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국감 위증 논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02 13:58:30
  • 호수 14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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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박현종 bhc 회장의 위증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앞서 박 회장의 위증 논란은 이미 ‘2020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던 바 있다. 당시 국감이 종료되면서 수면 아래로 꺼졌다가 최근 다시 떠오르는 모양새다. 박 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나오면서다.

위증은 거짓으로 증명하거나 증거를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위증죄가 되려면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해야 성립한다. 위증죄는 형법 제152조에 규정돼있다. 형법 제152조(위증, 모해위증)에는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이처럼 위증죄는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했을 경우 성립되는 범죄로 특히 한국 사회선 중죄에 해당한다. 위증 시 재판장이 사실을 오인해 적정한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을 방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14조(위증 등의 죄)에는 ‘이 법에 따라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서면답변을 포함한다)이나 감정을 했을 때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최근 박현종 bhc 회장의 위증죄가 다시 논란이 될 조짐이 보인다. 발단은 bhc가 지난달 13일 서울고법 제18민사부가 청구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판결서 일부 패소하면서부터다. 재판부가 박 회장이 BBQ에 28억원 규모 손해를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린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BBQ가 완전히 승리한 것으로 봤다.

이 소송은 BBQ가 2013년 당시 bhc 매각 작업을 담당했던 박 회장(당시 BBQ 해외사업부문 부사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2019년 구상권 성격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bhc는 지난달 25일 “BBQ 측 주장이 왜곡된 것”며 즉시 반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고등법원 제18민사부는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판결문을 통해 박 회장이 ‘주식매매계약(bhc매매)’에서 bhc에 대한 실사 과정을 총괄했거나 가맹점 목록의 구체적 내용의 적성에 관여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상품공급 계약’ 및 ‘물류 용역 계약’ 일방 해지, ‘영업비밀 침해’ 등 소송이 이어져왔는데 판결문을 유리하게 해석한 입장을 언론을 통해 내놓기도 했다.

“모두 직원이 개인적으로 했던 일”
‘2020 국정감사’ 증언 뒤집는 판결

하지만 제네시스BBQ 측은 판결문의 한 문장을 ‘확대해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판결문에 명시된 ‘박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에서 bhc에 대한 실사 과정을 총괄했거나 위 가맹점 목록의 구체적인 내용의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문장을 두고 한 말이다.

해당 문장 바로 밑에는 ‘박 회장은 BBQ의 이사로서 bhc 매각에 관한 협상을 담당했다. bhc로부터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서의 작성에 관한 사무를 위임받았으며, 박 회장 과실로 제1 진술보증조항의 대상인 bhc 브랜드를 달고 있는 총가맹점 목록이 아닌 개점/일시 폐점(휴점)/폐점 예정으로 분류된 이 사건 가맹점목록을 그대로 이 사건 공개목록에 포함시킴으로써 위반했다’고 판시돼있다.


또 ‘박 회장은 2012년 7월1일부터 2013년 6월4일까지 bhc 회사의 해외글로벌사업부 대표로, 2013년 3월11일부터 2013년 6월28일까지 bhc 사내 등기이사로 각각 재직했다. 2012년 11월8일 이후부터 오랜 대기업 근무 경력, 외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 체결 과정에 전반적으로 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부서의 오씨 및 이씨를 통해 bhc의 각 부서로부터 이 사건 공개목록에 들어갈 내용을 취합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이 사건 공개목록을 완성하는 등 이 사건 공개목록의 작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기재돼있다.

판결문에 적힌 ‘핵심적인 역할’이라는 것이 박 회장의 위증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판결을 이끌어낸 결정적 요소는 BBQ가 디지털포렌식 작업으로 복구한 증거에 있다. BBQ는 박 회장이 BBQ 재직 당시 bhc 매각 업무를 담당할 때 업무기록을 복구해 증거로 제출했고, 법원이 이를 증거로 인정한 것이다.

뒤집힌
항소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2020년 국정감사에서 박 회장의 위증죄가 논란이 됐었는데, 이번 판결문을 보고 의원실 차원에서 단계를 거쳐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실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판결로 인해 다시 화두가 된 것은 박 회장의 위증죄다. 박 회장의 위증죄 논란은 2020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그해 10월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 회장은 “선서, 본인은 국회가 실시하는 2020년도 국정감사와 관련해 정무위원회서 증언함에 있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및 제8조에 의해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선서했다. 

당시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박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부당한 광고비 의혹 ▲보복성 가맹 계약해지 ▲불공정 거래 행위 ▲갑질 행위 등 bhc와 가맹점협의회 간에 불거진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bhc가 국감에 앞서 전 의원에게 제출한 상생방안도 질의사항에 포함됐다. 박 회장은 전 의원의 질의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기업 의무 차원에서 상생방안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신선육 가격 인하가 상생방안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위증 논란이 불거진 부분은 bhc와 경쟁사 BBQ 간의 갈등에 대한 박 회장의 답변이었다. 당시 bhc는 경쟁사 오너인 윤홍근 BBQ 회장의 회삿돈 횡령 수사 배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상태였다. 정무위 국감을 앞두고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발뺌하더니…
개입 밝혀져

2018년 11월 윤 회장이 회삿돈으로 자녀의 미국 유학비를 10억원 넘게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경찰 수사가 뒤따랐다. 이후 2020년 10월 <한국일보>는 경찰 수사의 배후에 bhc가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BBQ 전 직원인 제보자 A씨와의 인터뷰, 윤 회장이 결재한 서류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경찰은 매체 보도 한 달 뒤 BBQ 본사와 임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을 한 뒤, 횡령 의혹이 있다며 윤 회장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BBQ 이미지가 추락됐지만 결국엔 불기소 처리된 횡령 의혹 사건의 배후에는 경쟁업체인 bhc가 있었다. 해당 의혹은 미국 동부에 사는 제보자 A씨와 박 회장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A씨는 2018년 3월20일 박 회장에게 “생신을 축하드린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말문을 텄다. bhc는 2013년 독립하기 전까지 BBQ 계열사였기 때문에 BBQ서 함께 일했던 박 회장과 A씨는 아는 사이였다. 오랜만이었던 두 사람은 BBQ와 bhc의 소송전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두 회사는 bhc가 분리된 후로 현재까지 영업비밀 유출, 계약파기 등을 이유로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견원지간인 관계다.

A씨가 이튿날 카카오톡으로 박 회장에게 BBQ를 공격할 수 있는 윤 회장 일가 관련 비리 의혹 20여개를 나열하자, 박 회장은 곧바로 항공편을 마련해 A씨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2018년 4월5일 낮 12시 bhc 계열사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고급 고깃집에서 만난 두 사람은 A씨가 가져온 BBQ 비리 의혹 자료를 살폈다.

이후 6개월 뒤인 10월1일, 박 회장은 이번에도 항공편을 마련해 A씨를 입국시켜 같은 곳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번에는 박 회장이 A씨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았고 방송사 기자에게 A씨를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이것이 A씨가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서 밝힌 윤 회장 횡령 의혹 보도와 경찰 수사의 발단이다.


‘주식매매계약 체결 과정에 전반적으로 관여’
‘사건 공개목록 작성에 핵심적인 역할 담당’

사건의 단초가 된 윤 회장의 횡령 사건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무리한 경찰 수사 논란으로 번졌다.

제보자 A씨는 윤 회장의 횡령 의혹을 제보하는 과정에서 bhc와 박 회장 등의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회장은 A씨를 언론사에 연결해준 일밖에 관여한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bhc는 A씨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전 의원은 박 회장의 해명을 ‘거짓’으로 봤다. 그는 A씨와 bhc 홍보팀장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bhc가 담당 임원의 주소, 차량 번호 등 경찰에 진술해야 할 내용을 ‘밀착 코칭’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의 해명과는 달리 사건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전 의원은 “직원이 개인적으로 일을 진행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박 회장은 “현재 사건과 관련해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인 만큼 답변하기 어렵다.(증거로 제출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은) 대화 맥락의 앞뒤를 모두 확인해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A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알기로는 선임해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박 회장의 발언 중 ▲A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주지 않았다 ▲매각 과정을 총괄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bhc 분리매각)업무기록을 포함해 증거자료를 행정실에 제출할 수 있도록 위원장님께서 해주신다면, 정무위원회서 위증 고발 조치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무런 조치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

박 회장의 위증 문제가 ‘잘못된 지적’이라고 여겨진 시기도 있었다. 바로 판결문에서다. 윤 회장 등 BBQ 측이 2017년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중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같은 해 11월 기각됐다. 이후 서울고법에 항소했지만 소각하 판결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BBQ 측은 형사고소도 병행했다.

위증 고발
다시 검토

재판부는 기각 결정을 내린 사유로 ▲ICC 중재 판정에서 bhc 매각 당시 bhc 대표이사였던 김모씨가 ‘가맹 점포 수 산정을 총괄’하면서 가맹 점포 수를 잘못 계산했다고 인정한 점 ▲BBQ 재무 이사가 중재 재판에서 bhc 가맹점 현황 자료는 bhc 전략기획팀 소속 직원들이 만든 것이고, ‘대표이사가 이를 총괄했다’고 증언한 점 ▲박 회장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bhc 전략기획팀 직원들이 박 회장으로부터 가맹 점포 수를 부풀리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었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위증 논란도 잠잠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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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