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페이스’ 윤석열-정진석 불편한 동행 내막

‘아군? 적?’ 선 넘은 과잉 충성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은 모두 자기 정치가 하고 싶은 걸까.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차기 당권주자로 자신을 봐 달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일단 힘을 실어줬지만 불편한 기색도 내비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전국 당원협의회 조직 재정비를 예고하면서 당 안팎에서 긴장감이 감돈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시점에 현재 공석인 사고 당협의 위원장을 새로 선임하고, 당무감사를 진행해 기존 위원장들도 대거 교체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 전당대회 시즌으로 돌입하는 시기에 당협 줄세우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친윤(친 윤석열) 주도의 물갈이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대대적인
조직 재정비

이런 탓에 당내 혼란과 분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비대위가 혼란을 불러오는 셈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전국 당협 253곳 중 6개월 이상 위원장이 공석인 사고 당협은 68곳에 이른다. 수치로 환산하면 27% 정도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내정된 16곳의 당협위원장 역시 교체하는 대수술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미 내정됐지만 최고위 의결이 이뤄지지 않아서 새로 공모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한발 더 나아가 정 비대위원장은 필요에 따라 전체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대위의 첫 과제치고는 상당히 중대한 사안이다.


또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이 당 조직 정비를 서두르는 이유는 윤심 세력을 일찍부터 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당협위원장 인선과 당무감사를 통해 최대 100명까지도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총선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당협위원장 교체는 당내에서 ‘쇄신’이 거론될 때마다 정치권에서 꾸준히 꺼내들던 카드다. 그럴 때마다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특정 계파 죽이기 논란도 꾸준히 불거져왔다. 앞서 김무성 전 의원이 새누리당 당 대표를 할 때도 몇몇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면서 내분이 불거진 바 있다.

당협위원장은 지역 당원 조직을 관리하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차기 전당대회에서도 당협위원장의 입김은 세게 작용할 수 있다. 통상 당원 70%로 진행되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원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기도 해서다.

이런 특징상 당협위원장은 당권을 장악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내홍 재차 터지기 일보 직전
원외 당협위원장 불러 압박

정 위원장은 전대 룰을 손볼지도 고심 중이다.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하는 장치다. 


현재 가장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전대 룰 수정 방식은 현 방식인 7:3비율에서 당원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른바 역선택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그가 대대적인 정비에 착수하는 이유는 자신이 주류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차기 당 대표를 입맛에 맞는 인물로 골라야 한다. 2024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국정 동력에 바로 타격이 가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지지율 1위는 유 전 의원이다. 당 내에선 역선택이라며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럴수록 유 전 대표는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조강특위와 당무감사 카드 역시 유 전 의원 견제용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조강특위는 과거 이 전 대표가 띄운 바 있다. 정 위원장은 당협 쇼핑으로 이 전 대표와 갈등을 빚었었다. 그러나 최근 그 화살은 부메랑이 돼 정 위원장에게 그대로 돌아왔다. 

이준석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당협위원장 정리는 명분일 뿐이고 사실상 자신들을 찍어내기 위한 과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상 이 전 대표를 확인 사살하는 것 아니냐는 데서 비롯된 의심이다. 

대놓고 
줄세우기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는 바른정당계 인물이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의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도 바른정당 출신이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만 해도 바른정당 출신 인물들이 국정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점점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다.

한 이준석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줄세우기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비대위가 정리를 위해 칼을 뽑는 행위가 의심받을 소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협위원장이 새로 임명되면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할 수 있다”며 “당권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구도가 돼 충분히 정치적 입김을 발휘한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 전 대표 시절에도 당무감사를 진행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착수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 위원장은 자유한국당계 인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정무수석으로 근무한 바 있다. 과거부터 쭉 보수정당에 몸을 담아왔다. 

당시에는 계파에 몸담지 않았다는 평가가 내려졌고, 여러 갈등도 잘 봉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윤 대통령에게 바짝 엎드리는 모양새다. 그가 윤 대통령을 계속 엄호하고 나서는 이유는 당권 욕심 때문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 본인이 직접 당권을 잡기 위해 포석을 다지는 행위인 셈이다. 


비대위가 출범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정 위원장은 TK(대구·경북) 방문길에 올랐다. 수재민 간담회, 지역 시장 방문 등을 통해 텃밭 민심을 확인하러 가기도 했다.

민심을 챙기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공식 행보였지만, 당내에서는 당권으로서 텃밭을 다지기 위한 행동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역민심이 당권을 좌우하는 영향이 큰 것을 비춰볼 때 마냥 당연한 행보가 아니라는 것.

이 전 대표
확인 사살

윤 대통령과 정 위원장 입장에서는 당권주자들이 완벽한 ‘친윤’이 아닌 게 불안할 수 있다. 직접 전대 출마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정 위원장 본인도 당권 출마에 대해 크게 부인하지 않는 모습이다.

정 위원장의 전대 출마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당이 여전히 갈라져 있는 데다 이미 그는 과거에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여러 번 맡아봤다. 야당과의 관계도 나쁜 편이 아니었다. 

입맛에 맞는 당협위원장을 미리 심어놔야 자신은 물론 윤 대통령에게도 유리하다. 문제는 정 위원장의 행위를 두고 당내에서 여러 비판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신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정 위원장을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정권 1년 차에 비대위 지도부라는 비정상적인 운영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포문을 열었다. 전당대회에 몰두해야 할 시점에 갑자기 당 조직을 재편할 이유가 없다고도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비대위 관계자는 김종인 비대위 시절에도 당무감사가 진행된 적이 있다며 정 위원장이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계획대로 정비를 해야 하는 명분으로 과거에 진행됐던 전체적인 정비가 당의 기반도 조정할 수 있었고 보궐선거 승리로 이어졌다는 게 정리의 명분이다.

그는 결코 “정치적이거나 이준석계 지우기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반면 비윤(비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다.

한 비윤계 인사는 “당협위원장 재공모까지는 가능하다 쳐도 당무감사까지는 선을 넘었다”며 “비대위 체제가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게 아니다. 당무감사는 차기 지도부에게 맡겨도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정 위원장의 행보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원외 당협위원장을 초청해 오찬 자리를 가졌다. 

당내서도 비대위원장 월권 비판
대통령실 일부서 불편한 기류도

이날 오찬에서는 나경원(서울 동작구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정유섭(인천 부평갑) 위원장, 경대수(충북 증평진천음성) 위원장 등 100명이 참석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정 위원장이 참석했고,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엄태영 조직부총장이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전희경 정무1비서관 등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이 시급하다”며 “정치를 선언하고 국민 앞에 나설 때 모든 것을 던지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 대해 대통령실은 원외당협위원장과의 만남을 당협위원장들의 노고에 감사한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원외 지역구에선 당협위원장이 차기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만큼 윤 대통령이 사실상 압박을 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압박이 통하지 않을 경우는 변수다. 

장기간 내홍에 지친 국민의힘이 또 다른 분란에 휩싸인다면 고스란히 그 책임은 정 위원장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정치권도 정 위원장의 계획을 국민의힘의 새로운 내홍 불씨로 본다. 앞서 정 위원장은 ‘낀박’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그는 새누리당 역사상 최초 원외 당선자 신분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된 바 있다. 당시 김도읍 의원과 민경욱 원내대변인 등 친박(친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원내대표단을 꾸렸으나 친박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당시 정 위원장은 총선 참패 인원을 숙청하는 역할을 맡았다. 비박(비 박근혜)계로 이뤄진 비대위원 인선안을 내놨지만, 친박계가 상임전국위를 무산시켜버렸다. 이는 정 위원장이 안타까운 별명을 얻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오히려 혼란을 자초했고, 보수 분열의 시초가 됐다. 현재 국민의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도 보수 세력이 화학적인 결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이는 민주당에게 연일 공격거리를 제공하는 꼴이다.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정통성이 아니면 정당성이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 당원들의 임시 체제기 때문이다. 임시 체제에서 당협위원장을 바꾸겠다는 행위가 월권으로 비춰질 수 있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을 때 권한대행이 장관을 싹 바꿔 버리는 행동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비대위는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에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변화는 오히려 모험이라고 여겨진다. 사실상 자신들이 원하는 당 대표를 세우기 위한 포석을 까는 셈이다. 

완장 차고…
또 닥칠 혼란?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위원장이 과도하게 윤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며 “오히려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정 위원장이 오버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4에 해당하는 당협위원장은 대의원을 지명하고 여러 가지 당협의 핵심 당원 관계자들을 관리하고 조직책으로서의 역할이 있다”면서도 “(정 위원장이)생각하는 분들이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되면 차기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진석 다음 부의장은?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후임 국회부의장 자리를 놓고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올랐다.

우선 당내 최다선인 서병수 의원과 김영선 의원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정우택 의원까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층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핵심 변수는 마찬가지로 윤심이다.

윤심을 기반으로 당 주류가 된 친윤계의 의중에 따라 국회부의장의 향방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본래 국회의장단 선출은 최다선과 연장자를 기준으로 하는 게 관례로 추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다선 의원 여럿이 출마의 변을 밝히며 경쟁구도가 한층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가장 먼저 도전을 밝힌 서 의원은 현역 의원들과 꾸준히 소통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서 의원은 정 의원에게 국회부의장직을 양보한 바 있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김 의원은 보수당 최초의 여성 국회부의장에 도전한다.

강점은 당의 개혁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서 의원의 강력한 대항마로 불린다.

후보군 중 가장 오랜 정치 경력을 보유했고, 행정 경험을 갖춘 바 있다.

또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하면서 어수선한 당을 정리하는 정치적인 능력도 인정받았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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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