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소설 ‘축석령’ 출간한 황천우 작가

“소설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소설은 정말 허구일까? 사실이 아닌 있을법한 일을 쓰기 때문에 보통 그렇게 느낀다. 그러나 황천우 소설가는 여러 방면에서 쌓아 올린 경험을 글로 적어낸다. 황 소설가는 매일 집 뒷산에 있는 수락산에 올라 정체성을 찾곤 했다. 실제로 그의 소설은 늘 현실과 맞닿아 있는 게 특징이다.

“소설은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황천우 소설가는 정치, 소설가, 육체노동 다양한 분야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글을 써 나간다. 욕심을 버리고 느낀 그대로를 담담하게. <일요시사>가 황 소설가를 만나 신간, 소설가로서 염두에 두는 사안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신간을 냈다. 독자 여러분께 책 소개를 해준다면?

▲지난해 육체노동을 마감하고 지난 시절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정치판서 15년, 소설가로 15년을 살았고, 육체노동을 5년간 경험하면서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세 가지 경험을 아우르는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실행으로 옮겼다. 소설에는 독선에 빠져 지냈던 정치판 15년, 휴머니즘을 최상의 가치로 여겼던 소설가 15년, 그리고 모든 욕심을 내려놓게 된 육체노동 5년의 삶을 한 편의 소설로 썼다. 

-제목이 <축석령>이다. 어떤 의미인가?

▲축석령은 경기도 의정부시와 포천시 경계인 축석고개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고개는 내가 사는 집과 육체노동 현장이 있던 포천시에 소재한 공장의 중간지점에 위치한다. 본업인 소설가와 육체노동의 이정표다. 육체노동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비록 몸은 조금 고달파도 마음의 평안을 한껏 누렸다. 남아있던 욕심을 모두 내려놓게 된 계기다. 그런 의미서 축석령은 단순히 지리적 위치를 떠나 내 정체성의 전환점으로 등장한다. 


-책 내용도 좀 들려달라

▲<축석령>에는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와 마찰을 일으킬 부분이 등장한다. 영혼의 존재 여부에 관한 대목이다. 필자는 인간에 더해 모든 생명체의 생과 사, 특히 사후세계에 관해 확고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 죽음은 육체, 즉 물질과의 이별을 의미한다는 부분을 담았다. 그런 경우라면 설령 영혼이 존재한다고 해도 이를 축복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육체와 결별한 영혼의 존재는 불행에서 나아가 저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정치, 소설가, 육체노동 경험 아우르는 작품
“휴머니즘 토대로 소재 발굴하려고 늘 노력”

-소설가로서 글을 쓸 때 항상 염두에 두는 게 뭔가?

▲휴먼, 즉 사람이다.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그래야 소재도 발굴하게 된다. 내가 그리는 인간의 본연,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인 동고동락을 통한 상생이 필요하다. 인간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사회를 전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 작품에는 휴머니즘이 진하게 깔려 있다. 나는 주로 역사서를 쓴다.

역사는 보편 타당성을 지니면서 계속 이어져온다. 우리나라는 끊어진 부분이 많은데 그 부분을 밝히려 한다. 이런 케이스처럼 삶의 현장서 갖고 있던 것을 쓰려고 한다. 작품에 필자의 철학과 사상도 접목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 담긴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요즘 가정 분위기가 어색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혼외자 때문이다. 책을 접한 내 딸이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딸이 “아빠 진짜 혼외자 있는 거 아니냐? 그래서 혼외자 들이려고 작품 발표한 거 아니냐?”고 추궁해댄다. 딸 입장서 소설이 실제처럼 느껴졌던 모양인데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소설은 보통 허구인데?

▲다수의 사람 특히 정치꾼들이 곤란한 지경에 처하면 상대를 향해 “소설 같은 소리한다”고 강변한다. 상당히 불쾌하다. 소설의 본질 즉 소설가의 역량을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창작 능력을 떠나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정해야 한다. 아울러 그를 바탕으로 소설가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경험(간접경험 포함)과 건강한 사고로 글을 이끌어간다. 이걸 어떻게 허구라 할 수 있나? 차라리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풀이함이 옳다. 

수락산 정체성 찾아가는 동반자
“문학 패거리 짓는 영역이 아냐”

-영감의 출처는 어디인가?

▲영감은 치열한 삶의 과정서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비근한 예를 들어본다면, 비록 소설이 아닌 인문 교양서지만 육체노동에 종사하면서 나의 대표작으로 내세울 만큼 소중한 작품이 <식재료이력서>다. 식품 제조회사에서 금속검출기를 통과한 완제품을 냉장 창고에 보관하는 업무 수행 중 내 손을 거쳐가는 식재료들에 관해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다.

왜 이름은 ‘밴댕이’고, 어디서, 언제 태어났는지 인간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등에 관한 호기심의 발로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최근 작인 <요부 김가희>도 같은 맥락이었다. 우리의 암울한 현실을 상세하게 살피는 중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역사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역사에서 간신이 득세하는 세상의 결과를 살폈고, 그 현실에 경계를 주고자 그린 작품이다. 

-황천우 소설가를 떠올리면 수락산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유명하다

▲조상 대대로 서울 노원서 살아온 내게 수락산은 우리 집 후원으로 나아가 나의 운명과도 같다. 단지 내 고향에, 곁에 존재한다고 해서 운명은 아니다. 수락산은 내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소중한 동반자다. 밖에서 보면 수락산은 작아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빽빽하다. 하루라도 찾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을 정도다. 수락산은 건강한 마음뿐 아니라 덤으로 건강한 육체까지 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학은 패거리 짓는 영역이 아니다. 패거리의 본판인 정치판에서 나와 문학계로 발을 들였을 때 아연실색했다. 정치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심각해서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문학상과 각종 단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문학은 일련의 창작으로, 가장 공정해야 한다. 자신과의 고독하고 치열한 싸움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패거리들은 추악한 욕심이 기저에 깔려 있다. 결국 패거리의 욕심에 편승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태서 참다운 문학을 펼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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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