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용산역세권 개발 파행 막전막후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9.26 10: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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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다람쥐 챗바퀴 뱅뱅 '되긴 될까'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2016년 완공 예정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조감도는 한 마디로 예술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게 설계 된 랜드마크빌딩 '트리플 원'(660m)을 비롯해 예쁜 스카이라인을 그리는 멋진 건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한시라도 빨리 실제 완공된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은 예정일 안에 완공 될지 의문인 상태다. 토지주 코레일과 최대주주 롯데관광개발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다 못해 법적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총 사업비만 31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사업으로 불린다.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를 묶어 통합 개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개발 규모부터 여타 개발사업과 비교를 불허한다. 이 사업의 핵심 주주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사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살벌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용산역세권 개발부지
단군 이래 최대 규모

현재 용산역세권개발의 사업주체는 프로젝트금융회사인 드림허브 PFV(이하 드림허브)이나 실질적 사업추진 법인은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로 이원화되어 있다. 다시 말해 용산역세권개발㈜(이하 AMC)은 드림허브의 위탁을 받아 설계, 발주, 보상, 분양 등의 각종 개발 업무를 대행하는 등 사실상의 시행주체의 역할을 하는 회사로 롯데관광개발이 70.1%, 코레일이 2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사업 출자사 드림허브의 주주는 코레일 25%, 롯데관광개발 15.1%, 삼성그룹 14.5%, SH공사 4.9%, 기타 40.5% 등이다.

코레일은 지난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롯데관광개발이 보유 중인 AMC의 지분 중 옛 삼성물산 몫인 45.1%를 인수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롯데관광개발 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옛 삼성물산 지분 모두를 롯데관광개발로부터 넘겨받는 안을 관철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의안 심의조차 못 한 채 다음 이사회로 넘겼다. 차기 이사회 일정에 대해서도 미정이라고 밝혀 양측 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이 삼성물산으로부터 건네받은 지분 45%는 향후 외부투자자 등에게 양도할 것'이라는 양측 간 합의서 내용을 근거로 양도 대상에 코레일도 포함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코레일 측에 따르면 사업합의서에서 외부투자자 '등'이라고 표현해 인수 대상에서 코레일을 제외한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코레일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뿐 아니라 최초 주주 간 협약서에도 코레일의 지분은 29.9%로 고정돼 있다는 주장이다. 추가로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전원 동의 원칙인 사업협약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코레일은 "코레일 지분이 29.9%로 고정된 것은 최초 주주협약 때 요건일 뿐 향후 지분율에 대한 내용은 규정되지 않았다"며 재반박하고 나섰다.

종합하면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의 지분 45.1%를 양도받아 최대주주가 된 후 대규모 사업을 주도할만한 역량을 갖춘 대표 건설사가 참여하면 대부분의 지분을 넘겨줄 요량인 것으로 풀이된다. 즉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의 사업수행능력을 믿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핵심 주주 갈등에 31조 사업 또 난항
사업주체 코레일 vs 시행사 롯데관광

코레일은 지난 17일 이사회 소집에 앞서 이미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에 지분 인수와 주관사를 맡아 달라고 비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락 의사를 나타낸 곳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측 관계자는 롯데관광개발에 대해 "롯데관광개발이 30조원이 넘는 사업을 감당할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올해 초부터 수차례 사업계획 수정과 대안 제시를 요청했지만 미동도 없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을 맡겠다고 선뜻 나서지 않고 있어 코레일의 바람대로 롯데관광개발의 지분을 인수한다고 해도 향후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 될지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다.

코레일이 롯데관광개발을 배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롯데관광개발이 AMC의 최대주주가 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단 한 건의 외부 투자도 유치하지 못한데다가 자금조달 방식을 두고 양측은 사사건건 대립해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달 초 코레일이 드림허브의 자본금을 현재 1조4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증액시키려 하다 롯데관광개발의 반대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되자 속에서 끓고 있던 불만이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양측이 개발방식을 두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것 역시 갈등의 주요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코레일은 용산 철도정비창을 우선 개발하는 단계적 개발로 입장을 정리한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당초의 통합개발 추진을 고수하고 있는 것.


코레일은 사업 부지를 분리한 단계적 개발이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서부이촌동 보상을 뒤로 늦추고 최초의 계획대로 철도정비창 부지를 먼저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를 두고 서부이촌동 11개 주민 모임 대표 김찬 총무는 "단계적 개발로 변경하면 보상 시기가 내년 7월에서 2017년 1월로 3년 반이나 더 늦어지는데 누가 찬성하겠느냐"며 "지금도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이 늘고 있는데 단계적 개발을 하면 모두 죽으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롯데관광 배제 후
향후 계획 있나?

롯데관광개발도 코레일의 주장은 개발사업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개발지역으로 지정받고, 보상안을 내놓은 조건으로 사업인허가를 내준다는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 등 지금까지 모든 과정이 통합개발방식을 전제로 이뤄졌다"며 "단계적개발로 전환되면 구역지정과 시행자지정이 취소되면서 사업 일정이 최소 2년이상 지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에는 매일 4억원의 이자와 9억원의 토지분납이자 등이 발생하고 있어 사업기간이 늘어나면 사업성이 더욱 악화된다는 설명이다.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이 가지고 있는 AMC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이 이사회에서 무산될 경우 "주주로서 기본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밝혀 코레일이 사업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으면 앞으로 추가지원은 없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마치 배수진을 친 모양새다. 여기서 코레일이 기본 역할만 하겠다는 말은 사업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행해졌던 특혜적 지원이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코레일은 지난해 자금난에 빠진 용산 개발 정상화를 위해 출자사들로부터 순차적으로 받기로 한 땅값 8조원 중 5조3000억원의 납부시기를 준공 1년 전후로 미뤄준 바 있다. 또 국제업무지구 내 건설 예정인 랜드마크 빌딩도 4조1600억원에 미리 매입해주면서 자금을 지원했었다.

'삼성물산'도 싫다
'롯데관광'도 싫다

앞으로도 코레일은 랜드마크 빌딩 선매입 2차 계약금 4160억원 상당을 출자사인 드림허브에 납부해야 하는데 만약 코레일이 마음을 달리 먹고 납부를 거부하면 모든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사업이 멈추면 그 피해는 출자사를 비롯해 5년간 재산권 침해를 참아온 서부이촌동 주민에게 돌아가게 되고 31조원대 개발사업이 기약 없이 중단 되는 만큼 그에 따른 경제·사회적 파장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격론을 벌인 것을 두고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간 법적 분쟁 가능성까지 점치고 나섰다. 양쪽 간 법적 소송전이 벌어지게 되면 주민보상 차질에 이은 사업지연 및 중단은 당연한 수순이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던 2007년에 추진됐다. 코레일은 당시 용산 철도정비창 터(약 40만㎡)를 국제업무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이 사업안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오세훈 전임시장의 한강르네상스·서해아라뱃길사업을 연계시킬 것을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일반상업지역의 주거를 허용하지 않는 등 국제업무지구의 용적률 및 주거비율을 높여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한강 경관 개선을 이유로 서부 이촌동(12만4000㎡)을 포함한 통합 개발을 인허가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당시 코레일은 서울시의 통합개발안을 받아들였고 2007년 12월 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를 내세워 드림허브와 '사업협약서'를 체결했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시작된 사업이지만 워낙 규모가 큰 터라 사업진행이 순탄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부동산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사업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지난 2010년 8월 삼성물산이 사업주도권을 포기하면서 본격적인 난항이 시작됐다. 2010년 초 개발용지 소유자인 코레일은 토지매매 중도금 7010억원을 출자사인 드림허브가 납부하지 못하자 삼성물산을 비롯한 건설사 주주들에게 지급보증을 수차례 요구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AMC의 45.1%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자 주관사였다.

재원조달방식에서 개발방식까지 '이전투구'
코레일 "자금지원 중단할 것" 배수진 펼쳐

삼성물산은 지금 코레일이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출자사들에 요구하는 방안과 비슷한 요구를 코레일 측에 피력했다. 삼성물산은 사업 리스크가 큰 만큼 자금을 출자사 지분을 2조원대로 증자하자고 주장했고 토지대금 중도금 4조7000억원 지급을 준공 시점까지 무이자로 연기하는 방안도 코레일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삼성물산이 용산개발사업에 대한 대안 마련과 구체적인 방안을 조기에 제시하지 않을 경우 현재까지 미납된 토지매매 중도금 등 7010억원에 대해 납부이행청구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에 계약해지의 사전절차인 의무이행 최고장까지 보냈다. 이 같은 코레일의 공세에 삼성물산은 AMC 주관사 자격과 가지고 있던 모든 지분을 롯데관광개발에 매각하기에 이른다. 삼성물산이 사업을 포기하고 철수하자 남광토건, 우미건설 등 다른 건설 출자사들도 잇따라 출자지분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자금줄이 끊기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진 코레일은 자금 조달을 위해 약 10조원대의 시공권을 조건으로 건설사 지급보증 1조원 및 해외자본 유치 등을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하면서 사업이 좌초될 위기로 몰렸다.

난항을 거듭하다 지난해 7월 코레일은 드림허브가 4000억원을 유상증자(전환사채)하는 조건으로 파격적인 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4조원대 규모의 개발 예정 건물인 랜드마크 빌딩을 선매입하고 드림허브의 토지대금 지급 시기를 연기해주기로 하면서 사업이 재추진된 것이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레일이 원래 삼성물산 측이 주장했던 토지대금 입금 연기를 코레일이 사업정상화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과적으로 코레일은 2년 전 삼성물산을 상대로 초강수로 버티다 삼성물산만 내쳤을 뿐 땅값도 미루고 랜드마크 빌딩 선매입에 따른 4조원대 자금 부담만 더 지게 된 꼴이 됐다.  

결국 자금조달이 계속 어려움을 겪고 서부이촌동 주민과 보상협의가 난항을 거듭하면서 지난 4월로 계획됐던 토지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23일 드림허브는 약 2조원으로 추산되는 법정 토지 보상금 외에도 1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주민 보상안을 확정했다. 그러나 업계는 재원 조달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서울시의 인허가 절차가 여전히 남아있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 성공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평가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져

한편 사업이 늦어지면서 출자사인 드림허브는 PF 대출로 조달한 땅값 이자 4억원 등 하루 손실액이 17억원에 달해 '사면초가' 상황에 빠진 상태다. 또 사업이 5개월여 지연되면서 금융비용만 600억원이 지출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연면적 395만㎡의 대규모 건물을 분양하는 일이 이루어질지도 미지수다. 이처럼 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의 사업비용이 늘어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핵심 주주 간 법적 분쟁까지 불거지면 장기 개발 청사진이 틀어지는 것은 물론 당장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서부이촌동 땅 보상이나 오피스빌딩 착공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용산역세권개발을 둘러싼 핵심 주주들의 주도권 싸움에 애꿎은 투자자들과 용산 일대 주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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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