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중흥건설그룹이 대우건설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메머드급 건설사를 품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상태.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엄청난 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매각주관사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증권과 KDB산업은행 인수합병실로 정했고 지난달 25일, 입찰 제안서 제출이 완료됐다.
탐나는데…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주당 9500원 수준의 최저입찰가를 정했다. 대우건설 현재 주가는 지난달 23일 종가 기준 8500원이다. KDB인베스트먼트 보유지분(50.75%)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한 예상 매각가는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대우건설은 대우그룹 해체 이후 불안정한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지만,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새 주인은 인수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매물로 내놨고, 대우건설은 다시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았다.
산업은행은 틈틈이 대우건설 매각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17년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전했던 호반건설은 예상과 달리 협상 막바지에 발을 뺐다. 급기야 산업은행은 2019년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뒤 대우건설 정상화와 투자 회수 업무를 이관하기에 이른다.
한동안 잠잠했던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올해 들어 실적 개선에 힘입어 탄력이 붙었다. 시공능력 평가액(8조4132억원) 기준 업계 6위인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조1367억원, 영업이익 5583억원, 신규 수주 13조9126억원을 기록했다.
재무 상태 개선도 이뤄졌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각각 247%, 121%로 집계됐다. 재무안정성이 탄탄해지면서 원자력발전소 시공 기술이나 베트남 신도시 개발 등 다른 건설사와 차별화되는 대우건설의 경쟁력도 부각되는 양상이다.
현 시점에서 대우건설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흥건설그룹이다. 중흥건설그룹은 ‘중흥에스클래스’ 브랜드를 내세워 주택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와 비교하면 인지도에서 밀린다.
만약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주택사업 확장 및 포트폴리오 다각화 작업이 수월해진다.
인수 여부에 따라 재계 위상도 한층 올라갈 수 있다. 호남 지역 대표 건설사인 중흥건설은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으로 재계 47위다. 대우건설을 품게 되면 자산총액이 20조원에 근접하게 되고, 재계 순위는 20위 안팎까지 상승하게 된다.
예상 몸값 2조원…재계 순위 상승 기회
회장님의 강력한 의지…현금 동원 관건
정창선 중흥건설그룹 회장이 강력한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21일 광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으로 밝힌 순 없지만 인수할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경험이 없는 제조업보다는 대우건설 등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핵심 역할은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 맡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중흥건설은 정 회장이 지분 76.7%, 정 회장의 장남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9%를 가지고 있으며, 중흥토건은 정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관건은 현금 동원 능력이다. 중흥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1371억원)과 단기금융상품(66억원)을 합친 금액은 1437억원으로, 대우건설 매각 예상 금액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중흥토건(5072억원)의 현금성자산까지 합쳐봐야 7000억원을 하회한다.
지난해 말 기준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의 자산총액은 각각 8539억원, 2조400억원 규모다.
DS네트웍스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숙제도 남겨져 있다. DS네트웍스는 국내 최대 부동산 디벨로퍼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375억원, 1249억원이다.
DS네트웍스는 시행사업에서의 안정적인 사업성을 토대로 수년 전부터 타 분야로의 영역 확장에 힘을 쏟았다.
2018년 7월 DS네트웍스자산운용을 설립하면서 금융투자업에 진출했고, 2018년 10월 토러스투자증권(현 DS투자증권)인수하면서 증권업계에 발을 디뎠다. DS투자증권은 지난해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계열사인 DS네트웍스자산운용을 흡수·분할 합병한 바 있다.
부족한 총알
DS네트웍스 입장에서 대우건설은 즉각적인 시너지가 예상되는 매물이다. DS네트웍스는 2001년부터 대우건설과의 사업상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대구침산동대우아파트, 인천 당하동, 김해장유 2차(3-11블럭) 등 대우건설과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빈번해졌다. 2019년에는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1조 규모의 CJ제일제당 부지 본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