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당당하게 위드 코로나 시대로

2주 전 <일요시사>에 ‘위드 코로나에 대해’란 제하로 글을 게재했다.

그 글을 통해 필자가 경험했던 일을 근거로 들면서 백신 3차 접종자에 한해 탄력적 거리두기를 시행함이 온당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부연하자.

필자는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그 글에서 언급했던 젊은이를 제외하고 코로나 확진자와 무려 6차례 밀착 접촉했다.

한 경우는 확진자와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나눴고 또 다른 확진자와는 함께 점심식사까지 했었다.

식사를 함께했던 사람이 양성으로 판정되자 필자 역시 확진됐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직장에서 자가 진단 검사키트로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음성으로 판정됐다. 그 즈음 주변 사람들이 동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에 따라 보건소로 이동해 검사를 받고 집으로 가는 중에 주변 사람들의 걱정처럼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편의점에 들러 자가격리에 처한다는 전제하에 필요 물품을 구매했다.

담배 한 보루와 여러 병의 막걸리를 준비했음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자가격리에 대비했다.

딸아이에게 전화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결과가 나오는 다음 날까지 들어오지 말고 집 근처에 있는 작업실에서 보내라 하고 집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아내를 멀리했다.

사람 마음이 참 이상했다.

비록 자가 진단 검사키트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여러 정황을 살피면 반드시 양성으로 판정 날 것이라는 확신이 서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이른바 먼저 매를 맞자는 식이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출근을 미루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문자메시지를 기다렸다.

아니 기다렸다기보다는 양성 판정을 받고 그냥 집에서 며칠 쉬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집필에 시간을 할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컴퓨터 앞에 자리했다.

그리고 한참 집필에 몰두할 즈음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코로나19 PCR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라는 글귀였다.

독자들께서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나 동 문자메시지를 받자 조금은 허탈한 마음이 일어났다. 

앞서 언급했지만 적법하게 쉬면서 집필에 몰두하겠다는 꿈이 무너진 결과였다.

그를 빌미로 세워놨던 계획이 무너졌으니 아쉬운 생각까지 일어났다.

그런데 왜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을 지니게 되었을까.

3차 백신을 주입하고도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인 주변 사람들을 통해 모두 무증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직장에서 2차 접종까지 마친 20대(2주 전 게재했던 글에 등장하는 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가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약한 감기 정도에 그쳤다는 말을 들었던 터였다.

방정맞은 소리인지 모르나 필자의 경우 코로나에 대해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항체가 형성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역시 일어났다.

물론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역시 동일한 의견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아내는 막걸리 탓일지도 모른다는 농담까지 내놓을 정도였다.


이제 필자의 경험을 근거로 코로나 백신에 대해 접근해보자. 필자가 2주 전 게재했던 상기 글에서 덧붙였었다.

쓸데없는 통계수치에 치중하지 말고 백신 접종자에 대한 코로나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제대로 대처하라고.

그런데 아직도 별 효용 가치도 없는 수치에 초점을 맞추고 일처리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강력 권고한다. 필자와 필자 주변 사람들의 상태를 근거로 들어 이제는 당당하게 위드 코로나 시대로 가자고.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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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