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판 안철수' 나 홀로 로드맵

  • 박용수 기자 exit750@hanmail.net
  • 등록 2021.11.08 12:09:52
  • 호수 13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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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듣고 찾아온 옆집 들러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용수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오는 20대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안 대표는 키워드로 안전·미래·공정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대표는 2012년 대선에 도전했으나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한 끝에 후보직에서 중도 사퇴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역대 대선 때마다 제3지대 후보가 나타났지만 ‘태풍에 휘말려 좌초’되고 말았다. 기성 정치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내며 이번 대선에서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제3지대 최대 잠룡인 안철수 대표는 가칭 새로운 물결을 창당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두고 연대 또는 후보 단일화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과 단일화를 성사시켰던 것처럼 김 전 부총리와의 단일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
시대교체!

재3의지대의 대권후보로 등판할 안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문제도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안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할지 여부도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 간의 4자구도의 초반 레이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안 대표가 본격 대선 레이스에 등판하면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문제도 선거 쟁점이다.

안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도 야당인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를 성사할지에 관심이 크게 모아지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며 완주 의사를 천명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 선언 두 달여 만에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갑작스레 대선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돌연 미국행을 택했다. 당시 정가에서는 안 대표가 당시 문 후보와의 정권교체를 위한 동맹을 파기한 것으로 간주했다.

2013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본격적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는 2012년 9월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에 입문한 후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창당, 두 번의 총선, 두 번의 당 대표를 경험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3위를 기록했고, 이듬 해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는 서울 시장직에 도전했으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패배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세 번째 대선 도전 “판 바꾸겠다”
대선 4자 구도 결정…그러다 철수?

안 대표는 2017년 5월 대선에서도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야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 홍준표 후보(24.03% 득표율)에게 약 3%의 차이로 3위로 밀려나면서 결국 대권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대선 결과보다 ‘완주’ 여부에 더 큰 관심을 주기도 한다. ‘대선 3수생’인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선거에서도, 2012년 야권 단일 대선후보마저 중도 포기하면서 ‘철수(撤收) 정치’라는 꼬리표를 달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일찌감치 국민의당 안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대구시당 간담회에서 “안 대표와 바른미래당을 같이해본 경험이 있어 그 분을 잘 안다”며 “안 대표가 끝까지 가서 몇 퍼센트라도 득표율을 가져간다면 중도·보수의 분열이고 정권교체가 더 힘들어진다. 제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다면 바로 안 대표와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제3지대, 실용주의를 내세워 표면적으로 완주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이나, 물밑작업으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모두 초반 대선 레이스에서 양쪽 다 연대 분위기는 띄우되 단일화 논의엔 거리를 두고 당분간 기 싸움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 대표가 정권교체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제1야당과 단일화할 명분은 크지만 홍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 및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과는 여전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단일화 논의 때 난관이 있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보수진영
물밑작업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 논의 과정에서 생긴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부분은 안 대표의 완주 가능성을 열어놓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 대표와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에 대해 “저희 쪽에서 먼저 제안할 것이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또 안 대표에 대해서는 애써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에 안 대표는 “당긴다고 당겨지는 분(국민의힘)도 아니고 민다고 밀쳐내지는 분도 아니다”며 “본인 판단에 따라 제안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저희가 먼저 제안할 것은 없다”고 맞받아쳤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공식 선언하면서 제3지대 독자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가 세 번째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받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레이스 참가 자체만으로도 대선 정국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끼칠 전망이다. 안 대표가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며 야권의 대선 방정식은 한층 복잡해졌다. 여당과 일대일 구도로 맞붙는 게 최선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달가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는 최근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비판 수위를 높이는 등 일단 단일화에 선을 긋는 것으로 보인다. ‘독자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대선 레이스 초반 양측의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선출되기 이전에 대선 출마를 선언해 중도 표심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후 ‘컨벤션 효과’ 등에 힘입어 보수층이나 중도층 지지세가 국민의힘 후보에 쏠린다면 안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이준석
선긋기

앞서 4·7보궐선거 과정에서 ‘야권 통합’과 ‘정권교체’를 내세웠던 안 대표가 합당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독자 출마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암울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안 대표만이 미래로 나아갈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정상 후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안 대표의 지지율 흐름이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주요 변수다. 여론조사에서 5% 이상의 유의미한 지지율이 나온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단일화 요구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유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역시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제3지대의 독자 행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야당과의 통합 협상이 이미 결렬됐고, 대선 과정에서 (통합을 놓고)당원투표를 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요시사>가 ‘단일화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 대표 측은 “지금은 다른 생각이 없다”며 “당선되고 정권교체 하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현 정권에서 보여준 민주주의 파괴나 내로남불, 경제 파탄, 백신 무능 등 굉장히 많은 문제를 보여줬는데 이 후보는 더 심각하다”며 “대장동 의혹을 알았다면 단군 이래 최대 범죄고 몰랐다면 최대 무능이어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고 직격했다.

좌우 연연치 않고 한국형 ‘제3의 길’
김 전 부총리와 단일화는 변수로


양 당간의 앙금이 남은 상태에서 안 후보는 국민의힘과의 통합이 결렬되자 국민의힘 도움 필요 없이 ‘혼자의 힘으로 대선에서 완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전 부총리(가칭 ‘새로운물결’)와의 단일화 여지에 대해서는 “생각의 방향과 뜻이 같은 분이면 어떤 분들이든 함께 만나 얘기할 준비가 돼있다”며 “심상정(정의당) 대표도 기득권 양당 구조 타파를 같이한다면 언제든 만나서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도 안 대표와의 제3지대 확장을 위한 연대 가능성에 대해 “손잡고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최근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의 안 대표를 겨냥해 “기존 양당을 포함해 안철수 대표 본인도 시대교체의 대상임을 아셔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4자구도로 치러질 내년 3월 대선에서 여전히 어디에 표를 던질지 모르는 부동층이 30%대에 이르는 만큼 대선을 앞두고 안 대표가 ‘사전 여론조사에서 5% 지지율만 나와도 야권의 단일화 시도 국면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안 후보의 출마가 ‘미풍’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이 대표는 “결국은 되는 쪽으로 모인다. 안 대표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은 줄어드는 국면에 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세가 기울던 범야권의 대선 경로는 안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크게 출렁이고 있다. 중도층에 강한 소구력을 가진 안 대표의 대권 도전은 내년 3월 매화 대선을 ‘51대 49’로 표심이 나뉘는 초접전 전쟁터로 바꿀 것이라 예상된다.

중도 진영으로의 외연 확장이 다급한 더불어민주당에게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독자
최종 행보는?

안 대표가 대선 출마를 중도 포기하거나 단일화 과정에서 밀려날 경우 ‘킹메이커’역할로 대선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안 대표 개인의 지지율은 아직 눈에 띌 정도로 높지 않지만, 특정 후보를 지원한다면 그 시너지는 대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it75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철수? 중도 포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이 결정됨에 따라 단일화 입장을 명확히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는 단일화로 정치교체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재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의 단일화 작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안 대표가 과거 2017년 대선에서 21.41%의 지지율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에 당선과 완주의 목표를 가지고 나왔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보다는 지지율이 낮지만 안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큰 정치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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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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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