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cm ‘비장의 무기’ 골프볼의 모든 것<완벽해부>

작은 볼 속에 담긴 첨단 과학원리 ‘볼을 알아야 싱글’

골프볼이 어차피 잃어버릴 소모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식을 전환해 볼 필요가 있다. 평생을 치고도 아쉬움이 남는 게임인 골프. 완벽한 스윙을 위한 골퍼의 노력과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한 장비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의 한가운데에는 역설적으로 4.2cm의 보잘것없는 작은 골프볼이 있다. 볼을 더 멀리 날리고 목표물에 더 정확히 보내는 것. 이 작은 볼을 108mm 오묘한 크기의 홀에 더 빨리 집어넣는 것이 골프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초라한 외양과는 달리 골프볼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기술자의 목숨을 빼앗기도 한 슬픈 역사와 작은 껍질 속에 숨어 있는 갖가지 과학원리들. 없으면 안 되지만 소중함을 잊게 되는 산소와 같이 골프볼은 밋밋한 외양으로 눈속임하고 시치미를 뚝 떼며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골프볼은 색깔도 하얗고 참 밋밋하다. 표면이 올록볼록하지만 그래도 단순해 보인다. 골프볼은 딱딱하다. 하지만 톡톡 잘 튄다. 한 손에도 쏙 들어온다. 그만큼 작다. 이 단순하고 작은 볼 안에 어떤 과학이 숨어 있을까. 정말 이 작은 구 안에 4타를 줄이는 비밀이 마법같이 숨어 있을까.
볼은 무게와 크기, 모양 등에 대한 규격이 정해져 있다. USGA와 영국 R&A에서 무게는 1.62온스(45.93g), 지름은 1.680인치(4.267cm) 이상, 모양은 구면대칭형, 초기속도는 초당 250피트(72.6m) 이하, 비거리는 굴러가는 거리를 포함해 317야드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았다.

이러한 규제가 있는 이유는 골프코스의 길이는 한정되어 있지만 장비의 요행으로 비거리만 늘려 놓는다면 골프게임을 하는 의미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무게를 규제하는 이유는 무거울수록 운동량이 증가하여 비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름이 크면 오히려 공기 저항 때문에 비거리는 줄어들기 때문에 작은 볼만 규제하고 있다.  정규대회에서는 허용되지 않지만 정 비거리가 고민인 아마추어 골퍼는 규정보다 작고 무거운 비 공인구를 사용해 볼 수 있다.

혹자는 좋은 골프볼은 비거리가 좋은 것이라고 하고 로우 핸디캐퍼는 컨트롤이 잘되는 볼이 좋은 볼이라고 말한다. 비거리와 컨트롤이 다 잘되는 볼은 없을까. 딱딱한 볼과 부드러운 볼이 있다. 어떤 볼이 멀리 날아갈까. 당연히 딱딱한 볼이다. 컨트롤이 쉽고 잘 멈춰 서는 볼은 부드러운 볼이다.
골프볼은 드라이버로 쳤을 때는 멀리 날아가고 퍼팅을 할 때에는 원하는 곳에 멈추게 하는 컨트롤이 능력이 필요한데 어떻게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두 가지 상반된 성질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까.
골프볼 제조업체들은 고민 끝에 압축 정도와 2피스, 3피스라고 말하는 볼의 구조와 그 두께를 달리해 두 가지 조건에 들어맞는 볼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성질이 다른 두 개의 코어나 커버에 소재·두께를 변화시켜 두 가지 특징을 지닌 볼을 만들어 냈다.

볼은 무게와 크기, 모양 등에 대한 규격이 정해져 있어
비거리·컨트롤 좋은 볼 연구 시작…조건 맞는 볼 양산

골프볼의 재료는 크게 천연고무와 플라스틱 계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코어는 합성고무와 화학물질을 혼합해 만들고 내부 층은 아이오노머와 화학물질이, 외피는 라발론 엘라스토머나 설린, 우레탄 등이 쓰이고 있다.
2피스 볼의 80% 이상이 설린을 사용하는데 내구성이 좋으며 딱딱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비거리가 좋다. 3피스 볼은 현재 우레탄을 많이 사용하는데 푹신한 운동장의 트랙에 쓰이듯이 성질이 부드럽고 얇게 가공할 수 있어 커버로 주목받고 있다.

애초의 골프볼은 클럽으로 칠 만한 크기의 돌멩이 대용이었다. 나무나 가죽으로 만들었다가 오래 쓸 수 있는 고무로 만들었고 좀 더 탄력이 있게 하려고 고무줄을 감았다.
현재의 골프볼은 고무를 감아 놓은 구식이 아니다. 합성고무와 화학물질을 이용해 첨단 기술을 켜켜이 쌓아 놓은 다층 구조물이다. 보통 코어와 커버로 이루어져 있고 몇 겹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따라 2피스, 3피스, 4피스로 나누어진다(현재 5피스도 출시됐다).
3피스의 경우는 커버가 두 개인가 코어가 두 개인가로 나누어지고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볼의 성질이 달라진다. 그리고 코어의 압축강도에 따라 스핀의 강도와 느낌의 강약이 결정된다. 압축이 클수록 단단하며 볼의 속도가 빨라진다.
다른 성질의 코어 층과 씌우개 층을 배치함으로써 비거리를 만족하는 딱딱함과 컨트롤 능력과 타구감을 높여 주는 부드러움이 공존하게 됐다. 타구감과 스핀양은 클럽이 직접 닿는 외피(커버)가 좌우하므로 현재 기술발달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외피다.

표면이 울퉁불퉁한 골프볼을 보면서 ‘왜 그렇게 생겼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표면이 고르지 않아야 볼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긴 했지만 정말 그것이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딤플은 구티볼을 사용하던 시절에 발견됐는데 표면에 흠집이 날수록 볼이 멀리 날아가는 경험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작은 흠집에 지나지 않는 딤플이 비거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딤플의 역할을 설명하려면 공기역학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딤플이 없는 볼은 어느 지점까지 도달하고 나서 바로 낙하하지만 딤플이 있는 볼은 어느 한 지점에서 높은 공기압으로 순간적으로 공중에 띄워지고 결과적으로 더 먼 거리를 날아가게 된다.

새 볼과 카트 도로에 떨어져 생긴 상처 난 헌 볼은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한 골프관련 전문기관이 컴퓨터 제어 로봇을 이용. 볼의 상태별로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전체적으로 새 볼의 성능이 최고였지만 그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는 새 볼과 연습 볼, 상처 난 볼, 풀 묻은 볼, 흙 묻은 볼, 그리고 1라운드 사용한 볼 등 모두 6가지 상태의 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로봇은 10도의 드라이버와 특정 A사의 볼을 사용했다.
결과는 볼이 공중으로 날아간 거리, 즉 비거리만 놓고 볼 때 새 볼의 성능이 가장 우수했다. 비거리는 225.0야드. 하지만, 평소 연습 볼과 1라운드 사용한 볼의 비거리도 223.1~223.7야드로 조사돼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있어서는 어느 볼을 사용해도 새 볼이나 진배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상처 난 볼과 흙 묻은 볼의 비거리는 다소 떨어졌다.
총거리(비거리&런)는 오히려 ▲연습 볼(251.8야드) ▲1라운드 사용한 볼(250.6야드) ▲풀 묻은 볼(250.3야드) ▲흙 묻은 볼(246.3야드) ▲상처 난 볼(244.5야드)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진흙이나 풀 묻은 볼은 비행궤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볼의 분산(타깃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빗나간 거리) 거리를 조사한 결과. 흙 묻은 볼은 10.8야드의 편차를 보였고 풀 묻은 볼도 7.9야드의 오차를 나타냈다.

‘골프볼을 알고 선택하면 싱글, 모르고 선택하면 초심자’란 말이 있다. 대개 클럽 선택에서 매우 까다롭고 신중하나 볼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대부분 골퍼는 ‘누가 줘서’, ‘가격이 싸서’ 골프볼을 쓰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핸디, 힘, 감(感)에 따라 선택해 쓰면 분명히 더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골프볼 구조는 가운데 있는 핵(코어)을 중심으로 반발력과 탄성이 다른 물질을 씌워 만든다. 핵을 포함해 몇 가지로 구성되었느냐에 따라 2피스, 3피스, 4피스로 구분한다.
1피스 볼도 있지만 대부분 연습장용이다. 일반적으로 2피스 볼은 거리용으로 초심자와 보기 플레이어에게 권하는 경우가 많다. 3피스, 4피스는 거리보다는 스핀양이 많아 싱글 골퍼와 프로가 컨트롤을 위해 많이 쓴다.
반드시 초심자에게 2피스, 싱글과 프로에게 3피스가 좋다고 말할 수 없다. 프로는 정확도와 숏게임 능력이 좋아 그린 컨트롤이 쉬운 3피스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도 자신의 느낌에 따라 2피스를 선호하는 예도 많다.
반대로 초보자와 보기 플레이어 가운데도 부드러운 터치 감을 선호해 3피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골퍼 스스로 거리, 컨트롤, 감 중에 무엇을 우선으로 하는지에 따라 볼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또 하나, 최근 들어 거리, 컨트롤과 함께 컴프레션(Compression)으로 구분해 볼을 사용하는 골퍼들이 늘고 있다. 컴프레션이란 볼에 가한 압력에 따라 90(Soft)과 100(Hard),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컴프레션 수치가 낮을수록 볼은 더욱 소프트해져 타구감과 컨트롤이 좋다. 이런 추세에 맞춰 컴프레션 70 볼이 나왔고 요즘엔 50까지 선보였다. 내년에는 컴프레션 0 볼까지 출시된다고.
컴프레션은 볼의 탄성과 거리, 스핀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컴프레션이 낮아질수록 회전력이 높아지며 탄도 역시 높다. 보통 스윙 스피드가 빠른 프로들은 컴프레션 100 볼을 쓴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는 90을 쓰기 때문에 이 역시 자신의 감이 우선 돼야 한다.
골프볼의 탄도는 볼의 종류, 타격 시 헤드 스피드, 클럽의 로프트 각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흔히 골퍼들은 볼이 높이 뜨면 클럽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클럽의 영향이 크겠지만 볼의 영향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어떤 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스코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라운드 전 연습장과 전문가를 찾아 자신에게 맞는 볼을 찾아보는 것도 골프를 더 재미있게 치는 방법의 하나다.


핸디캡별 볼 고르는 요령
英 ‘더 골프 최근 소개

당신은 어떤 기준으로 골프볼을 선택하는가. 가격에 맞춰 고르는가. 투어 프로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을 찾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늘 사용하는 볼을 습관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가. 만약 이런 식으로 볼을 고른다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볼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골프 전문 월간지 <더 골프>는 최근호에서 ‘어느 볼이 당신에게 적합한가’라는 주제로 핸디캡별로 맞는 볼을 소개했다. <더 골프>는 핸디캡이 다른 4명의 골퍼(핸디캡 24,18,12,6)를 대상으로 제조사가 다른 볼을 여섯 개씩 쳐보도록 한 뒤 기록을 비교·검토해 실력에 맞는 볼을 추천했다.
 

■ 핸디캡 24: 샷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고 헤드 스피드가 중간쯤인 그룹이다. 이들은 거리를 많이 내려고 하며 섬세한 샷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이런 골퍼들은 거리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사이드 스핀을 최소화해 미스샷을 줄여주는 기능을 갖춘 볼이 적합하다. 타이틀리스트 PTS 솔로, 캘러웨이 빅버사, 스릭슨 AD 333, 나이키 파워 디스턴스 플라이트, 맥스플라이 누들 아이스, 윌슨 스탭 Dx2 소프트 등이다.

 ■ 핸디캡 18: 아주 공격적인 스윙을 하며 거리를 많이 내려고 한다. 이들은 슬라이스가 많이 나고 섬세한 샷은 잘하지 못한다. 이런 골퍼들은 스핀이 덜 먹고 슬라이스를 줄여줄 수 있는 볼이 좋다. 그것은 타이틀리스트 NXT, 캘러웨이 빅버사A, 스릭슨 AD 333, 나이키 파워 디스턴스 롱, 맥스플라이 누들 아이스, 윌슨 스탭 Px3 등이다.

■ 핸디캡 12: 거리를 많이 내려고 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을 원한다. 특히 웨지를 사용할 때는 그렇다. 타이틀리스트 NXT 투어A, 캘러웨이 워버드/HX 핫, 스릭슨 소프트 필, 나이키 원 블랙, 테일러메이드 TP 블랙, 윌슨 스탭 Dx2 소프트 등이 적합하다.

■ 핸디캡 6: 거리보다는 섬세한 느낌이 더 중요하다. 이들은 드라이버로 드로성 타구를 날리기를 원하고 쇼트게임에서는 스핀이 많이 걸리며 타구감이 좋은 볼을 원한다. 이런 골퍼들에게는 타이틀리스트 프로 V1, 캘러웨이 HX 투어 56, 스릭슨 Z-URC, 나이키 플래티넘, 테일러메이드 TP 레드, 윌슨 스탭 Tx4 등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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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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