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록 법무사의 쉬운 경매> 배당요구 안 하면 소액임차인은 배당 못 받나요?

[Q] 소액임차인이라도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배당받지 못하나요?

[A] 그렇습니다. 소액임차인이나 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권 있는 임차인이라도 집행법원에 배당요구종기까지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해야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 

집행관의 현황조사 시 임대차관계를 진술하고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제출했더라도 별도로 배당요구종기 이전에 집행법원에 가서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를 해야 합니다.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 양식은 인터넷 대한민국 법원(www.scourt.go.kr)-대국민서비스–양식–강제집행–권리신고 및 배당요구 신청서(주택임대차)에서 다운받아 사용하면 됩니다. 신청서에는 임대차계약서 사본과 주소변동사항이 포함된 주민등록등·초본을 첨부해야 합니다.

상가건물의 경우에는 임대차계약서 사본, 상가건물임대차현황서 등본과 건물도면의 등본(건물 일부를 임차한 경우)을 첨부하면 됩니다.

배당요구란 다른 채권자의 신청에 의해 개시된 집행절차에 참가해 동일한 재산의 매각대금에서 변제받으려는 집행법상의 행위를 말합니다. 


권리신고는 배당요구와 달리 부동산 위의 권리자가 집행법원에 신고해 그 권리를 증명하는 것이며, 권리신고를 함으로써 이해관계인이 되지만(민사집행법 제90조 제4호), 권리신고를 한 것만으로 당연히 배당받게 되는 것은 아니며 별도로 배당요구를 해야 합니다(민사집행법 제148조).

배당요구는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당연히 배당에 참가할 수 있는 채권자가 있는 반면,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배당에 참가할 수 없는 채권자가 있습니다. 

배당요구가 필요한 배당요구채권자가 실체법상 우선변제청구권이 있다 하더라도 적법한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배당에서 제외되고, 배당받은 후순위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습니다(2001다70702).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당연히 배당에 참가할 수 있는 자로는 ①배당요구의 종기까지 경매신청을 한 이중경매신청인 ②첫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등기된 가압류채권자 ③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 전에 등기된 담보권자(저당권, 근저당권, 가등기담보권) 등입니다(민사집행법 제148조, 제91조).

최선순위의 지상권, 지역권은 매수인이 인수해야 하므로 배당요구에 불문하고 배당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전세권의 경우에는 전세권자가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면 매각으로 소멸합니다(민사집행법 제91조 제4항).

따라서 전세권의 경우에는 첫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등기가 돼있더라도 배당을 받으려면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요구가 필요합니다.

최선순위 전세권은 오로지 전세권자의 배당요구에 의해서만 소멸되고,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는 한 전세권은 매수인에게 인수되며, 반대로 배당요구를 하면 존속기간이 언제든지 상관 없이 전세권은 매각으로 소멸합니다(2009다40790).


임차권등기가 첫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등기된 경우, 그 임차인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당연히 배당받을 채권자에 속하는 것으로 봅니다(2005다33039).

경매개시결정이 등기되기 전에 설정된 담보가등기권자는 집행법원이 정한 상당한 기간 내에 그 가등기가 담보가등기라는 내용과 채권의 존부·원인 및 액수를 신고한 경우에 한해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가등기담보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항).

경매개시결정등기 전에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권자는 배당요구가 없어도 배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96다51585). 매각부동산에 관해 경매개시결정이 등기되기 전에 체납처분의 절차로서 압류등기(국세징수법 제61조에 의한 참가압류 포함)가 돼있는 경우에는 교부청구를 한 효력이 있고, 교부청구의 법적 성질은 강제집행에서의 배당요구와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92다52733).

다음으로 배당요구를 해야 배당에 참가할 수 있는 채권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배당요구를 해야 배당에 참가할 수 있는 채권자는 민사집행법 제88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①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 ②경매개시결정이 등기된 뒤에 가압류한 채권자 ③민법·상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해 우선변제청구권이 있는 채권자입니다.

즉, 우선변제청구권이 있거나 가압류한 채권자를 제외하고는 집행력이 있는 정본에 의하지 않으면 배당요구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채권자라도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배당받을 수 없음은 물론, 배당받은 후순위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도 할 수 없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소액보증금반환채권도 배당요구가 필요한 배당요구채권에 해당합니다(2001다70702). 

부동산경매절차에서는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는 자신이 별도의 경매신청을 하거나 배당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유체동산경매절차에서는 ‘민법, 상법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우선변제권이 있는 채권자’만이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채권자고(민사집행법 제217조),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라도 자신이 별도의 강제집행을 신청(이중압류)해야만 하고 배당요구를 할 수 없습니다. 

금전채권집행절차에서는 ‘민법, 상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해 우선변제청구권이 있는 채권자’와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만이 배당요구를 할 수 있으므로(민사집행법 제247조 제1항), 그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채권자는 민사집행법 제247조 제1항 각 호(제3채무자의 공탁 신고, 채권자의 추심 신고, 집행관이 현금화한 금전을 법원에 제출한 때)의 사유 발생 전에 미리 가압류를 하고 경합 압류채권자로서 배당에 참가해야 합니다.

배당요구에는 집행력 있는 ‘정본’이 아닌 ‘사본’으로도 가능하지만(민사집행규칙 제48조 제2항), 배당금을 출급받고자 할 때에는 집행력 있는 정본을 제출해야 합니다. 배당요구와 달리 강제경매신청을 함에 있어서는 집행력 있는 정본을 제출해야 하고 사본으로는 강제집행절차를 개시할 수 없습니다(민사집행법 제81조 제1항).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채권에 대해서는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배당요구를 할 수 없습니다. 조세의 경우에도 국세징수법에 의한 교부청구 당시 납기 전 징수를 위해 정하거나 변경한 납부기한이 이미 도래했음을 요합니다(91다44834).


경매개시결정이 된 뒤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는 배당요구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해야 하고,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배당에서 제외됩니다(민사집행법 제88조 제1항).

경매절차 개시 전의 부동산 가압류권자는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배당요구를 한 것과 동일하게 취급되므로, 그런 가압류권자가 채권계산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배당에서 제외해서는 안 되고(94다57718), 그 배당액을 공탁하도록 돼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160조 제1항).

민법·상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해 우선변제권이 있는 채권자란 주택임대차보증금채권[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채권(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및 소액보증금채권(동법 제6조)], 상가임대차보증금채권[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채권(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5조) 및 소액보증금채권(동법 제14조)], 임금채권(근로기준법 제38조), 퇴직금채권(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2조), 사용인의 우선변제권(상법 제468조) 등과 같이 우선변제청구권은 인정되고 있으나 등기가 돼있지 않기 때문에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그 채권의 존부나 액수를 알 수 없는 채권을 가진 자를 말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의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얻어 임차주택에 대해 강제경매를 신청했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중 우선변제권을 선택해 행사한 것으로 봐야 하고, 이 경우 우선변제권을 인정받기 위해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로 배당요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2013다27831).

전세권설정 등기가 선순위의 근저당권의 실행에 따른 경락으로 인해 말소되더라도 그 때문에 피고가 위 전세권설정 등기 전에 전세계약을 맺고 주민등록을 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확보된 대항력마저 상실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93다10552, 93다10569).

집합건물이 아닌 지상건물과 그 부지 중 건물에만 전세권설정 등기를 한 경우라도 전세권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의 우선변제권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그 부지의 매각대금에서도 배당을 받습니다.


전세권설정계약서에 날인된 등기소의 일부인도 확정일자로 봐야 하므로(2001다51725), 부지의 매각대금에 대한 배당순위도 위 날짜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부동산매각절차에서 조세의 교부청구도 배당요구와 마찬가지로 배당요구의 종기까지만 할 수 있으나, 경매부동산에 대해 국세체납처분의 절차로서 압류의 등기가 돼있는 경우에는 교부청구를 한 효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하고, 이 경우 배당요구종기까지 체납세액이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때에는 당해 압류등기촉탁서에 의한 체납세액을 조사해 배당해야 합니다(96다51585).

선행사건의 경매신청이 취하되거나 그 절차가 취소된 경우에는 선행사건의 강제경매신청인은 후행사건의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별도의 배당요구를 해야만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

이중경매신청이 있는 경우의 배당요구의 종기는 선행경매신청이 취하되거나 그 절차가 취소돼 후행경매사건에 의해 진행되는 결과 새로이 배당요구종기를 정한 경우에는 새로 정한 종기가 배당요구의 종기가 됩니다(2000다61466). 

배당요구에 따라 매수인이 인수해야 할 부담이 바뀌는 경우 배당요구한 채권자는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에 이를 철회하지 못합니다(민사집행법 제88조 제2항).

강제경매의 경우에는 채권의 일부를 청구금액으로 해서 경매신청을 한 후 나머지 채권에 대해 배당받으려면 이중경매신청을 할 필요 없이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면 되고, 이때 배당요구는 청구채권을 확장한 채권계산서 제출에 의해서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의 경우에는 경매개시결정 후에는 신청채권자는 청구금액의 확장을 할 수 없으므로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이중압류를 해야 합니다(92다50270).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가 하는 배당요구는 민법 제168조 제2호의 압류에 준하는 것으로서 배당요구에 관련된 채권에 관해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효력이 생깁니다(2000다25484).

집행력 있는 정본에 의한 배당요구채권자는 매각절차의 이해관계인이 되므로(민사집행법 제90조), 매각허가 여부 결정에 따라 손해를 볼 경우에는 항고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129조).

경매신청채권자나 배당요구한 채권자도 배당요구의 종기 후에는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하지 않은 채권을 추가하거나 확장할 수 없습니다(2015다203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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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록은?]

법무사·공인중개사
전 수원지방법원 대표집행관(경매·명도집행)
전 서울중앙법원 종합민원실장(공탁·지급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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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