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 윤·한 갈등 2라운드

벌써 당권싸움…총선 질 결심?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갈 길도 바쁜데 싸울 일도 참 많다. 당수와 대통령이 또 다퉜다. 총선보다는 일단 내가 이 당을 장악하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앞으로 두 인물의 갈등이 재차 촉발될 경우, 승리라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격차를 벌리기는커녕 다시 쪼그라들 기세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2차전이 펼쳐진 탓이다. 이 과정에는 여러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우선 가장 먼저 문제가 된 사안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건이다. 

이 대사는 지난해 7월19일 집중호우가 내려 실종자를 수색하던 과정서 급류에 휩쓸려 숨진 고 채수근 상병의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으로부터 같은 달 3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시작도  
안 했는데…

그러나 이튿날 이 대사가 이를 재검토시켰다는 혐의(직권남용)로 지난해 9월 고발됐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여론이 싸늘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 임명 이유에 대해 인도와 태평양지역서 한·미·일·호주와 관련한 안보 협력, 호주에 대한 방산 수출의 적임자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지지하에 이 대사는 호주로 출국했으나, 당내서도 이 대사가 물러나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보냈다.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되자 이 대사는 국내로의 복귀를 택했다. 귀국 자리서 이 대사는 “체류 기간 내 공수처서 조사받을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복귀한 이후다. 여전히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에서는 향후 거취에 대해 입장 차가 뚜렷하다. 당내에서는 자진 사퇴가 필요하다는 말도 다수 나온다. 반면 대통령실은 국내 복귀를 이유로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차 참석이라는 명분을 만들었다. 

일단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공수처의 즉각 소환을 요구했고, 이 대사가 귀국하는 액션을 취하면서 야권의 피의자 빼돌리기 프레임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앞서, ‘회칼 테러’ 발언을 했던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은 스스로 물러났다. 황 전 수석이 이 같은 발언을 한 지 엿새 만이었는데, 사실상 경질성 성격이 강했다. 기자들과 오찬 자리서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던 게 화근이었다. 해당 논란 역시 대통령실은 사퇴할만한 사안으로 보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강압이나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자, 국민의힘조차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다수가 이 대사에 관한 조치와 황 전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수도권서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요구가 두드러졌다. 

‘친윤 VS 비윤’ 대립 다시 재점화?
사천? 비례 공천 두고 확전 조짐

얼마 전까지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을 나름 극복해냈다. 그러나 이 대사 사태가 이슈화되면서부터 다시금 수도권 위기론이 떠올랐다. 특히 수도권 대표주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의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서 낸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별로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인식이 팽배하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로 민주당 후보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은혜 전 홍보수석 역시 이 대사의 복귀와 황 수석의 사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수도권 지지율은 단기간에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그동안 수도권 위기론은 국민의힘에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다. 한 비대위원장의 취임 후 간신히 일단락시켰다.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의 확장성 한계론과 더불어 윤석열정부의 연속적인 헛발질로 인해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결국 한 비대위원장은 동작, 서대문, 마포를 잇따라 방문하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수원, 최근에는 안양을 찾으며 수도권 위기론을 종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해당 지역은 나경원, 이용호·박진, 조정훈 등 당내 중량감을 가진 인물들이 포진해 있는 만큼, 이번 선거서 당선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 패배 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한 비대위원장의 행보서 중도층 포섭의 측면이 아닌 자신들의 조직을 결속시키려는 행동만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한 비대위원장의 발언으로부터 확인된다. “총선서 지면 종북세력이 나라를 장악한다”는 발언이 그 예다.

최근 국민의힘을 살펴보면 ‘보수의 성지’로 통하는 영남 쪽 사정도 좋지만은 않다. 현재 무소속으로 출마한 최경환 후보가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를 지지율 조사에서 앞섰다. 결국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21일 급하게 경북을 찾아 유세에 힘을 보탰다. 

‘강대강’
재충돌

한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과 갈등 2차전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운명공동체론’을 띄우며 별다른 갈등이 없다는 반응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수직적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런 탓에 한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갈등이 표출된 바 있다. 

당시에는 한 비대위원장이 한발 물러났다. 이번에는 한 비대위원장이 오히려 ‘민심’을 거듭 강조하며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번에 한 발 물러나지 않을 수 없던 배경이다. 

당을 위기로 몰아넣는 사안들이 자꾸만 터지자, 당 역시 한 비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총선서 패배하면 윤정부와 국민의힘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현재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 이번 총선은 한 비대위원장에게는 대선후보로서의 도약, 윤정부에게는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무대다.

문제는 국민의힘은 스스로 조용한 공천이라고 칭하면서도 ‘경력직’ 공천을 통해 신인의 앞길을 막았다. 경력직이 패배한다면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남은 2주는 한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서 제기하는 약속 대련이라도, 더 이상의 갈등설은 총선서 자신들의 명을 단축시킬 뿐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총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내부 분란이 재발할 조짐이다. 한 비대위원장과 친윤(친 윤석열계) 이철규 의원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공천관리위원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인재 영입을 도맡았고, 윤 대통령과도 관계가 깊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이 한 비대위원장에게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공천 신청자 중 몇몇 인물을 비례대표 안정권에 배치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해당 인사는 방송사 사장, 호남 출신의 논객 등이다. 

이 같은 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요구 과정서도 많은 말들이 오갔다. 한 비대위원장이 바꿀 수 없다는 취지로 거절하자, 갈등이 표면 위로 드러났다. 

이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신의 SNS에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가 깨졌다. 비대위원 2명이 비례대표에 포함됐다”며 “궂은 일을 감당해 온 당직자가 배려되지 못해 실망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총선 이후
주도권 잡기?

비대위 소속인 김예지 의원의 비례 재선을 허용했지만, 호남 출신과 당직자를 홀대했다는 주장이었다. 비례 5번을 받은 강선영 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과 8번을 받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호남 출신이지만 호남서 활동하지 않았다는 게 골자다. 

또 비례 10번을 배정받은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은 공금 횡령, 폭력 전과가 있어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오프라인 면접도 없이 배정됐다. 비례 13번 강세원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전 행정관의 부친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이라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게다가 비례 11번인 국민의힘 한지아 비상대책위원의 큰아버지가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고, 두 번째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김 의원과 비례 18번 박준태 크래운랩스 대표이사를 공천했다는 것도 뒷말이 나온다. 또 다른 친윤 핵심 인물인 권성동 의원도 “비례대표 명단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한 비대위원장을 공격했다.

이와 관련해 친한(친 한동훈)으로 분류되는 장동혁 사무총장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친윤계 일각서 제기된 비례대표 3번, 5번, 8번, 11번 후보들이 충분히 호남과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당내서 비례대표 순번으로 치열한 물밑 싸움이 진행 중이다. 총선 이후에도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강 대치가 펼쳐질 양상이다. 이 의원과 권 의원은 친윤을 넘어서 찐윤(진짜 친윤)으로 불리는 인사들이다. 해당 사안을 두고 당내에서는 당정 관계의 추가 확전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논란이 일자, 비례 13번 강 후보 대신 조배숙 전 의원이 호남 몫으로 배정했으며 후속 순위 인물들의 비례 순번도 조정했다.

이종섭 사태 빠르게 마무리해야
텃밭만 챙기기도 어려워진 상황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비대위원장의 비례대표 공천에 불만을 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신의 오른팔이자, 사실상 윤정부의 2인자로 불리던 한 비대위원장에게 믿고 맡겼는데 지역구 공천도, 비례대표도 친윤 세력과 갈등이 폭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갈등 상황에 대해 <일요시사>에 “당내 갈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벌써부터 헤게모니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추후 한 비대위원장이 당정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독자적 행보를 펼칠 경우, 친윤의 공격이 지속적으로 가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시 내부 분란이 발생해 선거를 어렵게 끌고 갈 수밖에 없다. 당내 일각에선 친윤 인사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선 우선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의원은 ‘사천 논란’ 의혹을 확전시키기 위해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이 자리서 그는 “비례대표 공천이 불투명하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의 정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한 비대위원장의 약발이 끝났다. 총괄선대위원장직서 내려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여러분이 우려하시는 문제가 끝났다”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전운이 감돈다. 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서 이 같은 당정 관계의 문제가 끝까지 지속된다면 선거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이 대사의 사퇴 여부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이 대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 대사가 일단 입국했지만 끊임없이 제기될 문제에 한 비대위원장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 대사의 귀국이 현재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는 한 비대위원장의 리더십과도 무관치 않다. 확장성의 한계를 맞이하고 있는 현 시점서 그가 어떤 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 대사 사건으로 시간을 허비할 경우, 윤 대통령이 정면에 나서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부담이다. 또 민주당이 꺼내든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이는 격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숙일까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가 코앞인데, 약속 대련이든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사태 하나만으로도 수도권 지지율이 단시간에 하락했다”며 “앞으로의 갈등은 함께 죽자는 이야기다. 리스크 관리와 출구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천 탈락자들의 선택

국민의힘서 공천장을 받았다가 취소된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과거 언행으로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 도태우 후보다.

장 후보는 과거 과격한 언행으로 여론이 상당히 악화됐고, 결국 공천 취소라는 사태를 맞이했다.

 후보 과거 5·18 폄훼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공천을 받지 못했고, 결국 무소속 후보로 나섰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내부에서는 보수 분열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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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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