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이기는 방법 아는 윤상현

“수도권 정서·민심 알아야 당대표 적임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허구한 날 정치탄압, 야당 탄압을 외친다.” 당내 중진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두고 작심 비판한 말이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 대표 역시 더욱 코너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윤 의원은 이를 계기로 민주당에 내분이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역구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정평이 난 의원이다. 20대 국회 당시 윤 의원의 공약 이행률은 89.6%에 달했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당권주자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최근 공식적으로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요시사>는 윤 의원에게 비대위의 당협위원장 공모 및 조직 정비 사안,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에 대한 의견, 문재인 전 대통령의 주변인 수사, 한반도 핵무장론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일문일답.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당협위원장 공모 및 조직 정비를 예고했습니다

▲비대위 당협위원장 공모에 다른 의도가 있는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비대위는 통상적인 당무 일정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통상적인 상황이 아닌 비상 상황이라고 비대위가 구성됐습니다. 비대위는 통상적이고 정상적으로 새로운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비대위가 갑자기 당 조직을 재편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집권여당이 정부 출범 1년 차에 비대위를 구성하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인 상태입니다. 국민에게 안정감 대신 불안감을 드리는 상황입니다. 하루빨리 비정상적인 운영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당 지도부 출범을 위한 전대 준비를 하기도 부족한 상황인데, 당 조직을 재편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 비대위원장은 강행할 태세입니다

▲가처분 문제가 한창일 때는 당이 초비상 상황이라고 목이 터지게 외쳤습니다. 그러나 가처분 문제가 해소되자마자 마치 평온하고 정상적인 지도부인 듯이 당협 줄세우기에 들어간 것은 난센스입니다. 비상 상황에서 피치 못하게 전국위원회 의결로 만들어진 비대위는 당원의 총의가 반영된 지도부도 아닙니다. 현 비대위는 국정 뒷받침과 전대 준비에만 집중하고, 당 운영과 조직 전반에 대해서는 새 지도부에 맡기는 것이 상식과 정도입니다.

-당 대표에 출마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제게 전대 출마를 권하는 분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2024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우리 당은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중 16석을 얻는 궤멸적 참패를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무소속으로 연속 당선된 저를 수도권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정치인, 이기는 방법을 아는 정치인으로 평가하는 분이 많습니다. 

저는 윤정부 출범의 책임있는 중진 의원 중 한 명으로서, 그런 요청을 계속 들으면서 모른 척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전대가 언제 어떻게 열릴지 전혀 가닥조차 잡혀있지 않은 상태지만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중진 의원으로서 차기 당 대표의 조건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우선 다음 총선을 앞두고, 우리 당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자 시급한 문제는 수도권 선점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반드시 수도권 출신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상대가 될 민주당은 지금 당 지도부부터 원내지도부까지 모두 수도권 의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 내로남불 자세
핵잠수함 공해에 상시 배치

반면 우리 당은 충청 출신 비대위원장에 이어 영남 원내대표까지 하방에 하방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100여표 차이로 수십개의 국회의원 자리가 왔다 갔다 하는 치열한 수도권 정서와 민심을 깊숙이 꿰뚫어야 하기에 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수도권 의원이 차기 당 대표 적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에는 갈등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현재진행형인 당내 갈등을 풀어나갈 인물이 당 대표가 돼야 합니다. 차기 당 대표는 몇몇 의원들과 덧셈의 정치를 할 것인지, 아니면 뺄셈과 분열의 정치를 할지 고민하겠지만 정치는 당연히 덧셈으로 하는 게 옳습니다.

또 갈등 중재와 용광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당내 갈등을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는 인물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외에도 정무감각이나 정치전략 등 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많이 있지만, 당 대표는 항상 그 시대와 정국이 필요로 하는 인물이 당선됐습니다. 앞으로도 그래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역선택 방지 룰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데?

▲특정 정치인을 대상으로 지지율이 역선택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느 정치인이든지 간에, 민주당 등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크고 작은 비율로 지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도 수도권의 치열한 선거판인 인천에서 정치하면서 당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후보는 윤상현을 지지한다는 분을 무수히 많이 만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 대표를 뽑는 문제를 생각해볼 때 역선택이 끼어들어 결과를 왜곡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있습니다. 

-역선택 방지 룰에 대한 의원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당내 경선에 있어서 역선택 방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 후보나 지자체장 후보를 결정하는 경우, 본 선거에 나갈 후보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민심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고,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 대표는 말 그대로 당의 대표입니다.

더 이상의 추가적인 본 선거가 필요없습니다. 57만명 당원의 대표로서 당원의 총의를 모아 선출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당 대표 본연의 역할과 위상에 가장 부합합니다. 여기에 더해 중도민심, 다른 민심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은 선출된 대표가 당을 이끌고 가는 과정에서 정치를 통해 풀어갈 일이지, 여러 위험 부담을 고려하면서까지 당 대표 선출에 광범위하게 반영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가 전대라는 큰 축제를 통해 선출되는 대표인 만큼 국민과도 함께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여론조사를 반영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대표 선출에 역선택의 영향을 주면서까지 과도하게 반영돼 당원의 총의를 왜곡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수사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사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이렇게 다양한 비리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정치인이 과연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정치인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이 대표가 자꾸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본인의 리스크를 민주당 전체의 리스크로 확대시키고 있는데, 이는 결국 민주당 내 합리적 인사들의 반발을 불러 민주당의 큰 내홍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 대표 본인은 1원도 받은 적 없다며 야당 탄압이라고 강조합니다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까 말이 바뀌었다? 그래서 야당 탄압이다? 이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특검이 박근혜정부 청와대를 사정없이 파헤치던 무렵에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당했습니다.

“비대위, 당원 총의 반영 안 돼”
민주당 압색은 정치탄압과 별개

그때도 “정치탄압을 중단하라”고 했습니다. 파도 파도 계속 혐의가 나오니까 수사하고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지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나 허구한 날 정치탄압, 야당 탄압을 외칩니다. 그런다고 범죄가 가려지는 게 아닙니다. 별로 공감이 되지 않는 정치탄압을 외쳐대니까, 민주당 의원 17명이 정치탄압을 ‘탑압’이라고 잘못 쓴 피켓을 줄줄이 들고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정치탄압 중단하라는 구호를 기계적으로 외치는 것입니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 서면조사로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 주변에 대한 수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보시는지


▲문 전 대통령 주변이라서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정부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은폐되고 묵살했던 사건이 있다면 당연히 낱낱이 밝혀지고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문제가 생겨도 이른바 성역이라는 이유로 접근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진실을 가리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져야 마땅한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당연히 모든 의혹에 성실히 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도 과거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과거 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대해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진실 규명에 협조하겠다는 게 아니라 철저히 방어권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것이 아니라 그냥 피의자로 다루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서면조사를 통보하자, 문 전 대통령 측이 질의서 수령조차 즉각 거부했습니다.

심지어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불쾌해했다고 하는데 어이없는 일입니다. 민주국가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성실히 답해야 할 감사원 질의서에 대해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반응하는 것은 ‘절대 존엄식’ 사고나 다름없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야말로 2017년 취임 12일 만에 4대강 정책감사를 지시해 감사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도록 한 장본인입니다. 대단히 무례한 짓을 직접 지시했던 분은 바로 문 전 대통령 본인입니다.

-핵무장론에 비현실적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이십니다

▲ 저도 독자적 핵무장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국제정치 외교적으로 볼 때 핵무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NPT 체제를 탈퇴해야 되고, 그 순간 외교적, 경제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엄청난 강력한 제재를 가하게 됩니다.

지금 같은 경제상황 속에 그런 외교적 고립을 버텨낼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일단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속에서 우리가 미국의 핵전력을 유효하게 쓰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박근혜 정부 때부터 계속 주장한 것은, 한반도 영해 바깥 인근에다가 미국의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상시 배치하자, 그러면 그게 훨씬 더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예를 들어 핵잠수함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한반도 영해 바깥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우리가 준수할 수 있습니다. 또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고 하면 얼마나 반대 세력이 많겠습니까? 그런데 핵잠수함 공해 배치에 대해서는 영해 밖이므로 반대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그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대안이고, 그 핵잠수함에 탑재된 핵미사일을 한국과 미국 간에 서로 핵공유 협정을 맺으면 훨씬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성범죄자들의 만기출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학적 거세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하셨는데?

▲현행 일명 화학적 거세법 제4조 3항에 따르면 성범죄자에 대한 치료 명령의 청구는 공소가 제기되거나 치료 감호가 독립청구된 성폭력범죄사건의 항소심 변론 종결 시까지 해야 한다고 돼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김근식 사건과 여러 재범 가능성 높은 성범죄자가 출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성범죄자에 대해 출소 후 전자발찌 부착 등의 조치 외에 화학적 거세와 같이 성범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입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기존에는 화학적 거세 대상자가 공소제기나 치료감호 청구자로 제한돼있었습니다. 이에 제가 현재 추진하려는 법안은 독립된 치료 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출소 후 보호관찰 또는 전자 장치 부착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재범의 위험성과 동시에 통원 약물치료의 필요성이 있는 성범죄 전력자에게도 약물치료 명령을 검사가 청구할 수 있도록 신청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김근식과 같이 출소 후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성범죄자에게 약물치료, 즉 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올해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고, 지방선거도 마치고, 21대 국회도 절반을 넘어 반환점을 지난 시기입니다.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변화와 시작이 싹트는 시점입니다. 저도 새로운 윤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힘의 일원으로서 윤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습니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4선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역할과 노력을 해야 할지 다방면으로 고민 중입니다. 앞으로 어떤 길로 가더라도, 항상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최선의 길을 갈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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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