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함이 가득한 액티비티 ④평창 어름치마을

정선과 영월 등 강원특별자치도의 남부를 흐르다가 남한강으로 합류하는 ‘동강’은 깨끗한 자연환경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교통이 불편한 탓인지, 비교적 오지 상태로 남아 있어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2002년 환경부서 이 일대를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정도로 깨끗한 자연을 자랑한다.

험준한 태백산맥의 중추를 굽이치며 흐르는 동강의 매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입곡류(산이나 구릉지서 구불구불한 골짜기 안을 따라 흐르는 하천)와 기암괴석, 깎아지를 듯한 절벽 등이 이어진다. 어디 그뿐일까? 강원 지역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석회암 지대에 해당해 동굴이 많기도 하다. 동강 유역이 매력적인 여행지로 손꼽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동강의 매력

동강이 품은 아름다운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어름치마을로 향하자. 평창군의 남쪽 끄트머리, 미탄면 마하리에 자리한 이 마을은 다양한 야외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표적인 것이 동강 래프팅이다. 1994년에 동강 래프팅 코스를 개발한 동강레포츠가 이곳에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꾸려나가고 있다. 어름치마을은 래프팅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을 앞을 지나는 동강은 비교적 수심이 얕은 편인 데다가, 물줄기가 불규칙한 속도로 흐르는 등 래프팅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지형을 뽐낸다. 

현재 어름치마을은 3개 코스서 래프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장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어라연코스는 어름치마을서 출발해 영월군 섭세강변까지 약 13㎞ 길이를 내달리는 장거리 코스다. 절매코스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코스다.


절매나루터와 진탄나루터를 연결하는 생태 탐방도로가 개설돼 운영이 가능해졌다. 5㎞ 길이에 불과하지만, 동강의 여러 생태환경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동강 특유의 기암절벽과 감입곡류 등 때묻지 않은 자연 풍경을 오롯이 누리고 싶다면 황새여울코스가 제격이다. 

래프팅만 하기에는 동강과 어름치마을의 매력이 넘친다. 동강의 비경을 찾아 동굴 탐사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천연기념물인 백룡동굴 탐험 등 
래프팅 외 다양한 야외활동 체험

어름치마을 인근에 자리한 백룡동굴은 1976년에 마을 주민이 발견하고, 1979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상’ 동굴이다. 전체 길이 1.6㎞에 달하는 이곳은 쉽게 드나들 수 없다. 일일 최대 240명에게만 개방하는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탐방객을 위한 철제 덱, 상시 조명 등을 최대한 설치하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있다. 

백룡동굴을 탐험하고 싶다면 방문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하루 총 12회차에 걸쳐 생태체험학습을 진행하는데, 1회당 최대 20인의 탐방객만 동시에 입장할 수 있다. 자유 관람은 금지돼있으며, 동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둘러보는 방식으로 탐방이 이뤄진다.

준비물은 없다. 백룡동굴 방문객센터서 탐방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전신을 덮는 점프슈트와 장화, 머리 보호를 위한 헬멧과 헤드랜턴, 장갑 등이다. 어둡고 미끄러운 동굴 내부를 안전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한 안전 조치이자,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방법이다.


모든 인원이 준비를 마칠 때까지 방문객센터 내에 마련된 전시관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준비를 마친 뒤에는 본격적으로 백룡동굴 탐험이 시작된다. 우선, 백룡동굴 입구까지는 모터보트 ‘백룡호’를 이용해 5분 정도 이동한다. 동강의 물줄기를 가르고 나아가는 순간부터 탐험가가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동굴 가이드가 굳게 잠긴 철문을 열면 한 명씩 천천히 내부로 들어서게 된다. 내부는 습도가 높아 바닥이 미끄럽다. 자신의 차례에 따라 천천히 입장하자. 

동굴 내부는 암흑 그 자체다. 입구로부터 새어 들어오는 빛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탐방객 헬멧에 헤드랜턴을 달아뒀지만, 진행요원이 지시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모든 탐방객은 오로지 동굴 가이드가 들고 있는 손전등 불빛에 의존해 탐험에 나서야 한다.

불빛과 레이저가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시선을 옮겨보자. 탐방 내내 긴장을 늦추지 말 것.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통로도, 기어서 이동해야 하는 구간도 존재한다. 말 그대로 ‘탐험 정신’이 필요한 순간이다. 

백룡동굴은 전형적인 석회암 동굴이다. 석회암 동굴의 특징인 종유석과 석순, 석주, 동굴산호 등등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동굴생성물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한때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남아 있다. 동굴 규모에 비하자면 광장이라고 해도 좋을 장소가 바로 그곳이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흥미로운 풍경이 이어진다. 탐험 막바지에는 백룡동굴서 발견한 여러 생성물을 바닥에 펼쳐두고 그 형태를 자세히 관찰하는 시간도 갖는다. 

백룡동굴과 동강 래프팅을 함께 묶어서 체험하는 방법이 있다. 어름치마을서 절매코스와 백룡동굴 탐사를 묶은 패키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모든 체험 프로그램은 어름치마을 또는 동강레포츠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는 점을 참고할 것. 

동강 탐험만으로 아쉽다면, 스키장으로 향하자. 한겨울 액티비티를 책임졌던 스키장이 색다른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사로를 활용할 수 있는 루지가 대표적이다.

루지는 무동력 썰매를 이용해 경사로를 중력의 힘으로 내려가며 스릴을 즐기는 놀이시설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휘닉스평창이 루지를 운영한다. 초급자용 슬로프인 펭귄 코스에 1.4㎞ 길이의 트랙을 조성했다. 루지를 타고 스키장 슬로프를 질주하며 남다른 속도감을 느껴보자. 

사방을 뒤덮은 미디어아트 속에서 특별한 시간을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뮤지엄 딥다이브 평창을 추천한다. 모나용평 내에 자리한 이 전시관은 2023년 7월, 모나용평이 새롭게 선보인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대자연의 신비한 세계로의 여행’을 대주제로 한 10개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차례로 선보인다. 다채로운 형태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차례로 감상하며 가상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월정사 전나무숲길

잠시 숨을 고르고 싶다면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거닐어 보자. 월정사 일주문과 금강교 사이를 잇는 1.9㎞ 길이의 순환형 무장애 탐방로가 조성돼있다. 그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900m 길이의 탐방로에는 1700여그루의 전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고개를 바짝 치켜들어야 할 정도로 높이 솟은 전나무가 사방을 가득 메운 탐방로에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A 코스 월정사 전나무숲길→휘닉스평창 루지랜드→백룡동굴→어름치마을 동강래프팅
-B 코스 휘닉스평창 루지랜드→뮤지엄 딥다이브→백룡동굴→어름치마을 동강래프팅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월정사 전나무숲길→휘닉스평창 루지랜드→태기산
-둘째 날 뮤지엄 딥다이브→어름치마을 동강 래프팅→백룡동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평창문화관광 https://tour.pc.go.kr
-어름치마을 http://www.mahari.kr
-동강레포츠 http://www.raft.co.kr
-백룡동굴 https: //pc.go.kr/cave
-뮤지엄 딥다이브 https://www.museumdeepdive.co.kr
-휘닉스평창 루지랜드 https://lugeland.kr

문의 전화
-평창군 종합관광안내소 033)330-2771
-어름치마을 033)332-1260
-동강레포츠 033)333-6600
-백룡동굴 033)334-7200
-뮤지엄 딥다이브 033)333-1122
-휘닉스평창 루지랜드 033)330-6232

대중교통
버스 서울-영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4회(11:05, 13:30, 19:00, 20:3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영월시외버스터미널서 78번 버스(기화리 행) 이용, 마하 종점 하차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영월군 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yeongwol-pti.com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평창 IC→장평, 평창 방면으로 우측 고속도로 진출→평창톨게이트서 새이들교차로까지 149m 이동→새이들교차로서 ‘평창, 장평’ 방면으로 좌측 방향, 366m 이동→새이들교차로서 우회전, 209m 이동→‘평창, 방림’ 방면으로 우회전, 4.1㎞ 이동→재신교차로서 ‘평창, 방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 12시 방향, 3㎞ 이동→대화회전교차로서 ‘평창, 방림, 대화면사무소’ 방면으로 회전교차로 12시 방향, 129m 이동→대화회전교차로서 ‘평창, 방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직진, 1.8㎞ 이동→방림교차로서 ‘영월, 평창’ 방면으로 좌회전, 8.8㎞ 이동→하리교차로서 ‘정선, 미탄’ 방면으로 좌회전, 780m 이동→천변회전교차로서 ‘정선, 미탄’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2시 방향, 929m 이동→‘정선 미탄’ 방면으로 우회전, 11㎞ 이동→미탄교차로서 ‘백룡동굴, 미탄’ 방면으로 좌회전, 37m 이동→‘백룡동굴, 백운리’ 방면으로 우회전, 2.1㎞ 이동→백운삼거리서 ‘평창동강로’ 방면으로 우회전, 6.4㎞ 이동→‘마하길’ 방면으로 우회전, 333m 이동→우회전→어름치마을

숙박 정보
-아스테리아펜션: 미탄면 마하길, 010-5363-4321, http://www.asteriaps.com
-욜로하우스: 미탄면 마하길, 010-5106-6689, http://www.myolo.co.kr
-어름치마을 캠핑장: 미탄면 마하길, 033)662-1260, http://www.mahari.kr

식당 정보
-동강식당(곤드레밥): 미탄면 마하길, 033)333-5560
-미탄송어횟집(송어회): 미탄면 서동로, 033)332-8780
-아라리보리밥(보리밥): 미탄면 미탄시장길, 033)332-8080

주변 볼거리
청옥산 육백마지기, 평창돌문화체험관, 어라연계곡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