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 식용견 50만마리 어디로?

도살되거나 안락사되거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개 식용 종식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으나 사육 농장과 정부 간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3년 뒤 20만여마리가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식용견들은 갈 곳이 없어 안락사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불협화음 속 다음 달 발표되는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이 농장주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 식용 문화를 종식하기 위해 지난 7일 ‘개 식용 종식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으나 보상 및 남아있는 식용견의 처분을 놓고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아 사육 농장과 정부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농장주들은 현행법상 도살이 불법인 만큼 식용견을 정부가 매입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종식 난항

개 식용 종식법이 금지한 식용 목적의 개 사육, 도살, 판매, 유통에 대한 처벌이 오는 2027년 2월7일까지 유예된 만큼 사육 농장서 기르고 있는 식용 개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5월까지 개 식용을 목적으로 운영 중인 농장 및 영업장의 현황을 접수받았다. 접수 결과 국내 개 식용 종식 대상 업체는 총 5625개소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들은 지난 5일까지 전·폐업 이행계획서도 제출한 상태다. 

정부가 개 식용 종식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사육 농장에 남아 있는 개들의 보호 방안은 현재 불투명한 상태다. 


농식품부는 최근 식용견의 소비가 줄어 농장서 키우던 식용견이 많이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식용견은 50만여마리로 추산된다. 

문제는 사육 농장서 기르는 식용견의 수가 상당한 만큼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원칙상 남아있는 식용견은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센터로 보내져야 하지만, 동물보호시설 수용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기준 동물보호센터는 228곳인데 50만여마리의 개를 보호하기 위해선 1개 센터가 2000마리 넘는 개를 맡아야 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미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센터는 포화상태다. 

지난해 4월부터 동물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법적으로 도살이 금지되면서 개체 수 줄이기는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또 식용견의 대부분은 대형견이거나 맹견으로 분류돼 가정 입양도 쉽지 않다. 식용견의 경우 일반적인 반려견과 달리 사회화가 돼있지 않아 지난 4월에 시행된 ‘맹견 사육허가제’에 따라 입양 시 지자체 허가도 받아야 해 복잡한 절차가 뒤따른다. 

‘개식용 종식법’ 처분 무대책
동물보소호는 이미 포화상태

이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운 수의 식용견의 안락사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공공의 안전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큰 맹견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치료가 어려운 개는 안락사시킬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식용견을 매입하더라도 안락사 비용으로만 마리당 10만원 안팎이 소요된다. 업계에선 현재 키우던 개를 그냥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오는 2027년에는 식용견이 20만마리 넘게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남아있는 20만마리의 식용견 매입과 더불어 안락사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2027년에 남아있는 식용견을 추산하려면 연간 출하되는 규모를 알아야 하는데, 최근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며 “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식용견 20만마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 규모로 남아있을 수 있어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과 관련한 내용은 재정 당국과 논의 중인 상황이라 정확한 답변이 어렵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기본계획에 담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개 농장 업주들이 보유한 개를 불법적으로 번식시키면 사실상 정부에서는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추산된 50만마리보다 더 많아질 수 있다”며 “지금까지도 도살장이나 개 농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식용견들을 모두 구조하기란 쉽지 않다”고 난감해했다.

이 관계자는 “식용견이 음지의 도살장서 전기 쇠꼬챙이로 도살되는 것보다는 현장서 고생하지 않고 전문 수의사들에 의해서 안락사를 하는 게 최선의 조치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남아있는 식용견뿐만 아니라 업계에 지급될 보상 지원금 문제도 해결 과제 중 하나다. 업계는 식용견 1마리당 200만원의 보상금을 책정하고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연간 개 1마리서 얻을 수 있는 평균수입이 4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해, 약 5년간의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마리당 보상 추진 시 1조원
불법적으로 더 번식시키면…

그러나 정부는 마리당 보상을 추진할 경우 1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한 만큼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보상 규모는 나오지 않았지만, 농식품부가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을 통해 실시한 ‘육견업계 실태’에서는 농가 인건비 등을 반영하지 않은 식용견 1마리당 연평균 순수익을 31만원으로 계산했다. 정부안의 경우 4500억원으로 업계가 제시한 금액에 5000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정부는 마리당 합당한 보상금을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향후 사육 면적당 사육 두수 기준을 마련해 개 사육 농장에 대한 보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가축분뇨배출시설 1㎡당 마릿수 기준을 도입하고 보상금 상한을 두는 방안이 유력하다.

면적당 적정 사육 두수 기준을 앞세우면 마리당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는 데다 보상금을 노리고 사육 두수를 부풀리는 편법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향후 정부가 내놓을 보상금 지원 대책이 농장주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보상금 규모일지는 미지수다.

대한육견협회 주영봉 회장은 “농장 입장에서는 20년 이상을 해오던 사업을 접어야 하기 때문에 5년 치 수익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 입법 전에 사전 논의도 안 됐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이 문제인 당사자들과 만나 얘기를 나눠야 하는데 이것도 없었다”며 “지난해 직접 농식품부에 30여차례나 연락했지만 한 번도 응해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원금을 비롯해 방법도 제시해줘야 하는 데 구체적인 대책도 없이 벌써 1년이 지나갔다”며 “정부 측에서는 대책도 없이 갑자기 치고 들어와 우리는 노후준비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제 산더미

한편 농식품부는 개 식용 종식에 필요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관계 부처, 관련 단체 대표, 전문가 등 25명 이하로 ‘개 식용 종식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부서는 전업·폐업한 개 식용 관련 업체에 대한 지원방안을 담은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을 다음 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에는 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한 개에 대한 보호 및 관리 방안도 담긴다.

<yuncastl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