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천공 방문’ 주장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나만 안다고? 또 다른 목격자 나올 것”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임기 시작 이래로 대통령실 이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무속인’ 천공은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그는 윤석열정부 초창기부터 청와대의 용산 이전 추진을 강조했고 윤 대통령이 실행에 옮기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주목받았다. 이후에도 천공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회피, 이태원 참사 연속 조문 등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돼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나온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예비역 공군 소령 출신으로 국회 정책 보좌관과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정책 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연세대 통일연구원 겸임 교수로 일하다 2020년 12월 국방부 대변인을 맡았다.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이다. 특히 마지막 브리핑에서는 권력과 군에 작심 발언을 하고 떠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최근 대변인직을 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책으로 펴냈다. 정부와 군의 정책 결정 과정을 비판적으로 관찰한 기록이다. <일요시사>가 부 전 대변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방부 대변인 시절 겪었던 일들을 일기에 적었고, 책으로 펴냈다

▲과거 국회 보좌관 시절 최재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꼬박 일기를 쓰는 모습을 보고 기록을 남겨야겠다 싶었다. 1년5개월 정도를 대변인으로 재직하면서 꾸준히 일기를 썼고, 대변인 시절 겪었던 국방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책 제목 자체가 <권력과 안보>다. 권력이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과정을 들여다본 책이다. 천공 부분이 관심을 많이 받기는 하는데, 실질적으로 이런 책이 한국 사회에는 없었다. 해외에는 이미 이런 책들이 많다. 미국의 매티스 국방성 장관, 볼튼 전 국가안보 보좌관,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 일본 방위성 차관 등이 일기 형식으로 회고록을 냈는데 한국은 이런 책에 관용적이지 못한 편이다. 그래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나?

▲청와대가 어떻게 국방에 관여하고 개입하는지, 안보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지에 관해서다. 더불어 군 전체를 매도하고 장관이 사과하는 일이 잦았다.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하고 자기 목숨을 바치신 분들의 내용도 포함돼있다. 철옹성 같은 군 사법제도 개혁을 이끌어낸 공군 여중사와 해군 여중사의 극단적 선택 등 예우가 필요한 의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책의 부제가 국방 비서와 천공 의혹인데…

▲핵심적인 부분이긴 하다. 윤정부 대통령실 이전의 기록도 포함시켰다. 문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부분도 담겨있다. 읽고 판단해줬으면 좋겠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읽지도 않고, 책에 없는 내용을 이야기한다. 알만한 분들은 군사기밀이 가득하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없다. 

대변인 기간 있었던 일 책에 담아
크로스 체크까지 벌써 끝낸 사안

-책 말미에 나오는 천공 부분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천공을 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막전막후가 3월14일부터 4월12일까지 이어졌다. 한 달간 이어졌고 그때 남겼던 기록이었기 때문에 뺄 수가 없었다. 


-당시 다음 정부에 여러 일을 인계하던 위치에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린다면?

▲충격적이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한테 오히려 반문했다. 말이 되냐고, 그러다 잊혀졌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이야기하는데, 정법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천공 동영상이 1만회 정도 올라왔는데, 다 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느 날 방송에 나가 말했다. 이게 기록이라는 점이 컸던 것 같다.

-일각에서는 조작설을 제기하는데…

▲일기에 기록된 내용을 본문에 넣었고, 정황을 각주 처리했다. 일기 본문 내용은 수정이나 왜곡이 없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알려달라

▲천공이 방문한 날은 지난해 4월1일이다. 그날은 육군 미사일 전략사령부 개편 행사에 갔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12시 전이다. 개편식서 미사일 전략사령관이 장관에게 현황 보고를 한다. 헬기서 내렸고, 화장실 갈 때 남 전 총장이 긴히 이야기할 게 있다고 불렀다.

총장이 허위로 말할 이유 없어
휴대폰 위치 추적? “의미 없어”

언론 대응과 관련된 사건인가 하고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화장실을 가니까 따라와서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때 천공과 인수위 관계자가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에 위치한 서울사무소를 들렀다고 공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내용을 알게 됐다.

-화장실 위치는?

▲1층 문에서 들어가면 바로 옆에 있는 곳이다. 

-공관장은 직접 본 것인가?

▲서울사무소와 공관은 약간 특색이 있다. 공관은 근무자가 많지 않다. 공관 관리관, 병사 한두명 정도다. 공관은 출처가 되는 사람만 입을 열지 않으면 막히는 구조다. 서울사무소는 직원이 많다. 상시 근무하는 사람이 많아 그쪽에는 목격자나 혹은 제보자도 있다고 본다. 현재 상당히 신빙성 있는 제보들이 언론사를 통해서 다뤄지고 있다. 


-두 명 외에 추가 목격자는?

▲육군 관계자다. 다만 기록에 남지 않은 것들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풍문이기 때문이다. 듣고, 확인하는 과정까지 거쳤지만, 녹취로 남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확신할 수 있는 점은 남 전 총장에게 보고된 사안을 누구한테 확인한다는 건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게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군은 보고가 생명이다.

총장한테 보고 올라갈 때도 단계가 있다. 회사도 그렇지 않은가. 군은 더 철저하게 보고한다. 중간 단계를 다 거치면서 스크린하고 그 상태서 총장한테 보고하는 게 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을 누구에게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장관한테 보고를 하진 않았나?

▲내가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면 월권이다. 이 부분은 대변인을 하면서 철저히 지켰다. 

-대통령실이 고발한 상황이다. 고발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김 전 의원이 고발당했다. 김어준 방송인과 함께 고발당했는데, 나는 고발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파급 효과가 있다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김 전 의원 사건이 있고 나서 바로 언론에서 묻히고 국민적 관심에서는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크게 ‘이슈가 될까’ 하는 생각을 좀 했다.

차이가 있다면 김 전 의원의 경우 전언이지만 나는 기록이다. 방어 논리가 성립한다. 4월1일은 사건이 많았다. 천공 부분은 두 단락이다. 뺀 것도 있지만 이게 전부고,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에 고발은 이해가 어렵다. 특히 기자가 고발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천공과 주변 인물들 수사해야”
“제2·제3 추가 폭로자 나올 것”

-대통령실은 가짜 뉴스라는 입장인데…

▲크로스체킹을 두 번 거쳤다. 남 전 총장과 전화하고, 관계자를 통해 한 번 더 했다. 이후에는 연락한 기억이 없다. 추석 때 인사 차 한 번 문자를 주고받은 게 전부다. 

-남 전 총장과 통화했던 통신 기록은 확인했나?

▲시점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통화한 것은 명확하다.

-총장이 직접 전했다는 말의 의미는?

▲나 역시 장관에게 보고할 때 구두 보고와 문서 보고를 했다. 이런 이슈의 경우 문서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추정한다. 물론 문서까지 보고됐을 수 있지만, 공관장이 배석하고 다음에 누군가가 보고하는 그런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역술인이 청와대서 용산으로 관저를 옮겼다는 관저 개입 의혹이 계속 불거져왔다. 역술인 개입의 의미는?

▲우선 천공은 민간인이다. 우리는 박근혜정부 때 이미 이런 것을 느꼈다. 그에 대한 트라우마가 분명 존재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그랬다. 형의 개입이 있어 사법적 처벌을 받았던 이력이 있다. 국가운영이라는 차원에서 봤을 때 사권력이 들어온 셈이다.

공권력의 사권력화다. 나중에 밝혀져야 할 부분이지만 상당히 위험하다. 국가를 운영하는 데 민간인의 개입이 정서적으로나 법적으로나 한국 사회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더 납득이 힘들어졌다.

-윤정부는 권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다고 보나?

▲언론에 대해서는 이게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맞는지가 의문이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판례나 국내 판례를 보더라도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상식적으로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증언 말고 다른 증거는 없냐는 의문을 제기하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 밝혀지던 나는 천공이라고 본다. 정보 접근이 가능한 쪽에서 사실관계를 밝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을 내놓고, 투명하게 밝히면 해결되는 아주 간단한 문제다. 이 중 CCTV를 예를 드는데, 일반인은 볼 수 없다. CCTV를 보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군사시설보호법,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제한된다. 제한되는 사안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려면 현행법의 제한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대통령실도 힘들 것이다. 

-휴대폰 위치추적을 해보라는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나도 휴대폰을 두 개 갖고 있었다. 단순 위치추적으로 안 된다. 결국은 천공과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경호처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책이나 방송에서도 밝혔지만 경호처와는 관계가 없다. 김용현 경호처장이 인수위에 있었으면 당연히 공적인 역할을 하는 중이었다. 그건 당연한 부분이다. 나는 경호처장과 함께 갔다는 이야기를 한 적 없다. 하지만 천공은 다르다. 차라리 쿨하게 천공이 다녀가지 않았다고 하면 되는 걸 일면식이 없다거나 풍문이라는 말 자체가 아마추어같다는 생각이 든다. 

-폭로를 1/3도 안 했다고 말했는데…

▲나는 점점 더 확신하고 있는 중이다. 책의 기록도 기록이지만 거기에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보니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군의 보고체계는 단순하지 않다. 어느 윗선까지 해야 할지 다 정해져 있다. 그런데 총장까지 올라간 사안이다.

그러면 이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개입했는지 생각할 수 있다. 충분히 확인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2, 제3의 증언자와 제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권력과 안보’ 내용은?

<권력과 안보>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1년5개월가량 대변인 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일을 기록한 일기 형식의 책이다.

책에는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있다.

70년간 동맹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미동맹과 관련해 미국이 생각하는 한국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관한 이야기, 북한 무인기가 NLL를 넘어왔을 때와 관련된 일화 등을 담았다.

또 군 사법개혁제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의 헌신 등 여러 이야기도 들어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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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