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목표는 ‘소선거구제 폐지·공천 시스템 개혁’

-최근 근황은?

최고위원을 그만두고, 지도체제가 바뀌고 나서 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진 않았고요. 아무래도 여당이 비대위로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국민들이나 당원들께 죄송스러운 상황이잖아요. 그런 것에 도의적 책임이 있고 하다 보니까 조용히 지냈고. 언론에서 평론이라든지 방송활동을 계속하고 지역에서 많은 분들과 소통하면서 그간의 이야기도 듣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치 입문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어요. 약간 나름의 이기심도 있었고 또 권력 욕심도 있었고, 의지도 있었고. 이런 것들이 모여 제 개인에 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쓰고 싶었어요, 저의 이기심이나 공명심을.

제가 우연하게 또 환경과 에너지 파트를 전공하면서... 기후라든지 에너지 안보 분야라든지 이런 분야가 2050년에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우리 국민들에게 아주 중요한 의제인데,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당장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기성 정치권에서는 사실 잘 접근하지 않는 분야거든요.

이런 것을 좀 잘 녹여내고 싶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요즘은 좀 다른데 하나 더 추가된 게, 최고위원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정치개혁에 대한 부분인데... 저는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깨고 싶어요.


누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시인이나 화가, 이런 분들은 적어도 그들의 어떤 작품이라든지 이런 예술작품이 보다 더 심리적으로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연구하는데 이 정치인들은 이 정치 본연에 대한 연구, ‘우리 사회가 보다 더 발전하는 데 정치가 어떻게 작동해야 되는지’ 이런 것을 연구하기보다는 오로지 그냥 직을 쫓는 직업이라고요.”

국회의원 갔다가, 장관 갔다가, 총리 가려고 하고, 다시 또 국회의원하려고 하고, 국회의장하려고 하고, 상임위원장하려고 하고… 정치에 대한, 본인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이 좀 많이 부족하다.

이런 것을 좀 깨고 싶었고, 그게 저는 내부적으로는 공천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태까지는 늘 당 대표 혹은 권력자, 당의 중심자가 되면 국회의원 공천권을 행사하잖아요. 그냥 당 대표될만한 사람한테 가서 줄 서고 권력자한테 줄 서서 입맛 맞게 행동하면 공천을 받는 시스템이었단 말이죠.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깨고 국민과 당원들에게 공천 권한을 돌려드리면, 그 지역에서 가장 지역을 대표하고 나라와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지역 유권자가 뽑을 수 있는 구조로 바꿔주면 그게 보다 더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하고.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 참여 중인 ‘정치개혁 2050’ 활동이란?

아까 말씀드렸던 공천개혁은 당 내에서 개혁해야 될 부분이고요. 지금 여야 많은 젊은 정치인들과 함께하는 정치개혁 2050은 당 바깥에서 다 같이 힘을 모아서 바꿀 수 있는 의제들이거든요. 예를 들면 국민들이 정치인을 선택하는 데 선택지가 별로 없잖아요. 양당제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까.


국민의힘이 정말 잘해서 국민의힘한테 투표한 것이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너무 싫어서 민주당을 심판하려고 국민의힘을 뽑은 사람들도 많으시잖아요.

그 문제가 결국에는 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하는데, 1등만 당선되는 구조로 되다 보니까 많은 국민들께서 뽑는 선택지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걸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예를 들면 가령 4등까지 당선될 수 있는 구조로 바꾼다면 저는 국민들께 더 충분한 선택지를 드릴 수 있고. 그 후보들 간에서도 서로 더 국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려고 경쟁할 거라고 생각되고요. 그런 게 우리 정치를 좀 발전시킬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이제 연대체를 만들어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선거구제만 개편하면 되기 때문에 헌법 개정이나 개헌같이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아도 되거든요. 여야가 합의하고 국회에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합의만 한다면 충분히 개혁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젊은 세대의 ‘정치 혐오’ 이유는?

결과적으로 우리가 늘 이야기를 하면 “왜 옆집 아저씨, 이웃 아저씨들의 목소리를 왜 국회가 대변하지 못하냐”에 늘 그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여의도를 섬이라고도 많이 빗대잖아요. ‘여의도 사투리’라고도 많이 쓰고. 정말 국민이 생각하는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하기보다는, 이 여의도의 정치인들은 늘 끊임없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직을 탐구하고 직을 쫓는 직업이다 보니까. 내가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더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되지 않나.

왜 정치를 하고 싶은지를 고민하면 어떻게 정치를 하고 싶은지,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가 나오잖아요. 그거대로 정치를 해나가면 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국회의원 300여명 중 그런 분들은 좀 적은 것 같아요.

나름대로 사회에서 성공층에 있다가 그냥 아까 말한 대로 권력자가 “너 한 번 국회의원 해볼래”하고 공천받는 시스템이 되다 보니까... 너무 좋잖아요.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특권이라든지. 한 번 더 하고 싶겠죠. 끊임없이 직을 쫓고. 그러면 사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는 다음 번에 공천을 받는 것에만 몰두하는 거겠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과 관련해서도 결과적으로 여야 막론하고 치고 받고 정쟁하고 있잖아요. 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고 150여명의 국내외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아직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시는 분이 없고, 지금 계속 국회는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합의했지만 계속 겉돌고 있는 거잖아요.

시간만 흐르고 있고. 국민들이 봤을 때는 너무 싫겠죠.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인들이나. 그런 것에서 기인한 것 아닌가... 그래서 목소리를 대변해야 되는 시스템, 정말 그런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혐오감이 좀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 혼란이 지속되는데.

자리가 하나니까요. 원래 여야 간의 싸움은 선을 지키거든요. 여당 대표가 있어야 야당 대표가 있는 거고 서로 늘 선을 지키는 선에서 싸우지만... 당내 투쟁은, 민주당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자리가 한정적이잖아요.


근데 저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고, 정치는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가야 발전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되고... ‘정반합’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그 싸우는 와중에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치인이라고 하면 늘 가슴에는 ‘이 싸움의 근본 원인은 국민을 위해서’라는 그 생각을 갖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치인이라면, 그리고 또 선배 정치인들이고 굉장히 오래 정치를 하셨던 분들이니까 그 싸움의 바탕에는 국민을 위한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이 젊은 정치인을 내세우지 않을지.

말씀하신 대로 총선 때가 되면 젊은 사람을 동원해서, (당의)이미지를 위해서라도 한두 자리 젊은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공천하지 않을까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고.

젊은 사람들도 본인이 왜 정치를 하고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신념이 있다면 저는 투쟁해서... 정치는 늘 투쟁이 기본인 거잖아요. 선배들과 투쟁해서 싸워서 뺏는 것이 저는 정치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중요한 건 젊은 세대가 이 안에서 젠더를 가지고 갈라치기하고 여러 가지 갈등을 가지고 서로가 갈라치기하기보다는 보다 더... 그러니까 뭔가 담론을 갖고 가치 경쟁할 수 있는 그런 구조로 가는 게 좀 더 바람직하지 않나. 그렇게 국민들한테 신뢰를 받는 것이 좀 맞는 방향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보수당의 역할이란?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우리 국민의힘이 ‘민주공화정’이라는 헌법에 나온 가치를 좀 더 보다 더 실현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 지도체제의 변환 과정을 보면 사실 그렇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많았잖아요. 우리 보수정당이 정말 더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그 정강정책과 헌법정신과 민주주의라는 메커니즘을 보다 더 잘 지키는 정당이 돼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치인으로서의 목표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정치개혁에 대한 부분, 그러니까 공천개혁과 선거구제도에 대한 개혁 부분은 꼭 이루고 싶고요. 정치적인 목표로.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는 에너지가 나지 않는 나라잖아요. 다 수입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또 기후변화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응과 대응이라는 방법을 적절히 섞어서, 그런 부분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총괄: 배승환
취재: 차철우
기획: 강운지
촬영&편집: 배승환/김희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