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수사’ 중앙·남부지검 줄다리기 내막

다 된 밥에 숟가락 얹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씨를 수사하는 검찰의 내부 분위기가 수상하다. 남부지검이 확보한 자료를 중앙지검이 수거해 가면서 검찰청 간 갈등이 분출하는 분위기다. 남부지검 내부에서는 윤석열정부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중앙지검이 정치적 판단을 시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성과 가로채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건이 다르다고 해도 핵심 자료를 가져갔으니 수사에 속도가 붙겠냐.” 서울남부지검 관계자의 말이다. 남부지검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수사하는 과정서 김건희씨에게 로비가 이뤄진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해 말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시작하면서 김씨를 직접 청사로 부를 가능성도 언급됐다. 상황은 바뀌었다.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남부지검이 확보한 핵심 물증들을 가져갔다.

검찰청 간
속도 경쟁?

김씨를 수사 중인 검찰청은 남부지검과 중앙지검, 서울고검 등이다. 먼저 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단(단장 박건욱 부장검사)은 지난달 30일, 전씨와 관련해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저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한 이후 전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남부지검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영호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김씨는 명태균씨를 통한 공천 개입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윤 전 대통령도 이 사건의 수사 대상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씨는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구체적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여론조사 도움을 받고, 그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실제 명씨는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81차례의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3억7520만원의 비용은 명씨가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부담했다.

남부, 아크로비스타 압수물 대대적 수거
‘김건희 폰’ 포함해 핵심 증거까지 요구

김씨는 지난해 열린 4·10 총선 공천 개입 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명씨 측은 김씨가 지난해 2월 김 전 의원에게 경남 창원 의창 선거구에 김상민 전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선거 이후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2022년 지방선거 포항시장 후보 등 선정 과정에 개입했단 의혹도 제기됐다. 중앙지검은 이와 관련해 포항시장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공재광 전 평택시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잇달아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고검도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5일 대검찰청이 서울고검 형사부에 직접 평검사 2명을 파견 보냈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사건이 배당된 최행관 고검 검사와 함께 3명이 재수사를 맡게 된 셈이다.


앞서 지난해 10월17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 등을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김씨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증권계좌 6개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고발인인 최강욱 전 의원이 항고했고, 서울고검은 항고를 검토한 끝에 재수사를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중앙지검이 김씨를 무혐의 처분한 지 약 6개월 만의 결정이다.

대검은 대법원서 판결이 확정된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사건 관계인들의 추가 조사가 필요한 만큼 수사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수사팀은 초기 수사에 관여한 다른 검사들의 의견도 청취했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의 의견을 들은 것 외에도 관련자들의 판결문을 들여다보면서 김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1명의 피의자
세 갈래 수사

검찰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씨를 향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가 대선 직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김씨의 ‘영부인 방패’가 사라진 만큼 검찰도 부담 없이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고검과 중앙지검, 남부지검 등 모든 검찰청서 소환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은 김씨에게 지난 14일 중앙지검 청사로 와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지난해 7월 중앙지검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서 김씨를 대면 조사해 특혜 논란을 자초했던 만큼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씨는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조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재판은 모두 연기된 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는 대면조사 없이 기소된 점 등을 근거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가운데 조기 대선 영향과 관련해서는 “다음 달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 공천 개입 의혹 조사로 추측성 보도가 양산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 명씨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 2월 창원지검서 명씨 사건 중 일부를 넘겨받고 김씨 측에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구두로 수차례 전달했지만, 조율되지 않아 왔다.

중앙지검은 김씨가 추가 출석 통보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통상 검찰은 3차례 정도 출석을 요구하는 편이다. 만약 세 차례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출석을 거부하면 체포영장을 통한 강제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중앙지검이 김씨의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된 만큼, 공직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묶어 기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이다. 김씨를 윤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보겠단 것이다.

대선까지
강제 수사

검찰이 소환 조사 없이 김씨를 재판에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주지검은 지난 2~3월 문 전 대통령에게 2차례 소환 통보를 했지만 불응하자 서면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서면조사 요청에도 회신이 없자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을 직접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했다.

총 세 곳의 검찰청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겨누고 있으나 검찰청 간 유기적 논의는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부지검이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해 확보했던 김씨의 휴대전화와 메모장 등을 중앙지검이 가져가면서 검찰청 간 수사 경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당시 남부지검이 확보한 김씨의 휴대폰은 한남동 관저 퇴거 이후 교체한 신형 아이폰과 공기계다.

김씨 명의로 개통된 기기는 지난달 4일 개통된 아이폰16 기종으로 사용 기간은 약 20일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2대는 코바나컨텐츠 전시 공간서 음악 재생 등에 사용하던 공기계였다. 앞서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11월 명씨 논란이 불거지자 기존에 사용하던 개인 휴대전화를 교체했고 해당 기기들은 파면 직후 관저를 나오면서 대통령실에 반납했다고 한다.


중앙지검은 남부지검으로부터 가져온 김씨의 휴대폰 등을 디지털 포렌식 중이다. 그러나 김씨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분석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부지검은 김씨의 휴대폰 등을 포렌식 중이었다. 전씨와 윤씨의 대화 이후 김씨가 이들을 만났는지, 윤씨와 김씨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지 등을 입증할 자료가 김씨의 휴대폰 안에 있었던 셈이다. 중앙지검이 김씨의 휴대폰을 가져가면서 남부지검은 김씨에게 실제 로비 행위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포렌식도 안 끝났다” 언제 돌려받을지도 미지수
김, 중앙지검 불출석…‘체포영장 카드’ 만지작

남부지검 한 관계자는 “중앙지검이 차후 확인한 자료를 공유해 주겠지만 포렌식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서 자료가 공유된 부분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라며 “그만큼 수사에 속도가 느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지검이 남부지검에 김씨의 휴대폰을 언제 넘길지는 알 수 없다. 포렌식으로 확인한 자료를 토대로 김씨를 소환 조사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지난 1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고소영 판사 심리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의 2차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지난달 7일 첫 공판 이후 35일 만이다.

이날 공판서 전씨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재판서 사용하는 데 동의했지만 입증 취지는 부인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공소장을 검토할 시간을 주기 위해 내달 23일 공판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전씨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1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내 경선에 출마한 경북 영천시장 후보자 정모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전씨가 정씨에게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통해 공천을 받도록 해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7일 열린 1차 공판기일서 전씨 측은 ‘전씨가 정치활동을 하는 자가 아니기 때문에 1억원을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이날 법정으로 들어가면서 취재진에게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과 목걸이를 전달했는지” “관봉권은 누구에게 받은 것인지” 등 여러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재판이 끝난 후엔 함께 기소된 정씨와 악수하며 “건강 잘 챙기시라”고만 말했다.

겉으로만
하는 척?

남부지검은 윤씨와 그의 아내 이모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또 전씨 처남과 딸 등 전씨 일가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대통령실 인사 청탁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실 인사 청탁과 관련해서도 남부지검이 김씨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직 소환 조사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김씨가 중앙지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기에 중앙지검의 소환 조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본 이후 남부지검도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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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