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김두관 솟아날 구멍

바위로 날아든 달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당 대표직에 도전장을 내민 김두관 후보가 고민에 빠졌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예상한 결과”라며 입 모아 말했지만 생각보다 묵직한 타격에 다소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야심 차게 나선 이상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전당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떻게든 반전을 꾀해야만 한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끝나면서 정치권의 시선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8·18 전당대회로 옮겨졌다.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으로 끝날 전당대회라는 우려와 달리 두 명의 후보가 막판에 뛰어들면서 흥미로운 구도가 그려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이재명 후보가 크게 앞서면서 김두관 후보의 입지가 급격히 쪼그라드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민주당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 누적 득표 결과 이 후보가 90.41%를 얻은 반면 김 후보는 8.36%에 그쳤다.

예상은 했지만…

“단 1%의 다른 목소리가 있더라도 대변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김 후보지만 실제 눈앞에 찍힌 한 자리 지지율은 쓰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저마다 분석에 나섰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이재명 때리기’에 몰두한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됐다며 입 모아 말한다.

‘민주주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다지만 “유례가 없는 제왕적 당 대표, 1인 정당화로 민주주의 파괴의 병을 키웠다”는 출마 선언문처럼 이 후보를 견제하는 방식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반면 이 후보는 출마 선언식에서 ‘미래 비전’ ‘먹사니즘’ ‘기후위기와 에너지’ 등 대선에서나 볼법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로 인해 비명(비 이재명)계 공격수를 자처하게 된 김 후보가 이 후보의 그림자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았다는 평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민주당을 총선 승리로 이끈 건 이 후보인 게 대전제인 상황에서 ‘1인 정당’을 공격 소재로 삼아도 소용없다”며 “개딸(개혁의 딸) 입장에서는 풍악을 울리던 잔칫집에 문을 박차고 들어와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18일 진행된 첫 토론회서도 김 후보는 이 후보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마련한 토론회서 김 후보는 대선 패배 원인, 민주 진영의 분열, 중도층 확장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 차기 대선서 집권하려면 민주진보진영이 고정 지지율 35%에서 적어도 15% 이상의 지지를 더 확보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며 “민주당의 민주성이 훼손되면 절대 중도층의 마음을 살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모두가 ‘친명’ 외치는데 혼자서…
“당에 떠도는 전체주의 유령” 일침

사법 리스크, 공천 파동 같은 예민한 문제도 가감 없이 꺼내 들었다. “‘당권은 김두관에게 맡기고 대선을 착실하게 준비하시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있다”며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지 않고 방어에 나섰다. 중도층 확장 우려에 대해 “여당이 집권한 2년 차가 지난 시점에서 야당이 여당의 지지율을 넘어서는 사례가 없다”며 “그걸 갖고 마치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면 일리는 있지만 지나치게 우리 자신을 위축시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일극체제, 1인정당이라는 비판에는 “당원들의 선택”이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연임 도전 이유에 대해서는 “윤석열정부의 패악에 가까운 정치 행태를 외면 방관하고 그대로 둘 거냐? 그 점에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당 대표 출마에 도전하는 이유를 비교했을 때 이 후보는 윤정부 독주를 막기 위함이지만 김 후보는 이 후보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다. 명분 싸움에서 김 후보가 밀릴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나오는 지점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한 실점도 리스크가 됐다. 친명계(친 이재명)계 의원을 비롯한 이 후보의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집단 쓰레기’ 발언이 불러온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 “집단지성이 아니라 집단 쓰레기로 변한 집단은 정권을 잡을 수도 없거니와 잡아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합동연설 방식에 문제점을 제기하던 중 나온 표현이다. 지역별로 치러지는 경선서 온라인 권리당원 투표는 후보 합동연설 전날부터 시작해 연설 종료 20분 후에 마감하는데, 이를 두고 “당원을 연설도 듣기 전에 표만 찍는 기계 취급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집단 쓰레기’ 발언이 논란으로 번지자 김 후보 측은 “후보 뜻이 와전되어 메시지 팀에서 실수로 업로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뒤 문제의 문구를 즉각 삭제할 것을 지시했으며 메시지 팀장과 SNS 팀장을 해임했다. SNS를 통해 장문의 사과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초기 대응 당시 아랫사람에게 잘못을 떠넘기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부터 은연중 속마음이 튀어나왔다는 후문까지 돌았다.

한 자릿수 지지율 깨부술 돌파구
그 끝서 꺼낸 ‘개헌 카드’ 먹힐까?

그러던 중 김 후보가 돌연 개헌 카드를 꺼내 들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아직 이 후보를 높은 수준으로 견제하고 있지만, 개헌 추진 등 정치적 의제를 선도하면서 환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지난 24일 김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김 후보는 “대통령이 임기를 1년 단축하고 개헌을 통해 2026년 6월에 지방선거와 대선을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며 “연말까지 임기 단축과 개헌 추진을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당 대표 (체제)로는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과 개헌을 추진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과 이 후보는 둘 중 한 명이 죽거나 둘 다 죽어야 끝나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까지’라는 구체적인 제안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가 새로운 정치적 의제를 설정함과 동시에 이 후보를 견제하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여전히 비명계 전선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흠으로 작용했다는 평이 나온다. 개헌 논의에 다른 의원들이 뜻을 함께하고 싶어도 “이 후보가 못하는 걸 나는 해내겠다”는 뉘앙스가 강해 선뜻 합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을 놓고 “김 후보가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다”고도 말했다.지구당 부활 안건에 대해서는 이 후보와 뜻을 같이했지만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소득세 등의 문제를 놓고 또다시 격돌했다. KBS서 진행한 두 번째 토론회서 이 후보는 “1가구 실거주 1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김 후보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하는 민주당 당 대표로는 적절치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하면서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사사건건 부딪칠 날이 더 많은 상황서 김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낼 반전의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30%대 지지율을 전망했던 이들 역시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에 적잖게 놀란 모양새다. ‘약속 대련’ 의혹은 자취를 감췄으며 오히려 김 후보의 정치 인생에 흠이 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커지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

일각에서는 전당대회 당일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강성 지지자의 따끔한 회초리를 견디면서도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당’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9:1과 8:2, 어쩌면 7:3까지. 두 사람이 받아들 성적표에 따라 해석도 천차만별로 갈릴 수밖에 없다. ‘맹탕 전당대회’라는 지적 속에서도 내심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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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