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cm ‘비장의 무기’ 골프볼의 모든 것<완벽해부>

작은 볼 속에 담긴 첨단 과학원리 ‘볼을 알아야 싱글’

골프볼이 어차피 잃어버릴 소모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식을 전환해 볼 필요가 있다. 평생을 치고도 아쉬움이 남는 게임인 골프. 완벽한 스윙을 위한 골퍼의 노력과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한 장비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의 한가운데에는 역설적으로 4.2cm의 보잘것없는 작은 골프볼이 있다. 볼을 더 멀리 날리고 목표물에 더 정확히 보내는 것. 이 작은 볼을 108mm 오묘한 크기의 홀에 더 빨리 집어넣는 것이 골프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초라한 외양과는 달리 골프볼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기술자의 목숨을 빼앗기도 한 슬픈 역사와 작은 껍질 속에 숨어 있는 갖가지 과학원리들. 없으면 안 되지만 소중함을 잊게 되는 산소와 같이 골프볼은 밋밋한 외양으로 눈속임하고 시치미를 뚝 떼며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골프볼은 색깔도 하얗고 참 밋밋하다. 표면이 올록볼록하지만 그래도 단순해 보인다. 골프볼은 딱딱하다. 하지만 톡톡 잘 튄다. 한 손에도 쏙 들어온다. 그만큼 작다. 이 단순하고 작은 볼 안에 어떤 과학이 숨어 있을까. 정말 이 작은 구 안에 4타를 줄이는 비밀이 마법같이 숨어 있을까.
볼은 무게와 크기, 모양 등에 대한 규격이 정해져 있다. USGA와 영국 R&A에서 무게는 1.62온스(45.93g), 지름은 1.680인치(4.267cm) 이상, 모양은 구면대칭형, 초기속도는 초당 250피트(72.6m) 이하, 비거리는 굴러가는 거리를 포함해 317야드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러한 규제가 있는 이유는 골프코스의 길이는 한정되어 있지만 장비의 요행으로 비거리만 늘려 놓는다면 골프게임을 하는 의미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무게를 규제하는 이유는 무거울수록 운동량이 증가하여 비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름이 크면 오히려 공기 저항 때문에 비거리는 줄어들기 때문에 작은 볼만 규제하고 있다.  정규대회에서는 허용되지 않지만 정 비거리가 고민인 아마추어 골퍼는 규정보다 작고 무거운 비 공인구를 사용해 볼 수 있다.

혹자는 좋은 골프볼은 비거리가 좋은 것이라고 하고 로우 핸디캐퍼는 컨트롤이 잘되는 볼이 좋은 볼이라고 말한다. 비거리와 컨트롤이 다 잘되는 볼은 없을까. 딱딱한 볼과 부드러운 볼이 있다. 어떤 볼이 멀리 날아갈까. 당연히 딱딱한 볼이다. 컨트롤이 쉽고 잘 멈춰 서는 볼은 부드러운 볼이다.
골프볼은 드라이버로 쳤을 때는 멀리 날아가고 퍼팅을 할 때에는 원하는 곳에 멈추게 하는 컨트롤이 능력이 필요한데 어떻게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두 가지 상반된 성질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까.
골프볼 제조업체들은 고민 끝에 압축 정도와 2피스, 3피스라고 말하는 볼의 구조와 그 두께를 달리해 두 가지 조건에 들어맞는 볼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성질이 다른 두 개의 코어나 커버에 소재·두께를 변화시켜 두 가지 특징을 지닌 볼을 만들어 냈다.

볼은 무게와 크기, 모양 등에 대한 규격이 정해져 있어
비거리·컨트롤 좋은 볼 연구 시작…조건 맞는 볼 양산

골프볼의 재료는 크게 천연고무와 플라스틱 계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코어는 합성고무와 화학물질을 혼합해 만들고 내부 층은 아이오노머와 화학물질이, 외피는 라발론 엘라스토머나 설린, 우레탄 등이 쓰이고 있다.
2피스 볼의 80% 이상이 설린을 사용하는데 내구성이 좋으며 딱딱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비거리가 좋다. 3피스 볼은 현재 우레탄을 많이 사용하는데 푹신한 운동장의 트랙에 쓰이듯이 성질이 부드럽고 얇게 가공할 수 있어 커버로 주목받고 있다.

애초의 골프볼은 클럽으로 칠 만한 크기의 돌멩이 대용이었다. 나무나 가죽으로 만들었다가 오래 쓸 수 있는 고무로 만들었고 좀 더 탄력이 있게 하려고 고무줄을 감았다.
현재의 골프볼은 고무를 감아 놓은 구식이 아니다. 합성고무와 화학물질을 이용해 첨단 기술을 켜켜이 쌓아 놓은 다층 구조물이다. 보통 코어와 커버로 이루어져 있고 몇 겹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따라 2피스, 3피스, 4피스로 나누어진다(현재 5피스도 출시됐다).
3피스의 경우는 커버가 두 개인가 코어가 두 개인가로 나누어지고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볼의 성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코어의 압축강도에 따라 스핀의 강도와 느낌의 강약이 결정된다. 압축이 클수록 단단하며 볼의 속도가 빨라진다.
다른 성질의 코어 층과 씌우개 층을 배치함으로써 비거리를 만족하는 딱딱함과 컨트롤 능력과 타구감을 높여 주는 부드러움이 공존하게 됐다. 타구감과 스핀양은 클럽이 직접 닿는 외피(커버)가 좌우하므로 현재 기술발달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외피다.

표면이 울퉁불퉁한 골프볼을 보면서 ‘왜 그렇게 생겼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표면이 고르지 않아야 볼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긴 했지만 정말 그것이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딤플은 구티볼을 사용하던 시절에 발견됐는데 표면에 흠집이 날수록 볼이 멀리 날아가는 경험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작은 흠집에 지나지 않는 딤플이 비거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딤플의 역할을 설명하려면 공기역학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딤플이 없는 볼은 어느 지점까지 도달하고 나서 바로 낙하하지만 딤플이 있는 볼은 어느 한 지점에서 높은 공기압으로 순간적으로 공중에 띄워지고 결과적으로 더 먼 거리를 날아가게 된다.

새 볼과 카트 도로에 떨어져 생긴 상처 난 헌 볼은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한 골프관련 전문기관이 컴퓨터 제어 로봇을 이용. 볼의 상태별로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전체적으로 새 볼의 성능이 최고였지만 그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는 새 볼과 연습 볼, 상처 난 볼, 풀 묻은 볼, 흙 묻은 볼, 그리고 1라운드 사용한 볼 등 모두 6가지 상태의 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로봇은 10도의 드라이버와 특정 A사의 볼을 사용했다.
결과는 볼이 공중으로 날아간 거리, 즉 비거리만 놓고 볼 때 새 볼의 성능이 가장 우수했다. 비거리는 225.0야드. 하지만, 평소 연습 볼과 1라운드 사용한 볼의 비거리도 223.1~223.7야드로 조사돼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있어서는 어느 볼을 사용해도 새 볼이나 진배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상처 난 볼과 흙 묻은 볼의 비거리는 다소 떨어졌다.
총거리(비거리&런)는 오히려 ▲연습 볼(251.8야드) ▲1라운드 사용한 볼(250.6야드) ▲풀 묻은 볼(250.3야드) ▲흙 묻은 볼(246.3야드) ▲상처 난 볼(244.5야드)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진흙이나 풀 묻은 볼은 비행궤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볼의 분산(타깃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빗나간 거리) 거리를 조사한 결과. 흙 묻은 볼은 10.8야드의 편차를 보였고 풀 묻은 볼도 7.9야드의 오차를 나타냈다.


‘골프볼을 알고 선택하면 싱글, 모르고 선택하면 초심자’란 말이 있다. 대개 클럽 선택에서 매우 까다롭고 신중하나 볼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대부분 골퍼는 ‘누가 줘서’, ‘가격이 싸서’ 골프볼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핸디, 힘, 감(感)에 따라 선택해 쓰면 분명히 더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골프볼 구조는 가운데 있는 핵(코어)을 중심으로 반발력과 탄성이 다른 물질을 씌워 만든다. 핵을 포함해 몇 가지로 구성되었느냐에 따라 2피스, 3피스, 4피스로 구분한다.
1피스 볼도 있지만 대부분 연습장용이다. 일반적으로 2피스 볼은 거리용으로 초심자와 보기 플레이어에게 권하는 경우가 많다. 3피스, 4피스는 거리보다는 스핀양이 많아 싱글 골퍼와 프로가 컨트롤을 위해 많이 쓴다.
반드시 초심자에게 2피스, 싱글과 프로에게 3피스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프로는 정확도와 숏게임 능력이 좋아 그린 컨트롤이 쉬운 3피스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도 자신의 느낌에 따라 2피스를 선호하는 예도 많다.
반대로 초보자와 보기 플레이어 가운데도 부드러운 터치 감을 선호해 3피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골퍼 스스로 거리, 컨트롤, 감 중에 무엇을 우선으로 하는지에 따라 볼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또 하나, 최근 들어 거리, 컨트롤과 함께 컴프레션(Compression)으로 구분해 볼을 사용하는 골퍼들이 늘고 있다. 컴프레션이란 볼에 가한 압력에 따라 90(Soft)과 100(Hard),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컴프레션 수치가 낮을수록 볼은 더욱 소프트해져 타구감과 컨트롤이 좋다. 이런 추세에 맞춰 컴프레션 70 볼이 나왔고 요즘엔 50까지 선보였다. 내년에는 컴프레션 0 볼까지 출시된다고.
컴프레션은 볼의 탄성과 거리, 스핀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컴프레션이 낮아질수록 회전력이 높아지며 탄도 역시 높다. 보통 스윙 스피드가 빠른 프로들은 컴프레션 100 볼을 쓴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는 90을 쓰기 때문에 이 역시 자신의 감이 우선 돼야 한다.
골프볼의 탄도는 볼의 종류, 타격 시 헤드 스피드, 클럽의 로프트 각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흔히 골퍼들은 볼이 높이 뜨면 클럽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클럽의 영향이 크겠지만 볼의 영향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어떤 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스코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라운드 전 연습장과 전문가를 찾아 자신에게 맞는 볼을 찾아보는 것도 골프를 더 재미있게 치는 방법의 하나다.


핸디캡별 볼 고르는 요령
英 ‘더 골프 최근 소개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골프볼을 선택하는가. 가격에 맞춰 고르는가. 투어 프로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을 찾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늘 사용하는 볼을 습관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가. 만약 이런 식으로 볼을 고른다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볼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골프 전문 월간지 <더 골프>는 최근호에서 ‘어느 볼이 당신에게 적합한가’라는 주제로 핸디캡별로 맞는 볼을 소개했다. <더 골프>는 핸디캡이 다른 4명의 골퍼(핸디캡 24,18,12,6)를 대상으로 제조사가 다른 볼을 여섯 개씩 쳐보도록 한 뒤 기록을 비교·검토해 실력에 맞는 볼을 추천했다.
 

■ 핸디캡 24: 샷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고 헤드 스피드가 중간쯤인 그룹이다. 이들은 거리를 많이 내려고 하며 섬세한 샷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이런 골퍼들은 거리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사이드 스핀을 최소화해 미스샷을 줄여주는 기능을 갖춘 볼이 적합하다. 타이틀리스트 PTS 솔로, 캘러웨이 빅버사, 스릭슨 AD 333, 나이키 파워 디스턴스 플라이트, 맥스플라이 누들 아이스, 윌슨 스탭 Dx2 소프트 등이다.

 ■ 핸디캡 18: 아주 공격적인 스윙을 하며 거리를 많이 내려고 한다. 이들은 슬라이스가 많이 나고 섬세한 샷은 잘하지 못한다. 이런 골퍼들은 스핀이 덜 먹고 슬라이스를 줄여줄 수 있는 볼이 좋다. 그것은 타이틀리스트 NXT, 캘러웨이 빅버사A, 스릭슨 AD 333, 나이키 파워 디스턴스 롱, 맥스플라이 누들 아이스, 윌슨 스탭 Px3 등이다.

■ 핸디캡 12: 거리를 많이 내려고 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을 원한다. 특히 웨지를 사용할 때는 그렇다. 타이틀리스트 NXT 투어A, 캘러웨이 워버드/HX 핫, 스릭슨 소프트 필, 나이키 원 블랙, 테일러메이드 TP 블랙, 윌슨 스탭 Dx2 소프트 등이 적합하다.

■ 핸디캡 6: 거리보다는 섬세한 느낌이 더 중요하다. 이들은 드라이버로 드로성 타구를 날리기를 원하고 쇼트게임에서는 스핀이 많이 걸리며 타구감이 좋은 볼을 원한다. 이런 골퍼들에게는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캘러웨이 HX 투어 56, 스릭슨 Z-URC, 나이키 플래티넘, 테일러메이드 TP 레드, 윌슨 스탭 Tx4 등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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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