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물’ 풍산개 파양의 진실

12월 알리려 했는데 그새 못 참고?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퇴임 당시, 강아지 두 마리를 본인의 사저로 데려갔다. 키우던 강아지들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모습은 대중에게 매우 ‘아름다운 그림’으로 비쳤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아름다운 그림’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정치싸움의 ‘씨앗’으로 변질됐다. 서로 “네 탓”이라 주장하는 상황에서 누구의 말이 ‘진실’에 가까운지 <일요시사>가 두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확인해봤다.

풍산개는 함경도 ‘풍산’ 지방에 뿌리를 둔 북한 토종견이다. 김정일 주석이 특히 총애했던 견종으로 지난 60년간 북한에서 개체 수가 대량으로 늘어났으며, 1980년에는 북한의 공식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여러 마리가 모이면 맹수로부터 주인도 지킬 수 있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풍산개는 매우 용맹하고 충성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애견인들은 풍산개를 주인과의 의리를 귀중하게 여기는 ‘의리파’ 반려동물로 분류하곤 한다.

자의?
타의?

그러나 반려동물이 아무리 주인에게 의리를 지킨다고 해도, 주인의 애정이 없으면 의리를 이어나갈 수 없는 법이다. 지난 8일,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는 의리를 지킬 대상을 한순간에 잃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대통령기록물’인 곰이와 송강이를 정부에 ‘반환’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 측에 따라 곰이와 송강이는 이날 경북대 동물병원으로 인도됐고, 약 1주일 동안의 건강검진을 마친 후 제3의 위탁기관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두 마리의 풍산개는 2018년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암수 한 쌍의 강아지다.

역대 북한 지도자들은 남북의 관계가 호전될 때마다 종종 풍산개를 선물해왔다. 2000년 최초로 성사된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자주’와 ‘통일’이라는 이름의 풍산개 한 쌍을 선물한 바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서로의 성공적인 교류를 두고두고 확인하기 위해 풍산개를 활용해왔으며, 풍산개 선물의 의미는 단순히 반려동물을 선물한다는 의미를 넘어 국가 간 교류의 매개체 성격을 띤다고 분석한다.

문 전 대통령 측 또한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와 개인 SNS 등을 통해 풍산개들과 함께 찍은 대통령 내외의 사진을 공개하며 북한 측에 화답했다. 이렇게 곰이와 송강이는 문재인정부와 김 위원장 사이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문제는 문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무렵 발생했다. 현행법상 국가 정상 간 선물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가에 귀속돼야 하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곰이와 송강이를 키울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두고 문재인정부는 윤석열 당시 당선인과 수차례 의견 조율을 한 바 있다. 원칙에 따라 강아지들을 대통령기록관에 넘겨야 하지만, 살아있는 생물을 ‘물건’ 다루듯이 반환한다는 것이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원칙과 상식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가운데,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두 가지 쟁점이 발생했다.

첫 번째 쟁점은 ‘곰이와 송강이의 거취를 누구의 의지로 결정했냐’를 두고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이 강아지들을 본인의 뜻에 따라 데려왔는지’와 ‘윤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 강아지들을 데려왔는지’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갈린 것이다.

문의 선택 둘러싼 두 쟁점, 확인해 보니…
누구 의지로 강아지들 데려왔냐가 관건

이 쟁점이 중요한 이유는 강아지들을 데려온 것이 누구의 ‘의지’인가에 따라 국가 지원금의 정당성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곰이와 송강이를 데려갈 당시, 의무가 아닌 자발적 의지로 데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 뜻에 따라 데려간 반려동물에 ‘국가지원금이 필요하냐’는 내부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며 “(세금이)우리 돈도 아닌데 강아지들의 양육비를 쉽게 승인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마지막날, 대통령 비서실과 대통령기록관은 협약서 한 장을 작성했다. 해당 협약서에는 곰이와 송강이를 위한 지원금 내역이 자세히 기록돼있다.

양측이 합의한 바에 따르면, 강아지들의 양육비는 한달 242만원으로, 사료비(35만원), 의료비(15만원), 사육관리용역비(192만원) 등이 고루 포함됐다.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인 만큼 행안부와 법제처 안팎에서는 지원 예산을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문 전 대통령 측의 불만은 고조돼갔다.

민주당 측은 윤 대통령이 ‘먼저’ 제안해서 데려간 국가기록물에 대한 정당한 보조금이라 주장하고 있고, 정부 관계자들은 ‘자발적으로’ 강아지들을 데려갔으니 보조금 지원은 ‘무리한 요구’라 믿고 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윤 대통령이 ‘먼저’ 강아지들을 데려갈 것을 문 전 대통령 측에 제안했고, 이를 문 전 대통령이 ‘수락’한 것이 사실에 가장 가깝다. 이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했던 강아지들에 관한 발언에도 고스란히 나와있다.

강아지들에 대한 거취 문제에 최초로 의견을 공개 타진한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이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 3월23일, 기자들은 곰이와 송강이의 거취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묻자 “아무리 정상 간에 주고받았다 해도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지”라며 “동물을 볼 때 사람 중심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고 정을 자기한테 많이 쏟은 주인이 계속 기르게하는 것이 오히려 선물의 취지에 맞다”고 다소 강한 어조로 ‘데려가야 한다’는 뉘앙스로 답했다.

한달에
242만원

이로부터 5일이 지난 3월28일, 두 사람은 공개석상에서 만나 강아지들의 거취 문제를 공식적으로 합의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준 거라 당선인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위탁해서 키워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주인이 바뀌면 환경 적응이 어려울 것이다. 계속 키우시라”고 화답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여야 관계자들은 이날 대화를 두고 양쪽이 모두 합의한 상황에서 ‘공개한 대화’라는 점에 동의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미 논란이 되고 있던 상황이라 빨리 그걸(강아지들 거취 문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께서 강아지들을 데려가길 원했고, 문 전 대통령도 이를 승낙했다”고 알렸다.

문 전 대통령과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도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정든 강아지들을 그냥 두고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인수위 측에서 먼저(강아지 위탁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 법적인 문제는 그 후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해결해준다고 약속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즉, 당시 형식상으로는 문 전 대통령이 강아지들을 ‘위탁’받아 키우는 형태가 됐다. 애견 전문가들은 첫 번째 문제가 여기서 출발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개들의 ‘주인’으로 인식하는 반면, 문 전 대통령은 강아지들을 ‘부탁받아 키우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문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사룟값과 양육에 소요된 인건비와 치료비 모두를 그동안 퇴임 대통령이 부담해왔다”며 “지난 6개월 간 대통령 기록물인 반려동물들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애견 단체 회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강아지 양육에 들어간 비용을 ‘무상’이라고 표현한 점과 사랑을 ‘쏟아준 것’이라고 표현한 점이 의아하다고 했다.

이 회원은 “문 전 대통령이 본인을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강아지들과 문 전 대통령이 함께 있는 영상에서 둘의 교감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랑은 ‘쏟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의 의지였느냐가 첫 번째 쟁점이었다면 두 번째 쟁점은 대통령실이 ‘시행령 개정을 일부러 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민주당 측은 현재로선 문 전 대통령이 ‘불법으로’ 대통령기록물을 가져와 위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행령 개정이 계속 늦어진다면 문 전 대통령이 점점 부담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갑론을박
누구 말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에는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다음 각목의 기관이 생산·접수한 기록물 및 물품’이라고 적혀 있고, 3항에는 ‘대통령기록물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으며, 국가는 대통령기록물을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법으로 정하는 바가 없는 상황에서 공직을 내려놓은 퇴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반년 이상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위탁을 제안할 당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주겠다고 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것이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두 번에 걸쳐서 입법 예고 시행령 개정 시도가 있었던 건데 6월에 한 번 있었던 건이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취소됐다”며 “입법 예고까지 온 것은 관련 부처가 다 사실상 합의된 사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처 간에 다 합의를 이뤄놓고 취소된 게 6월에 있었던 1차 취소고,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시행령을 만들었는데 지지부진하면서 몇 개월을 끌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건은 우리(대통령실) 소관도 아니고 우리는 반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행안부와 법제처 실무자들이 전향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기존 6월의 입법 예고를 반대했던 행안부와 법제처는 다시금 전향적인 합의를 진행했고 오는 12월에 공포를 목표로 지난달 말까지 문 전 대통령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는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와도 일치한다. 행안부와 법제처에 문의해 확인한 결과, 문서로 남아 있는 공식 논의는 지난달 13일까지 있었으며 그 이후에도 수차례 문 전 대통령 측과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조율해왔다.

“10월 말까지 긍정적 합의 있었다”
“윤 대통령, 시행령 개정 반대했다”

해당 논의는 곰이와 송강이의 지원금 242만원이 포함된 것이었고, 부처 직원들은 하나같이 전향적인 논조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시행령 개정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한 행안부 직원은 “법률을 공포하는 데까지 걸리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통 입법계획을 수립하고 공포까지 적어도 150일 이상 걸린다. 최소가 그 정도고 까다롭게 진행되면 반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시행령의 개정 절차는 ▲입법계획 수립 ▲법령안의 입안 ▲관계기관과의 협의 및 당정 협의 ▲입법예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화의 및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공포까지 총 9단계로 진행된다. 

그중에서 ‘법령안의 입안’과 ‘관계기관과의 협의 및 당정 협의’을 거쳐 ‘입법예고’까지 걸리는 시간은 100일에서 150일가량이고, 그 이후에도 규제 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거치는 단계에서 평균 30일~40일이 더 소요된다. 

물론 예외적으로 짧은 시간이 걸린 시행령 개정 사례가 더러 있지만, 절차를 정식적으로 밟아 진행한다면 수개월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3월 논의 필요성이 시작된 이후 6월에 한 차례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5개월간 다시 협상을 진행한 끝에 입법예고를 눈앞에 뒀지만, 문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파양 통보’로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들은 원래 예정대로였다면 12월 중 공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12월 공포 예정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그것은 저자들(윤석열정부)이 하는 거짓 선동”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1차 협상 취소 때와 마찬가지로 국무회의에 올리지도 않고 (12월 공포가)흐지부지 됐을 것이라고 본다. 그것을 문 전 대통령 또한 믿지 못한 것”이라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그는 윤석열정부가 주장하는 ‘전향적인’ 협의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으며 그 이면에는 윤 대통령의 반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아시다시피 (지난 6월에)입법예고 단계까지 갔던 것은 관련 부처가 다 사실상 합의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국무회의까지 당연히 상정돼야 하는 단계였다”며 “그런데 이게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멈춰버렸다. 실무자들이 이 단계에서 본인들의 판단만으로 취소시킬 힘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라며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바로는 대통령실의 반대가 있었다. 자료를 직접 공개할 수 는 없지만 이는 내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이 파양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윤 대통령의 시행령 개정에 대한 반대 때문이었고, 그 결정을 지난 몇 개월간 고심하다가 내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로?

정리하자면, 문 전 대통령은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풍산개를 키운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곰이와 송강이에 대한 주인 의식이 부족했다. 윤정부도 시행령 개정을 한 차례 무산시키는 등 해당 논란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전·현직 대통령들의 정치싸움에 애꿎은 곰이와 송강이만 안락했던 보금자리를 잃은 셈이다. 양측 모두 자료 공개를 꺼리는 상황에서 풍산개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한동안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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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