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목표는 ‘소선거구제 폐지·공천 시스템 개혁’

-최근 근황은?

최고위원을 그만두고, 지도체제가 바뀌고 나서 당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진 않았고요. 아무래도 여당이 비대위로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국민들이나 당원들께 죄송스러운 상황이잖아요. 그런 것에 도의적 책임이 있고 하다 보니까 조용히 지냈고. 언론에서 평론이라든지 방송활동을 계속하고 지역에서 많은 분들과 소통하면서 그간의 이야기도 듣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치 입문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어요. 약간 나름의 이기심도 있었고 또 권력 욕심도 있었고, 의지도 있었고. 이런 것들이 모여 제 개인에 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쓰고 싶었어요, 저의 이기심이나 공명심을.

제가 우연하게 또 환경과 에너지 파트를 전공하면서... 기후라든지 에너지 안보 분야라든지 이런 분야가 2050년에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우리 국민들에게 아주 중요한 의제인데,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당장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기성 정치권에서는 사실 잘 접근하지 않는 분야거든요.

이런 것을 좀 잘 녹여내고 싶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요즘은 좀 다른데 하나 더 추가된 게, 최고위원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정치개혁에 대한 부분인데... 저는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깨고 싶어요.


누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시인이나 화가, 이런 분들은 적어도 그들의 어떤 작품이라든지 이런 예술작품이 보다 더 심리적으로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연구하는데 이 정치인들은 이 정치 본연에 대한 연구, ‘우리 사회가 보다 더 발전하는 데 정치가 어떻게 작동해야 되는지’ 이런 것을 연구하기보다는 오로지 그냥 직을 쫓는 직업이라고요.”

국회의원 갔다가, 장관 갔다가, 총리 가려고 하고, 다시 또 국회의원하려고 하고, 국회의장하려고 하고, 상임위원장하려고 하고… 정치에 대한, 본인에 대한 탐구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이 좀 많이 부족하다.

이런 것을 좀 깨고 싶었고, 그게 저는 내부적으로는 공천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태까지는 늘 당 대표 혹은 권력자, 당의 중심자가 되면 국회의원 공천권을 행사하잖아요. 그냥 당 대표될만한 사람한테 가서 줄 서고 권력자한테 줄 서서 입맛 맞게 행동하면 공천을 받는 시스템이었단 말이죠.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깨고 국민과 당원들에게 공천 권한을 돌려드리면, 그 지역에서 가장 지역을 대표하고 나라와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지역 유권자가 뽑을 수 있는 구조로 바꿔주면 그게 보다 더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하고.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 참여 중인 ‘정치개혁 2050’ 활동이란?

아까 말씀드렸던 공천개혁은 당 내에서 개혁해야 될 부분이고요. 지금 여야 많은 젊은 정치인들과 함께하는 정치개혁 2050은 당 바깥에서 다 같이 힘을 모아서 바꿀 수 있는 의제들이거든요. 예를 들면 국민들이 정치인을 선택하는 데 선택지가 별로 없잖아요. 양당제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까.


국민의힘이 정말 잘해서 국민의힘한테 투표한 것이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너무 싫어서 민주당을 심판하려고 국민의힘을 뽑은 사람들도 많으시잖아요.

그 문제가 결국에는 소선거구제에서 발생하는데, 1등만 당선되는 구조로 되다 보니까 많은 국민들께서 뽑는 선택지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걸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예를 들면 가령 4등까지 당선될 수 있는 구조로 바꾼다면 저는 국민들께 더 충분한 선택지를 드릴 수 있고. 그 후보들 간에서도 서로 더 국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려고 경쟁할 거라고 생각되고요. 그런 게 우리 정치를 좀 발전시킬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이제 연대체를 만들어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선거구제만 개편하면 되기 때문에 헌법 개정이나 개헌같이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아도 되거든요. 여야가 합의하고 국회에서 기득권을 내려놓는 합의만 한다면 충분히 개혁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젊은 세대의 ‘정치 혐오’ 이유는?

결과적으로 우리가 늘 이야기를 하면 “왜 옆집 아저씨, 이웃 아저씨들의 목소리를 왜 국회가 대변하지 못하냐”에 늘 그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여의도를 섬이라고도 많이 빗대잖아요. ‘여의도 사투리’라고도 많이 쓰고. 정말 국민이 생각하는 목소리를 그대로 대변하기보다는, 이 여의도의 정치인들은 늘 끊임없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직을 탐구하고 직을 쫓는 직업이다 보니까. 내가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더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되지 않나.

왜 정치를 하고 싶은지를 고민하면 어떻게 정치를 하고 싶은지,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가 나오잖아요. 그거대로 정치를 해나가면 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국회의원 300여명 중 그런 분들은 좀 적은 것 같아요.

나름대로 사회에서 성공층에 있다가 그냥 아까 말한 대로 권력자가 “너 한 번 국회의원 해볼래”하고 공천받는 시스템이 되다 보니까... 너무 좋잖아요.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특권이라든지. 한 번 더 하고 싶겠죠. 끊임없이 직을 쫓고. 그러면 사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는 다음 번에 공천을 받는 것에만 몰두하는 거겠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과 관련해서도 결과적으로 여야 막론하고 치고 받고 정쟁하고 있잖아요. 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고 150여명의 국내외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아직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시는 분이 없고, 지금 계속 국회는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합의했지만 계속 겉돌고 있는 거잖아요.

시간만 흐르고 있고. 국민들이 봤을 때는 너무 싫겠죠.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인들이나. 그런 것에서 기인한 것 아닌가... 그래서 목소리를 대변해야 되는 시스템, 정말 그런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혐오감이 좀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 혼란이 지속되는데.

자리가 하나니까요. 원래 여야 간의 싸움은 선을 지키거든요. 여당 대표가 있어야 야당 대표가 있는 거고 서로 늘 선을 지키는 선에서 싸우지만... 당내 투쟁은, 민주당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자리가 한정적이잖아요.


근데 저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고, 정치는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가야 발전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되고... ‘정반합’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그 싸우는 와중에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치인이라고 하면 늘 가슴에는 ‘이 싸움의 근본 원인은 국민을 위해서’라는 그 생각을 갖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치인이라면, 그리고 또 선배 정치인들이고 굉장히 오래 정치를 하셨던 분들이니까 그 싸움의 바탕에는 국민을 위한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이 젊은 정치인을 내세우지 않을지.

말씀하신 대로 총선 때가 되면 젊은 사람을 동원해서, (당의)이미지를 위해서라도 한두 자리 젊은 사람들을 위한 자리를 공천하지 않을까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고.

젊은 사람들도 본인이 왜 정치를 하고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신념이 있다면 저는 투쟁해서... 정치는 늘 투쟁이 기본인 거잖아요. 선배들과 투쟁해서 싸워서 뺏는 것이 저는 정치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중요한 건 젊은 세대가 이 안에서 젠더를 가지고 갈라치기하고 여러 가지 갈등을 가지고 서로가 갈라치기하기보다는 보다 더... 그러니까 뭔가 담론을 갖고 가치 경쟁할 수 있는 그런 구조로 가는 게 좀 더 바람직하지 않나. 그렇게 국민들한테 신뢰를 받는 것이 좀 맞는 방향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보수당의 역할이란?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우리 국민의힘이 ‘민주공화정’이라는 헌법에 나온 가치를 좀 더 보다 더 실현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 지도체제의 변환 과정을 보면 사실 그렇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많았잖아요. 우리 보수정당이 정말 더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그 정강정책과 헌법정신과 민주주의라는 메커니즘을 보다 더 잘 지키는 정당이 돼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치인으로서의 목표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정치개혁에 대한 부분, 그러니까 공천개혁과 선거구제도에 대한 개혁 부분은 꼭 이루고 싶고요. 정치적인 목표로.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는 에너지가 나지 않는 나라잖아요. 다 수입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또 기후변화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응과 대응이라는 방법을 적절히 섞어서, 그런 부분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총괄: 배승환
취재: 차철우
기획: 강운지
촬영&편집: 배승환/김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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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