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판 안철수' 나 홀로 로드맵

  • 박용수 기자 exit750@hanmail.net
  • 등록 2021.11.08 12:09:52
  • 호수 13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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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듣고 찾아온 옆집 들러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용수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오는 20대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안 대표는 키워드로 안전·미래·공정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대표는 2012년 대선에 도전했으나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한 끝에 후보직에서 중도 사퇴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역대 대선 때마다 제3지대 후보가 나타났지만 ‘태풍에 휘말려 좌초’되고 말았다. 기성 정치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내며 이번 대선에서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제3지대 최대 잠룡인 안철수 대표는 가칭 새로운 물결을 창당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두고 연대 또는 후보 단일화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과 단일화를 성사시켰던 것처럼 김 전 부총리와의 단일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
시대교체!

재3의지대의 대권후보로 등판할 안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문제도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안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할지 여부도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 간의 4자구도의 초반 레이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안 대표가 본격 대선 레이스에 등판하면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문제도 선거 쟁점이다.

안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도 야당인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를 성사할지에 관심이 크게 모아지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며 완주 의사를 천명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 선언 두 달여 만에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갑작스레 대선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돌연 미국행을 택했다. 당시 정가에서는 안 대표가 당시 문 후보와의 정권교체를 위한 동맹을 파기한 것으로 간주했다.

2013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본격적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는 2012년 9월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에 입문한 후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창당, 두 번의 총선, 두 번의 당 대표를 경험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3위를 기록했고, 이듬 해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는 서울 시장직에 도전했으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패배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세 번째 대선 도전 “판 바꾸겠다”
대선 4자 구도 결정…그러다 철수?

안 대표는 2017년 5월 대선에서도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야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 홍준표 후보(24.03% 득표율)에게 약 3%의 차이로 3위로 밀려나면서 결국 대권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대선 결과보다 ‘완주’ 여부에 더 큰 관심을 주기도 한다. ‘대선 3수생’인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선거에서도, 2012년 야권 단일 대선후보마저 중도 포기하면서 ‘철수(撤收) 정치’라는 꼬리표를 달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일찌감치 국민의당 안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대구시당 간담회에서 “안 대표와 바른미래당을 같이해본 경험이 있어 그 분을 잘 안다”며 “안 대표가 끝까지 가서 몇 퍼센트라도 득표율을 가져간다면 중도·보수의 분열이고 정권교체가 더 힘들어진다. 제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다면 바로 안 대표와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제3지대, 실용주의를 내세워 표면적으로 완주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이나, 물밑작업으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모두 초반 대선 레이스에서 양쪽 다 연대 분위기는 띄우되 단일화 논의엔 거리를 두고 당분간 기 싸움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 대표가 정권교체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제1야당과 단일화할 명분은 크지만 홍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 및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과는 여전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단일화 논의 때 난관이 있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보수진영
물밑작업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 논의 과정에서 생긴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부분은 안 대표의 완주 가능성을 열어놓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 대표와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에 대해 “저희 쪽에서 먼저 제안할 것이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또 안 대표에 대해서는 애써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에 안 대표는 “당긴다고 당겨지는 분(국민의힘)도 아니고 민다고 밀쳐내지는 분도 아니다”며 “본인 판단에 따라 제안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저희가 먼저 제안할 것은 없다”고 맞받아쳤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공식 선언하면서 제3지대 독자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가 세 번째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받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레이스 참가 자체만으로도 대선 정국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끼칠 전망이다. 안 대표가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며 야권의 대선 방정식은 한층 복잡해졌다. 여당과 일대일 구도로 맞붙는 게 최선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달가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는 최근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비판 수위를 높이는 등 일단 단일화에 선을 긋는 것으로 보인다. ‘독자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대선 레이스 초반 양측의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선출되기 이전에 대선 출마를 선언해 중도 표심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후 ‘컨벤션 효과’ 등에 힘입어 보수층이나 중도층 지지세가 국민의힘 후보에 쏠린다면 안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이준석
선긋기

앞서 4·7보궐선거 과정에서 ‘야권 통합’과 ‘정권교체’를 내세웠던 안 대표가 합당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독자 출마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암울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안 대표만이 미래로 나아갈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정상 후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안 대표의 지지율 흐름이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주요 변수다. 여론조사에서 5% 이상의 유의미한 지지율이 나온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단일화 요구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유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역시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제3지대의 독자 행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야당과의 통합 협상이 이미 결렬됐고, 대선 과정에서 (통합을 놓고)당원투표를 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요시사>가 ‘단일화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 대표 측은 “지금은 다른 생각이 없다”며 “당선되고 정권교체 하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현 정권에서 보여준 민주주의 파괴나 내로남불, 경제 파탄, 백신 무능 등 굉장히 많은 문제를 보여줬는데 이 후보는 더 심각하다”며 “대장동 의혹을 알았다면 단군 이래 최대 범죄고 몰랐다면 최대 무능이어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고 직격했다.

좌우 연연치 않고 한국형 ‘제3의 길’
김 전 부총리와 단일화는 변수로


양 당간의 앙금이 남은 상태에서 안 후보는 국민의힘과의 통합이 결렬되자 국민의힘 도움 필요 없이 ‘혼자의 힘으로 대선에서 완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전 부총리(가칭 ‘새로운물결’)와의 단일화 여지에 대해서는 “생각의 방향과 뜻이 같은 분이면 어떤 분들이든 함께 만나 얘기할 준비가 돼있다”며 “심상정(정의당) 대표도 기득권 양당 구조 타파를 같이한다면 언제든 만나서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도 안 대표와의 제3지대 확장을 위한 연대 가능성에 대해 “손잡고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최근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의 안 대표를 겨냥해 “기존 양당을 포함해 안철수 대표 본인도 시대교체의 대상임을 아셔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4자구도로 치러질 내년 3월 대선에서 여전히 어디에 표를 던질지 모르는 부동층이 30%대에 이르는 만큼 대선을 앞두고 안 대표가 ‘사전 여론조사에서 5% 지지율만 나와도 야권의 단일화 시도 국면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안 후보의 출마가 ‘미풍’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이 대표는 “결국은 되는 쪽으로 모인다. 안 대표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은 줄어드는 국면에 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세가 기울던 범야권의 대선 경로는 안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크게 출렁이고 있다. 중도층에 강한 소구력을 가진 안 대표의 대권 도전은 내년 3월 매화 대선을 ‘51대 49’로 표심이 나뉘는 초접전 전쟁터로 바꿀 것이라 예상된다.

중도 진영으로의 외연 확장이 다급한 더불어민주당에게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독자
최종 행보는?

안 대표가 대선 출마를 중도 포기하거나 단일화 과정에서 밀려날 경우 ‘킹메이커’역할로 대선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안 대표 개인의 지지율은 아직 눈에 띌 정도로 높지 않지만, 특정 후보를 지원한다면 그 시너지는 대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it75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철수? 중도 포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이 결정됨에 따라 단일화 입장을 명확히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는 단일화로 정치교체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재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의 단일화 작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안 대표가 과거 2017년 대선에서 21.41%의 지지율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에 당선과 완주의 목표를 가지고 나왔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보다는 지지율이 낮지만 안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큰 정치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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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