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마스크 해제 막판 변수 셋

방역당국 신중론에 힘 실리는 이유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된 지도 어느덧 4년 차로 접어들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수많은 방역조치가 점진적으로 해제됐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도 해제 논의를 앞두고 있다. 방역당국이 단서를 달며 논의 시점을 예고하자, 빠른 시일 안에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조치 해제를 막는 세 가지 변수 때문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이하 실내 마스크 해제)’는 백신접종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방역 조치다. 지난해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해제되면서 한때 ‘실내 마스크 역시 조만간 해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팽배했지만, 방역당국은 지금까지도 실내 마스크 해제를 단행할 구체적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 빗장
언제 풀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3일 실내 마스크 해제를 위한 4개 지표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지표는 ▲주간 환자 2주 연속 감소 ▲주간 위중증 환자 감소 및 주간 치명률 0.10% 이하 ▲4주 내 중환자 병상 가용능력 50% 이상 ▲60세 이상 접종률 50%·감염취약시설 접종률 60% 달성 등이다.

방역당국은 해당 지표 4개 중 2개 이상을 충족하면 중대본 논의를 거쳐 부분적 실내 마스크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역시 확실한 ‘해제 선언’은 아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관련 내용을 설명하면서 “네 가지 중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됐다고 해서 의무를 해제하는 게 아니라 그때 본격적으로 조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참고치”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의 역사는 2020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질병관리청이 같은 달 4일, 버스와 병원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따른 과태료 부과 세부방안’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보고한 게 시작이었다. 

그 다음 달 13일부터 ‘명령’을 통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이 명령을 위반하면 최고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처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시행 추이에 따라 의무 착용 장소가 달라졌지만, 이후 대유행이 도래하면서 사실상 모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때는 2021년 4월12일 0시부터다. 이때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됐다.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지침은 약 1년6개월 지속되다가 점진적으로 해제됐다. 지난해 5월2일부로 감염 위험이 높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착용 의무가 대부분 해제됐다. 이어 지난해 9월26일부터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됐다. 

반면 실내 마스크 착용 제도는 지금까지 별다른 완화 조치 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시기 논의 시작됐지만…아직 멀었다?
해외발 변수·추가 접종 저조에 흔들려

그러던 중 지난달 초, 일부 광역자치단체장이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중앙정부에 통보했다. 당시 대전시와 충남도 등은 중대본의 방역지침과 별개로 올해부터 실내 마스크 해제를 검토했다. 이후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계획을 철회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는 중대본이 4대 기준을 발표하는 주된 계기로 작용했다. 


처음 중대본이 4대 기준을 발표했을 때, 실제 실내 마스크 해제 논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방역 관련 악재가 여럿 불거지면서 실제 논의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주된 변수로는 중국 대유행, 변이 발생, 백신 접종률 등 세 가지가 꼽힌다. 

중국은 지난해 말 반(反) 제로코로나 정책 시행 이후 유례없는 코로나 대유행을 겪고 있다(1408호 중국발 ‘감기약 사재기’ 음모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올해 들어 유행 정점을 넘어 섰다’는 분석이 나오긴 하지만, 춘절(중국 설)을 기점으로 중국의 시골 지역 유행 정점이 예고된 상태다.

현재 중국발 입국자의 확진 사례가 상당수 보고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중국발 입국자 중 확진자를 솎아내기 위해 너도나도 경계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 역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대응을 강화했다.

PCR 검사 의무화 이틀 차인 지난 3일에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 출발 입국자 7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중국발 인천공항 입국자 중 90일 이내 단기체류 외국인 무증상자 281명이 도착 즉시 인천공항 검사센터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이 중 73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검사 건수 대비 양성률은 26.0%이다. 4명 중 1명 이상 꼴로 확진 판정을 받은 셈이다.

중국발
미국발

이는 ‘방역 강화 조치’ 첫날이었던 지난 2일(양성률 20%)보다 높아진 수치다.

공항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방역당국이 마련한 임시 재택시설에서 7일간 격리된다. 정부는 현재 공항 인근에 최대 160명까지 수용 가능한 격리시설을 마련했다. 아울러 수용 인원 증가가 예견되자 인천·서울·경기 소재 예비시설 확보에 나섰다.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중국 입국 전후 코로나 의무 검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중국발 항공편 증편 및 단기 비자 발급도 제한한다.

이와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 중대본 회의에서 “중국의 코로나 상황 악화로 인한 국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방역조치를 강화한다”며 “다음 달 말까지 외교·공무, 필수적 기업, 인도적 사유 등을 제외한 단기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중국발 항공편의 추가 증편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실내 마스크 해제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대외적인 상황이 국내 전파로 이어질 경우 계획했던 실내 마스크 해제 조치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할 것이며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함께 배석한 정 위원장은 “중국이 변수가 안 되게끔 강력한 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2~3주 안에 정점을 찍고 1월 중하순쯤 되면 확산세가 가라앉을 테니 선제 조치한 다음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국발 코로나 유입 못지 않은 위협으로 떠오른 것이 ‘미국발 변이 유입’이다. ‘XBB.1.5’로 명명된 변이가 국내에서도 발견됐다. XBB.1.5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널리 알려진 BA.2에서 파생된 XBB의 하위 변이다.

백신?
안 맞는다

XBB는 지난해 8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로 ‘가장 강력한 변이’로 꼽혀왔다. 전문가들은 XBB.1.5 변이가 기존의 XBB 변이보다도 강한 면역 회피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XBB.1.5 변이는 이미 미국 내에서 우세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XBB.1.5 변이는 신규 코로나 감염의 40.5%를 차지했다. 국내에선 지난달 이후 XBB.1.5 변이가 13번 검출됐다. 변이가 가진 강력한 면역 회피력과 미국 전파 사례를 고려할 때, 국내에서도 검출률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XBB 하위변이들은 코로나 예방용 항체 치료제 ‘이부실드’에 내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력이 약한 이들의 피해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미국서 XBB의 우세종화가 예사롭지 않다”며 “중국 상황 못지않게 XBB.1.5 변이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국내 유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공들였던 개량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미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감염 취약계층의 접종률 역시 유의미한 수준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대본이 지난달 31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동절기 추가접종률은 감염취약시설 52.4%(약 41만건), 60세 이상 30.7%(약 387만건)로 파악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21일부터 연말까지 6주간을 동절기 백신접종 기간으로 운영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고위험군 등 감염취약계층의 백신접종을 적극 독려했다. 당초 정부는 목표치로 ‘노인수용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60%·60세 이상 50% 접종률 달성’을 설정했다.

위중증 환자 여름 재유행 때보다 많아 
‘이제 벗자’ 찬성 41% VS 반대 57%

하지만 실제 접종률은 이보다 훨씬 부진했다. 감염취약시설은 목표치에 얼추 근접했지만, 60세 이상 고령층 업종률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취약계층의 낮은 접종률은 정부가 실내 마스크 해제 여부를 고심하게 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는 동시에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큰데, 이때 고위험군에서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산세를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지표가 엇갈리는 점 역시 혼란스러운 대목이다. 일단 국내 확산세 자체는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연말부터 감염재생산지수가 1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7차 유행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과 3일 국내 확진자 수는 각각 8만1056명, 7만8575명이다. 이는 최근 4주 중 최저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코로나 유행 상황이 완화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1명 증가한 637명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4월25일(668명) 이후 8개월 중 최다치에 해당한다.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병상 가동률은 42.2%까지 올랐다. 지난해 8월 말 이후 4개월여 만에 40%대에 재진입한 것.

일일 확진자 수가 최고 18만명에 달했던 지난 여름철 재유행 때도 위중증 환자 수가 600명을 넘은 적이 없었다. 방역당국의 고심이 커지는 배경이다.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하는데 위중증 환자 수는 늘어나는 기현상이 이어졌다. 이에 방역당국은 “검사 기피 현상이 일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추정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위중증 환자 증가세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급작스러운 증가는 아니지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문을 열였다.

이어 “일단 이전 유행에 비해 이번 동절기 유행에서 고령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조금 높은 경향이 있다”며 “또 유행이 벌써 두 달을 넘어가면서 중환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누적되는 효과도 조금 있다”고 짚었다.

여론도
부정적

유행 상황이 명확히 나아지지 않으면서, 여론에서도 실내 마스크 해제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계속 감지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실내 마스크 전면 해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1%, 반대는 57%로 조사됐다. 18~29세(60%)를 제외하면 모든 세대에서 반대가 찬성 비율을 상회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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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