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개월 전부터…’ 예견된 큐텐 사태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06 08:39:53
  • 호수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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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밀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큐텐과 입점 계약을 체결한 판매자들이 받지 못한 지난 5월 대금만 총 2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확인 결과, 큐텐 플랫폼을 활용해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판매해 온 한 업체가 받지 못한 금액이 약 40억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판매 대금을 받지 못했다. 

홍콩과 미국에 법인을 둔 전자기기 판매업체인 A사의 대표 박모씨는 큐텐을 상대로 미지급 정산금 및 지연이자 청구 소송에 나섰다. 큐텐이 A사와 정한 이용약관에 따르면, ‘물건을 판매하고, 배송이 완료된 다음 달 15일이 포함된 주의 금요일에 판매자(A사)의 통장에 지급된다’고 명시돼있다. 큐텐은 이를 스스로 어긴 채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한 푼도 정산하지 않았다. 

무리한 확장

앞서 중국에 이어 싱가포르와 미국 등 해외 곳곳서 큐텐발 미정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A사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라고 볼 수 있다. A사의 2개 홍콩 법인의 미정산금은 한화로 26억4126만원과 7714만원이며, 1개 미국 법인은 13억6742만원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A사가 큐텐에게 정산금을 지급하라고 요청한 시기가 지난 2월부터라는 것이다.

큐텐은 지난 2월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에 북미·유럽 기반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했다. 당시 큐텐이 티몬서 자금을 빌린 건 위시 인수 대금 납부 기한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A사의 판매 대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세를 확장하는 데 썼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재 A사 측의 이성은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A사가 고객들에게 물품을 판매하고 배송까지 완료해 큐텐에 정산금액을 요청했지만, 지난 2월2일부터 7월11일까지 정산금이 지급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며 “기한 내에 정산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 및 정산금 보전을 위한 큐텐 계좌 가압류 등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뢰인은 큐텐과 계약을 해지하기라도 하면 미정산금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수개월간 물건을 납품하면서 버텼다”며 “의뢰인을 비롯한 해외사업자들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일하다 말고 한국에 들어와 소송에 나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큐텐은 판매자에게 정산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상황서 행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기존 주문건 발송을 하지 않으면 정산을 해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판매자 측에 패널티를 부여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를 빚은 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이 내부 절차나 규정을 무시하고 자금을 빼 쓴 정황은 명확해졌다. 큐텐그룹 내부 문서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 4월11일 위시 인수 자금 명목으로 티몬에서 200억원을 빌렸다. 이자는 4.6%, 만기는 1년이다.

이를 위한 내부 승인 절차는 비정상적이었다. 대여금 집행 문서의 기안일은 지난 4월11일이었으나 류광진 티몬 대표의 최종 승인이 난 것은 나흘 뒤인 15일로 확인됐다. 이미 티몬서 자금이 빠져나간 뒤 사후 결제가 이뤄진 셈이다.

홍콩·미국 업체 수십억 소송
올 들어 한 푼도 정산하지 않아

올 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큐텐은 또 지난 1월11일 금리 4.6%로 1년 만기 자금 50억원을 티몬서 빌렸다. 이 당시에도 대표의 승인은 자금 대여가 집행된 날로부터 19일이나 지난 1월30일에 이뤄졌다.


큐텐은 2022∼2023년 티몬과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한 뒤 재무와 기술개발 조직을 해체하고 해당 기능을 큐텐테크놀로지에 넘겼다. 이 회사는 사실상 큐텐 한국 자회사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큐텐 측이 이런 자금 이동을 사전에 류 대표와 상의하지 않았거나 류 대표가 대여금 집행 시점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짙다. 

티몬과 위메프 안팎에서는 대표의 최종 결제 없이 큐텐으로 자금이 넘어간 사례가 있으며 두 회사 대표조차 정확한 이전 자금 규모를 알지 못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티몬과 위메프서 큐텐으로 빠져나간 자금 중에는 A사를 포함한 판매자들에게 정산해야 할 결제 대금이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 긴급 현안 질의서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위시 인수 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 대금도 포함돼있다”고 인정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수사에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대로 자회사 자금을 빼 쓴 사실이 확인될 경우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를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큐텐 자금 추적 과정서 강한 불법 흔적이 드러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주요 대상자 출국금지 등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30일 정무위서 ‘구영배 큐텐 대표는 자금이 없다고 하는데 금감원은 자금 추적을 하고 있느냐’는 윤한홍 정무위원장의 질의에 “수사 의뢰 과정서 주요 대상자들에 대한 출국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답했다.

이 원장은 “(자금흐름을)지금 확인 중”이라며 “가급적 선의를 신뢰해야 하겠지만 최근 금융당국과의 관계서 보여준(큐텐 측의) 행동이나 언행을 볼 때 상당히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이 “최대 1조원 가까운 판매 대금이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데(큐텐은) 자금이 없다고 하니 해외를 포함해 금감원서 자금을 추적하는 게 가장 급한 것 같다”고 강조하자 이 원장은 “20명 가까운 인력을 동원해 검찰에도 이미 수사인력을 파견해 놨다. 공정거래위원회와도 같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정산금 받으려 ‘울며 겨자 먹기’
‘헉’ 부랴부랴 귀국한 해외 사업자 

한편,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구 대표의 지나친 사세 확장이 불러일으킨 결과라는 분석이다. 2009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한 구 대표는 이듬해부터 글로벌 이커머스를 꿈꾸며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2년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큐텐을 설립하고 지난 14년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에 진출하며 몸집을 불려 왔다.

구 대표는 아마존과 알리바바에 견줄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커머스 플랫폼 구축을 비전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지난 2월 북미와 유럽을 커버하기 위해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를 23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밑천이 드러났다.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기일이었던 지난달 7일 정산금 지급이 일부 지연되면서 곪아 있던 문제가 터져 나왔다. 불안감에 휩싸인 판매자들이 위메프에서 빠져나가면서 자금 사정은 더 악화했고, 이는 티몬으로도 옮겨붙었다.


티몬과 위메프서 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여행사들이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결제를 마친 기존 고객들의 환불 요구도 이어졌다. 성난 피해자들은 강남에 있는 티몬·위메프 사무실로 몰려갔지만, 먼저 온 일부 피해자들만 현장 환불을 받았다.

구 대표는 전날 오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사재 800억원을 털어서라도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오후 들어 티몬·위메프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소상공인들은 지난달 31일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구 대표가 판매 대금 지급을 위해 약속한 사재 출연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지난 5월 미정산금액만 이날 기준 2264억원에 달하는 만큼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티몬·위메프 피해 입점 업체 대표는 “일부러 회생을 유도하려는 것 같다. 800억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말을 하는 게 어디다가 재산을 감췄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구 대표는 70억원 상당 서울 반포동 아파트와 통장에 든 10~20억원이 전부라고 언급했다. 큐텐 지분도 38% 보유하고 있지만, 그룹 전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어 지분가치는 담보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티몬 측은 이날 오후 판매자들에게 정부지원자금과 계열사 위시를 통해 자금 5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밀린 대금이 1억원 이하인 판매자들에게 우선 정산하고, 추가 자금을 확보하면 1억이 넘는 판매자들에게 순차 정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망신

하지만 법원의 자산 동결 결정으로 원칙적으로는 채무 변제가 불가능해 판매자들을 상대로 또 희망고문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은 최근 판매자들에게 정산 지연 사실을 공지했다. 인터파크도서도 최근 티몬, 위메프의 미정산 영향으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는 공지를 올렸다.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 여파가 큐텐의 다른 계열사들로 번지면서, 판매자들의 불안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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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에서 지게꾼으로 일하다가 달아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남성 B씨가 공개 수배된 사례도 있다. 지난달 초 K방에는 B씨의 실명과 이름, 부모의 연락처와 함께 “인천에 사는 OOO, 천안으로 도주”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치외법권 텔레그램 악용 지능범죄 배신자 색출···지명수배 내리기도 취재진이 “마약 채팅방에 B씨의 신분증 사진과 연락처, 부모의 연락처까지 올라왔다. 불상사를 당할 수 있지 않겠냐”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영문도 모른 채 B씨에게 연락해 신변을 보호해줄 수는 없다”고 답했다. K방에서 지게꾼으로 일하다 경찰에 붙잡힌 사례도 있다. 필리핀 현지 구치소서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탈옥한 송씨의 필로폰 판매도 K방에서 이뤄졌다. 지난 2022년 1월25일 송씨가 K방을 통해 고용한 운반책 김모씨는 당시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의 한 모텔서 필로폰을 소지하다가 붙잡혔다. 이날 오전 8시경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남성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한 남성이 모텔서 마약을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아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모텔서 필로폰이 포장된 비닐백 30개를 발견하고 이를 압수 조치했다. 또 김씨를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서 양성반응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투약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거래를 지시한 ‘orjinal8282’가 송씨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orjinal8282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자가 김씨에게 “수원으로 가서 모텔을 잡고 기다려라”며 “사탕(엑스터시) 50, 어름(필로폰) 50 좀 있다가 드랍해서 갖고 있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송씨와 비쿠탄 교도소서 함께 지냈던 제보자 A씨는 “orjinal8282는 송씨의 아이디”라며 “김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던 채팅방 구독자들은 송씨가 김씨의 고용주(상선)이었다고 적었다”며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을 건넸다. 김씨가 체포됐다는 점, 송씨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는 사실, 김씨의 사진과 신원은 채팅방에 모두 공개됐다. 이를 통해 송씨가 김씨의 상선이었다는 사실은 마약 업계에 퍼졌다.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어떤 연예인이 누구한테 마약을 구매했는지도 금방 소문이 난다”고 말했다. 범죄자 놀이터 결과적으로 K 채팅방은 마약의 모든 유통구조를 총괄하는 셈이다. 2년 가까이 수사망을 피해 건재함을 유지하기 때문인지 K방을 모방한 채팅방도 생겨나고 있다. 다수의 마약 유통 채팅방들은 서로 ‘진짜 K방’이라며 광고했다. 그러다 지난달 24일 K방엔 ‘K 사칭범 사기꾼 검거 완료. 이상한 헛소리하면 죽여버린다’는 글과 함께 안면에 심각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남성의 옆에는 신원 불상의 K방 관계자가 피해 남성의 얼굴을 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다음 날 게시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피해 남성을 폭행한 이유를 묻자 아무런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지난달 19일 필리핀서 국내로 50억원 상당의 마약을 밀반입해 판매하다 붙잡힌 총책 등 54명도 K방을 포함한 텔레그램 채널을 악용했다. 대전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 범죄단체 조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받는 총책 C씨 등 조직 간부 9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 45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C씨는 지난 2020년부터 필리핀서 암호와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판매 채널을 만들고 8kg에 달하는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해 약 50억원 상당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필로폰은 무려 6㎏ 상당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g인 점을 고려하면 C씨가 판매한 필로폰은 2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조직원들은 지난 2022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범행에 가담한 중간 판매책과 유통책 등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자금관리, 광고팀, 상담팀, 마약 던지기 운반책 등 체계적인 조직을 만들고 국내에 있는 판매 조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하선 기본 수칙’을 정해 놓기도 했다. 이 수칙 중에는 상선 유무 및 관계 등을 일절 언급하지 않도록 하거나 SNS 광고를 꾸준히 하지 않을 경우, 추방하고 일정 매출이 나올 수 있도록 기준치를 정해 독려하기도 했다. 학생도 손쉽게 경찰은 텔레그램을 이용한 마약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던 중 지난 2022년 1월 마약 거래에 이용된 자금 흐름 분석 등을 통해 C씨를 특정했다. 필리핀서 은밀하게 숨어 있던 C씨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은 올해 초 경찰청서 마약공조수사계를 신설하고 필리핀 내 소재 단서를 종합, 필리핀 당국과 긴밀히 공조했다. 필리핀 당국에 집중 추적을 의뢰했으며 지난 6월 ‘인터폴 국외도피사범 검거 작전회의’ 참여를 계기로 한국과 필리핀 양국 사이 실무 회담을 진행했다. 검거 계획 수립 후 노력한 끝에 필리핀 법 집행기관과 코리안 데스크가 C씨를 검거했으며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을 통해 검거 2주 후인 지난달 2일 C씨를 송환했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약 20억원에 관한 기소 전 추징을 실시했고 공범 D씨를 추적 중이며 추가적인 범행에 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는 11월까지 4개월 동안 마약류 범죄를 집중 단속하고 있으며 인터넷 마약류 및 조직적 유통 사범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마약류 범죄는 투약자 개인 몸과 정신을 황폐하게 할 뿐 아니라 2차 범죄로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해 목격 시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최근 검·경은 마약과 성범죄 등의 온상인 텔레그램을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28일 프랑스 정부는 텔레그램 창업자 겸 CEO인 파벨 두로프를 온라인 성범죄, 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를 방조 및 공모한 혐의로 예비 기소한 바 있다. 보안성을 앞세워 수사에 비협조적인 텔레그램에 수사 기관들도 강력히 대응하기 시작한 것. 지난 2일 한국 경찰도 텔레그램 법인에 관해 딥페이크 성범죄 방조 혐의를 적용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일명 ‘마약 동아리 사건’을 수사한 검찰도 마약 범죄와 관련된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회원들을 겨냥한 수사 확대에 나섰다. 유통·광고·모집 한 방에 필리핀 한인 범죄의 메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대검찰청과 공조해 카이스트 출신의 마약 동아리 회장 염모씨가 이용한 채팅방 운영자를 추적 중이다. 운영자뿐 아니라 다수의 회원도 수사망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내부 시스템을 통해 이런 채팅방을 다수 파악했다. 이 가운데 최대 규모이자 이번 마약 동아리 사건에 등장한 채팅방을 겨누고 있다. 수도권 13곳 대학 출신 14명이 적발된 것을 계기로 수사 확대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진 마약사범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과정서 검찰은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알려주는 텔레그램 채널에 대학생 등 약 9000명이 가입한 것을 확인했다.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에 대해 대검찰청 인터넷 마약 범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통해 대검과 공조해 추적 수사 중이다. 피의자들은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해 ‘휴대전화 저장 자료 영구 삭제 등 포렌식 대비, 모발 탈·염색, 사설기관 모발검사, 피의자 신문조사 모의 답변’ 등 채널서 파악한 대비 방법을 범죄에 활용했다. 검찰은 피의자들의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혐의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마약 범죄를 적발하는 등 시스템의 효과도 봤다. 앞서 마약상들의 거래 수법이 고도로 지능화되고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을 맞아 시스템을 개발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올해 초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AI를 탑재하며 시스템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텔레그램 채널을 파악했고, ‘마약 동아리 사건’ 속 피고인들의 가입 채널과 같은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동아리 마약 사건의 관계자 14명 외의 추가 기소 가능성도 제기됐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동아리를 만든 염씨 등을 포함한 6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긴 상황이다. 단순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처럼 과거 연락 수단에 그쳤던 텔레그램은 수년 전부터 마약 판매업자들의 광고 플랫폼이자 밀수부터 구매까지 거래의 모든 과정이 이뤄지는 마약 유통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황하는 수사 당국 검찰 관계자는 “마약 수사의 목표는 유통망 차단인데, 마약 유통책이나 딜러들은 텔레그램 네트워크 뒤에 숨어 있어 공급 라인을 차단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수백개의 마약 채팅방서 마약 광고를 하거나 구인·구직도 이뤄지지만, 수사 과정서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