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 윤·한 갈등 2라운드

벌써 당권싸움…총선 질 결심?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갈 길도 바쁜데 싸울 일도 참 많다. 당수와 대통령이 또 다퉜다. 총선보다는 일단 내가 이 당을 장악하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앞으로 두 인물의 갈등이 재차 촉발될 경우, 승리라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격차를 벌리기는커녕 다시 쪼그라들 기세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2차전이 펼쳐진 탓이다. 이 과정에는 여러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우선 가장 먼저 문제가 된 사안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건이다. 

이 대사는 지난해 7월19일 집중호우가 내려 실종자를 수색하던 과정서 급류에 휩쓸려 숨진 고 채수근 상병의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으로부터 같은 달 30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시작도  
안 했는데…

그러나 이튿날 이 대사가 이를 재검토시켰다는 혐의(직권남용)로 지난해 9월 고발됐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여론이 싸늘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 임명 이유에 대해 인도와 태평양지역서 한·미·일·호주와 관련한 안보 협력, 호주에 대한 방산 수출의 적임자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지지하에 이 대사는 호주로 출국했으나, 당내서도 이 대사가 물러나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보냈다.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되자 이 대사는 국내로의 복귀를 택했다. 귀국 자리서 이 대사는 “체류 기간 내 공수처서 조사받을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복귀한 이후다. 여전히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에서는 향후 거취에 대해 입장 차가 뚜렷하다. 당내에서는 자진 사퇴가 필요하다는 말도 다수 나온다. 반면 대통령실은 국내 복귀를 이유로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차 참석이라는 명분을 만들었다. 

일단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공수처의 즉각 소환을 요구했고, 이 대사가 귀국하는 액션을 취하면서 야권의 피의자 빼돌리기 프레임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앞서, ‘회칼 테러’ 발언을 했던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은 스스로 물러났다. 황 전 수석이 이 같은 발언을 한 지 엿새 만이었는데, 사실상 경질성 성격이 강했다. 기자들과 오찬 자리서 1980년대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던 게 화근이었다. 해당 논란 역시 대통령실은 사퇴할만한 사안으로 보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강압이나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자, 국민의힘조차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다수가 이 대사에 관한 조치와 황 전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수도권서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요구가 두드러졌다. 

‘친윤 VS 비윤’ 대립 다시 재점화?
사천? 비례 공천 두고 확전 조짐

얼마 전까지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을 나름 극복해냈다. 그러나 이 대사 사태가 이슈화되면서부터 다시금 수도권 위기론이 떠올랐다. 특히 수도권 대표주자로 분류되는 인물들의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서 낸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별로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인식이 팽배하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로 민주당 후보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은혜 전 홍보수석 역시 이 대사의 복귀와 황 수석의 사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수도권 지지율은 단기간에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그동안 수도권 위기론은 국민의힘에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다. 한 비대위원장의 취임 후 간신히 일단락시켰다.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의 확장성 한계론과 더불어 윤석열정부의 연속적인 헛발질로 인해 다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결국 한 비대위원장은 동작, 서대문, 마포를 잇따라 방문하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수원, 최근에는 안양을 찾으며 수도권 위기론을 종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해당 지역은 나경원, 이용호·박진, 조정훈 등 당내 중량감을 가진 인물들이 포진해 있는 만큼, 이번 선거서 당선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 패배 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한 비대위원장의 행보서 중도층 포섭의 측면이 아닌 자신들의 조직을 결속시키려는 행동만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한 비대위원장의 발언으로부터 확인된다. “총선서 지면 종북세력이 나라를 장악한다”는 발언이 그 예다.

최근 국민의힘을 살펴보면 ‘보수의 성지’로 통하는 영남 쪽 사정도 좋지만은 않다. 현재 무소속으로 출마한 최경환 후보가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를 지지율 조사에서 앞섰다. 결국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21일 급하게 경북을 찾아 유세에 힘을 보탰다. 

‘강대강’
재충돌

한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과 갈등 2차전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운명공동체론’을 띄우며 별다른 갈등이 없다는 반응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수직적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런 탓에 한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갈등이 표출된 바 있다. 

당시에는 한 비대위원장이 한발 물러났다. 이번에는 한 비대위원장이 오히려 ‘민심’을 거듭 강조하며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번에 한 발 물러나지 않을 수 없던 배경이다. 

당을 위기로 몰아넣는 사안들이 자꾸만 터지자, 당 역시 한 비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총선서 패배하면 윤정부와 국민의힘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현재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를 탈피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 이번 총선은 한 비대위원장에게는 대선후보로서의 도약, 윤정부에게는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무대다.

문제는 국민의힘은 스스로 조용한 공천이라고 칭하면서도 ‘경력직’ 공천을 통해 신인의 앞길을 막았다. 경력직이 패배한다면 더 이상 설 곳이 없다. 남은 2주는 한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서 제기하는 약속 대련이라도, 더 이상의 갈등설은 총선서 자신들의 명을 단축시킬 뿐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총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내부 분란이 재발할 조짐이다. 한 비대위원장과 친윤(친 윤석열계) 이철규 의원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공천관리위원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인재 영입을 도맡았고, 윤 대통령과도 관계가 깊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이 한 비대위원장에게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공천 신청자 중 몇몇 인물을 비례대표 안정권에 배치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해당 인사는 방송사 사장, 호남 출신의 논객 등이다. 

이 같은 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요구 과정서도 많은 말들이 오갔다. 한 비대위원장이 바꿀 수 없다는 취지로 거절하자, 갈등이 표면 위로 드러났다. 

이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신의 SNS에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가 깨졌다. 비대위원 2명이 비례대표에 포함됐다”며 “궂은 일을 감당해 온 당직자가 배려되지 못해 실망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총선 이후
주도권 잡기?

비대위 소속인 김예지 의원의 비례 재선을 허용했지만, 호남 출신과 당직자를 홀대했다는 주장이었다. 비례 5번을 받은 강선영 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과 8번을 받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호남 출신이지만 호남서 활동하지 않았다는 게 골자다. 

또 비례 10번을 배정받은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은 공금 횡령, 폭력 전과가 있어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오프라인 면접도 없이 배정됐다. 비례 13번 강세원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전 행정관의 부친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이라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게다가 비례 11번인 국민의힘 한지아 비상대책위원의 큰아버지가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고, 두 번째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김 의원과 비례 18번 박준태 크래운랩스 대표이사를 공천했다는 것도 뒷말이 나온다. 또 다른 친윤 핵심 인물인 권성동 의원도 “비례대표 명단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한 비대위원장을 공격했다.

이와 관련해 친한(친 한동훈)으로 분류되는 장동혁 사무총장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친윤계 일각서 제기된 비례대표 3번, 5번, 8번, 11번 후보들이 충분히 호남과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당내서 비례대표 순번으로 치열한 물밑 싸움이 진행 중이다. 총선 이후에도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강 대치가 펼쳐질 양상이다. 이 의원과 권 의원은 친윤을 넘어서 찐윤(진짜 친윤)으로 불리는 인사들이다. 해당 사안을 두고 당내에서는 당정 관계의 추가 확전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논란이 일자, 비례 13번 강 후보 대신 조배숙 전 의원이 호남 몫으로 배정했으며 후속 순위 인물들의 비례 순번도 조정했다.

이종섭 사태 빠르게 마무리해야
텃밭만 챙기기도 어려워진 상황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비대위원장의 비례대표 공천에 불만을 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신의 오른팔이자, 사실상 윤정부의 2인자로 불리던 한 비대위원장에게 믿고 맡겼는데 지역구 공천도, 비례대표도 친윤 세력과 갈등이 폭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갈등 상황에 대해 <일요시사>에 “당내 갈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벌써부터 헤게모니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추후 한 비대위원장이 당정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독자적 행보를 펼칠 경우, 친윤의 공격이 지속적으로 가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시 내부 분란이 발생해 선거를 어렵게 끌고 갈 수밖에 없다. 당내 일각에선 친윤 인사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선 우선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의원은 ‘사천 논란’ 의혹을 확전시키기 위해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이 자리서 그는 “비례대표 공천이 불투명하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의 정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한 비대위원장의 약발이 끝났다. 총괄선대위원장직서 내려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여러분이 우려하시는 문제가 끝났다”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전운이 감돈다. 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서 이 같은 당정 관계의 문제가 끝까지 지속된다면 선거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이 대사의 사퇴 여부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이 대사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 대사가 일단 입국했지만 끊임없이 제기될 문제에 한 비대위원장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 대사의 귀국이 현재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는 한 비대위원장의 리더십과도 무관치 않다. 확장성의 한계를 맞이하고 있는 현 시점서 그가 어떤 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 대사 사건으로 시간을 허비할 경우, 윤 대통령이 정면에 나서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부담이다. 또 민주당이 꺼내든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이는 격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숙일까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가 코앞인데, 약속 대련이든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사태 하나만으로도 수도권 지지율이 단시간에 하락했다”며 “앞으로의 갈등은 함께 죽자는 이야기다. 리스크 관리와 출구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천 탈락자들의 선택

국민의힘서 공천장을 받았다가 취소된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과거 언행으로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 도태우 후보다.

장 후보는 과거 과격한 언행으로 여론이 상당히 악화됐고, 결국 공천 취소라는 사태를 맞이했다.

 후보 과거 5·18 폄훼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공천을 받지 못했고, 결국 무소속 후보로 나섰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내부에서는 보수 분열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