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윤정부 내각 세 가지 퍼즐

골라도 문제 놔둬도 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고민에 빠졌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김건희 리스크, 비선 논란 등이 윤 대통령 지지율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부실 인사 논란까지 가중되면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비서관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책임론까지 제기된다.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윤석열정부에서 낙마한 이들만 3명이다.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중도 하차했다. 윤정부를 엄호하던 정부여당 국민의힘조차 이들의 임명 강행이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그 우려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이어 아웃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정호영 전 후보자에 이어 지난 4일 자진사퇴했다. 장관급 인사 중 세 번째 낙마자가 생기면서 여론까지 악화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늘 자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면서 “고의적으로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바가 전혀 없으며, 회계 처리 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최종적으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각종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설명했으나, 이 과정에서 공직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던 저의 명예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상처를 입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지도부의 사퇴 요구에 반발했으나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고 윤 대통령도 ‘신속한 처리’ 방침을 밝히자 결국 물러났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교수 시절 여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위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2014년 회식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참석한 분들께 불편을 드린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0일엔 “큰 공직을 맡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 않는다. 교직에만 매진하겠다”며 자진사퇴했다.

여당이 직접 나서 부적격 후보자의 퇴로를 마련한 것은 그만큼 부실 인사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하락하고 있다.

칼자루 쥔 검찰 잇단 인사 구멍
‘욕먹어도’ 장관 논란 불구 강행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내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만취 ‘음주운전’으로 논란이 일었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박 부총리는 이외에도 각종 연구 윤리 관련 의혹, 조교 갑질 논란을 해소하지 못해 임명 직후에도 비판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야당은 인사 부실이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공세의 표적으로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된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당연하다”며 “혈중알코올농도 0.251%의 만취 운전을 한 박 부총리 역시 자진 사퇴가 정답”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동영 대변인도 “박 부총리도 만취 운전에 이어 교수 시절 갑질 의혹 등이 추가로 연일 드러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소명 없이 무리한 임명 강행은 윤석열정부의 또 다른 인사 참사를 예고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실 인사 논란이 잇따르자 대통령의 인사철학과 스타일은 물론이고 대통령실이 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자녀 특혜 논란(정호영 전 후보자), 방석집 논문 심사 논란(김인철 전 후보자)으로 중도 낙마 사태를 겪고도 또다시 부실 인사 논란을 초래한 것은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전조 증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정부가 ‘능력주의 인사’ 프레임에 갇혀 도덕성 검증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김 후보자 논란에 대해 “공무원은 자기가 맡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평소 인사철학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적격 후보자들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윤 대통령의 인사 기준이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인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곧바로 지지율로 반영되는데도 대통령실 참모들 모두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정부 인사 참사 논란이 지속되면서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도 애매해졌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지금 수장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정부부처는 정책 변화나 추진 등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며 “부실 인사 논란이 지속돼도 최대한 빨리 내각을 완성시키는 것이 옳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증 안 했나 못 했나
수장 공백 장기화 모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인사정보관리단(관리단)을 출범시켰다. 윤정부 초반 뚜렷한 검찰 약진 기조가 이어졌다.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 산하의 관리단 요직을 검사들이 꿰찼고, 대통령실의 2차 추가 검증 역시 검찰 출신이 담당하는 구조가 됐다.

윤 대통령 임기 중 대법관·헌법재판관 등 인선도 줄줄이 예정돼 사법부 최고 법관 검증 우려와 현행법 저촉 논란도 제기된다.

법무부는 대통령령 개정에 따라 이날 출범한 관리단 초대 단장에 행정고시 출신 정통 공무원인 박행열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리더십개발부장을 임명했다. 사회 분야 정보수집을 맡는 인사1담당관에는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이, 경제분야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2담당관에는 이성도 전 국무조정실 평가총괄과장이 각각 선임됐다.

이 담당관과 함께 검찰 출신으로는 김현우 창원지검 부부장검사와 김주현 법무부 정책기획단 검사가 관리단에 합류했다. 이들은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나란히 파견돼 손발을 맞춘 이른바 ‘친윤’ 검사들로 분류된다.

인수위에 이어 현 정부 인사검증 업무의 연속성을 감안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현직 검사들의 잇단 중용에 검찰 안팎에서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관리단은 향후 대통령 비서실장이 고위인사 후보군을 압축해 전달하면 1차 검증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인사검증 자료는 다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넘어가 2차 검증이 이뤄진 뒤 윤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최종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은 현재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이 맡고 있다.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청와대 인사기획관(복두규), 인사비서관(이원모), 법률비서관(주진우) 등은 모두 검찰 출신이자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채워졌다. 현 정부 인사검증 라인을 모두 검찰이 장악한 셈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사회와 보수 언론조차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장관 후보자들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검찰 출신 인사들이 객관적 검증을 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검찰 안팎에서조차 부실 검증 논란이 지속되면서 인사를 담당하는 대통령실·법무부 관계자들이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혹이 사실로

한 재경 지검 부장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검찰 출신들이 인사 라인을 장악하면서 철두철미할 것이라는 장점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윤정부의 기조는 ‘제 식구는 프리패스’”라며 “차후 부실 인사 논란이 또 불거져도 그 누구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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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