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cm ‘비장의 무기’ 골프볼의 모든 것<완벽해부>

작은 볼 속에 담긴 첨단 과학원리 ‘볼을 알아야 싱글’

골프볼이 어차피 잃어버릴 소모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식을 전환해 볼 필요가 있다. 평생을 치고도 아쉬움이 남는 게임인 골프. 완벽한 스윙을 위한 골퍼의 노력과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한 장비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의 한가운데에는 역설적으로 4.2cm의 보잘것없는 작은 골프볼이 있다. 볼을 더 멀리 날리고 목표물에 더 정확히 보내는 것. 이 작은 볼을 108mm 오묘한 크기의 홀에 더 빨리 집어넣는 것이 골프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초라한 외양과는 달리 골프볼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기술자의 목숨을 빼앗기도 한 슬픈 역사와 작은 껍질 속에 숨어 있는 갖가지 과학원리들. 없으면 안 되지만 소중함을 잊게 되는 산소와 같이 골프볼은 밋밋한 외양으로 눈속임하고 시치미를 뚝 떼며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골프볼은 색깔도 하얗고 참 밋밋하다. 표면이 올록볼록하지만 그래도 단순해 보인다. 골프볼은 딱딱하다. 하지만 톡톡 잘 튄다. 한 손에도 쏙 들어온다. 그만큼 작다. 이 단순하고 작은 볼 안에 어떤 과학이 숨어 있을까. 정말 이 작은 구 안에 4타를 줄이는 비밀이 마법같이 숨어 있을까.
볼은 무게와 크기, 모양 등에 대한 규격이 정해져 있다. USGA와 영국 R&A에서 무게는 1.62온스(45.93g), 지름은 1.680인치(4.267cm) 이상, 모양은 구면대칭형, 초기속도는 초당 250피트(72.6m) 이하, 비거리는 굴러가는 거리를 포함해 317야드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러한 규제가 있는 이유는 골프코스의 길이는 한정되어 있지만 장비의 요행으로 비거리만 늘려 놓는다면 골프게임을 하는 의미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무게를 규제하는 이유는 무거울수록 운동량이 증가하여 비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름이 크면 오히려 공기 저항 때문에 비거리는 줄어들기 때문에 작은 볼만 규제하고 있다.  정규대회에서는 허용되지 않지만 정 비거리가 고민인 아마추어 골퍼는 규정보다 작고 무거운 비 공인구를 사용해 볼 수 있다.

혹자는 좋은 골프볼은 비거리가 좋은 것이라고 하고 로우 핸디캐퍼는 컨트롤이 잘되는 볼이 좋은 볼이라고 말한다. 비거리와 컨트롤이 다 잘되는 볼은 없을까. 딱딱한 볼과 부드러운 볼이 있다. 어떤 볼이 멀리 날아갈까. 당연히 딱딱한 볼이다. 컨트롤이 쉽고 잘 멈춰 서는 볼은 부드러운 볼이다.
골프볼은 드라이버로 쳤을 때는 멀리 날아가고 퍼팅을 할 때에는 원하는 곳에 멈추게 하는 컨트롤이 능력이 필요한데 어떻게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두 가지 상반된 성질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까.
골프볼 제조업체들은 고민 끝에 압축 정도와 2피스, 3피스라고 말하는 볼의 구조와 그 두께를 달리해 두 가지 조건에 들어맞는 볼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성질이 다른 두 개의 코어나 커버에 소재·두께를 변화시켜 두 가지 특징을 지닌 볼을 만들어 냈다.

볼은 무게와 크기, 모양 등에 대한 규격이 정해져 있어
비거리·컨트롤 좋은 볼 연구 시작…조건 맞는 볼 양산

골프볼의 재료는 크게 천연고무와 플라스틱 계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코어는 합성고무와 화학물질을 혼합해 만들고 내부 층은 아이오노머와 화학물질이, 외피는 라발론 엘라스토머나 설린, 우레탄 등이 쓰이고 있다.
2피스 볼의 80% 이상이 설린을 사용하는데 내구성이 좋으며 딱딱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비거리가 좋다. 3피스 볼은 현재 우레탄을 많이 사용하는데 푹신한 운동장의 트랙에 쓰이듯이 성질이 부드럽고 얇게 가공할 수 있어 커버로 주목받고 있다.

애초의 골프볼은 클럽으로 칠 만한 크기의 돌멩이 대용이었다. 나무나 가죽으로 만들었다가 오래 쓸 수 있는 고무로 만들었고 좀 더 탄력이 있게 하려고 고무줄을 감았다.
현재의 골프볼은 고무를 감아 놓은 구식이 아니다. 합성고무와 화학물질을 이용해 첨단 기술을 켜켜이 쌓아 놓은 다층 구조물이다. 보통 코어와 커버로 이루어져 있고 몇 겹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따라 2피스, 3피스, 4피스로 나누어진다(현재 5피스도 출시됐다).
3피스의 경우는 커버가 두 개인가 코어가 두 개인가로 나누어지고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볼의 성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코어의 압축강도에 따라 스핀의 강도와 느낌의 강약이 결정된다. 압축이 클수록 단단하며 볼의 속도가 빨라진다.
다른 성질의 코어 층과 씌우개 층을 배치함으로써 비거리를 만족하는 딱딱함과 컨트롤 능력과 타구감을 높여 주는 부드러움이 공존하게 됐다. 타구감과 스핀양은 클럽이 직접 닿는 외피(커버)가 좌우하므로 현재 기술발달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외피다.

표면이 울퉁불퉁한 골프볼을 보면서 ‘왜 그렇게 생겼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표면이 고르지 않아야 볼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긴 했지만 정말 그것이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딤플은 구티볼을 사용하던 시절에 발견됐는데 표면에 흠집이 날수록 볼이 멀리 날아가는 경험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작은 흠집에 지나지 않는 딤플이 비거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딤플의 역할을 설명하려면 공기역학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딤플이 없는 볼은 어느 지점까지 도달하고 나서 바로 낙하하지만 딤플이 있는 볼은 어느 한 지점에서 높은 공기압으로 순간적으로 공중에 띄워지고 결과적으로 더 먼 거리를 날아가게 된다.

새 볼과 카트 도로에 떨어져 생긴 상처 난 헌 볼은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한 골프관련 전문기관이 컴퓨터 제어 로봇을 이용. 볼의 상태별로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전체적으로 새 볼의 성능이 최고였지만 그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는 새 볼과 연습 볼, 상처 난 볼, 풀 묻은 볼, 흙 묻은 볼, 그리고 1라운드 사용한 볼 등 모두 6가지 상태의 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로봇은 10도의 드라이버와 특정 A사의 볼을 사용했다.
결과는 볼이 공중으로 날아간 거리, 즉 비거리만 놓고 볼 때 새 볼의 성능이 가장 우수했다. 비거리는 225.0야드. 하지만, 평소 연습 볼과 1라운드 사용한 볼의 비거리도 223.1~223.7야드로 조사돼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있어서는 어느 볼을 사용해도 새 볼이나 진배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상처 난 볼과 흙 묻은 볼의 비거리는 다소 떨어졌다.
총거리(비거리&런)는 오히려 ▲연습 볼(251.8야드) ▲1라운드 사용한 볼(250.6야드) ▲풀 묻은 볼(250.3야드) ▲흙 묻은 볼(246.3야드) ▲상처 난 볼(244.5야드)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진흙이나 풀 묻은 볼은 비행궤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볼의 분산(타깃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빗나간 거리) 거리를 조사한 결과. 흙 묻은 볼은 10.8야드의 편차를 보였고 풀 묻은 볼도 7.9야드의 오차를 나타냈다.


‘골프볼을 알고 선택하면 싱글, 모르고 선택하면 초심자’란 말이 있다. 대개 클럽 선택에서 매우 까다롭고 신중하나 볼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대부분 골퍼는 ‘누가 줘서’, ‘가격이 싸서’ 골프볼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핸디, 힘, 감(感)에 따라 선택해 쓰면 분명히 더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골프볼 구조는 가운데 있는 핵(코어)을 중심으로 반발력과 탄성이 다른 물질을 씌워 만든다. 핵을 포함해 몇 가지로 구성되었느냐에 따라 2피스, 3피스, 4피스로 구분한다.
1피스 볼도 있지만 대부분 연습장용이다. 일반적으로 2피스 볼은 거리용으로 초심자와 보기 플레이어에게 권하는 경우가 많다. 3피스, 4피스는 거리보다는 스핀양이 많아 싱글 골퍼와 프로가 컨트롤을 위해 많이 쓴다.
반드시 초심자에게 2피스, 싱글과 프로에게 3피스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프로는 정확도와 숏게임 능력이 좋아 그린 컨트롤이 쉬운 3피스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도 자신의 느낌에 따라 2피스를 선호하는 예도 많다.
반대로 초보자와 보기 플레이어 가운데도 부드러운 터치 감을 선호해 3피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골퍼 스스로 거리, 컨트롤, 감 중에 무엇을 우선으로 하는지에 따라 볼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또 하나, 최근 들어 거리, 컨트롤과 함께 컴프레션(Compression)으로 구분해 볼을 사용하는 골퍼들이 늘고 있다. 컴프레션이란 볼에 가한 압력에 따라 90(Soft)과 100(Hard),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컴프레션 수치가 낮을수록 볼은 더욱 소프트해져 타구감과 컨트롤이 좋다. 이런 추세에 맞춰 컴프레션 70 볼이 나왔고 요즘엔 50까지 선보였다. 내년에는 컴프레션 0 볼까지 출시된다고.
컴프레션은 볼의 탄성과 거리, 스핀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컴프레션이 낮아질수록 회전력이 높아지며 탄도 역시 높다. 보통 스윙 스피드가 빠른 프로들은 컴프레션 100 볼을 쓴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는 90을 쓰기 때문에 이 역시 자신의 감이 우선 돼야 한다.
골프볼의 탄도는 볼의 종류, 타격 시 헤드 스피드, 클럽의 로프트 각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흔히 골퍼들은 볼이 높이 뜨면 클럽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클럽의 영향이 크겠지만 볼의 영향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어떤 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스코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라운드 전 연습장과 전문가를 찾아 자신에게 맞는 볼을 찾아보는 것도 골프를 더 재미있게 치는 방법의 하나다.


핸디캡별 볼 고르는 요령
英 ‘더 골프 최근 소개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골프볼을 선택하는가. 가격에 맞춰 고르는가. 투어 프로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을 찾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늘 사용하는 볼을 습관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가. 만약 이런 식으로 볼을 고른다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볼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골프 전문 월간지 <더 골프>는 최근호에서 ‘어느 볼이 당신에게 적합한가’라는 주제로 핸디캡별로 맞는 볼을 소개했다. <더 골프>는 핸디캡이 다른 4명의 골퍼(핸디캡 24,18,12,6)를 대상으로 제조사가 다른 볼을 여섯 개씩 쳐보도록 한 뒤 기록을 비교·검토해 실력에 맞는 볼을 추천했다.
 

■ 핸디캡 24: 샷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고 헤드 스피드가 중간쯤인 그룹이다. 이들은 거리를 많이 내려고 하며 섬세한 샷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이런 골퍼들은 거리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사이드 스핀을 최소화해 미스샷을 줄여주는 기능을 갖춘 볼이 적합하다. 타이틀리스트 PTS 솔로, 캘러웨이 빅버사, 스릭슨 AD 333, 나이키 파워 디스턴스 플라이트, 맥스플라이 누들 아이스, 윌슨 스탭 Dx2 소프트 등이다.

 ■ 핸디캡 18: 아주 공격적인 스윙을 하며 거리를 많이 내려고 한다. 이들은 슬라이스가 많이 나고 섬세한 샷은 잘하지 못한다. 이런 골퍼들은 스핀이 덜 먹고 슬라이스를 줄여줄 수 있는 볼이 좋다. 그것은 타이틀리스트 NXT, 캘러웨이 빅버사A, 스릭슨 AD 333, 나이키 파워 디스턴스 롱, 맥스플라이 누들 아이스, 윌슨 스탭 Px3 등이다.

■ 핸디캡 12: 거리를 많이 내려고 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을 원한다. 특히 웨지를 사용할 때는 그렇다. 타이틀리스트 NXT 투어A, 캘러웨이 워버드/HX 핫, 스릭슨 소프트 필, 나이키 원 블랙, 테일러메이드 TP 블랙, 윌슨 스탭 Dx2 소프트 등이 적합하다.

■ 핸디캡 6: 거리보다는 섬세한 느낌이 더 중요하다. 이들은 드라이버로 드로성 타구를 날리기를 원하고 쇼트게임에서는 스핀이 많이 걸리며 타구감이 좋은 볼을 원한다. 이런 골퍼들에게는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캘러웨이 HX 투어 56, 스릭슨 Z-URC, 나이키 플래티넘, 테일러메이드 TP 레드, 윌슨 스탭 Tx4 등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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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