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항마' 최재형의 매력 포인트

“윤 못 믿어” 플랜B 카드 꺼내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X파일, 대변인 사퇴, 전언 정치로 여야의 비판을 받자 지지율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을 대신할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인물은 바로 최재형 감사원장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공정함에 있어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비판한다는 점에서다. 최근 최 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원회에 출석해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발언으로 곧 대선 출마를 선언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대립
미담 제조기

최 원장이 대권 도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자 야권의 대선 지형이 또다시 꿈틀대는 모양새다. 다만 최 원장은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이 곧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대선 판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마와 관련된 질문을 피하지 않으며 사실상 출마가 현실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1일~22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 최 원장의 지지율은 3.7%로 전주 기록했던 1.5% 수치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여야를 통틀어 전체 6위를 기록했고, 야권으로 좁히면 윤석열 전 총장(32.3%)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4.1%)을 이어 전체 3위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 안팎으로는 윤 전 총장이 최근 X파일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기대감과 달리 피로감이 높아져 일부 보수층의 표심이 최 원장에게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최 원장은 공관 정리설과 경기고 동문들이 대선 지원모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따라 최 원장이 감사원장을 사퇴하는 순간 지지율이 급반등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주춤하는 사이 플랜B 카드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정부에게도 비판의 목소리를 서슴지 않고, 미담과 공정함을 무기로 가진 최 원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야권이 최 원장을 눈독 들이는 이유는 미담 제조기라는 수식어가 뒤따라 붙기 때문이다. 최 원장이 학창시절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강명훈 변호사를 업고 학교에 함께 등·하교 하며 서울대학교 법대에 입학한 뒤 함께 사법시험을 통과한 과거사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담·공정성 앞세워 야권 잠룡으로 급부상
“MZ세대 잡아라”사람 냄새나는 미스터 클린

강 변호사 일화 외에도 과거 두 아들을 입양한 뒤, 8년 동안 두 아들의 성장일기를 한국입양홍보회 사이트에 공개적으로 썼던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최 원장과 죽마고우 사이인 강명훈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원장이 현재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으론 출마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미담 사례들은 과거 인사청문회 시기에 여당에서 감사원장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최 원장이 적합하다고 평가한 대목 중 하나다.

병역과 관련된 사안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적다. 최 원장의 아버지는 대한해협 6·25 참전 용사고, 최 원장은 군 법무관으로 복무, 대위로 전역했다.

두 아들 역시 군대를 제대했거나 현재 복무 중이다. 보수 인사들 중 일부가 군 문제로 비판받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야권 입장에서는 최 원장의 등장으로 미담과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표심을 잡기에도 충분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고 풀이된다.

MZ세대가 도덕성 외에도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공정이다. 젊은 중도층은 공정함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비판할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을 선호해왔다.

이런 점에서도 야권은 최 원장이 적합한 인사라고 판단했다. 판사 출신으로 30년간 판사로 근무했던 최 원장은 뼈 속까지 판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인간미
철철∼

지난 2018년 감사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며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 교사 채용, 김오수 당시 법무부차관(현 검찰총장) 감사위원 내정 등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문재인정부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감사하면서 적법성에 따른 감사였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해직 교사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된 감사에서도 “서울시교육청 감사 사건은 공정의 문제인데 변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며 스스로도 공정을 강조해왔다. 야권은 최 원장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데서 최 원장을 윤 전 총장을 압박할 매력적인 카드로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록 정치권 밖에 있었던 인물이지만 할 말은 하는 성격으로 반문(반 문재인) 지지층을 결집할 힘을 지녔다고 평가받았다. 

경남(PK)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최 원장의 고향이 경남 진해라는 지역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을 지지하거나 기대감을 표시하는 인사들도 PK(부산·경남) 출신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을 직접 만나 대선 출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으로 부산 출신이다. 비록 최 원장이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다녔지만 PK가 최 원장의 출신지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부터 PK는 대선에서 전략적으로 요충지로 꼽힌다. 인구가 많고 스윙 보터로 언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PK 표심을 잡는 사람이 대선에서 이긴다는 ‘PK 필승론’도 있다.

대구·경북(TK) 출신 의원들도 최 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TK 지역 의원 상당수는 최 원장이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고 정치 입문을 선언한 뒤, 곧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수층 한 의원은 “정치에서 중요한 게 고정 지지층에게 경쟁력을 갖추는 건데, 그런 면에서 최 원장이 앞으로 출마를 선언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윤 전 총장과 최 원장은 대체 관계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내외 견제?

또 다른 보수층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특정 후보에게 쏠려 있지 않은 분위기”라며 최 원장의 대선 출마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 원장의 대권 도전을 두고 회의적 시각도 있다. 다른 비정치인 출신 인물들처럼 정치에서 한계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미담과 공정을 주무기로 내세울 수 있지만 인지도에서는 뒤쳐진다는 반응이다. 야권에서 지지율 3위를 기록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아직 한 자리수라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된다.

미담과 정부에 대한 대립각으로 몇 차례 주목을 끌었으나 인지도 면에서 뒤처지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출마 선언을 통한 신속한 결단을 내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정치 경력이 없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하다. 대선이 10개월 남은 시점에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 원장에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다만 야권에서는 최 원장이 입당을 결정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정치권에 대한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 ‘0선 전성시대’라는 말이 있을 만큼 정치 경력이 없는 이들이 급부상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경력은 대권주자의 필수 이력으로 꼽힌다. 

민주화 시대가 도래한 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국회를 중심으로 주요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만큼 의사 결정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과 이해관계가 다른 의원들을 상대하면서 습득하는 의정활동 경험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 코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요충지 ‘PK 필승론’
인지도와 정치경력 없는 게 단점

최 원장은 정치 중립성 위반이라는 문제도 거론된다.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는 최 원장의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두고 “두 자리가 가져야 할 고도의 도덕성과 중립성 등을 생각해본다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감사원 내부에서도 최 원장은 원칙적이고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신뢰감이 높았으나 법사위 발언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권에서도 최 원장의 발언을 두고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중요한 감사원장이 임기를 끝마치지 않고, 대선에 출마한다는 점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여권의 견제구가 벌써부터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다. 또 윤 전 총장과 달리 아직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감사원장직을 사퇴한 상황이 아니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최 원장을 영입하는 데 있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점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최 원장은 28일 오전에 사퇴를 선언했다). 

최 원장의 아버지가 최 원장에게 전했던 말도 대선 출마를 고심하는 이유 중 하나로 여겨진다. 최 원장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대령은 최근 한 방송에서 “얼마 전 둘째(최 원장)의 정치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사리판에 발도 들여놓지 말고, 들어갈 생각도 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이런 단점과 부담들이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고 입당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현 정부 출범 초기 과거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주도해 보수 진영에겐 반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간 것은 윤 전 총장의 탓이 있다고 여기는 국민의힘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계 출신 의원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야권은 여권에 대립각을 세운 윤 전 총장을 바라봤으나 최 원장이 사퇴하는 순간 눈길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과 영남권 의원들이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 원장을 내세워 대권 도전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헌도 
가능하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최 원장이 윤 전 총장의 대체 카드로써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겐 개헌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 기대하기 어렵다”며 “반면 최 원장이 당선되면 임기 2년 후 내각제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원장의 일부 지인들은 개헌 검토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복당한 홍준표 역할론
1년3개월 만에 돌아온 ‘홍반장’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1년3개월만에 국민의 힘으로 복당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오늘 최고위 회의 후 “홍 의원에 대한 복당이 반대 의견 없이 통과했다”며 “효력은 즉시 발효돼 지금 이 순간부터 홍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해 3월25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의 험지 출마 요구와 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탈당했다. 복당을 시도했으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반대에 부딪혀 복당이 무산된 바 있다.

21대 총선 앞두고 탈당
곧바로 윤석열 견제 시작

복당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선출마 선언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견제에 나섰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X파일을 언급하며 “등판하기도 전에 여러 의혹이 있다. 나오는 자체가 문제가 많다”며 “본인이 검증을 피하려고 해서 검증이 안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전히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다만 야권에서 연일 플랜B 카드를 꺼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더는 늦츨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의 복귀로 야권 대선주자들의 눈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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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