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탄’ 명태균 깐 강혜경

까도 까도…27인 후폭풍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가 공개됐다. 난데없이 사건의 중심으로 끌려 나온 27명의 정치인들은 저마다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과 보수 쪽 인사를 넘어 야당까지 휘감으면서 여의도 전체가 들썩였다. 추가 폭로가 예고된 만큼 여야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 측이 명태균씨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 27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윤상현·윤한홍·안홍준·김진태·김은혜·이준석·오세훈·홍준표·이주환·박대출·강민국·나경원·조은희·조명희·오태완·조규일·홍남표·박완수·서일준·이학석·안철수·강기윤·하태경·(야당)이언주·김두관·여영국 등 전·현직 정치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보다 못해
나섰다

강씨는 명씨가 운영하던 여론조사 기관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출신이다. 공천 개입 의혹에 연루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이자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강씨는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당시 명씨가 윤 대통령 측에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81차례에 걸쳐 무료로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 대가로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서 공천을 받았고, 이 과정서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지난 21일 강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직접 설명에 나섰다. 증인으로 나선 이유에 대해 강씨는 “김 전 의원이나 명태균 대표, 이분들은 절대 정치에 발을 디디면 안 될 것 같다”며 “하는 말마다 거짓말이어서 국정감사에 출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 비용 청구를 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강씨는 “명씨가 돈을 받아온다고 해 이후 내역서를 만들어 건넸고 3월21일 (명씨가)비행기를 타고 돈을 받으러 갔다”면서도 정작 명씨는 비용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신 그는 “며칠 뒤 명씨가 창원·의창구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해서 투입됐고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경상남도 창원시에 위치한 의창구는 김 전 의원 지역구다.

‘누가 김 전 의원 공천을 줬느냐’는 질문에는 “김 여사가 줬고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당시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 힘을 합쳐 의창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만들고,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공천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선 당시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조언했다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였던 시절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갑작스레 사퇴한 배경에는 명씨의 설득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강씨는 “(명 대표가)두 사람이 많이 부딪힐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김 여사가)바로 사퇴하도록 만들었다”며 “명 대표에게 그렇게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언론은 김 여사의 육성 파일을 갖고 있다, 안 갖고 있다 하는 것을 중요시하던데 그 녹취는 명씨가 갖고 있을 것”이라며 “나는 김 여사 육성은 갖고 있지 않다. 명씨가 김 여사와 일을 했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했기 때문에 공천과 관련해 김 여사의 힘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고 다시 한번 설명했다.

“명 대표가 김 여사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물음에 강씨는 “(명씨가)육성을 스피커폰으로 해서 들려줬다”고 답했다.


국회 찾은 강혜경 명단 뿌린 노영희
“내 이름이?” 해명에도 질긴 꼬리표

다만 이날 국감에서는 명씨가 주요 사안을 윤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강씨의 증언 대부분이 명씨의 전언으로 이뤄진 만큼 명씨가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에 따라서 진실공방으로 이어질수 있다.

민주당은 강씨의 증언이 “상당히 객관적”이라는 평이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국정감사대책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강씨 진술서 중요한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강씨의 주장이 객관적이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다기 보다 본인이 들은 것에 한해 선을 지켜 답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국회 법사위 위원인 국민의힘은 주진우 의원은 “강씨가 김 여사의 육성을 직접 들은 것은 단 한 차례, 한마디뿐이고, 대통령의 육성은 듣지 못했다고 한다”며 “명씨 말을 듣고 증인이 판단한 것이기에 오류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명태균 리스트는 강씨가 증언을 마친 지난 21일 늦은 저녁이 돼서야 공개됐다. 강씨의 변호인인 노영희 변호사가 국회 출입기자단에 “(명씨와)일한 사람들의 명단으로 이것 말고 더 있다고 한다”며 27명의 이름을 전송했다.

이로 인해 여의도가 발칵 뒤집혔다. 이름이 호명된 여야 전·현직 의원들은 앞다투어 해명에 나섰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공천에 도움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명단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여론조사 의뢰자가 아니라 의뢰자와 경쟁관계에 있어 여론조사 대상인 사람들을 포함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른바 ‘명태균 사태’의 핵심은 여론조사를 통한 여론조작과 공천 대가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모든 사실이 국민께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제대로
엮였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나는 명(태균)에게 어떤 형태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 오히려 명의 주장에 의하면 2021년 서울시장 경선과 당 대표 경선서 명씨에 의해 피해를 입은 후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라디오를 통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명씨가 운영하는 업체에)여론조사 의뢰한 사람이 있을 테지만 나는 아니다”라며 “어떤 기준으로 골랐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 관계가 있는데 빠진 분도 있더라. 자의적인 명단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야당 정치인들도 즉각 선을 그었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정의당 여영국 전 의원은 “명씨와 창원대학교 산업비지니스학과 동기”라며 “10여년 전쯤 경남도의원 할 때 미공표 여론조사를 명씨가 대표인 ‘좋은날리서치’에 한번 맡긴 적이 있다. ‘리스트’ 운운하며 보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경남 양산을이 지역구였던 김두관 전 의원의 측근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이 명씨와 만난 기록을)찾아보니 2021년 5월29일 차담이라 적혀있었다고 말씀하셨다”며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실 관계자 또한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며 “2021년 부산 재보궐선거 당시 박형준 후보의 상대가 이 의원이었는데 아마 이 부분 때문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리스트가 공개된 이후 이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관계없는 정치인을 리스트에 올려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말길 바란다. 누가 좋아하겠나”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은 ‘본질 흐리기’라며 선을 그었다. 누가 명씨와 엮여있는지가 아닌 사태의 본질, 즉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는지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명태균발
살생부?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노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국감서 언급된 27인 명단과 관련해 알려드린다”며 “해당 명단은 소위 명씨가 언급한 ‘25인 명단’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앞서 명씨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공표용 여론조사와 함께 후보자 전략 참고용 자체조사를 다수 진행했으며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유력 정치인이 25명가량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변호사는 “(명단에)이름이 언급된 분 중에는 여론조사를 의뢰한 분들도 계시지만 아닌 분도 있고 당시 미래한국연구소서 의뢰를 받거나 의뢰자의 경쟁자거나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했던 명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명단은 명씨와 접촉해 정치계서 자리를 잡고 싶어하던 사람 중 강씨가 알고 있는 인사로 “김진태, 박완수, 김영선 이런 사람들은 명씨의 도움을 받아 여론조사도 여러 번 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 작업들을 조금 했던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명태균 리스트에 대해서는 “당내에선 공식 입장이나 의견이 나올지 확인한 건 없다”며 “강씨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도 출석할 예정이기 때문에 더 질의할 것은 운영위서 다루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이번 리스트를 공개한 사람은 강씨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명씨가 (자신의 덕을 본 정치인으로)자신 있게 말하는 2명이 (개혁신당)이준석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리스트에 언급된 정치인들 대다수가 명씨와의 관계를 극구 부인하면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실제로 연관됐는지를 떠나 “명태균과 엮여봤자 좋을 게 없다”는 말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저마다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진보·보수 합심해 “신빙성 떨어져”
오므리기 나섰지만…예고된 추가 폭로

명씨가 해당 리스트와 상이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진실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지난 2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명태균 리스트와 관련한 질문에 “저는 얼굴도 본 적 없는 분들도 여러 명이 들어가 있다”며 “그분들한테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고 그분들 얼마나 황망하셨겠나. 저도 똑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결국 강씨 측이 리스트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번 리스트로 인해 사건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만 남았다.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를 놓고 “정치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본인이 명단이라고 뿌려놓고 자체조사하거나 조사를 의뢰한 의뢰인의 경쟁자 등을 연관자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강씨는 잘 모르겠지만 노 변호사는 이 이슈를 얼마나 진지하지 않게 다루는지, 그리고 얼마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리스트 외에도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 만큼 명씨는 강씨의 증언을 하나씩 반박했다.

우선 명씨는 김 여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특정 정치인들의 공천 부탁을 들어줬다는 의혹에 대해서 전면 부인했다. 명씨는 “강씨 발언이 제가 볼 때는 70% 정도 사실에 근거한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있는 분들이 옆에서 도와주면서 내용이 전혀 다른 형태로 바뀌고 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김 여사와 영적인 대화를 했다는 강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민주당서 주술적인 부분이나 그런 여러 가지 프레임을 많이 짜는 것 같다. 김 여사가 윤석열 검찰총장 사모님이었을 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받는 대신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명씨는 “나는 대선 기간 동안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며 “강씨는 매일매일 자료를 갖고 ‘(명씨가)김해공항서 서울로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거가 될)비행기표가 하나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삼천포로
빠졌다

강씨와 명씨의 입이 동시에 열리면서 장기간 폭로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서 더 많은 정치인의 이름이 언급될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제 말과 오늘 말이 바뀌는 상황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굳이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할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사건의 핵심은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는지인데 ‘명태균과 접촉한 사람’을 색출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강혜경’ 또 다른 키맨?

강혜경씨가 검찰 조사에 앞서 “대한민국 검사들을 믿기 때문에 진실을 꼭 밝혀주실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창원지검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강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나섰다.

강씨는 지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른 이후 같은 해 8월부터 매달 김 전 의원의 세비 절반을 명씨에게 보내는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5차례에 걸쳐 총 9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강씨와 명씨 간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도 확보했다.

이날 강씨의 소환조사는 검찰이 확보한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부른 것으로 해석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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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에게 날아든 극우 청구서

장동혁에게 날아든 극우 청구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원장으로 임명하자, 대표 당선에 이바지했던 강경 보수 세력이 크게 반발했다. 장 대표는 강경·중도 보수 노선을 모두 포용해 기각지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과연 장 대표의 구상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력한 반탄(탄핵 반대) ▲찬탄(탄핵 찬성) 숙청 가능성 ▲전한길씨 등 극우 유튜버 세력과의 연대 등을 언급했다. 이는 선거 중 허언으로 그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2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경쟁 상대였던 조경태 의원을 향해 “우리 당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는 조 의원의 말은 우리 당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며 “상처받은 당원들에게 사죄할 마음은 없는지 먼저 묻고 싶다”면서 ‘결단’을 촉구했다. 시작부터… 히틀러 비유 그러자 조 의원은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법·위헌 비상계엄을 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털고 가자고 한 것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냐”고 반박했다. 이어 “나치정권의 선동에 의한 집단적 압력 때문에 개인의 비판적 사고가 사라져, 결국 희대의 독재자 살인마 히틀러를 지지·정당화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참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후 유대인을 학살한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것이다. 장 대표를 히틀러에 빗댄 사람은 조 의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장 대표의 연설은 극우 정치인이 TV에서 히틀러의 연설을 흉내 내는 것과 너무 유사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전대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접견하겠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진행한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당원·국민께 약속드린 것은 특별한 사정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반드시 지키겠다”며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이때까진 장 대표가 선거 중 예고한 대로 강성 보수 노선을 유지하리라고 생각했다. 장 대표가 이 예상을 보기 좋게 깬 날은 지난달 31일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4선인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고, 사무총장엔 재선 정희용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장은 이준석 전 대표 체제서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이를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김 의장은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평이 좋은 분”이라며 “저도 이고초려 정도는 해서 정책위의장으로 모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보수 진영과 부산의 위기에 대해 강한 책임을 느끼는 분”이라며 “장 대표가 굉장히 좋은 분을 모신 것”이라고 호평했다. 정 총장은 경북 고령·성주·칠곡을 지역구로 두고 있고, 지명도가 높지 않아서 일각에선 “언더 찐윤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장 대표와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따라서 “장 대표 나름대로는 찬탄·반탄을 아우르면서 당 장악에 가속도를 붙이려는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김 의장 임명을 두고, 장 대표 당선에 크게 일조했다고 자부할 법한 강경 보수 진영에서 반발했다. 고성국 ‘고성국 TV’ 대표는 지난 1일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한다”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자유우파 정당 4개에 기초자치단체장 공천 30개를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중도 보수 모두 포용해 기각지세? 김도읍 임명하자 강경파 크게 반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도 “김 의장 임명을 철회하라”거나 “중도는 없다. 초심을 잃지 말라”는 등 항의 글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서 장 대표와 함께 당선된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연이어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장 대표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판결할 권한이 원칙적으로 없어야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극단적으로 국민의 불안을 조성한 적이 없고,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던 시민을 강경 진압하지도 않았다”며 “윤 전 대통령에겐 어떤 국민도 다치게 하거나, 불안하게 할 의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엔 국회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도중 “이재명정권은 국익·국민을 위해 정치 보복성 수사를 종결하고, 탄핵의 강을 건너길 바란다”며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일엔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와 논의해서 윤 전 대통령 접견을 신청했고, 장 대표도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에게 “약속을 지키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남긴다. 장 대표에 대한 강경 보수 세력의 압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전한길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이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그런 역할은 안 한다”며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이미 전대 당시에도 “나를 품는 사람이 의원·시장·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담을 드리진 않는다”면서도 청탁을 언급하는 자체가 ‘부담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고씨·전씨·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뒤통수를 치면 안 된다”는 압력으로 해석되고 있다. 극우의 찬사 극우의 야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장 대표의 당선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국민의힘의 상황은 극우 정당 성장 서사와 대단히 비슷하다. 극우 정당은 사람들의 공포·불안·분노를 건드려 성장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좌파가 이렇게까지 나라를 잠식한 거냐”는 공포를 안겨줬다. 윤 전 대통령의 몰락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과정은 “좌파가 나라를 망칠 것”이라는 불안·분노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공포·불안심리를 자극해 성장한 대표적인 극우 정당은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이하 대안당)을 거론할 수 있다. 대안당은 지난 2013년 창당했고, 지난 2016년 유럽에서 발생한 일부 무슬림 난민의 집단 성폭행 사건 이후 크게 성장했다. 이 사건은 유럽에서 반이민주의·난민 반대 정서가 확대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대안당은 이 기회로 “이슬람은 독일 일부가 아니다”라는 강령을 택했다. 이어 난민 수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앙겔라 메르켈 내각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틈을 타 세를 확장했다. 이후 대안당에선 극우 성향 계파 플뤼겔이 세를 확장하면서, 수장 비요른 회케 튀링겐주 대표가 당 주도권을 장악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회케 대표는 수시로 네오나치 성향 발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5년엔 히틀러 생가를 방문하고 추모해 논란이 발생했다. 이어 지난 2017년엔 유대인 학살 추념비를 일컬어 “독일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도 중심부에 수치스러운 기념비를 세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21년엔 한 정치 행사에서 “독일을 위한 모든 것”이란 나치 돌격대의 구호를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안당이 잦은 논란을 일으키자,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은 지난 2일 “대안당이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반하는 노선을 추구한다는 의심이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대안당을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 헌법수호청은 이미 2021년 대안당을 의심 단체로 분류해 도·감청하거나 요원들을 투입해 감시했다. 하지만 대안당의 성장세는 만만치 않다. 대안당은 이미 2016년부터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꾸준히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엔 소속 정치인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이 “무장 친위대원 90만명 중엔 농민도 많았다”며 “이들 모두가 범죄자는 아니다”라고 발언해 큰 물의를 일으켰다. 그런데도 대안당은 같은 해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15.9%를 득표해 제2당이 됐다. 벌써 드러낸 카멜레온 본색 이는 독일에서만 일어난 흐름이 아니다. ▲프랑스 국민연합(31.37%) ▲이탈리아 형제당(28.76%) ▲오스트리아 자유당(25.4%) ▲헝가리 시민동맹(44.81%) 등 다수의 극우 정당이 각국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대안당을 연구한 표광민 경북대 교수는 지난 1월 발표한 논문 <독일 극우 정당과 정동의 정치학>에서 “나치 시대의 역사적 트라우마로 인해 형성된 두려움을 대체해 난민이란 새 두려움의 대상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당수 시민이 정부의 난민 수용 등 정책으로부터 탈피해 독일의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대안당의 주장에 호응해서 대안당이 부상했다”며 “대안당은 ‘난민과 엘리트가 결탁하여 평범한 독일 시민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음모론적 피해의식을 자극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당선 과정은 대안당의 성장 과정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 두둔 ▲부정선거 의혹 제기 등 한국식 극우 담론을 가미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적 제거를 위해 무력을 활용하려고 한 윤 전 대통령의 대처는 이미 히틀러가 진행했던 적이 있다. 이 이 때문에 조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장 대표를 일컬어 히틀러를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 대표는 김 의장 임명으로써 자신만의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단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서 “장 대표의 지난 삶을 돌아보면 정말 카멜레온 같다”며 “장 대표는 또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서용주 전 상근부대변인도 같은 날 MBC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장 대표는 본인의 권력을 위해 끊임없이 변신하는 카멜레온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는 또 누군가를 배신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김 의장 등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는 정치인을 주요 당직에 임명하는 것을 통해 강경 보수 세력이 매우 싫어하는 중도 보수 노선을 함께 추구할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는 일본 자유민주당식 빅텐트 정당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특히 그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씨를 일컬어 “당 외곽에서 의병으로 열심히 싸웠다”며 “그게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암암리에 돌던 ‘전씨 주요 당직 임명설’을 정면으로 부정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관군은 성안 의병은 밖에서 공포·불안·분노 버튼 눌러? 장 대표는 전씨 등 강경 보수 세력을 ‘의병’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자신을 포함한 국민의힘은 ‘관군’이 된다. 장 대표의 발언은 “관군이 성안에서 내부 민심까지 추슬러 수성전을 주도할 때, 의병은 성 밖에서 별동대 역할을 맡는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김어준씨의 관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리고 “군을 일부 분산 배치한 후 별동대로 활용해 양면 공세를 한다”는 기각지세를 취하는 것과 비슷하다. 본대와 별동대를 총지휘하는 사람은 장 대표 자신일 것이다. 문제는 “장 대표에게 그만한 영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재선 의원이 된 후 불과 1년이 지났다. 재선이지만, 여전히 초선 의원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대안당에서도 플뤼겔과 중도 성향 계파 미테가 치열하게 내부 투쟁을 이어갔다. 플뤼겔의 세가 커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프라우케 페트리 전 대표는 플뤼겔이 지원해 지난 2015년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회케 대표와의 갈등 끝에 2년 만에 대안당을 탈당한 후 파란당을 창당했다. 대안당은 보수 성향의 중산층들을 주된 지지층으로 거느리고 있다. 난민 반대 이슈를 크게 내세운 이후엔 ▲청소년 ▲이민 1세대 ▲정치·경제 상황에 불만이 많은 구동독 지역주민 등으로 지지층을 확장했다. 하지만 우리 정치 구도는 독일과 다르다. 우리 정치 구도에선 4050 세대와 2030 세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가 매우 굳건하다. 노년 세대의 국민의힘 지지는 비교적 확고하지만, 4050 세대가 노년으로 진입한 이후에도 이 지지를 굳건하게 유지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2030 남성은 4050 세대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커서 보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보수 성향 표심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으로 분산돼있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2030 남성의 수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비판하면서 중도 성향을 유지하는 유권자 비중도 적지 않다. 강경 보수 성향만 유지해선 대안당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채 계파 갈등에만 몰두해 나날이 국회 의석수가 줄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수반된 당 몰락은 한편으로 국민의힘이 변화할 기회였다. 하지만 이들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제안한 5대 개혁안을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어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인적 쇄신 시도도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게 했다. 장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그동안의 정치적 변화가 모두 공개됐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측은 이를 쇼츠로 제작해 널리 퍼트렸다. 따라서 장 대표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됐던 측면도 있다. 앞으로 더… 남은 9개월 내년 지방선거가 불과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장 대표가 서두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장 대표는 독자적인 세 없이 당 대표로서의 역량과 성과를 검증받아야 한다. 이것이 ‘카멜레온’으로 평가받는 장 대표의 기질을 더욱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기각지세라는 그림은 그럴듯하게 그렸지만 이는 확고한 지도력을 갖춘 수장만이 전개할 수 있다. <삼국지>의 여포는 책사 진궁으로부터 적의 포위를 뚫을 방법으로 기각지세를 조언받았다. 하지만 여포는 부하의 믿음을 얻지 못해서 감히 시도조차 못했다. 혹시 장 대표도 이런 상황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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