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전주을 재보선 당선자 강성희가 말하는 ‘파란’

“못한 3년, 남은 1년에 쏟아붓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진보당이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5일 실시된 2023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진보당 소속 강성희 의원이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접전 끝에 꺾고 당선된 것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으로선 진보당이 피아식별이 제대로 되지 않는 데다, 국민의힘도 정치적 이념이 완전히 상극인 정당이 들어왔다는 것이 부담되는 탓이다. 무엇보다 정의당에겐 대형악재다. 여의도에서는 벌써 ‘진보당이 정의당을 대체할 것’이라는 정의당으로선 무서운 소문마저 돈다.

이번 4·5 재보궐선거의 주인공을 뽑으라면 단연 진보당 강성희 의원일 것이다. ‘전주을’ 지역구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었던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꺾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진보당이 국회에 입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시민들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듣고 놀랍다는 반응을 내놨다. 일반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진보당이 아직도 이어지고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이번 재보선에 진보당 후보가 당선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의도 정치를 오래 지켜봐왔던 정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상했었다는 분위기다. <일요시사>가 만난 많은 정계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지난 지방선거서 이미 진보당의 파란이 예고됐다”고 전했다.

진보당은 지난해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178명의 후보를 등록시키며 원외정당 중에서 가장 많은 후보를 공천했다. 이는 시대전환, 기본소득당의 후보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였다. 

당시 진보당은 기초자치단체장 1명,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17명을 배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선거 전문가들은 “지난 지방선거서 진정한 승자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진보당”이라고 분석했다.


정계 관계자들은 “진보당의 파란이 재보선까지 이어졌을 뿐”이라고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그들의 주장대로 진보당은 지난해부터 정치적 역량을 빠르게 확장시켜왔고, 당원 수도 급격히 늘려왔다. 지난해 11월 기준 진보당의 당원 수는 9만명을 넘겼는데, 이는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정당 중 가장 많은 당원 수다.

급격한 성장세에 발맞춰 진보당은 이번 재보선에 강성희라는 막강한 후보를 공천하며 원내 입성을 노렸다. 강 의원은 ‘경기동부연합’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 캠퍼스를 졸업한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일했으며 현대차 비정규직회 지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현대차와 택배 노조서 노동운동을 전개했으며 대규모 정규직을 이끈 공적도 남겼다.

<일요시사>는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 강 의원을 찾아 지난 선거운동 과정의 소회, 앞으로의 정책 비전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당 출신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접전 끝에 꺾었다. 승리의 요인을 뭐라고 분석하나?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겠다는 메시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진보당의 진심이 전주시민들에게 전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보당과 강성희는 작년부터 대출금리 인하 운동이나 가스 난방비 인하 운동을 전개해왔고 이 과정을 통해 서민의 대변자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수개월 동안 진보당과 강성희가 주민과 호흡하고 소통한 주민밀착 활동이 주민들이 마음에 깊이 가닿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민주당과의 선거전서 가장 힘들었던 점 하나만 꼽는다면?

▲선거에 출마하면서 어느 정도 각오해서인지 특별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없었습니다. 첫 TV 토론회에 긴장을 조금 많이 했던 것이 기억나고, 예비후보 4개월 동안 잠을 거의 못 잔 것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8년 만 정당 복귀…정계 “예상했다”
진보당이 그리는 내년 총선 플랜은?

-진보당은 호남 유권자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나?

▲호남은 동학농민혁명과 5·18 광주민중항쟁서 확인되듯 불의에 항거해 나라를 구하고 정의, 민주주의를 세워온 자랑스러운 지역입니다. 이제는 민주화 성지서 정치개혁 1번지로 이어져 있음이 전주을 재선거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은 호남서부터 거대 양당 정치를 넘어 새로운 대안정치와 진보 집권의 희망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온다. 진보당의 총선 플랜을 들어볼 수 있을까?

▲특별한 묘책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 전주을 재보선서 진보당 강성희가 일관되게 “선명 야당으로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겠다” “무너진 민생을 살리는 민생정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던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더 이상 말이 아닌 실천으로, 주민과 호흡하고 동고동락한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습니다. 선명 야당답게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고, 주민 밀착 생활정치를 하는 것이 총선 플랜이라면 플랜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 입성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

▲3년 동안 지역구 국회의원 부재로 주민들이 상실감이 컸습니다. 회기가 없는 동안에는 지역에 상주하면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하고 소통하는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려고 합니다. 지역 현안은 저 혼자의 힘이 아니라 지역의 여야 국회의원님들, 전북도, 전주시와 힘을 합치는 원팀으로 지역발전에 혼신을 힘을 다해 일을 추진하겠습니다.

국회 진출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에 종지부를 찍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지역 정치권, 전북도, 전주시와 협력해 농협중앙회, 금융공기업 유치를 통해 금융도시 전주를 만들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당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다고 보나?

▲여의도 정치가 여의도에 갇혀 국민의 삶과 유리되어 정쟁으로 날을 샐 때 진보당은 지역과 삶의 현장서 밀착해 당 활동을 전개해온 게 가장 크지 않았나 합니다. 이 과정서 무엇보다 당원들의 헌신과 열정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의 국회 입성 후 민주당·국민의힘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데 이들 정당을 어떻게 바라보나?

▲기본적으로 야당(민주당)과는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는 단결과 연대의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민생과 대안을 놓고 선의의 정책 경쟁의 측면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의 총체적 국정 파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제라도 용산출장소가 아닌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강 의원이 보는 민주당·국민의힘은?
“일 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는다”

-민주당·정의당과 차별되는 진보당만의 강점이 무엇이냐?

▲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자영업자 등이 당원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말 그대로 서민의 정당이란 점이 타당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활동에서도 현장에 밀착한 풀뿌리 정치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작년 지방선거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생활정치를 일궈온 후보가 상당수 당선돼 3당으로 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과정서 “내년 총선에서 진보당이 정의당을 대체할 것”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나?


▲특정 정당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정의당이 진보의 대표성을 가진 정당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 저도 이번 전주을 재보선에 출마하기 전까지는 정의당 당원으로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서 진보당이 정의당과는 다른 진보정당이라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기반을 마련했다면, 이번 전주을 선거를 통해 이제는 진보당이 진보 대표정당으로 발돋움했고, 내년 총선서 큰 도약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상임위를 어느 쪽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민생의 어려움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민생과 전주 발전 위한 상임위를 우선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국방위 배정 문제가 불거져 나왔습니다. 현재 국방위가 비어 있는데 진보당 의원은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이 그런 주장을 하셨는데요. 이는 전주시민을 모독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반헌법적·반의회주의적 발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은 주장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통해 제 의사를 전하려고 합니다. 국회법과 순리대로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임기가 이제 1념 남았다. 뜻을 펼치기에 1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보는지?

▲제가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일을 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일을 안 하려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고요. 물론 1년은 짧은 시간이고 1석으로서 많은 것을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민심의 열망에 부응하고 전주시민을 믿고 활동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보당 이석기의 그늘

진보당의 뿌리를 타고 올라가면 이석기 전 의원의 정당이었던 통합진보당과의 관계가 나온다.

두 정당은 이념적 유대감을 공유하고 있으며 정당 구성원과 당원도 많은 부분이 겹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정계 관계자들은 진보당이 통합진보당의 후신이 아니냐는 의심을 내놓고 있고, 보수정당에서는 이미 두 정당이 같다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진보당은 전신인 민중당 시절 “박근혜가 해산시킨 통합진보당이 다시 돌아왔습니다”라는 구호로 홍보 활동을 펼친 바 있다.

통합진보당은 2014년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에 휩싸여 없어진 정당이다.

헌재는 당시 판결문에서 통합진보당을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정당”이라며 정당 해산을 명령했다. 

그러나 최근 진보당은 현재의 진보당과 통합진보당이 다르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자료에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진보당은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이 2017년 10월 합당해 민중당으로 출범했다. 이후 민중당서 진보당으로 당명을 개정한 새로운 정당”이라고 해명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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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