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판 안철수' 나 홀로 로드맵

  • 박용수 기자 exit750@hanmail.net
  • 등록 2021.11.08 12:09:52
  • 호수 13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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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듣고 찾아온 옆집 들러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용수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오는 20대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안 대표는 키워드로 안전·미래·공정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대표는 2012년 대선에 도전했으나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한 끝에 후보직에서 중도 사퇴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역대 대선 때마다 제3지대 후보가 나타났지만 ‘태풍에 휘말려 좌초’되고 말았다. 기성 정치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내며 이번 대선에서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제3지대 최대 잠룡인 안철수 대표는 가칭 새로운 물결을 창당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두고 연대 또는 후보 단일화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과 단일화를 성사시켰던 것처럼 김 전 부총리와의 단일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
시대교체!

재3의지대의 대권후보로 등판할 안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문제도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안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할지 여부도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 간의 4자구도의 초반 레이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안 대표가 본격 대선 레이스에 등판하면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문제도 선거 쟁점이다.

안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도 야당인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를 성사할지에 관심이 크게 모아지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며 완주 의사를 천명했다.


하지만 대선 출마 선언 두 달여 만에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갑작스레 대선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돌연 미국행을 택했다. 당시 정가에서는 안 대표가 당시 문 후보와의 정권교체를 위한 동맹을 파기한 것으로 간주했다.

2013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본격적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그는 2012년 9월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에 입문한 후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창당, 두 번의 총선, 두 번의 당 대표를 경험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3위를 기록했고, 이듬 해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는 서울 시장직에 도전했으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패배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세 번째 대선 도전 “판 바꾸겠다”
대선 4자 구도 결정…그러다 철수?

안 대표는 2017년 5월 대선에서도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로 야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 홍준표 후보(24.03% 득표율)에게 약 3%의 차이로 3위로 밀려나면서 결국 대권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대선 결과보다 ‘완주’ 여부에 더 큰 관심을 주기도 한다. ‘대선 3수생’인 안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선거에서도, 2012년 야권 단일 대선후보마저 중도 포기하면서 ‘철수(撤收) 정치’라는 꼬리표를 달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일찌감치 국민의당 안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대구시당 간담회에서 “안 대표와 바른미래당을 같이해본 경험이 있어 그 분을 잘 안다”며 “안 대표가 끝까지 가서 몇 퍼센트라도 득표율을 가져간다면 중도·보수의 분열이고 정권교체가 더 힘들어진다. 제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된다면 바로 안 대표와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제3지대, 실용주의를 내세워 표면적으로 완주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이나, 물밑작업으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모두 초반 대선 레이스에서 양쪽 다 연대 분위기는 띄우되 단일화 논의엔 거리를 두고 당분간 기 싸움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 대표가 정권교체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제1야당과 단일화할 명분은 크지만 홍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 및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과는 여전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단일화 논의 때 난관이 있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보수진영
물밑작업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통합 논의 과정에서 생긴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부분은 안 대표의 완주 가능성을 열어놓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 대표와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에 대해 “저희 쪽에서 먼저 제안할 것이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또 안 대표에 대해서는 애써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에 안 대표는 “당긴다고 당겨지는 분(국민의힘)도 아니고 민다고 밀쳐내지는 분도 아니다”며 “본인 판단에 따라 제안할 수 있다고 보지만 저희가 먼저 제안할 것은 없다”고 맞받아쳤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공식 선언하면서 제3지대 독자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가 세 번째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받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레이스 참가 자체만으로도 대선 정국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끼칠 전망이다. 안 대표가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며 야권의 대선 방정식은 한층 복잡해졌다. 여당과 일대일 구도로 맞붙는 게 최선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달가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는 최근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비판 수위를 높이는 등 일단 단일화에 선을 긋는 것으로 보인다. ‘독자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대선 레이스 초반 양측의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선출되기 이전에 대선 출마를 선언해 중도 표심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후 ‘컨벤션 효과’ 등에 힘입어 보수층이나 중도층 지지세가 국민의힘 후보에 쏠린다면 안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이준석
선긋기

앞서 4·7보궐선거 과정에서 ‘야권 통합’과 ‘정권교체’를 내세웠던 안 대표가 합당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독자 출마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암울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안 대표만이 미래로 나아갈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정상 후보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안 대표의 지지율 흐름이 어떻게 나타나느냐가 주요 변수다. 여론조사에서 5% 이상의 유의미한 지지율이 나온다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단일화 요구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유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역시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제3지대의 독자 행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야당과의 통합 협상이 이미 결렬됐고, 대선 과정에서 (통합을 놓고)당원투표를 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요시사>가 ‘단일화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 대표 측은 “지금은 다른 생각이 없다”며 “당선되고 정권교체 하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현 정권에서 보여준 민주주의 파괴나 내로남불, 경제 파탄, 백신 무능 등 굉장히 많은 문제를 보여줬는데 이 후보는 더 심각하다”며 “대장동 의혹을 알았다면 단군 이래 최대 범죄고 몰랐다면 최대 무능이어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고 직격했다.

좌우 연연치 않고 한국형 ‘제3의 길’
김 전 부총리와 단일화는 변수로


양 당간의 앙금이 남은 상태에서 안 후보는 국민의힘과의 통합이 결렬되자 국민의힘 도움 필요 없이 ‘혼자의 힘으로 대선에서 완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전 부총리(가칭 ‘새로운물결’)와의 단일화 여지에 대해서는 “생각의 방향과 뜻이 같은 분이면 어떤 분들이든 함께 만나 얘기할 준비가 돼있다”며 “심상정(정의당) 대표도 기득권 양당 구조 타파를 같이한다면 언제든 만나서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도 안 대표와의 제3지대 확장을 위한 연대 가능성에 대해 “손잡고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최근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의 안 대표를 겨냥해 “기존 양당을 포함해 안철수 대표 본인도 시대교체의 대상임을 아셔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4자구도로 치러질 내년 3월 대선에서 여전히 어디에 표를 던질지 모르는 부동층이 30%대에 이르는 만큼 대선을 앞두고 안 대표가 ‘사전 여론조사에서 5% 지지율만 나와도 야권의 단일화 시도 국면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안 후보의 출마가 ‘미풍’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이 대표는 “결국은 되는 쪽으로 모인다. 안 대표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은 줄어드는 국면에 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세가 기울던 범야권의 대선 경로는 안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크게 출렁이고 있다. 중도층에 강한 소구력을 가진 안 대표의 대권 도전은 내년 3월 매화 대선을 ‘51대 49’로 표심이 나뉘는 초접전 전쟁터로 바꿀 것이라 예상된다.

중도 진영으로의 외연 확장이 다급한 더불어민주당에게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독자
최종 행보는?

안 대표가 대선 출마를 중도 포기하거나 단일화 과정에서 밀려날 경우 ‘킹메이커’역할로 대선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안 대표 개인의 지지율은 아직 눈에 띌 정도로 높지 않지만, 특정 후보를 지원한다면 그 시너지는 대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it75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철수? 중도 포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이 결정됨에 따라 단일화 입장을 명확히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는 단일화로 정치교체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재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의 단일화 작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안 대표가 과거 2017년 대선에서 21.41%의 지지율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에 당선과 완주의 목표를 가지고 나왔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보다는 지지율이 낮지만 안 대표가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큰 정치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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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