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DSR’ 피한 분양 단지는?

주택담보대출 시 미래 금리까지 감안해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된 가운데 규제를 피한 단지들이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서 이날을 기점으로 입주자 모집공고를 진행하는 신규 분양 단지들은 이번 규제의 영향으로 차주의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을 대비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내 가장 높았던 수준의 가계대출 금리와 현 시점(매년 5·11월 기준) 금리를 비교해 결정하되, 일정한 수준의 하한(1.5%), 상한(3.0%)이 부여될 방침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은행 가중평균금리 수치를 활용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스트레스 금리의 25%, 하반기는 50%가 적용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스트레스 금리가 100% 적용된다. 스트레스 금리가 가산되면 연간 이자비용이 늘어나 DSR 비율은 커지는데, 이때 DSR을 규제 비율 이내로 맞추려면 결국 대출 원금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대출한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원리금 상환 
부담 높아져

융위원회에 따르면 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분할상환방식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받는다고 할 경우 기존 3억3000만원까지 대출이 나왔지만 상반기에는 3억1500만원, 하반기에는 3억원밖에 받을 수 없다.


또 연소득이 오르면 줄어드는 한도 폭도 더 늘어난다. 연봉 1억원 차주의 경우 같은 기준으로 주담대를 받았을 때 기존에는 6억6000만원의 한도가 나왔지만, 상반기에는 한도가 6억3000만원, 하반기에는 6억원으로 각각 3000만원, 6000만원 줄어들 예정이다.

이번 스트레스 DSR 적용으로 은행 역시 보수적인 스탠스를 더욱 취하게 되고, 이에 따라 은행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높아진 문턱에 청약통장 사용과 계약에 나서는 것 또한 더욱 선별적으로 이뤄질 모양새다. 주변 시세 대비 합리적인 분양가격으로 책정됐는지 유무를 꼼꼼히 따져보며 신규 분양 단지 간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양극화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미래 금리 감안
대출 한도 대폭 낮아질 전망

또 자금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적용되거나 발코니 확장 무상 혜택, 입주 시까지 계약금 일부만 지불하는 혜택 등의 유무에 따라 수요자들의 행방도 엇갈릴 전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분양시장에서는 지난달 26일 이전에 모집공고를 진행한 신규 분양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을 앞두고 있거나 계약을 진행 중인 곳들이 있는 만큼 이들 단지로 눈을 돌려 내 집 마련을 노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스트레스 DSR 규제를 피한 분양 단지.

▲영통역 자이 프라시엘= GS건설은 용인시 영통·망포 생활권에 속하는 ‘영통역 자이 프라시엘’ 잔여세대를 분양 중이다.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335-2 일원에 2026년 하반기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3층, 총 472가구 규모다. 타입별 분양가구수는 84㎡A 201가구, 84㎡B 109가구, 84㎡C 107가구, 84㎡ D 35가구, 100㎡ 20가구로 84㎡ 위주로 구성된다.

전 가구를 남향 위주 4베이 판상형 구조로 설계했으며, 3면 발코니(일부 타입 제외)를 적용했다. 단지 내 입주민 편의를 위한 커뮤니티센터 ‘클럽 자이안’에는 스카이라운지를 비롯해 피트니스클럽, 골프연습장, 필라테스실 등의 시설도 들어선다.


계약금 
정액제

수인분당선 영통역이 도보 이용 가능하고 올해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용인역도 이용이 편리하다. 인근에 동탄인덕원선도 계획돼있어 교통 여건은 한층 좋아질 전망이다. 단지 바로 앞에는 광역버스 정류장이 있어 1시간 이내에 강남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수원 영통 중심상업지구가 도보 거리에 위치한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트레이더스, 수원프리미엄아울렛 등과도 가깝다. 서천초교로 도보 통학이 가능하다. 서천중·고교, 경희대 등이 가까이 있다. 학원가도 인접해 교육 여건이 좋다.

살구골공원, 반달공원, 영통중앙공원, 수원어린이교통공원 등 쾌적한 자연환경은 물론 수영장 및 실내체육공간을 갖춘 망포복합체육센터(계획)가 들어설 예정인 점도 시선을 끈다.

▲트리우스 광명=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선보이는 ‘트리우스 광명’은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올해 12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단지로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 발코니 확장을 비롯해 다양한 옵션들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여기에 일반적인 타 단지 계약금 10~20%에 비해 계약금 5%의 혜택을 제공해 수분양자의 초기자금 마련 부담을 덜었다. 인근 타 단지 중도금 대출금리(1월 기준)가 4.9%~5.5%에 달하는 것과 달리 트리우스 광명은 4.1~4.2%대 대출금리로 중도금 대출금리 부담도 덜 수 있다.

합리적인 분양가도 장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광명시 일원에 위치한 ‘철산역 롯데캐슬&SK뷰 클래스티지(2022년 3월 입주)’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9월, 12억97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와 비교했을 때 트리우스 광명 동일 면적의 분양가는 10억1840만원~11억5380만원(임의공급 가구 기준)으로, 최대 약 2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중도금 
무이자 

단지는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과 지하철 1호선 개봉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노선을 통해 서울역, 고속터미널, 강남구청 등으로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앞에 10여개의 버스 노선이 정차하는 버스 정류장이 위치해 대중교통 이용도 수월하다.

GTX-D 노선(광명시흥역) 신설 발표로 광명뉴타운은 수혜 지역으로 꼽히고 있으며, 노선 개통 시 광명뉴타운서 강남까지 20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광명북중, 광명북고를 도보로 통학할 수 있다. 연서도서관과 광명사거리역 인근 학원 및 철산동 학원가 이용이 수월하고, 목동 학원가도 차량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반경 1㎞ 내에 광명 전통시장과 롯데시네마 등 쇼핑·문화시설이 가깝고 광명시청, 광명시민회관 등 행정기관 이용도 쉽다.

중앙시장, 철산로데오거리 등 철산역 생활권과 코스트코 고척점, 고척 아이파크몰 등 구로구 생활권을 공유할 수 있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DK아시아가 인천 서구에 조성하는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가 선착순 분양 중이다. 국내 최초로 도시(City) 브랜드 개념을 도입해 하이엔드 리조트도시 컨셉의 ‘로열파크씨티’ 사업을 추진하는 DK아시아는 특화된 기반시설과 도심 속 명품 조경, 조경시설 등을 고루 갖춘 총 2만1313세대 리조트특별시를 신흥 부촌으로 조성하고 있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9층, 15개동, 전용면적 59·74·84·99㎡, 총 1500세대 대단지로 공급된다. 실내 수영장, 복층형 인도어 골프연습장, 인천 최초의 프리미엄 유럽형 프라이빗 상영관까지 설계된다. 여기에 입주민들의 사생활 보호 및 안전을 위해 대한민국 최초로 경호와 보안서비스가 강화된 로열 가드 시스템도 구축한다.

은행들 보수적인 스탠스
단지 간 양극화 현상 심화

단지 내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쾌적한 녹지공간들도 마련된다. 느티나무와 롤 잔디 등으로 꾸며진 유럽식 중앙정원인 로열센트럴파크가 조성된다. 또 140m의 순환길 형태의 웰빙 황토 산책길, 800m 길이의 프라이빗 산책길, 테마 숲길도 만들어진다.

시범단지 입주 혜택으로 각 실마다 공기 청정 기능이 있는 최신 LG시스템 에어컨과 냉장과 냉동, 그리고 김치냉장고로 구성된 컬럼 빌트인 냉장고(오토도어, 삼성·LG 중 택1)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인천 최초 풀옵션 아파트다.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 미분양 아파트며, 전매제한 기간은 6개월이다. 금융 혜택으로 계약금(10%)을 납부하면 중도금은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해 비용 부담도 크게 낮췄다.


인천지하철 2호선 왕길역 역세권 입지면서 공항고속도로, 공항철도 등을 통해 인천 전역은 물론 강남권과 서울 강서(마곡), 김포 등 인접 지역으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 직결사업이 확정됨에 따라 향후 환승 없이 40분대(급행 기준)면 강남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e편한세상 원주 프리모원= 이앤씨는 강원 원주시 일원에 짓는 ‘e편한세상 원주 프리모원’ 2회 차를 분양 중이다. 2회 차 분양 물량은 지하 2층~지상 25층, 6개동, 전용면적 59~102㎡ 총 572세대 중 전용면적 84·102㎡ 222세대로 구성돼있다. 전 세대는 단지 전면부에 배치돼 백운산 등 탁 트인 조망권이 확보됐다. 

발코니 확장 
무상 혜택도

현재 착공 중인 여주~원주 복선전철에 이어 최근 발표된 GTX-D 노선(예정)을 통해 서울, 수도권 생활권을 누릴 수 있다. 1차 계약금은 500만원 정액제, 중도금 대출은 전액 무이자며, 계약금 10% 완납 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1회 차 성공 분양에 따른 발코니 확장 무상 지원 혜택도 제공된다.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이 경북 포항시 남구 대잠동 일원에 짓는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은 이달 26일부터 계약을 진행한다. 2개 단지, 총 2667세대의 대단지로 지어진다. 

이 중 지하 5층~지상 35층, 전용면적 84~178㎡의 1668세대로 구성된 2단지를 우선 분양 중이다. 남구 중심 생활권에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통해 공급된다.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대출 전액 무이자 혜택이 제공된다.

▲장성 남양휴튼 리버파크= 대한토지신탁이 시행하고, 남양건설이 전남 장성군 기산리 일원에 짓는 ‘장성 남양휴튼 리버파크’는 이달 27일부터 계약을 진행한다. 단지는 지하 1층~지상 최고 20층, 전용면적 80·84㎡, 총 180세대 규모다. 황룡강 수변공원 조망(일부 세대)이 가능한 단지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제공된다.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양정= 두산건설이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일원에 짓는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양정’은 다음 달 계약을 앞두고 있다. 단지는 지하 5층〜지상 최고 36층, 2개동, 총 264세대 규모로 아파트 244세대와 주거형 오피스텔 20호실로 구성된다. 교통, 학군, 생활 편의시설이 한데 모인 연산생활권과 서면, 부전생활권을 함께 누릴 수 있다. 1차 계약금(5%)은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은 전액 무이자 혜택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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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