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록 법무사의 쉬운 경매> 주민등록을 옮기면 안 되는 이유

[Q] 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권을 갖춘 임차인입니다. 집주인이 주민등록을 잠시 옮겨달라는 데, 괜찮을까요?

[A] 주민등록을 옮기면 안 됩니다.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대항요건(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갖추면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해 대항력이 생기고(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대항력), 경매기입등기 전에 대항요건을 갖춘 소액임차인에게는 주택가액(토지가액 포함)의 1/2 범위 내에서는 선순위 담보권(저당권, 근저당권, 가등기담보권)보다 더 우선적으로 소액보증금을 변제해 주고(법 제8조)(소액보증금의 우선변제권 ­ 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권과 구별하기 위해서 최우선변제권이라고도 한다),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후순위 권리자보다 우선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법 제3조의2)(확정일자에 의한 우선변제권).

위와 같은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려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해야 하는데, 대항요건으로서의 주민등록은, 주민등록이 주민등록법상의 절차에 따른 유효한 주민등록이어야 하고, 실제의 거주를 표상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또한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이라는 임대차의 공시방법은 등기라는 원칙적인 공시방법에 갈음해 마련된 것이므로, 임대차 공시방법으로서의 주민등록이 유효한 공시방법이 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주민등록이 등기사항증명서상의 주택의 현황과 일치해야 합니다. 

다만 주택의 소유권보존등기가 이뤄진 후 토지의 분할 등으로 지적도,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의 주택의 지번 표시가 분할 후의 지번으로 등재돼있으나 등기부에는 여전히 분할 전의 지번으로 등재돼있는 경우, 임차인이 주민등록을 함에 있어 토지대장 및 건축물대장에 일치하게 주택의 지번과 동호수를 표시했다면 설사 그것이 등기부의 기재와 다르더라도 사회통념상 임차인이 그 지번에 주소를 가진 것으로 제3자가 인식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유효한 임대차의 공시방법이 됩니다(대법원 2001다63216 판결).


그리고 주택의 임차인이 그 주택의 소재지로 전입신고를 마치고 입주함으로써 임차권의 대항력을 취득한 후 일시적이나마 다른 곳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했다면, 전출 당시 대항요건을 상실함으로써 대항력은 소멸하고, 그 후 임차인이 다시 그 주택의 소재지로 주민등록을 이전했다면 대항력은 당초에 소급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재전입한 때로부터 새로운 대항력이 다시 발생합니다(2002다20957).

또한 주택임차인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에 의해 주민등록이 직권말소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그 대항력은 상실된다고 할 것이지만, 직권말소 후 동법 소정의 이의절차에 따라 그 말소된 주민등록이 회복된 경우에는 그 대항력이 유지된다고 할 것이고, 동법시행령 제32조(말소자와 거주불명 등록자 재등록 등)에 의해 재등록이 이뤄진 경우에는 직권말소 후 재등록이 이뤄지기 이전에 주민등록이 없는 것으로 믿고 임차주택에 관해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해 임차인은 대항력의 유지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2002다20957).

주택 임차인이 그 가족과 함께 그 주택에 대한 점유를 계속하면서 그 가족의 주민등록을 그대로 둔 채 임차인만 주민등록을 일시 다른 곳으로 옮긴 경우라면, 전체적으로나 종국적으로 주민등록의 이탈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대항력을 상실하지 않습니다(95다30338).

경매목적 부동산이 경락된 경우에는 소멸된 선순위 저당권보다 뒤에 등기됐거나 대항력을 갖춘 임차권은 함께 소멸합니다. 따라서 그 매수인(경락인)에 대해 그 임차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99다59306).

즉, 대항력을 갖추기 전에 선순위 저당권이 있으면 매수인에게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선순위 저당권이 있는지 여부는 등기사항증명서에 의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유자가 주택을 매도함과 동시에 매수인으로부터 당해 주택을 임차한 경우(소유자가 집을 팔고 임차인이 된 경우)에는 소유자의 주민등록은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이후에야 비로소 대항력 인정의 요건이 되는 주민등록이 되므로, 소유권이전등기 다음날부터 대항력을 갖게 됩니다(99다59306).

주택임차인이 임차주택을 직접 점유해 거주하지 않고 그곳에 주민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임대인의 승낙을 받아 적법하게 임차주택을 전대하고 그 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아 자신(전차인)의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이로써 당해 주택이 임대차의 목적이 돼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공시될 수 있으므로,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정한 대항요건을 적법하게 갖췄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주택임차인이 임차한 주택을 임대인의 승낙을 받아 전대차하고 전차인이 입주한 경우에는 임차인(전대인)이 간접점유자가 되고 전차인이 직접점유자가 되는데, 이때는 간접점유자인 임차인의 주민등록으로는 적법한 주민등록이라고 할 수 없고, 실제로 당해 주택에 거주하는 직접점유자의 주민등록을 해야 비로소 제3자에 대해 적법하게 대항력을 취득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주민등록법 제6조, 대법원 2000다55645 판결).

법인은 법인이 임차인이고 법인의 허락을 받은 자연인이 주민등록을 마쳤더라도 이를 법인의 주민등록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96다7236).

그러나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저소득층 무주택자에게 주거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전세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법인(한국토지주택공사, 지방공기업법 제49조에 따른 지방공사)이 주택을 임차한 후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그 법인이 선정한 입주자가 그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에는 대항력이 인정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해당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 다만 위와 같이 대항력이 인정되는 법인에 대해서는 우선변제권이 인정될 수 있으나(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 제3조의3 제5항), 소액보증금의 우선변제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 제1항).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외국인의 외국인 등록과 체류지 변경신고는 주민등록과 전입신고를 갈음하며(출입국관리법 제88조의2 제2항),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외국국적동포의 거소신고 또는 그 이전신고도 마찬가지입니다(출입국관리법 제10조 제4항).

한편 재외국민의 경우 2015년 1월22일부터 주민등록법이 개정되면서 재외국민 주민등록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재외국민도 주민등록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외국국적동포가 국내거소신고와 거소이전신고를 한 경우, 외국인이 외국인 등록과 체류지 변경신고를 한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주택임대차의 대항요건으로 정하는 주민등록과 같은 법적 효과가 인정되고, 이 경우 국내거소신고 등을 한 때에 전입신고가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2015다254507). (그러므로 매수 희망자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에 외국국적동포 또는 외국인은 주민등록등초본, 전입세대열람내역(지번/도로명)에 나오지 않으므로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 확인 시 주의해야 합니다).

주민등록은 다가구주택의 경우에는 지번만 기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고, 위 건물 거주자의 편의상 구분해놓은 호수까지 기재할 의무나 필요는 없습니다(97다47828).

그러나 다세대주택(공동주택)의 경우, 지번만 표시하고 동·호수를 누락하거나 주민등록이 등기사항증명서상 동·호수와 다르게 기재돼있는 경우에는 그 주민등록은 공시방법으로서 유효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99다4207).

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에 대한 구별은 건축법시행령 별표 제1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축법시행령에서 정하는 다가구주택은 다음의 요건을 모두 갖춘 주택으로서 공동주택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1) 주택으로 쓰는 층수(지하층은 제외한다)가 3개 층 이하일 것. 다만, 1층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필로티 구조로 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을 주택(주거 목적으로 한정한다) 외의 용도로 쓰는 경우에는 해당 층을 주택의 층수에서 제외한다.
2) 1개 동의 주택으로 쓰이는 바닥 면적의 합계가 660제곱미터 이하일 것
3) 19세대(대지 내 동별 세대 수를 합한 세대를 말한다) 이하가 거주할 수 있을 것」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그 임차주택을 등기부상 표시(202호)와 다르게 현관문에 부착된 호수의 표시(302호)대로 그 임대차계약서에 표시하고, 주택에 입주해 그 계약서상의 표시대로 전입신고를 하고 그와 같이 주민등록표에 기재된 후 그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부여받은 경우, 그 임차 주택의 실제 표시와 불일치한 표시로 행해진 임차인의 주민등록은 그 임대차의 공시방법으로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임차권자가 대항력을 가지지 못하므로, 그 주택의 경매대금에서 임대차보증금을 우선변제받을 권리가 없습니다(95다55474).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계약서의 임대차목적물 표시에 아파트의 명칭과 그 전유부분의 동·호수의 기재를 누락했다는 사유만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확정일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확정일자의 요건을 규정한 것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담합으로 임차보증금의 액수를 사후에 변경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일 뿐, 대항요건으로 규정된 주민등록과 같이 당해 임대차의 존재 사실을 제3자에게 공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와 같이 임대차계약서에 임대차 목적물을 표시하면서 아파트의 명칭과 그 전유부분의 동·호수의 기재를 누락했다는 사유만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에 규정된 확정일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99다7992).

반면 상가건물임대차에 있어서는 임대차계약서가 사업자등록의 첨부서류로서 공시되므로, 임대차계약서의 목적물의 표시가 건축물관리대장 또는 등기사항증명서상의 목적물의 표시와 정확하게 일치해야 하고, 건물의 일부분을 임차한 경우 그 사업자등록이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한 임대차의 공시방법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신청 시 그 임차 부분을 표시한 도면을 첨부해야 합니다(2008다44238).

대항력은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날부터 발생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다음날부터 대항력이 생긴다’고 함은 다음날 오전 0시부터 대항력이 생긴다는 취지므로(99다9981), 다음날 경료된 저당권에 기한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임차주택에 대한 주민등록 전입일자가 근저당권설정일자와 동일한 경우 그 대항력은 다음날 오전 0시부터 발생하므로 결국 근저당권자보다 늦게 되어 대항력을 취득하지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①2022년 9월15일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임차권 ②2022년 9월15일 설정된 근저당권 ③2022년 9월16일 설정된 근저당권 중 우열을 따지면 ②→①→③ 순입니다.

그러므로 임차권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후 일시적이나마 다른 곳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했다면, 대항요건을 상실함으로써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소멸하므로 주민등록을 옮기면 안 됩니다.


<02-535-3303 · www.김기록법무사공인중개사.com>


[김기록은?]

법무사·공인중개사
전 수원지방법원 대표집행관(경매·명도집행)
전 서울중앙법원 종합민원실장(공탁·지급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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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