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구에 매달리는 이유

‘극단적 여소야대’ 유일한 비빌 언덕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역대 대통령 중 보수 인사 출신 대부분은 대구에 정치적 기반을 뒀다. 보수 인사가 대구에 출마하면 누굴 내놔도 당선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자칫 딜레마가 찾아올 수 있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행과 차기 대구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른 여파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구와 인연이 깊다. 검사 생활을 처음 시작한 지역도 대구다.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좌천성 인사를 당해 향하게 된 지역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도중 대구를 찾아 대구에서 첫 시작과 좌절을 동시에 겪었기 때문에 소중하다고 밝혔다. 

연고 없는데
등지면 위기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본격적인 대권 도전 여부가 대구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구 지역민심을 확인한 뒤 정치에 입문했다고 전해지는 것. 그는 대선 기간에 대구에 방문하면 힘이 된다며 친대구 이미지를 연일 부각시켰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유세 기간 동안 대구만 4차례 찾았다.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가 ‘정치적 고향’이라는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에도 윤 당선인은 대구를 방문해 보수 텃밭을 다지기 위해 노력을 펼쳤다. 그만큼 대구를 대선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여겼다.


윤 당선인이 보수당의 대선후보지만 보수 인사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수의 결집은 필수적이었다. 보수의 결집 지역인 만큼 윤 당선인이 사활을 걸었어야 했던 셈이다. 

대선 결과 윤 당선인은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을 크게 앞섰다. 20대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70% 이상 표를 획득한 지역은 대구, 경북 단 2곳 뿐이다. 0.73%p. 끝까지 알 수 없었던 대선에서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구와 경북의 지지 덕분이라고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대구에서 많은 표 차이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전과는 다른 승리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이 상임고문이 예상보다 많은 득표를 해 압승까지는 아니라는 지적 때문이다.

보수층이 윤 당선인을 보수의 대표로 보고 지지한 게 아니라 높은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가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리기에는 보수층에 몸담은 시간이 비교적 길지 않다.

이런 탓에 윤 당선인은 여전히 대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대선 이후 그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났다. 권 시장은 윤 당선인에게 대구시의 현안 등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 당선인도 권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반드시 대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초짜’ 정치적 기반 없어 
지역 현안 문제 1번으로?

현재 대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제지표는 몇 년째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1993년에 최하위를 기록한 이래로 약 30년간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에서 꼴찌를 기록 중이다. 


선출된 단체장들이 줄곧 탈꼴찌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당선인이 여러 공약을 내건 만큼 대구와의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실상 대구가 윤 당선인의 정치적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도 전략적 요충지라고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요소다. 지난 1월1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결정된 이후 윤 당선인에게는 정치적 사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퇴원 후 어느 지역으로 가느냐에 따라 정치 재개와 단순 낙향으로 의견이 갈렸다. 대구를 선택했다는 것은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또 그의 행보가 대구·경북지역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대구는 박 전 대통령과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퇴원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머물기로 결정한 곳은 4선 의원을 지냈던 달서구다.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즉시 “대한민국의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며 대국민 메시지를 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해당 발언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행보에 대해 함의적인 메시지를 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의 부활을 위해 텃밭인 대구에서 재기 신호탄을 쏴 올렸다는 해석이다. 대구가 박 전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기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디딤돌인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세를 활용해 영향력을 발휘하면 윤 당선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둘의 관계 설정은 대구에 자신의 기반을 확실히 다지기 위해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까딱하면 
배신자로

윤 당선인이 유세 기간 여러 차례 대구에 방문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라는 견해가 높다. 당선 직후 박 전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먼저 운을 띄운 쪽은 윤 당선인 측이다. 

두 인물의 만남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 형국이다. 양측은 만나자며 겉으로만 손짓 중이다. 여전히 확실한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만남의 득실을 면밀하게 계산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만남을 띄우는 쪽은 윤 당선인 측으로 박 전 대통령을 취임식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 역시 박 전 대통령과 화해의 손짓을 보내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남은 여전히 원론적 수준이다.

정치권에서도 두 인물의 만남이 별로 득이 될게 없다는 반응이다.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챙기는 모습을 보인다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꾸준히 손을 내밀었음에도 박 전 대통령이 부정적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가 문제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이 윤 당선인이 보수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낼 경우 보수층 분열을 피할 수 없어서다. 

이 고문과 대선에서 적은 표 차이로 승리한 부분에서도 보수층 결집이 중요한 윤 당선인에게는 박 전 대통령의 비판은 그야말로 악재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의 지지율과 기대감은 여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기반을 재차 다지기 위해선 우선 윤 당선인에게 힘을 싣는 긍정적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 경우 보수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이끌어내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대표적인 친박(친 박근혜) 인사인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두 인물의 만남을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적으로 윤 당선인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서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상황인 탓이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대구시장과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초 윤 당선인의 ‘깐부’를 맡겠다고 밝힌 권 시장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구시장 경쟁은 보수 진영에서만 3파전 양상을 형성했다.

좋아해서
찍은 게…


당초 권 시장은 대구시장 불출마 전 윤 당선인과 의견을 나눴다고 알려진다. 대구에서만 2선을 해오며 지역적 기반을 다진 상태에서 권 시장은 대구에서 입지가 넓은 편이다. 그가 평소 윤 당선인과 맺은 인연을 강조해온 만큼 윤 당선인과 차기 대구시장을 두고 충분한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대구시장 출마를 암시한 인물은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대구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고, 대선 직후 대구시장 출마를 위해 지속적으로 여론을 살폈다. 그는 후보군 중 인지도가 가장 높다.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윤 당선인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선 막판 극적으로 합류해 윤 당선인을 도왔으나 국민의힘 경선에서 패배한 뒤 줄곧 윤 당선인을 향해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대선 당일에도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여전히 윤 당선인과의 앙금이 남아있는 모양새다.

권 시장이 윤 당선인과 호흡하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그냥 물러나면 된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구에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보수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홍 의원이 대구시장에 당선된 이후 자신의 기조를 강하게 내세운다면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내세운 공약을 이행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홍 의원의 경쟁 상대로는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김 최고위원 역시 대구시장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최근 공천 페널티를 놓고 홍 의원과 설전을 벌였고, 공천룰이 홍 의원을 겨냥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박근혜와 관계 설정 중요
대구시장 시너지도 필요

김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인물로 대표적인 친박 인사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국민의힘 선대본부에서는 윤 당선인을 향한 네거티브에 대해 적극 대응해왔다. 윤 당선인의 네거티브를 적극 방어해왔지만 윤 당선인과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빈자리인 대구 중구·남구 출마를 시사했으나 불발된 바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이 단순히 자신의 정치적 복귀를 위한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니냐는 시선이 존재해서다. 

또 다른 대구시장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다. 그 역시 지난 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다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유 변호사가 변수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구시민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 재기에 찬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서다. 

대구가 보수 텃밭임에는 분명하지만 유 변호사가 대구에서 무엇을 해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라는 점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당이 유 변호사를 공천하는 것을 무조건 찬성하기엔 부담일 수도 있다.

이미 국민의힘 지방선거 출마 방식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유 변호사가 공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해석된다.

대구시장 후보의 최종 결정 여부는 당심으로 대구 민심이 향후 정치적 행보를 다지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대구시장이 어떤 인물이 되느냐에 따라 윤 당선인에게도 적잖은 영향이 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윤 당선인은 현재 대구에 힘을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 시일 안에 대구에 산적한 과제를 제도화할 움직임이 엿보인다.

윤-박 만남
알 수 없어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대구시민이 윤 당선인을 좋아해서 지지한 게 아니다”며 “정권교체 열망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당선인에게)인간적인 동질감이 있지 않은 탓에 그가 약속한 정책과 공약을 얼마나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찍어줬더니 배신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구서 내세운 윤석열 공약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구를 발전시키겠다며 여러 공약을 내놨다. 

그가 대구 공약으로 선정된 것만 해도 16가지(대구시 14개, 윤 당선인 자체 2개)에 이른다. 

대구시가 제안한 공약으로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조속 추진 ▲금호강 친환경 명품 수변문화공간 조성 ▲대구시청 및 구 경북도청 후적지 문화예술허브 조성 ▲경상감영과 달성토성 복원으로 역사문화 관광벨트 구축 ▲서비스로봇 글로벌 허브도시 도약 ▲전기차 혁신산업 클러스터 구축 ▲소프트웨어 의료산업 중심도시 대구 조성 등이다. 

윤 당선인이 자체 제시한 공약은 ▲경부선 고속철도 대구도심구간 지하화 ▲디지털 데이터 산업의 거점도시 조성이다.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대구를 연일 챙겼던 만큼 향후 대구를 챙길지가 관건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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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