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2023 재벌기업 희비 결산

뜨고 지는 현실에 상반된 표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재벌기업들의 1년 성적표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심각한 불황의 여파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건실한 성장을 거듭한 곳도 눈에 띈다.

올해는 경기침체 여파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재벌기업 사이에서 희비가 극명히 엇갈렸다. 당초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 이슈가 악재로 작용한 기업도 눈에 띈다. 반대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건실한 수익구조를 만들어낸 기업도 제법 보인다. 

악재와 호재
엇갈린 명암

롯데그룹은 주력 부문에서 부진이 부각됐으며, 특히 롯데케미칼의 매출 하락이 확연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2조2761억원을 기록했던 롯데케미칼은 올해 연말 기준 매출 19조9830억원(3분기 누적 14조7503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년과 비교해 2조원 이상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룹의 또 다른 축인 롯데쇼핑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는 흐름이었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매출은 3조7391억원, 영업이익은 14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매출 4조132억원·영업이익 1500억원) 대비 매출은 6.8%, 영업이익은 5.3% 감소한 수치다. 앞서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2%, 30.8% 줄어든 바 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이마트의 실적 부진이 그룹 전체에 악재로 작용한 모습이다. 이마트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22조1000억원, 영업이익 38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0.2%에 불과했다.


이마트는 2021년부터 이베이코리아, W컨셉코리아, 스타벅스(지분 인수) 등을 품는 대규모 M&A를 단행하면서 4조원 넘게 투자했지만 아직까지 특출난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 예로 2021년 43억원 흑자를 거뒀던 이베이코리아는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직후였던 지난해에 655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322억원 적자가 쌓였다.

심각성을 인지한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계열사 대표이사를 절반 가까이 교체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실적 반등요소를 찾지 못하자, 오너 차원에서 인적 쇄신 칼을 빼든 것으로도 풀이된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신통치 못한 실적을 나타냈다.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3조7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넘게 감소했다. 

다만 3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지난 19일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내년과 내후년 각각 65%, 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힘겨웠던
한해 농사

카카오그룹, 다우키움그룹, 태영건설그룹 등은 실적이 아니라, 부정적인 방향으로 부각된 이슈가 그룹 전체에 영향을 준 케이스다. 궁극적으로 그룹 신뢰도에 커다란 흠집이 났다는 게 뼈아프게 다가왔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잡음이 잇따르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의 여파가 지대했는데, 그룹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혼란이 계속되면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자 했던 그룹 중장기 전략에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지난 20일 카카오페이는 미국 증권사인 ‘시버트’의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계약 변경 사항을 공시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글로벌 금융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 4월 시버트의 지분 51%를 두 차례에 걸쳐 약 1039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 5월 카카오페이는 807만5607주(19.9%)를 1차 거래를 통해 확보했고 내년 중 2차 거래를 통해 나머지 주식 2575만6470주을 인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카카오 그룹의 경영진이 지난 10월부터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시버트의 태도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다우키움그룹은 올해에만 두 번에 걸쳐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해 이름을 올리면서 신뢰도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지난 4월 ‘라덕연 사태’가 불거진 무렵 김익래 회장이 주가조작 의혹에 휘말렸던 게 결정적이었다.

쉽지 않았던 생존 활로 찾기
“웃고 울고” 극명히 갈린 성적

당시 김 회장은 다우데이타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자신이 보유한 다우데이타 지분을 처분하면서 600억원대 차익을 거뒀고, 내부정보를 이용해 매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회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차익 환원의 뜻을 밝힌 채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10월에는 핵심 계열사인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되면서 또 한 번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당시 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이 키움증권의 계좌를 활용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사건으로 키움증권에서 약 4943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반대매매로 610억원만 회수하는 데 그쳤다. 

태영건설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논란에 휩싸이면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태영건설의 PF 부실 리스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소문이 빗발쳤고, 심지어 부도·워크아웃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태영건설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조3891억원, 영업이익 977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만 놓고 보면 꽤나 양호한 상태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311% 증가한 수치다. 다만 실적과 별개로 재무 상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올해 3분기 기준 태영건설의 총차입금은 1조2600억원, 부채비율은 478%에 달했다. PF우발채무는 3조48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3.7배 수준이다.

잘 되거나
나쁘거나

앞에서 열거한 대기업이 실적 악화, 부정적 이슈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반면,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에코프로그룹 등은 눈부신 성장세를 나타냈다. 내년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역대 최다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 11월까지 미국 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랑은 151만57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연말까지 160만대 이상 판매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힘입어 올해 1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영업이익은 15조3723억원으로 전년 대비 56.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활약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 부문에서의 안정적 수익 확보, 유럽으로의 친환경 산업재 판매량 증가 등을 기반으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포스코에너지를 흡수 합병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통합 이전 영업이익 합산치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9025억원)과 포스코에너지의 영업이익(2710억원)을 더하면 1조1735억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그룹은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차전지 관련 기업으로 분류되는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가 화제성 면에서 단연 돋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 시총 순위는 ▲셀트리온헬스케어(9조1780억원) ▲에코프로비엠(9조75억원) ▲엘앤에프(6조2491억원) ▲카카오게임즈(3조6738억원) ▲HLB(3조3076억원) 순이었다. 해당 순위는 올해 들어 다소 바뀌었다. 지난 16일 기준 에코프로비엠은 1위, 에코프로는 2위에 이름을 올렸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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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