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도체제’ 당권 노리는 이재명의 큰 그림

양보하는 척 뒤에선 호박씨?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타협은 양쪽이 서로 양보할 때 이뤄진다. 서로에게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면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중립지대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양 계파에 서로 양보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친명계가 반응했다. 비명계가 주장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에 유화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몇몇 사람은 여기에도 숨은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이 ‘이재명 성토대회’로 끝났다. 현장 취재진들에 따르면, 다수의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재명 의원을 찾아가 ‘전당대회 출마 포기’를 직접 제안했다. 이 의원이 전에 참여하지 않아야 당이 통합할 수 있다는 명분 아래서다.

‘명’때린
워크숍 풍경

민주당은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대규모 워크숍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한 15명이 빠진 155명 의원 전원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민주당 의원 간의 연속 토론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토론의 주제는 쇄신과 혁신, 당내 현안 등 매우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핵심 화두는 내달 28로 예정돼있는 전대 룰 개정과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여부’였다. 당을 어떻게 혁신해야 할지, 또 쇄신이 이 의원의 불출마로 시작될지를 두고 155명의 의원이 함께 고민한 것이다.

당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의원을 압박했다.


이날 행사에서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 3연패에 대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서울시장 후보와 보궐선거 후보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을 남겼다. 팬덤 정치 극복과 디지털 윤리 강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선거 패배 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모두가 간접적으로 이 의원을 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 제20대 대선후보였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다.

또 ‘개딸’ ‘양아들’ 같은 팬덤이 두터워지고 있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이 의원을 향한 팬층이 두꺼워지는 것을 보고 비명계 의원들은 팬덤에 휘둘리는 정치를 그만하라고 계속 조언하고 있다.

이들처럼 간접적으로 말한 이들이 있는 한편, 직접적인 항의를 한 의원들도 있었다. 이날 워크숍은 15개조를 짜서 의원들을 배치해 난상토론 형식으로 마련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4조에 이 의원과 친문(친 문재인)의 대표격인 홍영표 의원이 한조로 묶였다.

현장을 지켜보던 기자들은 곧바로 ‘죽음의 조’라 부르며 14조의 토론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들과 함께 14조에 묶였던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두 사람이 두 시간가량 깊게 이야기했다”며 “홍영표 의원이 진지하게 이 의원에게 불출마할 것을 권유했다. 당내 갈등 해소 차원에서 함께 2진으로 물러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워크숍 이후 홍 의원과 또 다른 대표 친문 인사인 전해철 의원은 전대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 워크숍 난상토론
‘죽음의 조’ 무슨 일이?

그러나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흔들림이 없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오히려 워크숍 이후 본인의 거취를 더욱 빠르게 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측 한 인사는 “이 의원은 당초 전대 출마 선언을 최대한 늦게 미룰 예정이었지만, 비명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직접 듣고 시기를 조정할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일요시사>에 알려왔다.

다만 이 의원이 반대 세력의 의견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함께 전했다. 현재 이 의원은 당 대표 출마와 당내 통합이라는 두 가지 쟁점을 모두 아우르기 위해 깊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주당 쪽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의하면, 이 의원은 ‘집단지도체제’ 수용에 점차 무게를 두고 있다. 당내 통합을 위해 한걸음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만일 집단지도체제를 수용한다면 그의 당 대표 출마 명분은 한층 더 짙어지게 된다.

비명계 의원들은 지난달부터 민주당의 지도체제를 통째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 대표 권한이 막강한 현재의 ‘단일성 지도체제’를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9일 재선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의 지도체제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가 좋겠다는 재선 의원 다수의 의견을 모았다”며 “다양한 당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게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조응천 의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일 땐 강력한 대통령이 있고, 또 그만한 권한과 권위가 있지만, 야당일 땐 그게 약하다”며 “그래서 권한과 책임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원트랙(집단지도체제)으로 갔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제 야당이 되었으니 지도부 구성도 달리해야 힘 있는 정당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립 지대에 있다고 알려진 조 의원의 의견이 더해지며 민주당의 집단지도체제 개편은 한층 더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원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최고위원들의 권한을 증대시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집단지도체제하에서는 당내 각 계파의 목소리가 적절히 섞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고위원 한 명 한 명의 영향력이 증대되기 때문에 당 지도부 전체의 위상도 올라간다. 집단지도체제의 모든 의사결정은 지도부 구성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며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다.

이때 당 대표는 대외적인 대표성만 갖게 되는데 당 대표가 회사의 CEO라면, 최고위원은 회사의 이사 정도의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식물 대표’
책임 나누기?

투표 방식도 단일성 지도체제와는 달라진다. 기존 단일성 지도체제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구분해 투표한다. 대표직에 도전한 후보들은 당 대표 선거에서 따로 경쟁하고, 최고위원직에 도전한 후보들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따로 경쟁하는 구조다.

그러나 집단지도체제 투표는 두 가지에 대한 구분이 없다. 민주당원들은 선거에 나온 후보 모두에게 투표가 가능하며 여기서 표를 많이 획득한 순으로 직함이 나뉜다. 1등을 기록한 후보는 대표로, 2등은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 3~6위 후보 네 명도 최고위원으로 각각 선출된다.

선거에서 떨어진 이들이 모두 평의원으로 돌아가는 단일성 선거와는 달리, 당내 유력 주자 전부 지도부로 등용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집단지도체제 선거는 당내 인력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뚜렷한 장점도 갖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지도부를 구성하다 보니 정무를 소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단점도 많다. 집단지도체제하의 당 대표는 권한이 축소돼 ‘식물 대표’라는 별칭이 따라붙고, 지도부가 현안 하나하나를 처리할 때마다 난상토론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계파 갈등이 국민들의 눈에 자주 비치게 된다.

집단지도체제 폐해의 좋은 예가 ‘옥새 들고 나르샤’라고 알려진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파동이다. 새누리당은 집단지도체제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총선 실패를 한 차례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2004년부터 2016년 까지 12년간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왔다.


12년간 당내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영향력이 막강한 리더가 있었기 때문에 지도부 사이의 갈등이 극심하게 일어나진 않았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며 당 지도부를 떠나면서 벌어졌다.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친박(친 박근혜)’과 ‘비박(비 박근혜)’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인기가 높았던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선거에서 연전연승했다. 당선 보증수표라는 수식어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무기로 정치 생활을 이어나가려는 인물이 다수 포진돼있었다.

실제로 ‘친박’ ‘진박’ ‘진실한 사람’ 등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기준으로 새누리당의 계파는 형성되고 있었다. 당 대표였던 김무성 전 의원은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아 ‘비박’계에 속한 인물이었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비박계의 대표로 인식됐고, 박 전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등 갈등이 깊었던 상태였다. 

한편 최고위원 다수는 ‘친박’계가 차지하고 있었다. 당 대표와 갈등을 빚는 친박 의원들이 지도부에 공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지도부의 싸움은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고, 그때마다 유권자들은 계파 싸움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갔다.

결국 공천 문제를 앞두고 지도부의 파열음은 정점을 찍었다. 김 전 대표가 지도부 공천 방식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며 ‘대표 직인 날인 거부 사태’를 저지른 것이다.

사공 많아
산으로 가

김 전 대표를 포함한 ‘비박’계에서는 상향식 공천을 줄곧 주장해왔다. 이들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오픈 프라이머리라 불리는 ‘완전 국민경선제’ 카드를 꺼내들며 친박계를 압박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들에게 직접 투표권을 주고 가장 경쟁력있는 후보를 뽑아내겠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본인의 공천권을 지키려 한다’ ‘국민경선의 신빙성이 없다’ 등 친박계의 거센 반발을 들으며 오픈 프라이머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청와대 추천으로 등장한 이한구 의원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대되며 ‘비박’계에 대한 학살 공천이 단행됐다. ‘친이(친 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이재오 의원과 유승민 전 대표 등 걸출한 인물들이 공천서 배제됐고, 비워진 자리에는 친박계 인물들이 들어섰다.

당내 싸움에서 패해 코너에 몰린 김 전 대표에게 유일하게 남은 수는 직인 날인 거부뿐이었다. 김 전 대표는 이재오·유승민 전 의원 등의 지역구가 포함된 선거구에 서명하지 않을 것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되는 3월25일 저녁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며 당 대표 옥새를 들고 본인의 지역구인 부산광역시 영도구로 가 버렸다.

선거법상 후보자 추천장에는 당인과 당 대표의 직인 날인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친박 쪽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계파 간 이권다툼으로 유권자들의 표가 팔려나가는 상황에 질렸던 유권자들은 결국 등을 돌렸다. 당초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했던 다수 언론의 예측과 달리 역대급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지역구 110석, 비례대표 13석을 가져오는 기염을 토해내며 국회 제1당으로 거듭났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역시 호남 등에서 표를 싹쓸이하며 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을 차지해 총 38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은 모든 경합지에서 패하면서 122석을 가져오는 데 그쳐야 했다.

사상 초유의 직인 날인 거부 사태는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다 이긴’ 선거를 계파 갈등으로 날려먹은 2016년 총선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때 지도체제가 단일성이었다면 이런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정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친문계 줄줄이 불출마
이 의원은 ‘마이웨이’

이 사건 이후로 정당 지도부는 집단지도체제를 꺼려왔다. 체제 특성상 계파간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그때마다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해 양쪽의 싸움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정무회의 때마다 표가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인식은 아직 양당에 남아있다.

이런 배경에서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비박과 친박의 싸움만큼이나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간의 싸움이 거세다. 

당초 비명계에서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했을 때 친명에서 반대한 논리도 이것이었다. 식물 대표를 만들어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비명계 최고위원들이 이 의원을 견제할 것이고, 당내 통합은커녕 싸움만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란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 기류가 점차 바뀌고 있다. 친명계 쪽에서 집단지도체제 제안을 수락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전문가들은 이 의원이 친명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세우는 계산까지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무리 집단지도체제라도 친명계 의원들이 지도부에서 다수를 차지한다면 이 의원은 비교적 수월하게 당을 장악할 수 있다. 대표 출마 명분과 당 장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거론되고 있는 최고위원직 후보군에는 다수의 친명계 의원이 포진돼있다. <일요시사>가 취재 중 파악한 최고위원직 후보군은 ‘처럼회’의 김남국·양이원영·이수진(동작을)·장경태·고민정 의원 등이다. 이외에도 4~5명의 인물이 더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총 10명 내외의 인물이 최고위원 선거에 대거 입후보할 예정이다.

하마평에 오른 인물 중 김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 이수진 의원 등은 이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세 명만 당선돼도 지도부는 친명 쪽에 유리하게 구성될 전망이다. 과반수 의결을 기본 룰로 하고 있는 집단지도체제에서 이 의원을 포함한 네 명이 뜻을 모은다면 정무 처리는 친명계 입맛대로 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
결국 잡을까

이 의원은 최대한 모양새 좋게 당 대표로 선출되려 노력하는 중이다. 무턱대고 비명계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당내 통합을 이루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성공적으로 전대를 치른 뒤 당내 통합을 이뤄내고, 차기 대통령선거에 다시 한 번 출마하려 한다. ‘분당설’까지 나오고 있는 민주당의 내홍을 이 의원이 어떻게 해결할지 정계가 주목하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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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