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울고 있는 쯔양

맞고 뜯긴 1000만 유튜버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1000만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4년간 교제 폭력을 당해 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부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이 관련 내용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쯔양에게 돈을 뜯어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검찰은 쯔양을 협박한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과 협박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기부를 이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쯔양의 선행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1일, 먹방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불법 촬영과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방송 경력 5년 중 4년여 동안 협박을 당하며 방송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쯔양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가로세로연구소’라는 곳에서 올라온 이슈에 대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급하게 켰다”고 입을 열었다.

맞으며 방송
피해 고백

앞서 지난 10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채널 김세의는 구제역과 주작감별사 전국진, 카라큘라 등이 쯔양의 과거를 빌미로 협박하며 돈을 갈취했다고 폭로했던 바 있다. 쯔양은 해당 영상서 먹방(먹는 방송)을 시작하기 전 대학교 휴학 중 잠깐 교제한 남자친구 A씨에게 지속적인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처음에 엄청 잘해줬는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쯔양은 “헤어지자고 얘기를 했는데 지옥같았던 일들이 있었다. 저 몰래 찍은 영상이 있었다”며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산으로도 맞았고 폭력적인 일들이 많았다” “본인이 일하는 곳으로 데려가 술 상대만 해주면 된다고 해서 앉아서 술 따르는 일을 아주 잠깐 했었다”며 “주변에 협박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당시 그 일로 벌었던 돈도 A씨가 전부 가져갔다”고 밝혔다. 


쯔양이 그만두겠다고 말하자 A씨는 또다시 폭행을 가했고 가족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협박을 시작했다. 쯔양은 이 과정서 매일 하루 두 차례씩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A씨가 돈을 어떻게 벌 것이냐고 묻자 방송이 전부터 꿈이었던 쯔양은 방송을 하겠다고 했다.

쯔양은 “방송 이후에도 매일 맞으면서 방송했고, 얼굴은 티 난다며 몸을 때린다거나 잘못 얼굴 맞아서 그대로 방송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쯔양은 방송 초기 벌었던 돈도 A씨가 갈취했다고 폭로했다. 쯔양의 인터넷 방송이 인기를 끌자, A씨는 소속사를 만들어 스스로 대표 자리에 앉았다. 이어 수익을 3대7 비율로 나누는 불공정 계약을 강요했으며, 쯔양의 유튜브 광고수익 등도 모두 가로챘다. 

쯔양이 뒷광고(유료 광고 미표기)로 논란이 되자 A씨는 방송을 그만하라고 시켰고 쯔양인 척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후 쯔양의 민심이 다시 좋아지자, A씨는 방송에 복귀하라고 시켰다고 한다. 

“힘들어서 복귀하고 싶지 않았다”는 쯔양은 “카톡 증거가 모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 수치스러웠고 어디에도 언급되길 바라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반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부연했다. 

4년간 이런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쯔양은 소속사 직원들의 도움으로 A씨로부터 벗어났다고 밝혔다. 

쯔양은 “처음엔 제 약점이 주변에 알려질까 봐 무서웠지만, 직원들이 함께 싸워준 덕에 A씨와 관계를 끊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그랬더니 A씨가 가족이나 직원에게 협박하거나 주변에 아는 유튜버 등에 제 과거를 과장해서 얘기하고 다녀 결국 A씨에 대한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즐겁게 먹는 줄 알았더니…
전 애인에 4년간 교제 폭력

이후 쯔양의 방송에 등장한 법률대리인 김태연 변호사는 쯔양의 피해 사진을 공개하면서 “쯔양이 못 받았던 정산금은 최소 40억원이다” “소송으로 조금이나마 정산금을 반환받았다”고 밝혔다. 

쯔양은 정산금 청구, 전속계약 해지, 상표출원 등을 포함해 상습폭행, 상습협박, 상습상해, 공갈, 강요, 성폭력처벌법위반 등의 혐의로 A씨에 대해 1차 형사 고소도 진행했다.

선처를 호소한 A씨가 “해당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약속을 위반하자 2차 형사 고소를 진행했고 혐의 사실이 많았기에 징역 5년 이상의 처벌이 예상됐다. 결국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이라는 불송치 결정으로 종결됐다. 

변호인 측은 “이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억측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면서 “원치 않게 (사건이)공론화됐지만, 앞으로 이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마음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레커 연합’에 소속된 일부 유튜버가 쯔양의 과거를 빌미로 돈을 갈취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해당 관련자들은 잇달아 사과 입장을 밝혔다. 

지난 15일 카라큘라는 자신의 채널 ‘카라큘라 미디어’에 영상을 올려 “나름대로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책임은 오로지 저한테 있다”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알리고 피해자를 도우며 유튜브 활동을 해 왔으나 최근 공개된 구제역과의 통화상 제 언행과 말투, 욕설은 저희 채널을 좋아해 주시고 절 응원해 주셨던 분들께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게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따끔한 질타를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아픈 과거가 공개되는 걸 원치 않은 쯔양님이 현재 너무나 고통스러워하고 계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쯔양에 대한 전후 사정을 알았다면 구제역과 그렇게 장난조로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통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자란 생각과 가벼운 언행으로 쯔양에게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언급했다. 

‘레커 연합’
녹취 폭로전

전국진도 같은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국진-주작감별사’를 통해 “쯔양이 오랫동안 피해를 많이 받았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서 지난 2023년 2월27일에 300만원을 구제역으로부터 입금받았다”고 밝혔다. 


전국진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20년 11월경 소셜미디어를 통해 쯔양과 관련한 제보를 받고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직접적 증거가 없어 콘텐츠를 만들지 않았지만, 2~3년 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전국진은 “현재 레커 연합이라고 지칭되는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할 때 장난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너 그만 좀 받아먹어라’ 이런 얘기들이 그 사람들 사이서 오갔다”면서 “솔직히 저는 그 발언들이 꽤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쉽게 돈을 버는데 난 뭘 하고 있나’ 이런 생각도 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상황서 지난 2023년 초 구제역과 통화가 이뤄진 것”이라며 “나는 구제역과 연락을 취하며 동시에 쯔양 소속사 측과도 미팅 자리를 잡게 됐는데 며칠 앞두고 있던 와중에 구제역이 본인에게 맡기라고 했고, 동의해서 그 이후로는 쯔양 소속사 측과 어떤 연락이나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게 받은 300만원이 내가 유튜브를 하면서 불순한 의도로 받은 처음이자 마지막 돈”이라며 “물론 그 한 번도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정말 잘 알고 있다. 나를 욕하시는 걸 모두 감수하고 앞으로 내 인생에 계속 따라다닐 부정적인 꼬리표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에 이렇게 나와 구제역의 녹취록이 유출됨으로 인해 그렇게 숨기고 싶었을 과거가 공개돼 버린 쯔양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사과했다. 

쯔양을 협박해 55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버 구제역도 같은 날 검찰에 자진 출석했으나 검찰의 소환 요청이 없었던 터라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구제역은 이날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쯔양 사건에 대한 모든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기 위함도 있지만 이 사건을 배후서 조작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 학부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고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저의 신변을 보호해 주기를 요청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쯔양에게 공갈, 협박을 한 사실이 없다”며 “그에 대한 내용은 제가 영상을 통해 공개한 음성 녹취와 오늘 검찰에 제출할 저의 휴대폰에 담겨있으며 이는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고 협박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검찰조사를 받지 못한 구제역은 검찰 민원실에 쯔양 소속사 관계자와 나눈 통화 녹음 파일 등이 들어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민원실에 제출한 뒤 귀가했다. 

한편 유튜버 쯔양 측은 공갈 등에 대한 혐의로 ‘사이버 레커’ 유튜버 구제역·주작감별사·범죄연구소 운영자 및 익명의 협박자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쯔양에 대한 공갈 등에 가담한 자들이 추가 발견되면 선처 없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돈줄 막히자 
줄줄이 사과

쯔양의 법률대리인은 지난 15일 쯔양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식입장을 게재했다. 쯔양 측 법률대리인은 “본 입장문을 포함한 모든 의견은 사전에 쯔양 측과의 협의와 확인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갈 사건이 발생할 당시 쯔양은 이미 많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여러 가지 피해를 입었기에 심신이 매우 피폐해진 상태였다”며 “그로 인해 쯔양은 유튜버들의 금원 갈취 행위에 대응할 여력조차 없었으며 그저 조용히 홀로 피해를 감당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쯔양은 철저히 ‘을’의 입장에 놓였고, 사생활 폭로를 빌미로 교묘한 방식으로 협박하는 유튜버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원치 않는 내용의 계약서까지 작성해야 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후 쯔양의 일부 사건이 공론화됐으며 그 과정서 쯔양을 포함한 관계자 및 제3자들에게 무분별한 2차 피해가 확대되기 시작했고, 쯔양의 피해에 대해 허위 사실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자들도 늘어났다”며 “이에 이번 사건마저도 그냥 넘어가면 필연적으로 현재나 장래에 ‘제2, 제3의 쯔양’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과 공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깊은 고민 끝에 고소 진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쯔양 측은 현재 쯔양을 피해자로 기재한 고발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제3부에 배당된 상황인 점을 고려해 형사 제3부에 공갈 등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일명 ‘레커 연합’ 유튜버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쯔양 측은 “이번 사건 고소를 포함한 현재까지 및 향후 진행 방향은 오로지 쯔양의 권리 구제 및 피해회복을 위한 것일 뿐, 이 사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어떠한 개인 혹은 단체 등과의 대립은 일절 의도하지 않는 점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특정 집단 간 대립 혹은 사회적 갈등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향후 쯔양은 계속되는 협박·공갈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조치를 이행할 것이며, 쯔양과 모든 관계자에 대한 과도한 허위 사실 유포나 모욕 등의 도를 넘은 행위에 대해 선처 없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정산금만 최소 40억”
유명 유튜버들 협박·갈취

쯔양을 공갈·협박한 혐의를 받는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에 대한 고발장과 고소장은 당초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었으나 중앙지검은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송했다. 

공갈 주범으로 지목된 구제역이 별개의 명예훼손 혐의 등 8건으로 이미 수원지검과 수원지법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검찰청에 흩어진 사건을 한 곳에서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악성 콘텐츠를 유포하는 사이버 레커에 대한 엄정 대응을 전국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수익 창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콘텐츠를 게시한 경우, 동종 전력이 있거나 수사·재판 중임에도 지속적·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콘텐츠 비공개 등을 빌미로 협박·공갈을 비롯한 추가 범행이 확인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구속 수사토록 했다.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자 유튜브 측은 일부 사이버 레커들의 채널 수익화 중지 결정을 내렸다.

한편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폭행, 협박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서도 보육원에 꾸준히 기부해 온 선행이 재조명되고 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1일 ‘300만원 넘게 보육원에 기부한 쯔양’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지난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김기자의 디스이즈’를 통해 공개된 영상 일부가 공유돼있었다. 

영상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상록보육원 부청하 원장은 “쯔양으로부터 돕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쯔양에게 “한번 돕겠느냐”고 묻자 쯔양은 “계속 돕고 싶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부 원장은 “당시 29명 원생에게 들어가는 돈이 한 달에 315만7000원이었다”며 “뭘 믿고 돕겠느냐, 와서 확인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봉사도 하겠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쯔양은 지난 2019년부터 매달 315만원 이상을 상록보육원에 정기 후원해 왔다. 

후원뿐만 아니라 직접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부 원장은 “쯔양의 뒷광고 논란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시기에도 기부를 지속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짜 고마워 눈물이 났다”며 “돈이 있어도 남을 못 돕는 사람들도 많은데 스물둘 어린 나이에 배울 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미담 재조명
꾸준히 기부

그는 “돈을 많이 버는데도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자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후원해 준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쯔양은 지난 10일에도 1000만 구독자 달성을 기념해 국제구호 개발기구 월드비전에 2억원을 기부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관련 이웃돕기를 위해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 2000만원, 국립암센터에 1000만원 등을 기부하기도 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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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