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레커’ 돈세탁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30 10:11:25
  • 호수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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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돈이 ‘슈퍼챗’으로 둔갑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먹방 유튜버 쯔양 협박 사건 등을 계기로 유튜버 구제역과 주작 감별사(본명 전국진)가 구속됐다. 일각에선 ‘사이버 레커’가 주가조작 세력의 ‘돈세탁’을 도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라이브 방송 슈퍼챗(후원금)을 받은 유튜버가 후원자에게 다시 현금으로 되돌려준다는 것이다. 

‘사이버 레커’는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을 비난하는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를 가리킨다. 레커는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사설 구난차에 대한 명칭인데, 이슈 유튜버가 하는 행동이 레커와 비슷해 사이버 레커라고 부른다. 간혹 이해관계에 따라 목적이 다분한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일각에선 “비판 기사를 쓰겠다며 기업 등을 협박해 광고비를 요구하는 언론사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수수료 50%

수원지법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공갈, 협박, 강요 등의 혐의를 받는 구제역과 주작 감별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수천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라덕연 등 주가조작 일당이 구제역 등 사이버 레커를 ‘자금 세탁처’로 활용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서 라덕연 일당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주가조작 등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수익의 50%를 수수료로 받았다. 이를 정상적인 거래대금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약 640여회(총 104억원 상당)에 걸쳐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지난 4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제8조의2 허위세금계산서교부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실제로 헬스장, 식당 등을 비롯한 의외의 장소가 라덕연 일당의 자금 세탁처로 지목된 바 있다. 헬스 트레이너이자 유튜버인 황철순이 운영한 헬스장이 이들의 자금 세탁처로 이용된 사실이 지난해 드러났다. 황철순은 라스베이거스 월드챔피언십 보디빌딩대회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 머슬마니아 피트니스 아메리카 프로 세계 챔피언 등의 경력을 지녔고 예능프로그램에 ‘징맨’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라덕연과 친분이 있던 ‘S’ 마라탕 브랜드 창업주 원모씨가 해당 헬스장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도마에 올랐다. 그는 기존 주가조작 사태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6명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원씨와 황철순은 과거 수산물 전문 쇼핑몰 사업을 함께하면서 연결됐다. 각자의 사업을 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홍보해 주는 등 수년간 친분을 유지해 온 관계로 전해진다.

원씨가 창업한 마라탕 브랜드의 서울 광진구 가맹점은 라덕연 일당의 거래 수수료 ‘카드깡’을 위해 수백만원대 메뉴를 판매한 의혹 등으로 지난해 4월27일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이들 일당은 2022년 11월 이 식당서 운용 자금 1조원 돌파를 축하하는 ‘조조파티’를 열었고 이 자리에는 가수 임창정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버와 주가조작단 ‘공생관계’
쯔양이 쏘아 올려···라덕연에 가나

다만 원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주가조작이나 카드깡, 자금 세탁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알지도 못했다”며 “(해당 매장은)가맹점이며 본사 또는 제가 알고 있거나 관여한 바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헬스장 사내이사 등재와 관련해선 “상표권을 갖고 있었을 뿐 헬스장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사내이사에 등재돼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에 지점을 둔 황철순의 헬스장은 영업 초기 60억원 이상을 투자해 스크린 골프장, 풋살장 등을 갖춘 1300평대 대규모 시설로 관심을 받았다. 황철순은 주가조작 사태가 불거지기 전, 일신상의 사유로 헬스장 대표직을 사임했다. 


라덕연은 ‘주가를 조작해 얻은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로 결제받는 과정서 헬스장을 돈세탁 창구로 이용했다’고 시인했다. 또 헬스장을 비롯해 골프 아카데미, 서울의 피부과 병원 등지서 투자자에게 받은 수익금을 세탁할 때 사용했다고 했다.

지난해 투자자들은 라덕연을 포함해 주가조작 핵심 세력으로 지목된 6명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에 사기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유튜버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레커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진 가운데, 라덕연 일당이 이들을 자금 세탁처로 이용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모 건설사 대표 김모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라덕연을 비롯한 주가조작 일당이 내게 투자금 명목으로 빌려간 돈은 10억이 넘는다”며 “친분을 생각해서 투자금을 갚을 때까지 몇 년을 참아왔지만, 더 기다릴 수 없어 폭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황철순에게 슈퍼카 람보르기니를 빌려줄 정도로 깊은 친분을 이어왔다. 문제는 2019년경 황철순이 헬스장 건축을 김씨에게 맡기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서 황철순은 “공사비는 대신(라덕연 일당이) 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해 4월24일, 라덕연 등이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김씨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김씨는 “라덕연 일당은 헬스장, 식당뿐만이 아닌 사이버 레커를 비롯한 유튜버들에게 막대한 후원금을 건넸고, 이를 받은 유튜버들이 다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슈퍼챗은 결제 한도가 없기에 범죄수익의 돈세탁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수익, 식당·헬스장서 카드깡
한도 없는 투척 ‘자금 세탁처’로 

일부 유튜버는 사실상 범죄조직을 스폰서로 두고 활동한 셈이다.

실제로 사이버 레커의 주 수입원은 슈퍼챗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특정인의 비방 영상을 올려 인지도를 높인 뒤 광고 협찬이나 후원계좌를 통한 모금으로 수익을 올리는 수법을 써왔다.

검찰도 일부 사실을 파악한 모양새다. 지난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날 전국 검찰청에 지시한 사이버 레커 수사 방침을 유튜버 구제역 등 관련 사건에 적용할 계획이다. 사이버 레커들이 특정 콘텐츠를 통해 명예훼손 등을 한 혐의가 확인되면 후원계좌 등에 대해 법원에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적극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몰수·추징 보전은 범죄수익으로 형성한 재산을 형 확정 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 동결 조치다. 임시 조치라 법원서도 높은 수준의 입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비방 영상을 올린 날짜와 그 시기 후원계좌 모금이나 광고로 얻은 수익 등을 비교 분석해 범행과 수익의 인과관계가 소명되면 계좌에 대한 동결이 허가된다.


검찰은 후원계좌서 나온 돈으로 취득한 건물이나 자동차, 예금·채권 등도 잡아내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재판을 거쳐 비방 영상 등을 통해 얻은 실제 범죄수익이 특정되면, 해당 부분에 대한 몰수·추징이 집행돼 국고로 환수된다.

그간 유튜버의 악의적 비방 영상 등에 대한 몰수·추징 보전 사례는 드물었다. 인천지검이 지난 5월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 A씨가 악의적 비방 영상 게시로 취득한 범죄수익 2억여원에 대해 법원에 기소 전 추징 보전을 신청해 인용된 사례가 있다.

검찰은 A씨가 연습생(월 1990원), 아이돌(월 4990원), 슈스(월 1만2000원), 비밀 단톡방(월 3만원) 등 여러 등급으로 구성된 유료회원제를 통해 단기간 고수익을 거두고 부동산 등을 구매한 사실을 확인해 범죄수익 동결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례를 다른 수사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결국 돈”

검찰 관계자는 “사이버 레커들의 목적은 결국 돈”이라며 “명예훼손 등의 형량이 높지 않은 상황서 ‘돈은 남아 있으니 몸으로 때우겠다’는 식의 행동을 몰수·추징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비방 영상으로 거둔 수익을 추징·몰수까지 하면 억제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국고로 귀속되는 추징도 방법이지만 이처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경우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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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