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놓인 정신질환자의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21 13:25:09
  • 호수 14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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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살고 치료 없이 바로 출소하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범죄를 저지른 후 스스로를 ‘조현병 환자’라고 말하는 범죄자들이 많다. 이런 일이 지속되다 보니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상 조현병 환자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제대로 치료될 수 있도록 복지를 탄탄하게 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묻지마 범죄 또는 무동기 범죄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 칼부림 사건 등에 따른 묻지마 살인이나 상해 범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한국은 묻지마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안전한 나라’라는 타이틀이 흔들리고 있다. 

늘어나는
묻지마 범죄

묻지마 범죄 피의자들은 범행 후 자신이 조현병에 걸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그에 맞춰 언론들은 피의자들과 관련한 보도를 쏟아낸다. 특히 피의자의 정신질환을 언급하는 기사들이 많다. 지난 11일, 대전 소재의 한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건조물 침입)로 구속된 20대 A(28)씨도 마찬가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오전 9시24분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 B(49)씨의 얼굴과 가슴, 팔 부위 등을 흉기로 7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학교 정문을 통과해 교내로 들어온 A씨는 2층 교무실로 올라가 B씨를 찾았고, B씨가 수업 중이란 말을 듣고 복도서 기다리고 있다가 B씨를 발견하고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 직후 달아난 A씨는 3시간여 만에 거주지 인근서 긴급 체포됐다.


그는 피해 교사 말고도 다른 교사와 동급생들을 가해자로 지목해 경찰이 조사를 벌였는데, 이들은 A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경찰은 A씨가 2021년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고, 평소 망상 증세를 보였다는 어머니 진술을 확보해 망상에 따른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A씨는 조현병과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지난해까지 치료받다가 의사로부터 입원 치료를 권유받았지만 입원도, 치료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내가 원해서 치료받지 않았다”는 의미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의 피의자 최원종(22)은 “나를 감시하는 스토커 조직이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질렀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자신의 범행 자체는 후회하지만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지 않았다.

치료감호 청구 기각 증가
치료소 정신과전문의 부족

최원종은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를 진단받았지만 최근 3년간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다가 망상에 빠져 범행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찰은 최씨의 진술 및 휴대전화 등 디지털증거 분석(포렌식) 결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을 모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나를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고 범행했다”는 검거 당시의 진술을 유지했다. 또 커뮤니티에 흉기를 든 사진 등 게시물을 올린 적 있고, 이것 역시 스토킹 집단이 커뮤니티를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또 서현역을 범행 장소로 삼은 이유에 관해서는 자기 집 주변에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어서 스토킹 집단 소속인 이들이 다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서현역서 디저트 먹는다”는 글도 스토킹 집단이 찾아올 것이라는 이유에서 작성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조현병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한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에는 “이웃에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일방적으로 반말하고 욕을 하는데 너무 스트레스받는다. 고통스러워서 경찰, 주민센터, 변호사 상담까지 받아봤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다. 가족들도 이미 포기했다고 한다”며 “조현병 환자가 직접적인 상해를 가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고 한다. 정말 누구 한 명 죽어야 해결되는 거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당 글에는 “강제입원 말고는 답이 없는데 그것도 위협을 받아야 가능하다” “이웃 환우는 안타깝지만 경찰이 강제라도 병원 입원을 시켰으면 좋겠다. 이러다 정상적인 사람까지 정신병 걸린다” “흉기를 들고 난동 부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 “이사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등의 답변이 달렸다.

통제 불능
어쩌나…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니 알아서 피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결국 주변의 조현병 환자들 때문에 일반인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는 왜 통제 불능 상태가 된 것일까?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간한 ‘국가정신건강 현황보고서 2021’을 보면 2021년 기준 중증 정신질환자는 65만1813명이며, 이 중 조현병 진단 환자는 18만2901명, 분열형 및 망상 장애 환자까지 포함하면 23만554명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현병 환자나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형벌에만 집중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 범죄자의 치료 및 사회 복귀를 위한 치료감호 청구와 인용률이 동시에 크게 떨어진다.

법조계는 날로 짙어지는 엄벌주의 위주의 형사정책 경향과 함께 치료감호소의 만성적인 인력·예산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치료감호 제도 정상화를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확대 및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치료감호법 제2조에는 치료감호 대상자로 ▲형법 제10조1항에 따라 벌하지 않거나 조 2항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심신장애인으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마약·향정신성의약품, 그 밖에 남용되거나 해독을 끼칠 우려가 있는 물질이나 알코올을 식음·섭취·흡입·흡연 또는 주입받은 습벽이 있거나 그에 중독된 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 ▲소아성기호증, 성적가학증 등 특정 성적 성벽이 있는 정신성적 장애인으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성폭력 범죄를 지은 자 등이 있다.

손 놓은
재범 위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피고인은 재범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선 치료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데, 법원이 치료감호 청구를 기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가 줄어드는 건 2009년부터다. 2022 검찰연감에 따르면,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 수는 2009년 350건이었지만, 2013년 254건, 2019년 184건, 2021년 78건 등을 기록해 크게 줄었다.

법원이 1심서 치료감호 청구를 인용하는 비율도 줄고 있다.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1심서 치료감호 청구 인용률은 2014년 82.9%(223건)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68.3%(114건)로 절반가량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치료감호 청구·인용이 줄어든 원인으로 정신질환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 강화 기조와 함께 치료감호소의 만성적인 인력·예산 부족 등을 꼽았다. 하지만 정신질환 범죄자는 2018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들의 재범률은 65.4%를 기록했다.

반면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의 정신과 전문의 충원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해, 전문의의 진료 부담이 늘고 있다. 국립법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충원율은 53.3%밖에 안 돼 정원 15명 중 8명만 일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나 조현병이나 망상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 8명 중 7명이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입원치료할 수 있도록 국가의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정신의료기관서 치료받은 조현병과 망상장애 환자 중 지역사회서 제공하는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이용하는 환자의 비율은 0.13으로, 8명 중 약 1명만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정신건강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 죽으면 조현병 형 삶은…”
“비자의 입원 더 용이해져야”

조울증으로 알려진 양극성 장애 환자 등록률은 0.05로 20명 중 1명밖에 안 됐고, 주요 우울 장애 환자의 등록률은 그보다 더 낮은 0.01로 100명 중 1명꼴이다. 특히, 조현병과 망상장애 환자가 지역사회서 관리받는 비율은 ▲2018년 0.14 ▲2019년 0.14 ▲2020년 0.13 ▲2021년 0.13으로 소폭 감소했다.


정부는 지역사회 내 정신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 260개소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하는 등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홍보 부족과 환자에게 강제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어서 대상자의 동의를 통해서만 제공된다. 

다만, 자·타해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는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센터가 입원 개입 등 긴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 역시 일상이 힘들다. 조현병 환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더라도 보호자가 옆에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B씨는 결혼했고, 그의 형은 오랜 기간 조현병을 앓고 있다. 형은 치료를 꾸준히 받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있지만, B씨가 형의 실질적인 보호자다. B씨는 규칙적인 시간에 형에게 전화해야 하고, 매주 두 번은 방문해 보살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병원에 동행해 형의 주치의와 상담한다.

B씨가 없으면 B씨의 형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집 앞에 좋은 공원과 산책길이 있지만 한낮에도 커튼을 두껍게 쳐놓고 지낸다. 믿고 의지하는 것은 B씨 뿐이고, 그가 방문하면 형은 어린아이가 떼를 쓰듯 감정을 드러낸다. 

불안한 일이 있거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형은 B씨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한다. B씨가 가족과 함께 있거나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고려되지 않는다. 새벽에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택시를 타고 B씨가 있는 곳으로 찾아온 적도 있다.

누군가와 끊임없이 대화하거나 욕을 하기도 하고, 전자 도어록을 믿지 못해 문에 자물쇠를 달아두기도 한다. 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생수를 직접 골라 마신다. B씨는 평생 형을 보살피면서 살아야 한다. 결국 형이 이만큼 살 수 있는 것은 B씨 덕분이지만, 그만큼 그의 삶은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명백한 허점
결국 답은?

B씨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형을 꾸준히 보살폈다. 그래서 지금 이만큼이라도 스스로 생활할 수 있게 됐고,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그만큼 내 가정을 보살피지 못한 죄책감이 있다. 나중에 늙으면 형을 보살피기 힘들고, 내가 형보다 먼저 죽으면 형이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한 의료 관계자는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지자체장이 보호와 진단을 신청할 수 있는 ‘행정입원’도 법에 규정돼있지만, 소송 우려 등으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비자의(非自意) 입원이 더 용이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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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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