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이 임직원을 상대로 한 직장 내 막말과 갑질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녹취록엔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다”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이 담겨있었다. 장 사장은 송구스럽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하나카드의 공식입장은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사퇴 촉구에 나섰고 여론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성적 발언과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성희롱성
해당 논란은 장 사장이 지난해 2월 열린 간부 회의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관련 녹취가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회의에는 경영, 인사, 상품개발, 마케팅, 사업지원, 준법관리 등 하나카드의 모든 부문 임원과 부장급 직원 15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에는 “우리가 있잖아. 여자를 구할 때, 예를 들어 룸살롱에 가거나 어디 갈 때 목표는 딱 하나야. 예쁜 여자야.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어요. 오늘 갔을 때 옆에 앉으면 20만원 얼마, 시간당 얼마 이렇게 차지(charge·요금)가 정확하잖아. 굉장히 미묘해져. 우리가 룸살롱에 갔을 때 그 여자 인간성을 보겠냐, 걔 뒷배경을 보겠냐. 아무것도 안 봐. 아무것도 안 보지”라는 발언을 하는 장 사장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룸살롱 발언은 금융소비자가 카드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소비자들에게 신용카드는 평생을 함께할 와이프를 고르는 것처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는 만큼, 와이프 같은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여자(와이프)를 고를 때 우리가 룸싸롱에 여자 한 명, 오늘 옆에 앉아서 술 먹을 수준에서 고르냐?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한다고. 예를 들어서 그렇지 않냐. 아무리 예쁜 여자도 내가 하루 오늘 즐겁게 놀 거면 모르겠지만, 이 여자가 평생 간다고 했을 때 그런(룸살롱) 여자랑 평생 살겠냐? 안 살지. 무슨 이야기냐면 카드를 고르는 것은 애인이 아니라 와이프를 고르는 일이거든”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공식 회의서 룸살롱 운운에 폭언까지
노조, 사퇴 촉구·특별근로감독 요구
이뿐만이 아니라 장 사장이 다른 간부 회의에서 폭언을 한 녹취도 공개됐다.
장 사장은 “야 이 XX야. 너가 사장한테 그렇게…. 이 XX들 있잖아 XXX들이야. 너 이거 리스크 엄청나게 커진다. 너희들이 갖고 있는 XXX XXX 같은 생각 때문에 일이 다 이렇게 되는 거야. 이 XX들 또 이 이야기하려고 그러는 거야. XXXX들 같으니라고. (중략) 저 미친 XX들이. 아주 죽여버릴 거야 아주. 야, 이 XXX들아”라고 말했다.
장 사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사무금융노조가 여성혐오 발언 논란을 일으킨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무금융노조 하나외환카드지부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장경훈 사장은 즉각적인 사퇴로 하나카드 조직문화 개선에 기여하라”며 “이 같은 요구를 무시한다면 더 큰 저항과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장 사장의 이 같은 행태는 명백한 여성혐오, 인권침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 사장이 룸살롱 단어 언급을 사과했지만 진짜 문제는 한 조직의 대표가 여성을 ‘룸살롱 여자’와 ‘와이프’로 이분화하고 대상화하는 여성혐오적 태도, 조직 구성원을 향한 비인격적 대우를 당연시하는 낮은 인권감수성을 보유했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조는 “폭언, 폭행, 성희롱, 괴롭힘 등 근로자에 대한 부당대우로 사회적 물의를 발생시킨 사업장은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대상”이라며 고용노동부에 장 사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장경훈 사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 중”이라며 “회사 차원의 징계, 공식입장 발표 등은 예정에 없다”고 전했다.
징계는?
장 사장은 지난 6일 결국 사퇴했다. 장 사장은 이날 “금일 오후 회사 감사위원회가 열렸으며 감사위의 결과와 상관없이 회사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고자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하나카드는 장 사장의 사의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 사장의 임기는 내년 주총까지 1년이 남았지만 ‘여성 혐오 발언’과 ‘막말’ 논란으로 중도 사퇴하게 됐다.