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함 포스코 새 선장 정준양 회장 내정자의 과제

식어가는 ‘용광로’ 녹슬어가는 ‘쇠’가 짓누르는 어깨 무겁다

‘거함’ 포스코를 이끌어갈 차기 선장에 정준양(61) 포스코건설 사장의  내정이 확정됐다. 이제부터 정 신임 회장 내정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거친 풍랑을 맞아 포스코호를 이끌고 헤쳐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현재 포스코는 어느 때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그만큼 정 차기 회장 앞에 놓인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란 얘기다. 정 차기 회장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 추천위원회’는 29일 사외이사 8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 계획과 비전,경제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면접 등을 거쳐 정 사장을 신임 포스코 회장 후보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 회장 후보는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공식 추천 절차를 거친 뒤 내달 27일 주주총회 직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선장을 맞이하게 될 포스코에 현재의 철강시황은 최근 불어 닥친 글로벌 경기침체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정 차기 회장 앞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으로 20만톤 감산에 돌입한데 이어 올 1월에도 37만톤을 감산했다. 올해도 감산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영업이익 목표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물러나는 이구택 회장도 지난 1월15일 열린 ‘2008 포스코 CEO 포럼’에서 “올해 사업계획은 짜둔 상태지만 상황이 불투명해서 예측이 힘들다”며 “상반기가 바닥이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올해 철강경기가 심상치 않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올해 조강생산 목표량을 지난해(3310만톤)보다 최대 400만톤가량 줄어든 2900만~3200만톤으로 잡았다.
제품 판매량도 전년대비 최대 470만톤 줄어든 3000만~3300만톤으로 계획하고 있다.
더구나 매출규모도 지난해보다 최대 3조6000억원가량 줄어든 27조~30조원으로 낮춰 잡아둔 상태다.
해외 철강시황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매출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수익성 하락을 막아야 하는 정 차기 회장의 어깨는 무겁다.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동안 철강재 생산이 전년동기 대비 16.9% 급감한 뒤 하반기에 감소세가 둔화돼 연간 9.5% 감소할 것”이라면서 “올해 4분기 이후에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시황은 2010년 1분기에 내수와 수출 모두 증가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철강시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고의 적임자로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정 사장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 사장은 판매확대방안과 원가절감 등 내외실을 모두 기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포스코는 올해 사상 최대의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는 국내에만 6조원에 해외(1조5000억원)를 포함해 최대 7조5000억원까지 투자, 현 경기침체를 정면으로 돌파한다는 복안이다.
우선 국내 투자는 ▲광양 후판공장(연산 200만톤 규모) ▲포항 신제강공장 ▲광양 자동차강판 공장(전략제품)에 들어간다. 국내 생산 역량을 4000만톤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해외 투자는 그동안 포스코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자원개발과 해외철강사 M&A 등에 쓰일 예정이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 전격 사퇴 이후 정준양 회장 체제 구축
글로벌경제 위기상황 타개…와해된 사내 조직정비 숙제로 남아

시장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때 거액의 투자를 계획한 만큼 투자효과 극대화를 이뤄 낼 수 있을지도 정 차기 회장이 넘어야 할 난제다. 그만큼 냉철한 경영 판단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며 CEO로서 추진력도 필요하다.
여기에 정 차기 회장은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인도 일관제철소 건립 작업 등 기존의 대형 프로젝트를 매듭짓는 일도 떠안게 됐다. 인도 사업은 이미 착공이 수차례 연기된 사업. 아직도 부지 확보를 위한 현지 거주민 설득작업이 진행될 만큼 진척이 더디다. 제철소 건설의 핵심 요건인 광산탐사 역시 아직 시작도 못했다. 더구나 글로벌 제철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해 필수적인 서아시아와 유럽진출의 교두보 확보도 안 된 상태다.
신임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일단 이구택 회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까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년 뒤 또 한 차례 CEO 연임 여부를 놓고 조직이 흔들릴 가능성을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이런 점을 걱정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 전문가들은 ‘외풍’에 약한 포스코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리 후계자를 키우고 가시화해 회장이 바뀔 때마다 불거지는 ‘외압설’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민영화가 이뤄졌음에도 말이다. 그러므로 포스코가 더 이상 외풍에 시달리지 않도록 지배구조를 정착시키고 안정적인 경영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정 차기 회장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이와 함께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갈등을 치유하는 것도 정 사장의 몫이다. 오너가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인 포스코가 강력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기업 구성원들의 합심이 필수. 그러므로 차기 CEO 경쟁자였던 윤석만 사장을 높게 평가했던 임직원들도 적지 않았던 만큼 잠재적인 내부갈등을 풀어야 한다. 
아울러 포스코가 친환경 경쟁력을 크게 높여야 하는 시점에 다다른 것도 정 차기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는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온실가스 감축의무국에 들어갈 것은 자명한 사실. 그렇게 되면 포스코의 경쟁환경은 지금과 달라지게 된다. 이미 전 세계는 그린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포스코도 주력은 철강이지만 친환경 등에서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정준양은 누구?
30년간 현장 지킨 ‘아이언맨’

신임 포스코 회장직을 두고 윤석만 사장과 2파전을 벌이던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지난달 29일 제7대 포스코 회장 후보로 단독 추대됐다. 이로써 포스코는 전통적으로 엔지니어 출신 회장 계보를 이어가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1981년 포스코 회장직이 생긴 뒤 지금까지 선임된 회장들은 1994년 김만제 전 회장이 외부 출신인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엔지니어 출신의 내부 인사였다
정 사장은 이사회 등의 임명 승인 절차를 밟아 세계 2위권 철강기업 포스코를 이끌게 된다. 1948년 수원 출생인 정 회장 내정자는 서울사대부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공업교육과를 졸업했다. 지난 1975년 공채 8기로 포스코에 입사한 정 내정자는 줄곧 생산현장에서 보낸 ‘아이언맨’으로 제강부 부장, 생산기술 부장, 기술연구소 부소장, EU 사무소장, 광양제철소장 등을 역임했다.
입사 27년 만인 지난 2002년 임원으로 더딘 승진을 보인 정 내정자는 2년 뒤엔 전무, 2006년 부사장, 2007년 2월부터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생산기술부문장)에 오르며 뒤늦게 고속 승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에는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으로 옮기면서 밀려나는 듯했으나 이번에 회장직에 추대됐다.
정 내정자는 푸근한 인상에 특유의 친화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업무중심적이고 실용적인 성품을 지녔다는 평이다. 지난 2004년부터 3년간 광양제철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각종 보상문제와 지역 민원을 해결해야 했고,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지역사회까지 모두 관장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정 내정자는 고급 자동차강판 국산화를 주도하며 최신예 설비 신증설과 조업기술 개발을 이끌어 자동차 강판 연간 650만톤 생산체제 기반을 구축했다.
또한 독창적인 자원 재활용(리사이클링) 기술과 친환경 신기술로 평가되는 파이넥스 공법의 상용화를 주도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5월에는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철강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포스코 산학 장학제도를 신설해 포스코의 기술 경쟁력을 높인 주역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정 내정자는 한 달에 5~10권가량의 독서를 할 만큼 독서광이며 역사와 과학 등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 내정자는 부장과 상무 시절에는 유럽연합(EU) 사무소장으로 세계 철강산업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축적해 엔지니어이면서 국제적 안목도 탄탄하다는 평이다. 
한편, 대외활동으로 정 내정자는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타 이사 ▲전경련 한호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대한금속재료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포스코 사외이사 물갈이 되나?
현 사외이사 8명중 3명이상 교체 될 듯


차기 포스코 회장에 정준양 포스코 건설 사장이 내정되면서 향후 포스코 이사진에도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포스코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 후보 추천위원회’가 정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대함에 따라 현 사외이사 8명 중 3명 이상이 이번에 교체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포스코 사외이사는 서윤석 이사회 의장(이화여대 교수)을 비롯해 박원순 변호사,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손욱 농심 회장,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박상용 전 한국증권연구원장이 맡고 있다.
우선 이구택 현 회장은 다음달 27일 주주총회 당일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새로운 상임 이사를 추대해야 한다. 게다가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장관 등 3명은 2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해 3월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 중도 사임한데 따른 공석도 있다. 여기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박원순 변호사의 자리까지 합치면 총 5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될 수 있다.
또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성식 부사장과 이동희 부사장의 재임 여부도 관심거리다.
한편, 이번 정 회장 선임이 특히 주목받는 점은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 추천위원회를 통해 외부의 간섭 없이 선발됐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3월 도입된 CEO추천위의 회장 인선은 이구택 회장이 지난 2007년 3월 연임 때 첫 행사를 한 뒤 이번이 두 번째다.

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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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