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진보당이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5일 실시된 2023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진보당 소속 강성희 의원이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접전 끝에 꺾고 당선된 것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으로선 진보당이 피아식별이 제대로 되지 않는 데다, 국민의힘도 정치적 이념이 완전히 상극인 정당이 들어왔다는 것이 부담되는 탓이다. 무엇보다 정의당에겐 대형악재다. 여의도에서는 벌써 ‘진보당이 정의당을 대체할 것’이라는 정의당으로선 무서운 소문마저 돈다.
이번 4·5 재보궐선거의 주인공을 뽑으라면 단연 진보당 강성희 의원일 것이다. ‘전주을’ 지역구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었던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꺾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진보당이 국회에 입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시민들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듣고 놀랍다는 반응을 내놨다. 일반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진보당이 아직도 이어지고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이번 재보선에 진보당 후보가 당선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의도 정치를 오래 지켜봐왔던 정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상했었다는 분위기다. <일요시사>가 만난 많은 정계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지난 지방선거서 이미 진보당의 파란이 예고됐다”고 전했다.
진보당은 지난해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178명의 후보를 등록시키며 원외정당 중에서 가장 많은 후보를 공천했다. 이는 시대전환, 기본소득당의 후보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였다.
당시 진보당은 기초자치단체장 1명,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17명을 배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선거 전문가들은 “지난 지방선거서 진정한 승자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진보당”이라고 분석했다.
정계 관계자들은 “진보당의 파란이 재보선까지 이어졌을 뿐”이라고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그들의 주장대로 진보당은 지난해부터 정치적 역량을 빠르게 확장시켜왔고, 당원 수도 급격히 늘려왔다. 지난해 11월 기준 진보당의 당원 수는 9만명을 넘겼는데, 이는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정당 중 가장 많은 당원 수다.
급격한 성장세에 발맞춰 진보당은 이번 재보선에 강성희라는 막강한 후보를 공천하며 원내 입성을 노렸다. 강 의원은 ‘경기동부연합’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 캠퍼스를 졸업한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일했으며 현대차 비정규직회 지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현대차와 택배 노조서 노동운동을 전개했으며 대규모 정규직을 이끈 공적도 남겼다.
<일요시사>는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 강 의원을 찾아 지난 선거운동 과정의 소회, 앞으로의 정책 비전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당 출신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접전 끝에 꺾었다. 승리의 요인을 뭐라고 분석하나?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겠다는 메시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진보당의 진심이 전주시민들에게 전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보당과 강성희는 작년부터 대출금리 인하 운동이나 가스 난방비 인하 운동을 전개해왔고 이 과정을 통해 서민의 대변자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수개월 동안 진보당과 강성희가 주민과 호흡하고 소통한 주민밀착 활동이 주민들이 마음에 깊이 가닿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민주당과의 선거전서 가장 힘들었던 점 하나만 꼽는다면?
▲선거에 출마하면서 어느 정도 각오해서인지 특별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없었습니다. 첫 TV 토론회에 긴장을 조금 많이 했던 것이 기억나고, 예비후보 4개월 동안 잠을 거의 못 잔 것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8년 만 정당 복귀…정계 “예상했다”
진보당이 그리는 내년 총선 플랜은?
-진보당은 호남 유권자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나?
▲호남은 동학농민혁명과 5·18 광주민중항쟁서 확인되듯 불의에 항거해 나라를 구하고 정의, 민주주의를 세워온 자랑스러운 지역입니다. 이제는 민주화 성지서 정치개혁 1번지로 이어져 있음이 전주을 재선거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은 호남서부터 거대 양당 정치를 넘어 새로운 대안정치와 진보 집권의 희망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온다. 진보당의 총선 플랜을 들어볼 수 있을까?
▲특별한 묘책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 전주을 재보선서 진보당 강성희가 일관되게 “선명 야당으로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겠다” “무너진 민생을 살리는 민생정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던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더 이상 말이 아닌 실천으로, 주민과 호흡하고 동고동락한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습니다. 선명 야당답게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고, 주민 밀착 생활정치를 하는 것이 총선 플랜이라면 플랜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 입성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
▲3년 동안 지역구 국회의원 부재로 주민들이 상실감이 컸습니다. 회기가 없는 동안에는 지역에 상주하면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하고 소통하는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려고 합니다. 지역 현안은 저 혼자의 힘이 아니라 지역의 여야 국회의원님들, 전북도, 전주시와 힘을 합치는 원팀으로 지역발전에 혼신을 힘을 다해 일을 추진하겠습니다.
국회 진출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에 종지부를 찍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지역 정치권, 전북도, 전주시와 협력해 농협중앙회, 금융공기업 유치를 통해 금융도시 전주를 만들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당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다고 보나?
▲여의도 정치가 여의도에 갇혀 국민의 삶과 유리되어 정쟁으로 날을 샐 때 진보당은 지역과 삶의 현장서 밀착해 당 활동을 전개해온 게 가장 크지 않았나 합니다. 이 과정서 무엇보다 당원들의 헌신과 열정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의 국회 입성 후 민주당·국민의힘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데 이들 정당을 어떻게 바라보나?
▲기본적으로 야당(민주당)과는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는 단결과 연대의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민생과 대안을 놓고 선의의 정책 경쟁의 측면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의 총체적 국정 파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제라도 용산출장소가 아닌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강 의원이 보는 민주당·국민의힘은?
“일 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는다”
-민주당·정의당과 차별되는 진보당만의 강점이 무엇이냐?
▲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자영업자 등이 당원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말 그대로 서민의 정당이란 점이 타당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활동에서도 현장에 밀착한 풀뿌리 정치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작년 지방선거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생활정치를 일궈온 후보가 상당수 당선돼 3당으로 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과정서 “내년 총선에서 진보당이 정의당을 대체할 것”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나?
▲특정 정당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정의당이 진보의 대표성을 가진 정당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 저도 이번 전주을 재보선에 출마하기 전까지는 정의당 당원으로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서 진보당이 정의당과는 다른 진보정당이라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기반을 마련했다면, 이번 전주을 선거를 통해 이제는 진보당이 진보 대표정당으로 발돋움했고, 내년 총선서 큰 도약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상임위를 어느 쪽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민생의 어려움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민생과 전주 발전 위한 상임위를 우선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국방위 배정 문제가 불거져 나왔습니다. 현재 국방위가 비어 있는데 진보당 의원은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이 그런 주장을 하셨는데요. 이는 전주시민을 모독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반헌법적·반의회주의적 발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은 주장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통해 제 의사를 전하려고 합니다. 국회법과 순리대로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임기가 이제 1념 남았다. 뜻을 펼치기에 1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보는지?
▲제가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일을 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일을 안 하려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고요. 물론 1년은 짧은 시간이고 1석으로서 많은 것을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민심의 열망에 부응하고 전주시민을 믿고 활동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보당 이석기의 그늘
진보당의 뿌리를 타고 올라가면 이석기 전 의원의 정당이었던 통합진보당과의 관계가 나온다.
두 정당은 이념적 유대감을 공유하고 있으며 정당 구성원과 당원도 많은 부분이 겹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정계 관계자들은 진보당이 통합진보당의 후신이 아니냐는 의심을 내놓고 있고, 보수정당에서는 이미 두 정당이 같다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진보당은 전신인 민중당 시절 “박근혜가 해산시킨 통합진보당이 다시 돌아왔습니다”라는 구호로 홍보 활동을 펼친 바 있다.
통합진보당은 2014년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에 휩싸여 없어진 정당이다.
헌재는 당시 판결문에서 통합진보당을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정당”이라며 정당 해산을 명령했다.
그러나 최근 진보당은 현재의 진보당과 통합진보당이 다르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자료에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진보당은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이 2017년 10월 합당해 민중당으로 출범했다. 이후 민중당서 진보당으로 당명을 개정한 새로운 정당”이라고 해명했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