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항마' 최재형의 매력 포인트

“윤 못 믿어” 플랜B 카드 꺼내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X파일, 대변인 사퇴, 전언 정치로 여야의 비판을 받자 지지율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을 대신할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인물은 바로 최재형 감사원장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공정함에 있어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비판한다는 점에서다. 최근 최 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원회에 출석해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발언으로 곧 대선 출마를 선언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대립
미담 제조기

최 원장이 대권 도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자 야권의 대선 지형이 또다시 꿈틀대는 모양새다. 다만 최 원장은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이 곧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선 판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마와 관련된 질문을 피하지 않으며 사실상 출마가 현실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1일~22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최 원장의 지지율은 3.7%로 전주 기록했던 1.5% 수치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여야를 통틀어 전체 6위를 기록했고, 야권으로 좁히면 윤석열 전 총장(32.3%)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4.1%)을 이어 전체 3위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 안팎으로는 윤 전 총장이 최근 X파일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기대감과 달리 피로감이 높아져 일부 보수층의 표심이 최 원장에게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최 원장은 공관 정리설과 경기고 동문들이 대선 지원모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따라 최 원장이 감사원장을 사퇴하는 순간 지지율이 급반등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주춤하는 사이 플랜B 카드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정부에게도 비판의 목소리를 서슴지 않고, 미담과 공정함을 무기로 가진 최 원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야권이 최 원장을 눈독 들이는 이유는 미담 제조기라는 수식어가 뒤따라 붙기 때문이다. 최 원장이 학창시절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강명훈 변호사를 업고 학교에 함께 등·하교 하며 서울대학교 법대에 입학한 뒤 함께 사법시험을 통과한 과거사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담·공정성 앞세워 야권 잠룡으로 급부상
“MZ세대 잡아라”사람 냄새나는 미스터 클린

강 변호사 일화 외에도 과거 두 아들을 입양한 뒤, 8년 동안 두 아들의 성장일기를 한국입양홍보회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썼던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최 원장과 죽마고우 사이인 강명훈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원장이 현재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론 출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미담 사례들은 과거 인사청문회 시기에 여당에서 감사원장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최 원장이 적합하다고 평가한 대목 중 하나다.

병역과 관련된 사안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적다. 최 원장의 아버지는 대한해협 6·25 참전 용사고, 최 원장은 군 법무관으로 복무, 대위로 전역했다.

두 아들 역시 군대를 제대했거나 현재 복무 중이다. 보수 인사들 중 일부가 군 문제로 비판받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야권 입장에서는 최 원장의 등장으로 미담과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표심을 잡기에도 충분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고 풀이된다.

MZ세대가 도덕성 외에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공정이다. 젊은 중도층은 공정함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비판할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을 선호해왔다.

이런 점에서도 야권은 최 원장이 적합한 인사라고 판단했다. 판사 출신으로 30년간 판사로 근무했던 최 원장은 뼈 속까지 판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인간미
철철∼

지난 2018년 감사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며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 교사 채용, 김오수 당시 법무부차관(현 검찰총장) 감사위원 내정 등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문재인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감사하면서 적법성에 따른 감사였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해직 교사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된 감사에서도 “서울시교육청 감사 사건은 공정의 문제인데 변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며 스스로도 공정을 강조해왔다. 야권은 최 원장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데서 최 원장을 윤 전 총장을 압박할 매력적인 카드로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록 정치권 밖에 있었던 인물이지만 할 말은 하는 성격으로 반문(반 문재인) 지지층을 결집할 힘을 지녔다고 평가받았다. 

경남(PK)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최 원장의 고향이 경남 진해라는 지역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을 지지하거나 기대감을 표시하는 인사들도 PK(부산·경남) 출신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을 직접 만나 대선 출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으로 부산 출신이다. 비록 최 원장이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다녔지만 PK가 최 원장의 출신지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부터 PK는 대선에서 전략적으로 요충지로 꼽힌다. 인구가 많고 스윙 보터로 언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PK 표심을 잡는 사람이 대선에서 이긴다는 ‘PK 필승론’도 있다.

대구·경북(TK) 출신 의원들도 최 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TK 지역 의원 상당수는 최 원장이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고 정치 입문을 선언한 뒤,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수층 한 의원은 “정치에서 중요한 게 고정 지지층에게 경쟁력을 갖추는 건데, 그런 면에서 최 원장이 앞으로 출마를 선언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은 대체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내외 견제?

또 다른 보수층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특정 후보에게 쏠려 있지 않은 분위기”라며 최 원장의 대선 출마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 원장의 대권 도전을 두고 회의적 시각도 있다. 다른 비정치인 출신 인물들처럼 정치에서 한계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미담과 공정을 주무기로 내세울 수 있지만 인지도에서는 뒤쳐진다는 반응이다. 야권에서 지지율 3위를 기록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아직 한 자리수라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된다.

미담과 정부에 대한 대립각으로 몇 차례 주목을 끌었으나 인지도 면에서 뒤처지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출마 선언을 통한 신속한 결단을 내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정치 경력이 없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하다. 대선이 10개월 남은 시점에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 원장에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다만 야권에서는 최 원장이 입당을 결정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정치권에 대한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0선 전성시대’라는 말이 있을 만큼 정치 경력이 없는 이들이 급부상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경력은 대권주자의 필수 이력으로 꼽힌다. 

민주화 시대가 도래한 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국회를 중심으로 주요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만큼 의사 결정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과 이해관계가 다른 의원들을 상대하면서 습득하는 의정활동 경험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 코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요충지 ‘PK 필승론’
인지도와 정치경력 없는 게 단점

최 원장은 정치 중립성 위반이라는 문제도 거론된다.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는 최 원장의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두고 “두 자리가 가져야 할 고도의 도덕성과 중립성 등을 생각해본다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감사원 내부에서도 최 원장은 원칙적이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뢰감이 높았으나 법사위 발언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권에서도 최 원장의 발언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중요한 감사원장이 임기를 끝마치지 않고, 대선에 출마한다는 점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여권의 견제구가 벌써부터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다. 또 윤 전 총장과 달리 아직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감사원장직을 사퇴한 상황이 아니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최 원장을 영입하는 데 있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점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최 원장은 28일 오전에 사퇴를 선언했다). 

최 원장의 아버지가 최 원장에게 전했던 말도 대선 출마를 고심하는 이유 중 하나로 여겨진다. 최 원장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대령은 최근 한 방송에서 “얼마 전 둘째(최 원장)의 정치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사리판에 발도 들여놓지 말고, 들어갈 생각도 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이런 단점과 부담들이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고 입당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현 정부 출범 초기 과거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주도해 보수 진영에겐 반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간 것은 윤 전 총장의 탓이 있다고 여기는 국민의힘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계 출신 의원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야권은 여권에 대립각을 세운 윤 전 총장을 바라봤으나 최 원장이 사퇴하는 순간 눈길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과 영남권 의원들이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 원장을 내세워 대권 도전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헌도 
가능하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최 원장이 윤 전 총장의 대체 카드로써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겐 개헌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 기대하기 어렵다”며 “반면 최 원장이 당선되면 임기 2년 후 내각제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원장의 일부 지인들은 개헌 검토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복당한 홍준표 역할론
1년3개월 만에 돌아온 ‘홍반장’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1년3개월만에 국민의 힘으로 복당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오늘 최고위 회의 후 “홍 의원에 대한 복당이 반대 의견 없이 통과했다”며 “효력은 즉시 발효돼 지금 이 순간부터 홍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3월25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의 험지 출마 요구와 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탈당했다. 복당을 시도했으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반대에 부딪혀 복당이 무산된 바 있다.

21대 총선 앞두고 탈당
곧바로 윤석열 견제 시작

복당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선출마 선언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견제에 나섰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X파일을 언급하며 “등판하기도 전에 여러 의혹이 있다. 나오는 자체가 문제가 많다”며 “본인이 검증을 피하려고 해서 검증이 안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전히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다만 야권에서 연일 플랜B 카드를 꺼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더는 늦츨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의 복귀로 야권 대선주자들의 눈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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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