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장소 안 가리는' 신종 학폭 사이버불링 피해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8.09 13:35:37
  • 호수 13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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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끝나고 더 괴롭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학교 폭력이 진화하면서 피해자들은 더 괴로워하고 있다. 학교 밖에서도 폭력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사이버상에서도 폭력을 가하는 ‘사이버불링’에 대해 파헤쳤다.

학교폭력 경험은 트라우마로 남는다. 체육계와 연예계에서 나온 학교폭력 폭로를 보면, 피해자가 받은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는 십여년이 지났어도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학교폭력 종류는 다양하다. 폭행을 하거나 금품을 갈취하는 등 물리적 폭력이 많다. 집단적으로 한 명을 괴롭히는 형태도 발생해 집단 따돌림이나 언어폭력도 이어진다. 또 빵을 사오라고 시키는 등 강제적인 심부름도 시킨다.

한 명만

이전에는 학교폭력이 교내에서만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학교 밖에서도 괴롭힌다. 사이버상에서 괴롭히는 새로운 학교폭력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이라고 불리는 이 형태는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 학생을 상대로 물질적·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버불링은 카카오톡이나 SNS 등에서 여러 형태로 일어난다. 오프라인에서의 왕따 행위가 모바일 공간으로 옮겨진 형태다. 카카오톡에서 특정인을 왕따시키는 것을 ‘카따’라고 한다. 카따 중에는 ‘떼카’라는 것이 있다. 단톡방에 피해 학생을 초대한 뒤 다른 멤버들이 일제히 욕설을 퍼붓는 형태다. 


단톡방에 피해 학생을 초대한 뒤 한꺼번에 나가버리는 ‘방폭’도 있다. 피해 학생을 채팅방으로 초대해서 괴롭히는 ‘카톡 감옥’도 있다. 방을 나가면 계속해서 초대하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힘들다. 

단톡방에서 피해 학생을 유령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의도적으로 채팅방에서 피해 학생의 말을 무시하며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다. 피해 학생이 어떤 말을 해도 멤버들이 한꺼번에 공격하거나, 아예 무시하면서 대화에 끼워주지 않는다. 

피해 학생을 단톡방에 초대한 뒤 대화 주제와 상관없거나 아무런 의미도 없는 메시지를 보내 스트레스를 주거나 휴대전화를 마비시키는 행위도 있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왕따나 욕설, 비방 등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언어폭력 등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카톡방 초대해 노골적 왕따
흔적 없어 타인이 못 알아채

지난 1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피해 유형별 비중은 ▲언어폭력(33.6%) ▲집단따돌림(26%) ▲사이버 폭력(12.3%)순으로 2019년 1차 조사 대비 다른 피해 유형의 비중이 감소했지만 사이버 폭력은 3.4%p나 증가했다. 2013년 실태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방과 후 피해 장소’ 1순위로 사이버 공간, 다음은 놀이터, PC방으로 응답했다. 예전에는 학교폭력은 주로 학교 내에서 발생했으나 학교폭력 유형이 다양해짐에 따라 학교 밖에서는 물론 방학 기간에도 발생하고 있다. 

도망칠 수 없는 감옥을 연상시키는 사이버불링은 피해자에게 큰 스트레스를 안긴다. 어디서나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피해자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피해자 개인정보가 유출돼 지속해서 피해를 보게 되는 위험도 존재한다. 


사이버불링의 또 다른 특징은 피해 학생이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직접 만나서 신체를 때리면 학생의 피해를 또 다른 누군가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사이버 폭력은 신체에 흔적을 남기지 않아 타인이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이버불링은 피해를 인지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피해자가 당황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사이버 공간 속의 2차 피해 등을 우려해 괴롭힘을 당하는 사실을 숨기다 보니 주변 사람도 잘 모르다가 결국 심각한 사태에 이를 수도 있다.

피해자들은 심각한 우울증과 정신적 스트레스, 불명증과 두통, 소화불량 등을 호소한다. 행동적으로는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고 사회적으로는 교우관계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해 페이스북 등 SNS에서 여학생에게 사이버 폭력을 가한 한 남학생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남학생은 2018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여학생을 성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여학생은 비방글이 올라온 당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고층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렇다 보니 사이버 폭력을 규제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소년 간 사이버 괴롭힘으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학교 소속이 아닐 경우, 학교폭력으로 다루기 어렵다. 또 협박이나 명예훼손 등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현행법상 만 19세가 안 되는 청소년들은 소년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처벌 수위는 높지 않다.

증거 수집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기적인 사이버 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며 사이버 폭력이 무엇인지, 어떠한 유형과 사례가 있는지 자세히 소개하고 최근 급증하고 있는 SNS상에서의 사이버 폭력 사례와 그에 대한 처벌의 엄중함 및 올바른 인터넷 윤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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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