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그날 송암동의 증언’ 이조훈 감독

<5·18 43 주기> 숨겨진 비극을 쫓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잔혹한 ‘광주의 봄’이 또 다시 돌아왔다. 1980년 이후 43년간 반복된 한 맺힌 봄이다. 계엄군의 총칼에 스러져간 시민군, 무기 없이 맨손으로 죽어간 민간인, 사라진 시민까지 광주의 진실은 여전히 꾹 다문 입 너머에 감춰져 있다.

시작은 한 사람의 제보였다. 광주 시내 외곽 송암동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증언이다. 1980년 5월24일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공수부대원 A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조훈 감독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했다”고 말했다. 공수부대와 전투교육사령부대의 오인교전은 엉뚱하게도 조용한 일상을 보내던 마을주민에게로 불똥이 튀었다. 

한 건의 제보

20여년간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 감독은 A의 증언이 진실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그는 “A를 3번 정도 만났다. 그때마다 일관적으로 당시 상황에 대해 말했다. 평소 갖고 있는 철학, 군에서의 생활 태도, 제대 이후 모습 등 삶의 길을 봤을 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가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부대원을 특정해서 알려줬다. 그들을 몇 번 찾아갔는데 다들 도망가더라. 그게 A의 말이 진실일 수 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사진, 영상 등 피해자의 증언 외에 그 어떤 자료도 남아있지 않은 사건을 극화하기로 결심했다. 영화 <송암동>의 시작이다. 

지난해 초 나온 시나리오는 극화된 <송암동>의 3배 분량이라고 한다. 당초 구상 자체를 3부작으로 했기 때문. 이 감독은 “송암동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다는 정보 전달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배경까지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와중에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서 제작지원을 받아 먼저 첫 번째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영화 <송암동>을 보면 군데군데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 나온다. 20여명의 민간인을 논두렁에 세워두고 한 군인이 이들을 총살하는 장면, 계엄군 사이의 오인교전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일 수 있다는 두 사람의 대화 장면 등 이 감독이 의도적으로 흩뿌려둔 ‘떡밥’이 존재한다.

이 감독은 “(두 부대 사이의) 오인교전이 사건일 수 있다는 의혹을 추적하는 게 2편, 그 의도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뿌리까지 뽑는 게 3편의 주요 내용”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가을로 개봉이 예정돼있는 <송암동>의 흥행 여부에 따라 2~3편의 영화화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3부작으로 구상
5회 차 촬영으로 완성

현재 진행 중인 펀딩 모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2~3편의 제작비로 사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상영시간 72분의 <송암동>은 이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다. <블랙딜> <서산개척단>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송암동>까지 총 4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지만 장편 극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1989년 광주청문회서 시민군이었던 최진수씨가 진술을 하는 장면은 실제 화면을 사용했다.

그 외 장면은 모두 배우의 연기로 구성했다. 피해자의 증언을 90% 이상 극화한 것으로 일종의 ‘논픽션 시네마’다.

배우는 모두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이 감독은 “전재수 어머니 역할의 오디션을 보는데 배우가 너무 잘 울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 영화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전재수는 송암동 사건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11세 소년이다. 사망한 전재수를 끌어안고 어머니와 형이 오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송암동>의 제작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지난해 초 완성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 지원이 결정된 시기가 같은 해 7월 말이었다. 제출 마감은 같은 해 11월. 4개월 만에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이 감독은 5회 차 만에 촬영을 마쳤다. 배우의 호연과 감독의 확신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촬영을) 5회 차 만에 다 마치려면 배우가 완벽해야 했어요. 오디션 과정서 (사투리)네이티브 스피커만 뽑았거든요. 그래서인지 배우들이 본인 이야기로 여기고 정말 열심히 연구를 많이 해오셨어요. 오히려 배우가 서운해 하더라고요. 조금 더 몰입해서 한 번 더 찍고 싶은데 쿨하게 OK 하고 끝냈죠.”

지난 8일 서울 용산 CGV서 열린 언론시사회에는 출연배우가 참석했다. 이들도 이날 시사회서 처음 완성본을 봤다. 이 감독은 “시사회가 끝나고 배우들이 다음 시사회에 가족이나 지인을 더 데려와도 되냐고 묻더라. 영화를 다른 사람한테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지 않나. 쪽팔리진 않겠구나 생각했다”고 웃었다.

<송암동>은 <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에 이어 이 감독이 5·18민주화항쟁을 다룬 작품이다. 광주 출신인 그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5·18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40대에 이르러서야 제작에 나섰다. 5·18을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시기에 소재를 다루고 싶었기 때문.

뒷모습으로만 등장하는 계엄군
“2편에선 얼굴 낱낱이 보여줄 것”

이 감독의 고심은 영화 곳곳에 드러난다. 영화 중간에 이르면 한 계엄군이 민가에 들어와 물을 달라고 하고 가져다준 아주머니에게 ‘우리도 이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자칫 계엄군의 행위를 합리화 하거나 정당화 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송암동 사건의 피해자 한 분이 증언한 내용입니다. 사실 이 영화서 계엄군은 얼굴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사건을 제보한 계엄군 역할의 배우만 얼굴이 나와요. 저는 계엄군을 하나의 덩어리, 명령에 의해서 움직이는 조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표정이나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감정을 낱낱이 분쇄해서 표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있던 계엄군의 말을 따오되 뒷모습으로 표현해 이를 중화하려 했습니다.”

<송암동> 2편의 내용은 아예 반대라고 언급했다.

이 감독은 “(계엄군이) 송암동으로 오기 전 출발 단계부터 보여주는데 그때는 객체로서의 계엄군의 얼굴을 낱낱이 드러낼 생각이다. 아예 제목도 <송암동: 얼굴>로 생각하고 있다. 계엄군 가운데 누군가는 사람을 죽였지만 말린 군인도 있었다. 계엄군 사이에도 분명하게 층위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항쟁을 다룬 콘텐츠서 계엄군은 가해자, 광주시민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분류에서 벗어나 그 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이 감독은 “섞여 있는 어떤 부분을 잘 발라내서 보여주는 게 앞으로 용서와 화해로 가는 중요한 코드가 아닐까. 그런 길을 열어놔야 감춰져 있던 진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용서와 화해

“송암동 사건은 광주시민 가운데서도 모르는 분이 많아요. 일단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5‧18민주화항쟁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비극적인 사건을 보고 무엇이 진실을 밝히는 데 더 중요할지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많은 공감을 나누길 바랍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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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