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설의 조건’ 검찰-유동규 빅딜설 실체

충신? 간신? 어떤 유혹에 넘어갔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일반 살인보다 면식범의 살인이 더 잔인한 경우가 많고, 타국과의 전쟁보다 내전이 더욱 살벌한 경우가 많은 법이다.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에서 내전이 발발했다. 구속 기한이 만료돼 풀려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본부장이 이 대표에게 날선 폭로를 연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오른팔이었던 그가 갑자기 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는 약 1200명(민주당 추산)의 민주당 관계자가 모여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공개 비판했다. 1000명이 넘는 규모의 인파가 국회에 모여 행사를 진행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 1200명
장외투쟁 조짐

이 모임의 주동자라고 여겨지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가의 운명이 달린 안보가 위태롭고 민생과 경제는 파탄 지경인데 컨트롤 타워는 대체 어디에 가 있나”라며 “이런 위기 속에서도 정부는 일부 정치검찰을 앞세워서 공안통치로 야당을 탄압하고 전 정부를 공격하는 데 국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날 규탄대회는 전날인 25일부터 이어져왔다. 첫 대회는 국회 본청 내 로텐더홀에서 열렸고 다음날엔 야외로 나와 규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검찰이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후 이날 규탄대회가 계획돼있었다고 언론에 알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전날 있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 때문이라 믿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은 매일 ‘폭로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만큼 그의 폭로는 구체적이고 치명적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형제라고 불렀던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이제는 사실만 이야기하겠다”며 “내가 벌받을 건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다. (이 대표를)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다소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그의 ‘폭로 예고’에 다급해진 건 이 대표 측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폭탄 발언을 하기 바로 전날부터 이 대표 측에 대한 이빨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전격 구속시킨 것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체포한 이유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들었다. 그가 지난해 4~8월경 유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남욱 변호사 등에게서 총 8억4700만원가량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경은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으로, 경선 초기 세가 약했던 이재명 캠프는 정치자금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시기에 김 부원장은 이재명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돈의 액수와 돈을 받은 시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검찰은 그가 받은 8억이 대선 경선 운동에 쓰였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 부원장의 구속을 두고 정계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야권은 ‘야당 탄압’의 일환이라며 반발했고, 여권은 ‘정당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다만 법조계는 김 부원장 구속에 대한 사실 자체보다 경찰이 그에게 적용시킨 혐의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당초 대장동 수사를 하고 있던 검찰이 뜬금없이 왜 ‘불법 대선자금’ 혐의를 적용했냐는 것이다.

‘오른팔’ 연일 폭로…변심 이유는?
불법 대선자금 판도라 상자 열리나

검찰은 그동안 김 부원장이 성남시의원 재직 시절부터 대장동 관련 사업에 깊게 관여돼있다고 의심해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었다. 대장동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도시공사가 개발한 택지의 막대한 이익을 ‘화천대유’라는 회사가 가져간 사건이다.

여기서 남 변호사는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와 화천대유 사이의 금전 거래 구조를 만들어낸 ‘설계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시가 개발한 도시의 개발 이익금 수천억원을 특정 회사에서 가져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여론의 질타는 ‘도시 개발에 관련된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 어떻게 가능했겠냐’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도시개발에 관련된 사람들로는 이 대표의 측근들이 언급됐다.

명실상부 이 대표의 오른팔로 자리매김한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실장부터 유 전 본부장, 그리고 김 부원장 등이다. 검찰은 해당 의심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따라서 검찰이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할 때 정계에선 검찰이 드디어 ‘대장동 단서’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검찰이 문제삼은 것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받은 대선 후원금이었다.

대장동 수사에 집중하고 있었던 수사팀이 대선자금부터 수사하는 것을 보고 법조계는 “유 전 본부장이 구체적인 증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을 토대로 불법 대선자금을 밝혀낸 뒤, 연결고리를 찾아내 대장동까지 칠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것이다.


검찰은 최장 20일인 구속 기간 동안 김 부원장에게 8억원의 사용처와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또 돈을 건넨 사람 중 남 변호사가 포함된 것으로 미뤄볼 때, 대장동 수사에 대한 연결고리도 함께 알아낼 전망이다.

특히, 남 변호사가 8억원을 건넨 이후 김 부원장에게 부동산 신탁회사 설립과 경기 안양시 개발사업을 위한 탄약고 이전을 청탁했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는 더욱 탄력받는 모양새다.

연결고리
시나리오

지난 1년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대장동 수사’가 유 전 본부장의 결정적인 진술로 구체화되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 협력적인 자세를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힘을 받는 추측은 그가 검찰과 형량 거래, 이른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을 했다는 의심이다. 실제로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될 때, 검찰은 그에 대한 추가 구속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수차례 받았다. 검찰은 석방 이유로 “법원이 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 사건을 기존 대장동 사건과 병합하지 않기로 해 석방된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병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속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다른 사건을 찾아내 연장하던 그동안 검찰의 관례를 비춰볼 때,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에 의지가 약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일부러 유 전 본부장을 풀어줬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전날 김 부원장을 구속하면서 ‘유 전 본부장을 풀어주고, 김 부원장을 구속하는’ 그림이 연출됐다.

우호적이지 않던 시절에 풀어준 것이 아니라 수사에 매우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석방한 것으로 볼 때 민주당 측은 ‘검찰과 유 전 본부장 사이의 모종의 사법거래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친명(친 이재명)계의 좌장격 인물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동규씨가 구속돼있다가 재판 도중 석방됐는데, 속된 말로 거래가 있지 않았겠냐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 동의하에 석방됐는데 그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유 전 본부장을 대장동 일당과 친밀한 관계로 묶었는데, 김 부원장은 이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유동규씨 신병 확보와 관련해 검찰청에서 기자들과 차장 검사의 티타임이 있었는데 ‘병합이 돼야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이렇게 말했다”며 “병합이 안 되면 구속영장 관련해선 되는 게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병합과 구속영장이 하나의 전제조건이고 필수조건이냐”고 일침했다.

8억원 타고
대장동으로

민주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그의 석방 문제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혐의를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적용한 것을 두고 “검찰이 형량이 비교적 낮은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유 전 본부장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뇌물죄는 액수에 따라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죄다.

그에 반해 정치자금법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정해져 있다. 정치자금법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 중 형량을 비교적 길게 받았다고 일컬어지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원(뇌물 약 9억원 수수 추산)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뇌물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는 사람은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형량에 큰 차이가 없다”며 “내가 알기론 약 1000만원 정도 벌금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뇌물을 받은 쪽은 어떤 혐의를 적용받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정치자금법으로 처벌받는 쪽이 훨신 형량이 감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따라서 뇌물 수수 의혹이 뇌물죄로 처벌받는다면 5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만큼 심각한 위기에서는 빠져나왔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유 전 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의 사이를 주목한다. 김 전 처장은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인물이다.

대장동개발사업 당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임무를 맡았던 부서에 근무했고,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석방 사례 이례적…혐의도 ‘정치자금법’
여 “배신감” 야 “검과 형량 거래 의심”

김 전 처장의 사망 소식이 보도되자, 세간의 이목은 이 대표에게 쏠렸다. 그의 재판과 관련된 참고인들이 이미 여럿 죽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한 매체에 출연해 “(김문기 전 처장을)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그때 당시 팀장이었을 텐데 제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경기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김 전 처장과 해외순방을 다녀온 동영상이 퍼지고, 그와 만난 현장 사진이 수차례 등장하면서 이 대표는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김씨의 유족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8년 동안 충성을 다하면서 봉사한 아버지 죽음 앞에 조문이나 어떠한 애도의 뜻도 안 비쳤다”며 “저희 가족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나왔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분명히 아는 사이였고, 인연도 굉장히 오래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 전 본부장의 생각과 일치한다. 유 전 본부장은 “왜 변심했느냐”는 취채진 질문에 “(이 대표가)김문기를 몰라? (나랑)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세계에는 의리 그런 게 없더라. 내가 지금까지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며 이 대표에게 실망한 기색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한 점에 크게 실망했고, 그 때문에 본인도 의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결심했다.

국민의힘은 유 전 본부장의 변심은 검찰의 사법 거래 때문이 아니라,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주장한 이 대표의 ‘말’ 때문이라 강하게 믿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유 전 본부장과 김 전 처장의 관계다.

사실 김 전 처장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끌어들인 인물은 유 전 본부장이다. 검찰 측 주장에 따르면,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의 관계는 이 대표가 정계에 데뷔하기 전부터 이어져왔다.

이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정계에 데뷔하자 김 전 처장은 그의 하위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통틀어 약 10차례 대면 보고와 회의를 진행했다.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이 국민의힘과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이다.

유 입만
바라보다

폭로를 결심한 이유가 배신감 때문이든, 사법 거래 때문이든 칼날은 이 대표를 향해 빠르게 날아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났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정계와 언론은 유 전 본부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플리바게닝이란?

현재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되지 않은 제도지만, 미국과 프랑스, 일본, 영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형량 거래 제도’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 형사 사건의 90% 이상이 이 제도를 통해 기소가 이뤄지고 있다.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하면 결정적인 증언과 단서를 제공받아 범죄자를 효과적으로 색출할 수 있다는 효과를 볼 수 있고, 공익 제보를 통해 피의자가 사회에서의 갱생의 기회를 더욱 폭넓게 보장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진실을 추구하는 재판이 ‘거래’로 얼룩진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2010년 법무부가 수사 협조자에 대한 형별 감경의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된 적이 있으나 반대 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국무회의에서 유보시켰다.

공식적인 플리바게닝 도입은 무산됐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형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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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