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구에 매달리는 이유

‘극단적 여소야대’ 유일한 비빌 언덕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역대 대통령 중 보수 인사 출신 대부분은 대구에 정치적 기반을 뒀다. 보수 인사가 대구에 출마하면 누굴 내놔도 당선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자칫 딜레마가 찾아올 수 있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행과 차기 대구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른 여파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구와 인연이 깊다. 검사 생활을 처음 시작한 지역도 대구다.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좌천성 인사를 당해 향하게 된 지역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도중 대구를 찾아 대구에서 첫 시작과 좌절을 동시에 겪었기 때문에 소중하다고 밝혔다. 

연고 없는데
등지면 위기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본격적인 대권 도전 여부가 대구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구 지역민심을 확인한 뒤 정치에 입문했다고 전해지는 것. 그는 대선 기간에 대구에 방문하면 힘이 된다며 친대구 이미지를 연일 부각시켰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유세 기간 동안 대구만 4차례 찾았다.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가 ‘정치적 고향’이라는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에도 윤 당선인은 대구를 방문해 보수 텃밭을 다지기 위해 노력을 펼쳤다. 그만큼 대구를 대선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여겼다.


윤 당선인이 보수당의 대선후보지만 보수 인사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수의 결집은 필수적이었다. 보수의 결집 지역인 만큼 윤 당선인이 사활을 걸었어야 했던 셈이다. 

대선 결과 윤 당선인은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크게 앞섰다. 20대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70% 이상 표를 획득한 지역은 대구, 경북 단 2곳 뿐이다. 0.73%p. 끝까지 알 수 없었던 대선에서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구와 경북의 지지 덕분이라고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대구에서 많은 표 차이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전과는 다른 승리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이 상임고문이 예상보다 많은 득표를 해 압승까지는 아니라는 지적 때문이다.

보수층이 윤 당선인을 보수의 대표로 보고 지지한 게 아니라 높은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리기에는 보수층에 몸담은 시간이 비교적 길지 않다.

이런 탓에 윤 당선인은 여전히 대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대선 이후 그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났다. 권 시장은 윤 당선인에게 대구시의 현안 등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당선인도 권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반드시 대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초짜’ 정치적 기반 없어 
지역 현안 문제 1번으로?

현재 대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제지표는 몇 년째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1993년에 최하위를 기록한 이래로 약 30년간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에서 꼴찌를 기록 중이다. 


선출된 단체장들이 줄곧 탈꼴찌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당선인이 여러 공약을 내건 만큼 대구와의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실상 대구가 윤 당선인의 정치적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도 전략적 요충지라고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요소다. 지난 1월1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결정된 이후 윤 당선인에게는 정치적 사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퇴원 후 어느 지역으로 가느냐에 따라 정치 재개와 단순 낙향으로 의견이 갈렸다. 대구를 선택했다는 것은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또 그의 행보가 대구·경북지역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대구는 박 전 대통령과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퇴원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머물기로 결정한 곳은 4선 의원을 지냈던 달서구다.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즉시 “대한민국의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며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당 발언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행보에 대해 함의적인 메시지를 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의 부활을 위해 텃밭인 대구에서 재기 신호탄을 쏴 올렸다는 해석이다. 대구가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기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디딤돌인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세를 활용해 영향력을 발휘하면 윤 당선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둘의 관계 설정은 대구에 자신의 기반을 확실히 다지기 위해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까딱하면 
배신자로

윤 당선인이 유세 기간 여러 차례 대구에 방문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라는 견해가 높다. 당선 직후 박 전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먼저 운을 띄운 쪽은 윤 당선인 측이다. 

두 인물의 만남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 형국이다. 양측은 만나자며 겉으로만 손짓 중이다. 여전히 확실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만남의 득실을 면밀하게 계산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만남을 띄우는 쪽은 윤 당선인 측으로 박 전 대통령을 취임식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 역시 박 전 대통령과 화해의 손짓을 보내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남은 여전히 원론적 수준이다.

정치권에서도 두 인물의 만남이 별로 득이 될게 없다는 반응이다.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챙기는 모습을 보인다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꾸준히 손을 내밀었음에도 박 전 대통령이 부정적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가 문제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이 윤 당선인이 보수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낼 경우 보수층 분열을 피할 수 없어서다. 

이 고문과 대선에서 적은 표 차이로 승리한 부분에서도 보수층 결집이 중요한 윤 당선인에게는 박 전 대통령의 비판은 그야말로 악재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의 지지율과 기대감은 여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기반을 재차 다지기 위해선 우선 윤 당선인에게 힘을 싣는 긍정적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보수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이끌어내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대표적인 친박(친 박근혜) 인사인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두 인물의 만남을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적으로 윤 당선인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서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인 탓이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대구시장과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초 윤 당선인의 ‘깐부’를 맡겠다고 밝힌 권 시장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구시장 경쟁은 보수 진영에서만 3파전 양상을 형성했다.

좋아해서
찍은 게…


당초 권 시장은 대구시장 불출마 전 윤 당선인과 의견을 나눴다고 알려진다. 대구에서만 2선을 해오며 지역적 기반을 다진 상태에서 권 시장은 대구에서 입지가 넓은 편이다. 그가 평소 윤 당선인과 맺은 인연을 강조해온 만큼 윤 당선인과 차기 대구시장을 두고 충분한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대구시장 출마를 암시한 인물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대구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고, 대선 직후 대구시장 출마를 위해 지속적으로 여론을 살폈다. 그는 후보군 중 인지도가 가장 높다.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윤 당선인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선 막판 극적으로 합류해 윤 당선인을 도왔으나 국민의힘 경선에서 패배한 뒤 줄곧 윤 당선인을 향해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대선 당일에도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여전히 윤 당선인과의 앙금이 남아있는 모양새다.

권 시장이 윤 당선인과 호흡하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그냥 물러나면 된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구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보수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홍 의원이 대구시장에 당선된 이후 자신의 기조를 강하게 내세운다면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내세운 공약을 이행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홍 의원의 경쟁 상대로는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김 최고위원 역시 대구시장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최근 공천 페널티를 놓고 홍 의원과 설전을 벌였고, 공천룰이 홍 의원을 겨냥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박근혜와 관계 설정 중요
대구시장 시너지도 필요

김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인물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국민의힘 선대본부에서는 윤 당선인을 향한 네거티브에 대해 적극 대응해왔다. 윤 당선인의 네거티브를 적극 방어해왔지만 윤 당선인과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빈자리인 대구 중구·남구 출마를 시사했으나 불발된 바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이 단순히 자신의 정치적 복귀를 위한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해서다. 

또 다른 대구시장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다. 그 역시 지난 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다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유 변호사가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구시민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 재기에 찬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대구가 보수 텃밭임에는 분명하지만 유 변호사가 대구에서 무엇을 해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라는 점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당이 유 변호사를 공천하는 것을 무조건 찬성하기엔 부담일 수도 있다.

이미 국민의힘 지방선거 출마 방식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유 변호사가 공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대구시장 후보의 최종 결정 여부는 당심으로 대구 민심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다지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대구시장이 어떤 인물이 되느냐에 따라 윤 당선인에게도 적잖은 영향이 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윤 당선인은 현재 대구에 힘을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 시일 안에 대구에 산적한 과제를 제도화할 움직임이 엿보인다.

윤-박 만남
알 수 없어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구시민이 윤 당선인을 좋아해서 지지한 게 아니다”며 “정권교체 열망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당선인에게)인간적인 동질감이 있지 않은 탓에 그가 약속한 정책과 공약을 얼마나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찍어줬더니 배신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구서 내세운 윤석열 공약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구를 발전시키겠다며 여러 공약을 내놨다. 

그가 대구 공약으로 선정된 것만 해도 16가지(대구시 14개, 윤 당선인 자체 2개)에 이른다. 

대구시가 제안한 공약으로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조속 추진 ▲금호강 친환경 명품 수변문화공간 조성 ▲대구시청 및 구 경북도청 후적지 문화예술허브 조성 ▲경상감영과 달성토성 복원으로 역사문화 관광벨트 구축 ▲서비스로봇 글로벌 허브도시 도약 ▲전기차 혁신산업 클러스터 구축 ▲소프트웨어 의료산업 중심도시 대구 조성 등이다. 

윤 당선인이 자체 제시한 공약은 ▲경부선 고속철도 대구도심구간 지하화 ▲디지털 데이터 산업의 거점도시 조성이다.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대구를 연일 챙겼던 만큼 향후 대구를 챙길지가 관건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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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