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5 총선 전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행해진 고발 사주 의혹 건으로 윤 전 총장이 공수처에 피의자로 입건된 일에 대해 논해보자.
동 사건은 당시 미래통합당 선관위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씨의 제보로 이루어지는 게 그 개략이다.
“윤 전 총장이 지난해 4월 여권 인사와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장 작성을 지시하고 손준성 검사로 하여금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하도록 했고, 조씨가 김 의원의 부탁으로 대검과 다른 수사기관에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지금까지 동 의혹에 대해 상세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김 의원이 “손 검사로부터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지만 누군가로부터 고발장 초안을 건네받아 고발장을 작성해 조씨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은 명백히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이 직접 사건에 연루됐다는 근거는 아직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김 의원의 증언을 빌면 윤 전 총장은 결코 동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이 일과 관련해 국민의힘 측이 조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만났다는 이유로 동 사건을 정치공작으로 몰아가고 있다.
동 장면을 바라보면서 절로 쓴 웃음이 나온다. 왜 그런지 윤 전 총장 그리고 그의 측근들 아니, 이 나라 삼척동자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다른 사람도 아닌 박 원장이 서울의 유명 호텔 식당에서 한 여인과 정치공작을 모의했다는 상황이 실현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삼척동자도 웃고 말 일이다. 필자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박 원장은 그리 간단한 인물이 아니다. 단언컨대 윤 전 총장 그리고 그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 모두 힘을 합쳐 덤벼도 박 원장에게 상대되지 않는다.
그런데 윤 전 총장 측은 되도 않을 상황으로 정치공작으로 몰아가고 있다. 필자에게 이 장면은 전혀 낯설지 않다.
필자가 누차에 걸쳐 언급한 전형적인 검찰의 행태이기 때문이다. 실현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해놓고 자력으로 빠져나가라는 식 말이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발생한다. 필자의 시선에 이 나라 현실 정치에 달관한 경지에 올랐다 판단되는 박 원장이 왜 자진해, 조씨가 마치 보란 듯이 박 원장을 만난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 사실을 알려, 언론의 도마에 올랐느냐에 대해서다.
이 문제에 앞서 박 원장 출현 효과에 대해 살펴보자.
박 원장이 등장하기 전까지 동 사건은 윤 전 총장 개인의 문제였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한참 전에 발생했던 일로 동 사건이 사실로 규명되더라도 국민의힘은 동 사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박 원장이 등장하자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박 원장의 출현을 빌미로 국민의힘이 봉기하듯 들고 일어섰기 때문으로 동 사건은 이제 윤 전 총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힘의 일로 발전됐다.
이제 박 원장과 조씨의 만남에 대해 살펴본다. 필자는 두 사람의 진술대로 정치공작은 없었고 그저 두 사람의 만났다는 사실만 부각시키려 했다 판단한다.
또 두 사람 만남 이전에 언론사에 제보했었던 만큼 박 원장은 동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박 원장이 동 사건에 개입했다고 한다면 그저 묵시적으로 조씨로 하여금 자신과의 만남을 언론이 눈치 챌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말인즉 우리 현실 정치 고수인 박 원장에게 국민의힘이 말려든 게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 역시 박 원장의 의도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당이 개입하지 말라고 외쳤는데 국민의힘 아마추어들이 기어코 일을 저질렀다.
그 영향이 고스란히 홍 후보에게 돌아가게 생겼으니 그래서 갑갑하겠다는 말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