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레커’ 돈세탁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30 10:11:25
  • 호수 1489호
  • 댓글 0개

훔친 돈이 ‘슈퍼챗’으로 둔갑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먹방 유튜버 쯔양 협박 사건 등을 계기로 유튜버 구제역과 주작 감별사(본명 전국진)가 구속됐다. 일각에선 ‘사이버 레커’가 주가조작 세력의 ‘돈세탁’을 도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라이브 방송 슈퍼챗(후원금)을 받은 유튜버가 후원자에게 다시 현금으로 되돌려준다는 것이다. 

‘사이버 레커’는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을 비난하는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를 가리킨다. 레커는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사설 구난차에 대한 명칭인데, 이슈 유튜버가 하는 행동이 레커와 비슷해 사이버 레커라고 부른다. 간혹 이해관계에 따라 목적이 다분한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일각에선 “비판 기사를 쓰겠다며 기업 등을 협박해 광고비를 요구하는 언론사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수수료 50%

수원지법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공갈, 협박, 강요 등의 혐의를 받는 구제역과 주작 감별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수천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라덕연 등 주가조작 일당이 구제역 등 사이버 레커를 ‘자금 세탁처’로 활용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서 라덕연 일당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주가조작 등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수익의 50%를 수수료로 받았다. 이를 정상적인 거래대금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약 640여회(총 104억원 상당)에 걸쳐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지난 4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제8조의2 허위세금계산서교부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실제로 헬스장, 식당 등을 비롯한 의외의 장소가 라덕연 일당의 자금 세탁처로 지목된 바 있다. 헬스 트레이너이자 유튜버인 황철순이 운영한 헬스장이 이들의 자금 세탁처로 이용된 사실이 지난해 드러났다. 황철순은 라스베이거스 월드챔피언십 보디빌딩대회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 머슬마니아 피트니스 아메리카 프로 세계 챔피언 등의 경력을 지녔고 예능프로그램에 ‘징맨’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라덕연과 친분이 있던 ‘S’ 마라탕 브랜드 창업주 원모씨가 해당 헬스장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도마에 올랐다. 그는 기존 주가조작 사태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6명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원씨와 황철순은 과거 수산물 전문 쇼핑몰 사업을 함께하면서 연결됐다. 각자의 사업을 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홍보해 주는 등 수년간 친분을 유지해 온 관계로 전해진다.

원씨가 창업한 마라탕 브랜드의 서울 광진구 가맹점은 라덕연 일당의 거래 수수료 ‘카드깡’을 위해 수백만원대 메뉴를 판매한 의혹 등으로 지난해 4월27일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이들 일당은 2022년 11월 이 식당서 운용 자금 1조원 돌파를 축하하는 ‘조조파티’를 열었고 이 자리에는 가수 임창정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버와 주가조작단 ‘공생관계’
쯔양이 쏘아 올려···라덕연에 가나

다만 원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주가조작이나 카드깡, 자금 세탁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알지도 못했다”며 “(해당 매장은)가맹점이며 본사 또는 제가 알고 있거나 관여한 바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헬스장 사내이사 등재와 관련해선 “상표권을 갖고 있었을 뿐 헬스장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사내이사에 등재돼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에 지점을 둔 황철순의 헬스장은 영업 초기 60억원 이상을 투자해 스크린 골프장, 풋살장 등을 갖춘 1300평대 대규모 시설로 관심을 받았다. 황철순은 주가조작 사태가 불거지기 전, 일신상의 사유로 헬스장 대표직을 사임했다. 


라덕연은 ‘주가를 조작해 얻은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로 결제받는 과정서 헬스장을 돈세탁 창구로 이용했다’고 시인했다. 또 헬스장을 비롯해 골프 아카데미, 서울의 피부과 병원 등지서 투자자에게 받은 수익금을 세탁할 때 사용했다고 했다.

지난해 투자자들은 라덕연을 포함해 주가조작 핵심 세력으로 지목된 6명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에 사기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유튜버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레커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진 가운데, 라덕연 일당이 이들을 자금 세탁처로 이용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모 건설사 대표 김모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라덕연을 비롯한 주가조작 일당이 내게 투자금 명목으로 빌려간 돈은 10억이 넘는다”며 “친분을 생각해서 투자금을 갚을 때까지 몇 년을 참아왔지만, 더 기다릴 수 없어 폭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황철순에게 슈퍼카 람보르기니를 빌려줄 정도로 깊은 친분을 이어왔다. 문제는 2019년경 황철순이 헬스장 건축을 김씨에게 맡기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서 황철순은 “공사비는 대신(라덕연 일당이) 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해 4월24일, 라덕연 등이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김씨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김씨는 “라덕연 일당은 헬스장, 식당뿐만이 아닌 사이버 레커를 비롯한 유튜버들에게 막대한 후원금을 건넸고, 이를 받은 유튜버들이 다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슈퍼챗은 결제 한도가 없기에 범죄수익의 돈세탁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수익, 식당·헬스장서 카드깡
한도 없는 투척 ‘자금 세탁처’로 

일부 유튜버는 사실상 범죄조직을 스폰서로 두고 활동한 셈이다.

실제로 사이버 레커의 주 수입원은 슈퍼챗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특정인의 비방 영상을 올려 인지도를 높인 뒤 광고 협찬이나 후원계좌를 통한 모금으로 수익을 올리는 수법을 써왔다.

검찰도 일부 사실을 파악한 모양새다. 지난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날 전국 검찰청에 지시한 사이버 레커 수사 방침을 유튜버 구제역 등 관련 사건에 적용할 계획이다. 사이버 레커들이 특정 콘텐츠를 통해 명예훼손 등을 한 혐의가 확인되면 후원계좌 등에 대해 법원에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적극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몰수·추징 보전은 범죄수익으로 형성한 재산을 형 확정 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 동결 조치다. 임시 조치라 법원서도 높은 수준의 입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비방 영상을 올린 날짜와 그 시기 후원계좌 모금이나 광고로 얻은 수익 등을 비교 분석해 범행과 수익의 인과관계가 소명되면 계좌에 대한 동결이 허가된다.


검찰은 후원계좌서 나온 돈으로 취득한 건물이나 자동차, 예금·채권 등도 잡아내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재판을 거쳐 비방 영상 등을 통해 얻은 실제 범죄수익이 특정되면, 해당 부분에 대한 몰수·추징이 집행돼 국고로 환수된다.

그간 유튜버의 악의적 비방 영상 등에 대한 몰수·추징 보전 사례는 드물었다. 인천지검이 지난 5월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 A씨가 악의적 비방 영상 게시로 취득한 범죄수익 2억여원에 대해 법원에 기소 전 추징 보전을 신청해 인용된 사례가 있다.

검찰은 A씨가 연습생(월 1990원), 아이돌(월 4990원), 슈스(월 1만2000원), 비밀 단톡방(월 3만원) 등 여러 등급으로 구성된 유료회원제를 통해 단기간 고수익을 거두고 부동산 등을 구매한 사실을 확인해 범죄수익 동결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례를 다른 수사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결국 돈”

검찰 관계자는 “사이버 레커들의 목적은 결국 돈”이라며 “명예훼손 등의 형량이 높지 않은 상황서 ‘돈은 남아 있으니 몸으로 때우겠다’는 식의 행동을 몰수·추징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비방 영상으로 거둔 수익을 추징·몰수까지 하면 억제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국고로 귀속되는 추징도 방법이지만 이처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경우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