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명태균에 맞선 강혜경

김 여사 공천 개입 풀어낼 핵심 키맨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던 강혜경씨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작심 증언을 쏟아내면서 화제로 떠올랐다. 강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을 폭로한 핵심 제보자다. 최근 검찰 조사를 마친 강씨가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추후 밝혀낼 수 있을까?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가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이목을 끌었다. 강씨는 명씨가 운영했던 언론사 <시사경남>의 편집국장 출신이자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사무실서 회계 책임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명씨의 여론조사 실무도 맡았던 최측근이었으나 최근에는 핵심 제보자가 됐다. 

의혹 폭로
작심 증언

강씨는 이날 법사위서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해 국민의힘 책임당원이라고 밝히며 “김 전 의원이나 명태균 대표, 이분들은 절대 정치에 발을 디디면 안 될 것 같고 하는 말마다 거짓말이어서 국정감사에 출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관련 핵심 인물이 국회에 직접 나와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서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 공천을 받았고, 공천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강씨는 김 여사가 대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개입했던 정황을 공개했다. 실제로 그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23일 김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강씨는 “대통령선거할 때 우리가 자체조사를 많이 했다”며 김 여사에게 (명태균)본부장이 돈을 받아오겠다며 자신에게 (여론조사 비용)청구서를 만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씨는 명씨가 서울로 상경해 여론조사 비용 대신 김 전 의원의 재보선 공천을 받아왔고, 김 여사가 배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김 여사와 명씨 사이에 무속으로 형성된 공감대가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도 내놨다. 명씨와 김 여사가 첫 만남 이후 가까워진 계기를 아느냐고 묻는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 질문에 강씨는 “(김 여사가)명태균 대표를 봤을 때 조상 공덕으로 태어난 자손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첫 대면을 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명씨가 김 여사 친분을 자랑하면서 ‘장님 무사’ ‘앉은뱅이 주술사’ 등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같은 경우는 장님이지만 칼을 잘 휘두르기 때문에 장님 무사라고 했고, 김 여사는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장님의 어깨에 올라타서 주술을 부리라는 의미로 명씨가 김 여사에게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김 여사와 영적으로 대화를 많이 한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김 여사의 ‘오빠’가 윤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씨는 이날 2022년 재보선 당시 김 여사가 “오빠한테 전화 왔죠. 잘될 거예요”라고 명씨와 통화한 음성 녹음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언급한 오빠가 “윤 대통령을 지칭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실무 최측근서 제보자로 돌아서
“여론조사 비용 대신 공천 받아”

강씨는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을 시켜 명씨의 생계를 챙겼다고 말했다. 그는 “김 여사가 명씨의 자녀를 챙겨야 된다”며 “생계유지를 해줘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김 전 의원이 세비로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이 세비를 받으면 자신의 계좌를 통해서 현금을 만들어 명씨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지급됐고, 해당 비용은 9600만원에 달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강씨가 들은 건 모두 명씨의 전언뿐”이라며 강씨와 명씨의 증언 신빙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명씨의 생계를 챙기라는 지시 내용은 김 여사의 육성을 직접 들은 것이냐” 혹은 “명씨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냐”고 묻자 “명씨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강씨는 답했다. 

주 의원이 “대통령의 육성을 들은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도 “명씨의 진술 외에 (강씨의 주장에 대한)다른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씨는 같은 날 자신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명씨와 관련된 여야 정치인 27명을 지목하고 법사위에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 명단을 제출했다. 앞서 명씨는 언론 인터뷰서 자신과 거래한 유력 정치인이 국회의원 25명을 포함해 30명 이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강씨도 국정감사에서 ‘명씨와 거래했다는 후보자 또는 의원 25명을 알고 있느냐’는 질의에 “명단을 제출하겠다”고 답했고, 이 명단을 이날 공개한 것이다. 이후 명단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에는 큰 파장이 일었다. 

당사자들 대부분은 “명씨와 거래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강씨 측도 “그 명단들이 전부 다 문제인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명단에는 여권 인사와 야권 인사 3명의 이름이 포함돼있었다. 이에 명씨는 지난 2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황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명씨는 “그분들한테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고 저도 똑같은 입장”이라며 “얼굴도 본 적 없는 분들도 여러명이 들어가 있더라”라고 밝혔다. 김 여사와 영적 대화를 나눴다는 강씨의 주장을 두고도 “대통령 영부인 되실 분한테 ‘당신은 앉은뱅이 주술사’라는 말을 해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치열한 공방
정치권 술렁

민주당은 강씨를 당 차원서 보호하는 공익제보자 1호로 선정했다. 앞서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4일 김건희 가족 비리 국정 농단 규명 심판본부와 함께 공익제보자 권익보호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강씨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노영희 변호사는 이날 “명씨가 어떤 기자분에게 전화로 ‘강혜경의 국감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이 위증죄로 고발하지 않으면 내가 공적 대화를 또 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며 “이것은 곧, 그동안 국민의힘서 문제가 돼왔던 여러 가지 고발 사주와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명씨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의 주요 인물로 등장했다. 지난 22대 총선서 김 전 의원이 원래 지역구인 경남 창원·의창을 떠나 경남 김해갑 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김 여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골자다. 

김 전 의원은 결과적으로 공천을 받지 못했으나 이 과정서 명씨가 김 여사에게 도와달라며 연락했고 김 여사는 ‘단수면 나도 좋다. 하지만 나는 힘이 없어 (김 전 의원이)경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하는 등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연락을 주고받았던 관계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후 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오세훈·이준석·홍준표·김종인 등 여권 핵심 인사들과 명씨의 관계가 급부상했다. 명씨의 불법 여론조사 이력과 맞물리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최근 명씨가 지난 대선 경선 및 본선 당시 자체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도 조작이 이뤄졌다는 정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강씨는 지난 6일 한 유튜브 채널 인터뷰서 대선 직전인 2022년 초 명씨가 수십 차례 비공개 여론조사를 진행해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보고했다며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강씨에 따르면 명씨가 지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8일까지 여론 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3000~5000개 샘플로 조사해 매일 윤 대통령 쪽에 보고한다고 명태균 대표가 저한테 전화했다”며 “(윤 대통령에게)보고해야 되니 빨리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론조사 직후인 같은 해 3월20일쯤 명씨가 ‘정산 내역서를 뽑아놓아라’고 지시한 후 내역서를 갖고 서울로 올라갔다. 명세서상 금액은 3억6000만원 정도”라며 “명씨가 (대통령 부부를)만나러 서울에 간다고 해 그때 그 서류를 봉투에 넣어서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강씨는 명씨가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 대금 3억600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직후 창원특례시 의창구 보궐선거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강씨는 “그 여론조사 비용 대가가 김영선의 공천”이라고 주장했다. 

숨겨진 뒷돈
공천은 미끼

반면 명씨는 지난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이 같은 강씨의 주장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그는 “자체조사는 내가 필요해서 한 것이고, 비용 관련된 것은 내가 그분들한테 청구한 적도 없고 받을 생각도 없다”며 “식탁 위에 밥을 먹는 사람하고 식탁 밑에 강아지가 떨어지는 것만 보고 무엇을 알겠느냐”고 말했다. 

명씨의 반박에도 2022년 대선 당시 실시했던 여론조사 비용 일부를 같은 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충당했다가 돌려받았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새로운 의혹이 추가됐다. 

<한겨레>와 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이 공개한 녹취 파일에는 명씨가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부터 매일 선거일까지 여론조사를 돌린다”며 “돈은 모자라면 (미래한국연구소)소장에게 얘기해서 A와 B한테 받아오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각 영남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와 광역의회 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들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최종적으로 공천을 받지 못했다. 

명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서 김 전 의원이 대신 갚아준 정황도 드러났다. 총 1억2000만원 중 6000만원은 김 전 의원이 보전받은 선거 비용서 충당됐고, 나머지는 김 전 의원이 미래한국연구소에 공보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전달됐다는 게 강씨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명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시 여론조사를 진행한 미래한국연구소는 자신과 무관하며, 예비후보들이 건넨 돈은 미래한국연구소 김모 소장이 차용증을 작성해 빌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강씨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한 여론조사 비용을 다른 이들로부터 대신 납부받은 게 총 2억2700만원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밝혔던 1억2000만원보다 약 1억원 이상 추가된 셈이다.

주장에 객관적인 근거는 없어
“진실 꼭 밝혀주실 거라 믿어”

지난 24일 강씨는 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서 1억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는데, 사실을 확인해 보니 총 2억2700만원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노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선 전 약 3개월 동안 국민의힘 기초단체장 출마 예정자 A씨로부터 9차례에 걸쳐 총 1억4500만원, 국민의힘 광역의회 출마 예정자 B씨로부터는 4차례에 걸쳐 총 8200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두 사람으로부터 받은 2억2700만원의 돈을 PNR 리서치를 통한 공표 여론조사와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돈의 성격에 대해선 “출마 예정자 본인의 여론조사 등 선거마케팅 비용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해당 비용은 별도로 계좌이체를 통해 받았고 2억2700만원은 현금이었다”고 부연했다. 

실제 20대 대선 직전 3개월 동안 PNR 리서치를 통해 회당 440만원씩 약 30회의 공표 여론조사가 실시됐고,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서도 약 10회에 걸쳐 원가 기준 7000만원 상당의 비공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미래한국연구소 비공표 조사 중에는 표본이 3000~6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면밀조사 9회가 포함된다. 

강씨는 지난 23일 김 전 의원과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약 11시간30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이날 그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변호인과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며 “대한민국 검사님들 저는 믿고 있기 때문에 진실 꼭 밝혀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후 조사를 마치고 나온 강씨는 “아주 기본적인 조사만 했고 녹음 파일에 대한 조사는 시작도 안 됐다”며 “(조사할)내용이 너무 많아 몇 차례 더 와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니다”라며 “내용이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강씨를 상대로 한 다섯 번째 소환이자 검찰이 지난 17일 대검과 부산지검 소속 검사 1명씩을 보강한 이후 사건 관련자들을 처음 소환한 일정이었다. 검찰은 의혹 제기 당사자인 강씨를 추후 추가 소환한 뒤 여러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씨와 김 전 의원을 불러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춰진 내막
밝혀질 진실

다만 그동안 제기된 의혹이 여러 가지인 데다 강씨를 상대로 조사할 내용도 많아 명씨 등을 소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달 강씨와 명씨, 김 전 의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그동안 관련 증거들을 분석하는 한편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보강 자료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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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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