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개월 전부터…’ 예견된 큐텐 사태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8.06 08:39:53
  • 호수 1491호
  • 댓글 0개

“2월부터 밀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큐텐과 입점 계약을 체결한 판매자들이 받지 못한 지난 5월 대금만 총 2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확인 결과, 큐텐 플랫폼을 활용해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판매해 온 한 업체가 받지 못한 금액이 약 40억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판매 대금을 받지 못했다. 

홍콩과 미국에 법인을 둔 전자기기 판매업체인 A사의 대표 박모씨는 큐텐을 상대로 미지급 정산금 및 지연이자 청구 소송에 나섰다. 큐텐이 A사와 정한 이용약관에 따르면, ‘물건을 판매하고, 배송이 완료된 다음 달 15일이 포함된 주의 금요일에 판매자(A사)의 통장에 지급된다’고 명시돼있다. 큐텐은 이를 스스로 어긴 채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한 푼도 정산하지 않았다. 

무리한 확장

앞서 중국에 이어 싱가포르와 미국 등 해외 곳곳서 큐텐발 미정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A사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라고 볼 수 있다. A사의 2개 홍콩 법인의 미정산금은 한화로 26억4126만원과 7714만원이며, 1개 미국 법인은 13억6742만원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A사가 큐텐에게 정산금을 지급하라고 요청한 시기가 지난 2월부터라는 것이다.

큐텐은 지난 2월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에 북미·유럽 기반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했다. 당시 큐텐이 티몬서 자금을 빌린 건 위시 인수 대금 납부 기한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A사의 판매 대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세를 확장하는 데 썼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재 A사 측의 이성은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A사가 고객들에게 물품을 판매하고 배송까지 완료해 큐텐에 정산금액을 요청했지만, 지난 2월2일부터 7월11일까지 정산금이 지급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며 “기한 내에 정산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청구소송 및 정산금 보전을 위한 큐텐 계좌 가압류 등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뢰인은 큐텐과 계약을 해지하기라도 하면 미정산금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수개월간 물건을 납품하면서 버텼다”며 “의뢰인을 비롯한 해외사업자들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일하다 말고 한국에 들어와 소송에 나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큐텐은 판매자에게 정산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상황서 행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기존 주문건 발송을 하지 않으면 정산을 해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판매자 측에 패널티를 부여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를 빚은 티몬과 위메프(티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이 내부 절차나 규정을 무시하고 자금을 빼 쓴 정황은 명확해졌다. 큐텐그룹 내부 문서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 4월11일 위시 인수 자금 명목으로 티몬에서 200억원을 빌렸다. 이자는 4.6%, 만기는 1년이다.

이를 위한 내부 승인 절차는 비정상적이었다. 대여금 집행 문서의 기안일은 지난 4월11일이었으나 류광진 티몬 대표의 최종 승인이 난 것은 나흘 뒤인 15일로 확인됐다. 이미 티몬서 자금이 빠져나간 뒤 사후 결제가 이뤄진 셈이다.

홍콩·미국 업체 수십억 소송
올 들어 한 푼도 정산하지 않아

올 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큐텐은 또 지난 1월11일 금리 4.6%로 1년 만기 자금 50억원을 티몬서 빌렸다. 이 당시에도 대표의 승인은 자금 대여가 집행된 날로부터 19일이나 지난 1월30일에 이뤄졌다.


큐텐은 2022∼2023년 티몬과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한 뒤 재무와 기술개발 조직을 해체하고 해당 기능을 큐텐테크놀로지에 넘겼다. 이 회사는 사실상 큐텐 한국 자회사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큐텐 측이 이런 자금 이동을 사전에 류 대표와 상의하지 않았거나 류 대표가 대여금 집행 시점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짙다. 

티몬과 위메프 안팎에서는 대표의 최종 결제 없이 큐텐으로 자금이 넘어간 사례가 있으며 두 회사 대표조차 정확한 이전 자금 규모를 알지 못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티몬과 위메프서 큐텐으로 빠져나간 자금 중에는 A사를 포함한 판매자들에게 정산해야 할 결제 대금이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 긴급 현안 질의서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위시 인수 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 대금도 포함돼있다”고 인정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수사에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대로 자회사 자금을 빼 쓴 사실이 확인될 경우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를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큐텐 자금 추적 과정서 강한 불법 흔적이 드러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주요 대상자 출국금지 등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30일 정무위서 ‘구영배 큐텐 대표는 자금이 없다고 하는데 금감원은 자금 추적을 하고 있느냐’는 윤한홍 정무위원장의 질의에 “수사 의뢰 과정서 주요 대상자들에 대한 출국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답했다.

이 원장은 “(자금흐름을)지금 확인 중”이라며 “가급적 선의를 신뢰해야 하겠지만 최근 금융당국과의 관계서 보여준(큐텐 측의) 행동이나 언행을 볼 때 상당히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이 “최대 1조원 가까운 판매 대금이 사라진 것으로 보이는데(큐텐은) 자금이 없다고 하니 해외를 포함해 금감원서 자금을 추적하는 게 가장 급한 것 같다”고 강조하자 이 원장은 “20명 가까운 인력을 동원해 검찰에도 이미 수사인력을 파견해 놨다. 공정거래위원회와도 같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정산금 받으려 ‘울며 겨자 먹기’
‘헉’ 부랴부랴 귀국한 해외 사업자 

한편,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구 대표의 지나친 사세 확장이 불러일으킨 결과라는 분석이다. 2009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한 구 대표는 이듬해부터 글로벌 이커머스를 꿈꾸며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2년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큐텐을 설립하고 지난 14년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에 진출하며 몸집을 불려 왔다.

구 대표는 아마존과 알리바바에 견줄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커머스 플랫폼 구축을 비전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지난 2월 북미와 유럽을 커버하기 위해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를 23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밑천이 드러났다.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기일이었던 지난달 7일 정산금 지급이 일부 지연되면서 곪아 있던 문제가 터져 나왔다. 불안감에 휩싸인 판매자들이 위메프에서 빠져나가면서 자금 사정은 더 악화했고, 이는 티몬으로도 옮겨붙었다.


티몬과 위메프서 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여행사들이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결제를 마친 기존 고객들의 환불 요구도 이어졌다. 성난 피해자들은 강남에 있는 티몬·위메프 사무실로 몰려갔지만, 먼저 온 일부 피해자들만 현장 환불을 받았다.

구 대표는 전날 오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사재 800억원을 털어서라도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오후 들어 티몬·위메프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소상공인들은 지난달 31일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구 대표가 판매 대금 지급을 위해 약속한 사재 출연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지난 5월 미정산금액만 이날 기준 2264억원에 달하는 만큼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티몬·위메프 피해 입점 업체 대표는 “일부러 회생을 유도하려는 것 같다. 800억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말을 하는 게 어디다가 재산을 감췄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구 대표는 70억원 상당 서울 반포동 아파트와 통장에 든 10~20억원이 전부라고 언급했다. 큐텐 지분도 38% 보유하고 있지만, 그룹 전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어 지분가치는 담보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티몬 측은 이날 오후 판매자들에게 정부지원자금과 계열사 위시를 통해 자금 5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밀린 대금이 1억원 이하인 판매자들에게 우선 정산하고, 추가 자금을 확보하면 1억이 넘는 판매자들에게 순차 정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망신

하지만 법원의 자산 동결 결정으로 원칙적으로는 채무 변제가 불가능해 판매자들을 상대로 또 희망고문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은 최근 판매자들에게 정산 지연 사실을 공지했다. 인터파크도서도 최근 티몬, 위메프의 미정산 영향으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는 공지를 올렸다.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 여파가 큐텐의 다른 계열사들로 번지면서, 판매자들의 불안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smk1@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