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와 유사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으나, 대출 금액 상한 기준 적용을 받지 않아 반사이익을 볼 듯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에서 분양(예정) 중인 주거용 오피스텔.

▲더파크사이드 스위트= 일레븐건설은 용산 이태원 유엔사 부지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더파크사이드 서울’을 분양한다. 전용면적 53㎡, 74㎡, 185㎡ 등 3가지 타입으로 구성된다. 약 4만4935㎡(약 1만3592평)에 주거시설, 호텔, 문화시설 등이 조성되는 복합용도개발(MXD) 대규모 프로젝트다. 쇼핑·문화·여가 등 다양한 상업시설이 단지 내에 조성되기 때문에 편리한 원스톱 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다.

시공사는 현대건설로 사업비 약 13조823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시행사 일레븐건설은 땅값만 1조원을 주고 산 만큼 전사적 역량을 기울여 명품 주거단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거래 늘면서
가격도 상승

첫 번째로 ‘더파크사이드 스위트’ 오피스텔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지하 7층~지상 20층, 총 4개동, 775실(53~185㎡) 규모로 건축될 예정이다. 정부의 오피스텔 규제 완화로 전 세대에 발코니를 설치하면서 공간 활용도·내부 쾌적성을 높였다.

준공 예정일은 2027년 상반기다. 내부는 해외 고급 브랜드 제품이 사용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DA건축·SKM·정림건축·범건축·서안조경 등 다양한 건축사가 참여한다.

국내 최초 글로벌 6성급 호텔 브랜드인 로즈우드 호텔이 단지 내에 들어서서 직접 고급 커뮤니티시설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 세계 31개 도시에 자리 잡은 로즈우드 호텔은 각 지역의 역사·문화·전통 등을 세심하게 담아 고객 개인에 맞춰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더파크사이드 스위트’도 일반적인 호텔식 서비스가 아닌 6성급 호텔이 직접 운영하는 특별한 서비스로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전세의 월세화 맞물려
다시 눈 돌리는 수요 다시 느는 양상

고급 커뮤니티시설은 독립형 식당, 카페, 피트니스 센터, 요가 스튜디오, 수(水)치료 풀장, 사우나, 골프클럽, 파티룸 등이 예정돼있다. 로즈우드 호텔과 함께 대형 유통사가 운영하는 3만9000㎡(약 1만1000평)의 상업시설인 ‘더파크사이드 몰’이 오픈 예정이다. 이곳은 하이엔드 푸드마켓을 포함해 다양한 숍들로 구성된다. 입주민과 방문객이 쇼핑·문화생활을 원스톱으로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 밖에도 단지 중앙에는 용산공원(약 90만평)과 이태원을 연결하는 330m의 ‘더파크사이드 웨이’ 보행 통로까지 갖춰질 예정이다. 또 차 없는 보행로로 다양한 고급 브랜드숍이 조성된다. 여기에 다양한 문화 및 축제가 펼쳐지는 ‘유엔 플라자’ 광장까지 마련된다.

분양 관계자는 “이태원역, 녹사평역(6호선)에 인접하며, 맞은편에 거대한 자연을 품은 용산공원(약 90만평)이 위치하고 있다”며 “용산은 국가의 대사관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으며, 향후 이곳으로 미국대사관이 이전될 예정이다. 또 한남뉴타운, 수송부지, 캠프킴, 용산정비창 등의 대규모 개발 호재도 마련돼 미래가치까지 우수하다”고 전했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도시개발사업지구 CP2블록에 선보인 오피스텔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분양 중이다. 지하 6층~지상 15층 5개동 규모의 복합 주거단지로, 오피스텔 전용 45~103㎡ 총 876실과 판매시설, 업무시설, 부대시설 등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8월 준공돼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마곡지구 내 모처럼 들어서는 신축 브랜드 단지에 걸맞은 차별화된 상품성도 갖췄다. 다채로운 평면 구성과 1.5룸, 2룸, 3룸 설계를 통해 1인 가구부터 4인 가구까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타입별로 발코니 면적을 제공해 실사용 공간을 넓혔다.

전용 69㎡ 타입은 3베이 판상형 구조를 적용해 통풍 효율을 극대화했고, 전용 91㎡ 타입의 경우 3면 개방 타워형 설계를 통해 탁 트인 도심 뷰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이탈리아산 미끄럼방지 타일을 필두로 벽과 상판, 주방 가구 등도 LEICHT, GIORDANO, MIELE, FALMEC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각 실별로 현관 중문과 전기오븐을 비롯해 세탁기, 건조기, 김치냉장고, 냉장고 등의 가전도 무상 제공한다.

보완재?
대체재?

지상 2층과 지하 2층에 마련된 커뮤니티 역시 지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상 2층에는 맘스 라운지, 키즈 카페, 1인 독서실, 스터디룸, 오픈 스터디, 라이브러리, 라운지&BAR, 다이닝&카페, 와인 라운지 등 남녀노소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시설이 들어선다. 지하 2층에는 피트니스센터, 실내골프클럽, 스크린골프, 로커룸, GX룸, 탈의실 등의 운동시설이 마련돼있다.

우수한 입지 여건이 강점으로 꼽힌다. 단지 지하에 마련된 통로를 통해 9호선 및 공항철도 환승역인 마곡나루역과 5호선 마곡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트리플 역세권 입지로 서울 전역을 오갈 수 있다. 공항대로와 올림픽대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등 도로망을 통한 인접 지역 이동도 편리하다.

마곡지구를 중심으로 형성돼있는 각종 생활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 마곡 MICE 복합단지 내 입점 완료된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대형 마트와 LG아트센터, 영화관 및 교보문고 등 각종 편의시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앞으로 서울 서부권 최초의 전시·컨벤션센터인 ‘코엑스 마곡’과 프라임 오피스 등이 위치해 주거와 업무, 상업, 문화 기능을 갖춘 자족 도시로 발돋움하게 되는 만큼, 잠실 및 서울역 등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3대 MICE’ 거점으로 우뚝 설 전망이다.


▲청량리역 요진 와이시티=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일원에서 ‘청량리역 요진 와이시티’ 오피스텔이 공급된다. 지하 4층~지상 19층, 전용 43~59㎡ 아파트형주택(도시형생활주택) 130세대와 전용 65~84㎡ 오피스텔 25실 등 모두 155세대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단지는 3룸 구조가 전체 세대의 84%를 차지하며 3~4베이 구조 설계가 적용된다. 여기에 세대 창고, 피트니스센터, 놀이터, 옥상정원 등의 커뮤니티 시설도 들어선다. 100% 자주식 주차 및 세대당 1.01대의 주차 공간이 마련된다.

단지에서 도보권 내 지하철 1호선·경춘선(ITX춘천)·경의중앙선·수인분당선·KTX강릉선 등 6개 노선이 만나는 청량리역이 위치한다. 청량리역에는 GTX-B노선과 GTX-C노선, 면목선, 강북횡단선 등 4개 노선도 추가될 계획이다.

젊은 수요
대거 몰려

인근에 청량리역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청량리재래시장, 고대안암병원, 서울성심병원, 홍릉근린공원, 개운산, 천장산 등이 있다. 가까운 교육시설로는 홍릉초, 삼육초, 청량중, 정화고, 고려대, KA IST서울캠퍼스, 경희대, 한국외대 등이 있다.

단지가 들어설 청량리역 인근 지역에선 최근 청량리 6구역과 8구역을 비롯한 미주아파트정비사업 등이 추진 중으로 향후 청량리역 북쪽 지역의 주거 인프라가 개선될 전망이다. 홍릉바이오클러스터 등 업무지구 개발도 추진된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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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